단 5일, 6000억 굴리던 '존리 키즈' 떠났다…투자자들 당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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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리 키즈' 박정임 수석 사임
매각 앞두고 내홍…박 수석 "일방 통보…인수인계도 못해"
"펀드서 돈 빼야 하나" 발길 돌리는 투자자들
매각 앞두고 내홍…박 수석 "일방 통보…인수인계도 못해"
"펀드서 돈 빼야 하나" 발길 돌리는 투자자들
대표 사임과 매각 등 잇단 악재를 겪은 메리츠자산운용이 이번에는 내홍(內訌)에 휩싸였다. 존 리 전 대표와 인연이 깊은 박정임 펀드매니저(수석)가 돌연 자리를 뜨면서다. 그가 책임운용역(정매니저)으로서 굴리던 돈만 약 5800억원으로 메리츠자산운용 전체 펀드규모(약 1조7600억원)의 33%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펀드 운용 부실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자산운용은 지난달 30일부로 23개 펀드에 대해 박정임 펀드매니저(수석)를 운용인력에서 제외했다. 메리츠자산운용에 합류한 지 약 4년 10개월 만의 사임이다.
박 수석은 2006년 미국 뉴욕 UBS에서 에쿼티 세일즈(Equity Sales)로 근무할 당시 존 리 전 대표를 고객으로 만났다. 이 때 이어진 인연이 햇수로 17년째여서, 시장에선 '존리 키즈'로 불려왔다. 1999년 주식투자 분야에 입문한 박 수석은 뉴욕(UBS)과 홍콩(BNP 파리바) 등에서 일하다 메리츠자산운용의 노후준비 철학에 공감해 투자팀에 합류했다.
박 수석의 퇴사로 메리츠샐러리맨(전일 기준 운용자산 2241억원), 메리츠코리아스몰캡(1011억원), 메리츠글로벌헬스케어(798억원), 메리츠주니어(735억원), 메리츠베트남(556억원), 메리츠더우먼(212억원) 등 일부 굵직한 펀드들의 책임운용역이 일제히 교체됐다. 그의 자리는 기존 김홍석 펀드매니저(CIO)와 김형석 펀드매니저(차장)가 메우게 됐다. 문제는 박 수석의 퇴사가 급작스럽게 결정됐다는 점이다. 후임에 대한 펀드 인수인계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박 수석은 전일 오후 자신의 링크드인 채널에 글을 올리고 "메리츠운용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계약 종료 통보를 했고, 이에 더이상 펀드 운용을 할 수 없게 됐다"면서 퇴사 배경을 짧게 언급했다.
이후 박 수석은 기자와 통화에서, 자신의 말소 공시에 기존 펀드 투자자들의 문의가 빗발치자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존 리 전 대표와의 인연으로 회사에 왔지만 펀드매니저로서 고객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밤낮으로 노력했다"며 "이런 가운데 지난 12월 23일 회사로부터 일방적으로 '계약 종료'를 통보받았다. 이유도 없이 단 몇줄짜리 이메일로 종료 사실을 들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회사에 피해를 끼쳤다든가 실적이 안 좋았다든가 하는 사유가 있는 것도 아니며, 설사 있다고 해도 사전 논의는 당연히 거쳐야 하는 절차 아니느냐"며 "말소일 5영업일 전에 계약 종료를 통보받게 되면서 후임자에 인수인계도 못했다. 책임운용역으로서 왜 해당 기업들에 투자했고, 왜 그런 비중을 취했는지 설명해야 매끄럽게 바통을 넘길 수가 있을 텐데, 그런 설명조차 요구하지 않고 끝내니 향후 펀드 운용에 대해서도 우려스러운 심정"이라고 덧붙였다.
박 수석이 책임운용역으로 있는 펀드들에 투자해 온 투자자들로선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관련 공시 이후 투자자들은 온라인 게시판들에 '주니어 펀드에서 돈 빼야하나 조언 좀 해달라', '메리츠지주 관심종목에서 뺐다', '해당 펀드 가입 중인 사람으로서 너무 불안하다', '운용역 공백이 잘 메워질 수 있겠나' 등의 의견을 보였다.
통상 펀드매니저 교체가 있기 전 최소 한 두달간 정도 준비기간을 두는 게 일반적이다. 후임 운용역 인수인계와 투자설명서 변경 작업, 판매사 사전 고지 등을 위해서다. 특히 메리츠자산운용이 고객과의 접점 확대에 힘써온 직접판매(직판) 운용사란 점에서 기존 투자자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최근 사임한 박 수석이 운용했던 펀드는 전부 지수를 따라가는 패시브 펀드가 아닌 '액티브 펀드'다. 액티브 펀드는 시장 초과 수익률을 목표로 하는 만큼 매니저의 역량과 운용 스타일이 부각되는 펀드다. 샐러리맨 펀드와 주니어 펀드는 상장지수펀드(ETF) 등에도 투자할 수 있는 재간접형이어서 분산 정도가 높다. 또 코리아스몰캡 펀드와 더우먼 펀드, 베트남 펀드 등도 개별주식 30~45개가량에 집중됐다.
국내 자산운용사 한 임원은 "메리츠자산운용은 존 리 전 대표의 상징성이 컸어서 투자철학에 공감해 투자해온 '오랜 투자자'들이 많다. 투자철학을 강조해온 인물들이 잇따라 나가면서 기존 펀드를 그대로 놔둬야 하는가 고민하는 투자자들이 많을 것"이라며 "이런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어야 할텐데, 사측 대처가 미흡했다고 본다"고 밝혔다.
한편 메리츠자산운용은 투자자들이 우려할 만한 리스크는 없다는 입장이다. 존 리 전 대표와 박 전 수석 이외에 인력 이탈은 추가로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했다. 메리츠자산운용 관계자는 "이미 메리츠자산운용에 오랜기간 몸담아온 전문가들이 박 수석의 바통을 넘겨받았다. 펀드매니저 교체는 흔한 일이며 자사 기조를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할 방침"라며 "최근 증권사 출신 연구원 등을 채용해 운용역 교육을 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자산운용은 지난달 30일부로 23개 펀드에 대해 박정임 펀드매니저(수석)를 운용인력에서 제외했다. 메리츠자산운용에 합류한 지 약 4년 10개월 만의 사임이다.
박 수석은 2006년 미국 뉴욕 UBS에서 에쿼티 세일즈(Equity Sales)로 근무할 당시 존 리 전 대표를 고객으로 만났다. 이 때 이어진 인연이 햇수로 17년째여서, 시장에선 '존리 키즈'로 불려왔다. 1999년 주식투자 분야에 입문한 박 수석은 뉴욕(UBS)과 홍콩(BNP 파리바) 등에서 일하다 메리츠자산운용의 노후준비 철학에 공감해 투자팀에 합류했다.
박 수석의 퇴사로 메리츠샐러리맨(전일 기준 운용자산 2241억원), 메리츠코리아스몰캡(1011억원), 메리츠글로벌헬스케어(798억원), 메리츠주니어(735억원), 메리츠베트남(556억원), 메리츠더우먼(212억원) 등 일부 굵직한 펀드들의 책임운용역이 일제히 교체됐다. 그의 자리는 기존 김홍석 펀드매니저(CIO)와 김형석 펀드매니저(차장)가 메우게 됐다. 문제는 박 수석의 퇴사가 급작스럽게 결정됐다는 점이다. 후임에 대한 펀드 인수인계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박 수석은 전일 오후 자신의 링크드인 채널에 글을 올리고 "메리츠운용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계약 종료 통보를 했고, 이에 더이상 펀드 운용을 할 수 없게 됐다"면서 퇴사 배경을 짧게 언급했다.
이후 박 수석은 기자와 통화에서, 자신의 말소 공시에 기존 펀드 투자자들의 문의가 빗발치자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존 리 전 대표와의 인연으로 회사에 왔지만 펀드매니저로서 고객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밤낮으로 노력했다"며 "이런 가운데 지난 12월 23일 회사로부터 일방적으로 '계약 종료'를 통보받았다. 이유도 없이 단 몇줄짜리 이메일로 종료 사실을 들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회사에 피해를 끼쳤다든가 실적이 안 좋았다든가 하는 사유가 있는 것도 아니며, 설사 있다고 해도 사전 논의는 당연히 거쳐야 하는 절차 아니느냐"며 "말소일 5영업일 전에 계약 종료를 통보받게 되면서 후임자에 인수인계도 못했다. 책임운용역으로서 왜 해당 기업들에 투자했고, 왜 그런 비중을 취했는지 설명해야 매끄럽게 바통을 넘길 수가 있을 텐데, 그런 설명조차 요구하지 않고 끝내니 향후 펀드 운용에 대해서도 우려스러운 심정"이라고 덧붙였다.
박 수석이 책임운용역으로 있는 펀드들에 투자해 온 투자자들로선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관련 공시 이후 투자자들은 온라인 게시판들에 '주니어 펀드에서 돈 빼야하나 조언 좀 해달라', '메리츠지주 관심종목에서 뺐다', '해당 펀드 가입 중인 사람으로서 너무 불안하다', '운용역 공백이 잘 메워질 수 있겠나' 등의 의견을 보였다.
통상 펀드매니저 교체가 있기 전 최소 한 두달간 정도 준비기간을 두는 게 일반적이다. 후임 운용역 인수인계와 투자설명서 변경 작업, 판매사 사전 고지 등을 위해서다. 특히 메리츠자산운용이 고객과의 접점 확대에 힘써온 직접판매(직판) 운용사란 점에서 기존 투자자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최근 사임한 박 수석이 운용했던 펀드는 전부 지수를 따라가는 패시브 펀드가 아닌 '액티브 펀드'다. 액티브 펀드는 시장 초과 수익률을 목표로 하는 만큼 매니저의 역량과 운용 스타일이 부각되는 펀드다. 샐러리맨 펀드와 주니어 펀드는 상장지수펀드(ETF) 등에도 투자할 수 있는 재간접형이어서 분산 정도가 높다. 또 코리아스몰캡 펀드와 더우먼 펀드, 베트남 펀드 등도 개별주식 30~45개가량에 집중됐다.
국내 자산운용사 한 임원은 "메리츠자산운용은 존 리 전 대표의 상징성이 컸어서 투자철학에 공감해 투자해온 '오랜 투자자'들이 많다. 투자철학을 강조해온 인물들이 잇따라 나가면서 기존 펀드를 그대로 놔둬야 하는가 고민하는 투자자들이 많을 것"이라며 "이런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어야 할텐데, 사측 대처가 미흡했다고 본다"고 밝혔다.
한편 메리츠자산운용은 투자자들이 우려할 만한 리스크는 없다는 입장이다. 존 리 전 대표와 박 전 수석 이외에 인력 이탈은 추가로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했다. 메리츠자산운용 관계자는 "이미 메리츠자산운용에 오랜기간 몸담아온 전문가들이 박 수석의 바통을 넘겨받았다. 펀드매니저 교체는 흔한 일이며 자사 기조를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할 방침"라며 "최근 증권사 출신 연구원 등을 채용해 운용역 교육을 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