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구글 해고+넷플릭스 호재, 월러 "25bp 인상"→나스닥 불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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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기 어려운 소식이 있다. 약 1만2000명의 인력을 줄이기로 했다."
알파벳의 순다르 피차이 최고경영자(CEO)가 20일(미 현지시간) 회사 블로그에 띄운 글의 첫 부분입니다. 대략 6%의 인력을 정리해고하는 것입니다.
알파벳의 정리해고 소식은 전날 장 마감 뒤 발표된 넷플릭스의 4분기 순 가입자 776만 명 증가 소식과 함께 오늘 뉴욕 증시의 상승세를 이끌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알파벳의 인력 감축은 마진 압박에 대한 우려를 고려할 때 환영할만한 놀라움이다. 31억~52억 달러의 비용 절감을 추정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알파벳의 대규모 정리해고는 아마존(1만8000명), 마이크로소프트(1만 명), 메타(1만 명) 등에 이어 나왔습니다. 웨드부시의 댄 아이브스 기술담당 애널리스트는 "올해 단기적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이 앞으로 몇 년 동안의 다음 성장주기로 이어질 것이고 그게 시작되고 있다. 우리가 보기에 기술 기업들의 인력 감축은 이러한 주식을 안정화하기 위한 첫 번째 주요 단계"라고 밝혔습니다. 왜 돈을 많이 버는 기술 기업이 먼저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는 걸까요? 기술 기업은 성장을 목표로 지속해서 대규모 투자를 하는데, 만약 거시경제 상황이 나빠져 신중한 경영으로 전환하기로 한다면 가장 먼저 인력부터 줄이는 것입니다. 사실 1만 명이 해고하기로 했지만, 알파벳은 팬데믹 기간 엄청난 인력을 고용했습니다. 지난해 3분기에만 고용한 인원이 1만2000명을 넘습니다. 오늘 뉴욕타임스는 오픈AI의 챗GPT가 출시된 뒤 구글 내부가 뒤집혔다고 보도했습니다. 피차이는 블로그에서 "지금은 초점을 선명하게 하고, 비용 기반을 재설계하고, 인재와 자본을 최우선 순위로 이끄는 중요한 순간"이라고 썼습니다. 그는 "제품 전반에 걸쳐 AI를 통해 상당한 기회를 갖고 있으며 대담하고 책임감 있게 접근할 준비가 되어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뉴욕타임스는 "구글이 올해 챗봇 기능을 갖춘 검색 엔진 버전을 시범 출시하고 AI로 구동되는 20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공개할 계획"이라고 전했습니다. 넷플릭스는 8.46%, 알파벳은 5.34% 뛰었습니다. 테슬라도 4.91% 폭등하며 이들을 도왔습니다. 차량 가격 인하 이후 중국 독일 등에서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덕분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일론 머스크가 작년 4분기 부진했던 판매 대수 공개 직전에 주식 36억 달러어치를 팔았다'라는 기사를 띄웠지만 별 영향을 주진 못했습니다. 주요 지수는 0~0.5% 수준의 상승세로 출발한 뒤 지속해서 상승 폭을 확대했습니다.
경제 지표는 계속 실망스럽습니다. 미국 주택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존주택 판매는 12월에 전월 대비 1.5%, 전년 대비 34% 급락한 연율 402만 채를 기록했습니다. 1999년 집계를 시작한 뒤 가장 긴 11개월 연속 감소세입니다. 2022년 전체로 보면 503만 채가 매매되어 2021년에 비해 17.8% 줄었습니다. 2014년 이후 최저 수준입니다. 씨티그룹의 경제 서프라이즈 지수는 이번 주에 크게 하락했습니다. 월가에서는 최근 "나쁜 뉴스는 나쁜 뉴스"라는 말이 회자하고 있습니다. '나쁜 뉴스'가 Fed의 전환과 연착륙을 끌어낸다면 시장에는 '좋은 뉴스'가 될 수 있지만, Fed가 긴축을 고수한다면 침체를 예고하는 '나쁜 뉴스'일 뿐이라는 것이죠. 바클레이스는 "'나쁜 뉴스가 좋은 뉴스'라는 말은 이제 지나간 것 같다. 이건 전형적인 침체 교과서와 비슷하다. 투자자들은 소프트랜딩을 기다리다가 결국 주식을 팔고 채권을 산다"라고 말했습니다. JP모건은 "최근 주가는 나쁜 경제 뉴스를 무시하고 약한 데이터와 금리 하락을 재료로 상승했다”라며 "우리는 이런 관계가 지속할 것을 보지 않으며 기업들의 더 약한 가이던스가 주가에 하향 압력을 가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또 "중앙은행(Fed, ECB)의 매파적 발언 뉴스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어 경기 침체 가능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예상보다 더 일찍 침체를 일으킬 수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Fed 위원들은 긴축을 지속하겠다는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다만 2월 1일 끝나는 다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25bp 인상이 컨센서스로 굳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18일 "다음 회의에서 50bp 인상이 적절할 것"이라고 말해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던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총재와 함께 핵심 '매파'로 꼽히는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는 오늘 "다가오는 회의에서 25bp 인상을 선호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인플레이션에 진전이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이번 주 패트릭 하커 필라델리아 연은 총재와 수전 콜린스 보스턴 연은 총재,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 등이 명시적으로 25bp 인상을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오후 1시 30분 월러의 예정된 발언 직전 움츠렸던 시장은 이후 폭등세로 내달렸습니다. 결국, 다우는 1.0%, S&P500 지수는 1.89% 올랐고 나스닥은 2.66%나 급등했습니다. 그동안 2월 50bp 인상을 예상해온 뱅크오브아메리카와 씨티도 예상을 바꿨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얕은 경기 침체 가능성과 상품 분야의 디플레이션은 디스플레이션을 일으키고 있다"라며 Fed가 기준금리 인상 폭을 25bp로 낮출 것으로 예상을 수정했습니다. 3월, 5월에도 각각 25bp씩 인상해 최종금리가 5.25~5.5%에 달할 것이란 기존 예상을 유지하긴 했지만, "3월에 기준금리 인상을 끝낼 수도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씨티도 어제 "생산자물가 약세와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둔화 등은 Fed가 다음 회의에서 금리 인상 속도를 25bp로 늦추도록 하기에 충분할 것"이라며 50bp 인상 관측을 철회했습니다. 물론 월러 이사가 시장이 좋아할 만한 얘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그는 "최근 소비자물가(CPI) 보고서가 희소식이지만 여전히 인플레이션 전망에 대해 신중하다. 위험관리 차원에서 지속적 긴축을 지지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75bp 추가 인상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또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는 인플레이션이 녹아버릴 것이란 매우 낙관적 생각에 기반한다. 인플레이션은 기적적으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Fed는 인플레가 녹아버릴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라면서 "인플레이션이 다시 올라간다면 금리 인상도 중단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금리 인상을 멈추려면 물가 하락의 증거가 3개월이 아닌 6개월 정도가 필요할 것"이라며 올해 여름이 지날 때까지 인플레이션이 어떻게 되는지 지켜보며 기다릴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Fed 위원들이 전반적으로는 매파적 입장을 고수하면서 오늘 뉴욕 채권시장에서 금리는 급등했습니다. 월러 이사의 발언이 있던 오후 1시 이후 상승 폭이 조금 줄었지만 그래도 큰 폭으로 올랐습니다. 미 국채 10년물은 오후 4시 40분께 8bp 오른 3.480%를 기록했습니다. 같은 시간 2년물도 5.9bp 상승한 4.198%에 거래됐습니다. 전날 레이얼 브레이너드 부의장이 예상보다 비둘기파적인 발언(1970년대 스타일의 임금 주도 나선형 물가 상승을 겪고 있지 않다)을 내놓았지만, 어제 저녁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은행 총재는 보통 때보다 매파적으로 나오면서 그 효과가 상쇄됐습니다. 윌리엄스 총재는 "여전히 높은 물가를 잡기 위해서는 할 일이 더 많다는 게 분명하다. 작업이 완료될 때까지 경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밝혔습니다. 또 "Fed는 여전히 근원 인플레이션에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여전히 노동에 대한 많은 수요를 보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월러 이사나 윌리엄스 총재처럼 인플레이션이 어느 시점에 다시 올라갈 수 있다는 우려는 상당합니다. 오늘 유럽중앙은행(ECB)의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는 다보스포럼에서 "중국의 정책 변화(코로나 봉쇄 해제)는 세계 경제에 긍정적이겠지만 더 많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세계 2위 국부펀드인 노르웨이 국부펀드의 니콜라이 탕옌 CEO도 "올해 가장 큰 불확실성은 중국 경제가 회복되면 글로벌 물가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여부"라면서 "그것은 인플레이션이 될 수 있고, 인플레이션의 재가속을 볼 수 있는 위험이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모건스탠리 투자자문의 리사 샬럿 최고투자책임자는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이르렀고 관리 가능한 범위로 하락하고 있다는 데 동의한다"라면서도 "이게 Fed가 승리했음을 뜻하진 않으며 최근 투자자 열광은 시기상조일 수 있다"라며 세 가지 위험을 제기했습니다. 첫 번째가 에너지비용이 다시 오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중국 경제 재개와 세계 성장 회복 등으로 유가와 천연가스가 반등할 것으로 예상한다는 겁니다. 두 번째, 미국의 수입 가격이 계속 오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달러 강세가 꺾이면서 내림세가 뒤집힐 수 있다는 것이죠. 실제 12월 수입물가는 예상보다 높은 3.5% 상승했습니다. 세 번째로는 제롬 파월 의장이 걱정하는 서비스 인플레이션이 지속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노동력 부족과 강력한 주거비 상승세, 의료비 상승 등이 결합해 물가 하락세가 느려질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실제 인플레이션 스와프 시장에서는 이번 주 올해 초 인플레이션 기대가 조금 높아졌습니다. 우선 1월 들어 미국의 휘발유 가격이 7.1% 올랐습니다. 오늘 유가는 서부텍사스원유(WTI)가 배럴당 81달러를 웃돌며 11월 이후 최고치로 한 주를 마감했습니다. 또 중고차 가격을 나타내는 만하임 중고차 지수가 두 달째 월간 상승세를 이어갔습니다. 온라인 부동산 중개업체 질로우가 집계하는 신규 렌트(월세)도 12월 전월보다 0.1% 올라 상승률이 다시 높아졌습니다.
어닝시즌은 상승 모멘텀이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도 4분기 이익은 전년 대비 급감했고 월가 예상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광고요금제 출시로 인해 가입자가 766만 명이나 순증한 게 주가 상승을 이끌었지요. 오늘도 유전서비스회사인 슐럼버거는 매출이 27% 증가해 크게 올랐지만, 전날 밤 실적을 공개한 노드스트롬의 경우 순 매출이 3.5% 감소했습니다. 연간 매출 증가율도 이전에 제시했던 5~7% 하단이 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팩트셋에 따르면 현재까지 S&P500 기업 중 11%(55개)가 4분기 결과를 공개한 가운데, 67%가 주당순이익(EPS)에서 월가 추정치를 넘었습니다. 이는 지난 5년 평균 77%, 10년 평균 73%보다 낮습니다. 또 이들 기업은 평균 추정치보다 3.3% 높은 EPS를 보고했는데, 이것도 5년 평균 8.6%, 10년 평균 6.4%에 미치지 못합니다. 매출도 마찬가지입니다. 64%가 추정치보다 많은 매출을 올렸는데, 이는 5년 평균 69%보다는 적지만 10년 평균 63%와 비슷합니다. 게다가 이들의 매출은 추정치보다 0.3% 많은 데 불과합니다. 이는 5년 평균 1.9%, 10년 평균 1.3%보다 낮습니다. 다음주에는 마이크로소프트와 테슬라, 인텔, IBM, 보잉, 비자 등 93개의 S&P500 기업(12개의 다우 기업 포함)이 4분기 실적을 보고할 예정입니다. 경제 지표 발표도 이어집니다. Fed가 주시하는 12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가 발표되며 4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내구재 주문,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 등이 나옵니다. S&P글로벌이 발표하는 제조업,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공개됩니다. Fed 위원들은 1월 31일 개막되는 FOMC를 앞두고 블랙아웃(침묵) 기간에 들어갑니다. BNY멜론 투자운용의 레오 그로하우스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Fed가 블랙아웃 기간에 있기 때문에 다음 한 주 동안 기업 실적 발표에 더 집중하게 될 것이고 더 큰 시장 반응을 보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S&P500 지수는 오늘 3972.61로 거래를 마쳐 50일 이동평균선(3925)을 넘었고 200일 이동평균선(3971) 바로 위에 멈춰 섰습니다.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는 "S&P500 지수가 200일 이동평균선을 바로 근처에서 돌파를 타진하고 있고 변동성 지수(VIX)는 20 안팎에서 오락가락하고 있다"라며 "이런 상황은 작년 1월 3일 고점을 찍은 뒤 이번이 다섯 번째"라고 밝혔습니다. 지금까지 네 번은 베어마켓 랠리가 정점을 치고 꺾이는 시점에 그런 일이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LPL리서치는 S&P500 지수가 이전 네 번의 베어마켓 랠리 때보다 더 높은 저점, 모멘텀, 시장의 폭, A/D라인(하루 중 고점과 저점에서 거래량을 종가와의 비율로 비교한 것) 등에서 기술적으로 더 나은 상황이라고 분석했습니다. LPL리서치는 또 "거시경제 조건도 작년보다 개선됐다"라면서 "작년 베어마켓 랠리가 사그라들 때는 급격한 금리 상승, 달러 강세가 있었지만, 지금은 금리 하락, 달러 하락이 나타나고 있다. 또 인플레이션도 정점을 치고 떨어지고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16일 런던에서 투자자 4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글로벌 전략 컨퍼런스를 개최했습니다. 그리고 그때 고객들을 상대로 벌인 설문 조사 결과를 정리해 발표했습니다.
① 2023년 미국의 경기 침체를 예상하는가?
=응답자의 57%가 침체를 내다봤습니다. 43%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월가 컨센서스인 침체 확률 65%보다는 낙관적입니다. ② 올해 말 근원 PCE 물가는 얼마로 떨어질까?
=응답자 57%가 3~4% 사이에 있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21%는 연말에도 4% 이상에 머물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위험은 상방으로 치우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③ Fed의 최종금리 예상은?
=응답자 3명 중 2명은 Fed가 추가로 50~75bp를 더 올릴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는 월가 컨센서스 60bp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23%는 금리가 5.25%를 넘을 수도 있다고 봤습니다. 위험은 역시 상방으로 치우친 것으로 제시됐습니다. ④ Fed는 언제 처음으로 금리를 인하할까?
=52%의 응답자가 2024년 상반기를 꼽았습니다. 단지 20%만이 올해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⑤ 2023년 글로벌 주식 시장의 수익률을 얼마로 보는가?
=46%가 한 자릿수대 수익률을 기대했습니다. 10~20%를 예상하는 투자자는 23%였습니다. 지난해 13%보다 더 많았습니다. 전반적으로 73%가 긍정적 수익률을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손실을 예상하는 투자자도 27%였습니다. ⑥ 2023년 어느 시장이 가장 유망한가?
=올해 아시아(일본 제외) 시장이 가장 수익률이 높을 것이라는 게 컨센서스입니다. 작년에 18%였는데, 올해는 48%에 달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MSCI 아시아태평양지수(일본 제외)가 20%나 하락한 데다 중국의 코로나 봉쇄 해제에 따른 부양 효과가 상당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투자자들은 유럽과 미국이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저조할 것으로 봤습니다. 18%만이 미국이 아웃퍼폼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작년 32%에서 급감한 것이죠. 골드만삭스는 지난 10년간과 다른 모습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지난해에는 유럽 주식의 상대적 수익률이 나을 것이란 견해(36%)가 많았지만, 올해는 20%에 불과했습니다. 유럽 증시는 이미 많이 올랐지요.
뉴욕=김현석 특파원
알파벳의 순다르 피차이 최고경영자(CEO)가 20일(미 현지시간) 회사 블로그에 띄운 글의 첫 부분입니다. 대략 6%의 인력을 정리해고하는 것입니다.
알파벳의 정리해고 소식은 전날 장 마감 뒤 발표된 넷플릭스의 4분기 순 가입자 776만 명 증가 소식과 함께 오늘 뉴욕 증시의 상승세를 이끌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알파벳의 인력 감축은 마진 압박에 대한 우려를 고려할 때 환영할만한 놀라움이다. 31억~52억 달러의 비용 절감을 추정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알파벳의 대규모 정리해고는 아마존(1만8000명), 마이크로소프트(1만 명), 메타(1만 명) 등에 이어 나왔습니다. 웨드부시의 댄 아이브스 기술담당 애널리스트는 "올해 단기적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이 앞으로 몇 년 동안의 다음 성장주기로 이어질 것이고 그게 시작되고 있다. 우리가 보기에 기술 기업들의 인력 감축은 이러한 주식을 안정화하기 위한 첫 번째 주요 단계"라고 밝혔습니다. 왜 돈을 많이 버는 기술 기업이 먼저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는 걸까요? 기술 기업은 성장을 목표로 지속해서 대규모 투자를 하는데, 만약 거시경제 상황이 나빠져 신중한 경영으로 전환하기로 한다면 가장 먼저 인력부터 줄이는 것입니다. 사실 1만 명이 해고하기로 했지만, 알파벳은 팬데믹 기간 엄청난 인력을 고용했습니다. 지난해 3분기에만 고용한 인원이 1만2000명을 넘습니다. 오늘 뉴욕타임스는 오픈AI의 챗GPT가 출시된 뒤 구글 내부가 뒤집혔다고 보도했습니다. 피차이는 블로그에서 "지금은 초점을 선명하게 하고, 비용 기반을 재설계하고, 인재와 자본을 최우선 순위로 이끄는 중요한 순간"이라고 썼습니다. 그는 "제품 전반에 걸쳐 AI를 통해 상당한 기회를 갖고 있으며 대담하고 책임감 있게 접근할 준비가 되어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뉴욕타임스는 "구글이 올해 챗봇 기능을 갖춘 검색 엔진 버전을 시범 출시하고 AI로 구동되는 20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공개할 계획"이라고 전했습니다. 넷플릭스는 8.46%, 알파벳은 5.34% 뛰었습니다. 테슬라도 4.91% 폭등하며 이들을 도왔습니다. 차량 가격 인하 이후 중국 독일 등에서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덕분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일론 머스크가 작년 4분기 부진했던 판매 대수 공개 직전에 주식 36억 달러어치를 팔았다'라는 기사를 띄웠지만 별 영향을 주진 못했습니다. 주요 지수는 0~0.5% 수준의 상승세로 출발한 뒤 지속해서 상승 폭을 확대했습니다.
경제 지표는 계속 실망스럽습니다. 미국 주택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존주택 판매는 12월에 전월 대비 1.5%, 전년 대비 34% 급락한 연율 402만 채를 기록했습니다. 1999년 집계를 시작한 뒤 가장 긴 11개월 연속 감소세입니다. 2022년 전체로 보면 503만 채가 매매되어 2021년에 비해 17.8% 줄었습니다. 2014년 이후 최저 수준입니다. 씨티그룹의 경제 서프라이즈 지수는 이번 주에 크게 하락했습니다. 월가에서는 최근 "나쁜 뉴스는 나쁜 뉴스"라는 말이 회자하고 있습니다. '나쁜 뉴스'가 Fed의 전환과 연착륙을 끌어낸다면 시장에는 '좋은 뉴스'가 될 수 있지만, Fed가 긴축을 고수한다면 침체를 예고하는 '나쁜 뉴스'일 뿐이라는 것이죠. 바클레이스는 "'나쁜 뉴스가 좋은 뉴스'라는 말은 이제 지나간 것 같다. 이건 전형적인 침체 교과서와 비슷하다. 투자자들은 소프트랜딩을 기다리다가 결국 주식을 팔고 채권을 산다"라고 말했습니다. JP모건은 "최근 주가는 나쁜 경제 뉴스를 무시하고 약한 데이터와 금리 하락을 재료로 상승했다”라며 "우리는 이런 관계가 지속할 것을 보지 않으며 기업들의 더 약한 가이던스가 주가에 하향 압력을 가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또 "중앙은행(Fed, ECB)의 매파적 발언 뉴스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어 경기 침체 가능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예상보다 더 일찍 침체를 일으킬 수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Fed 위원들은 긴축을 지속하겠다는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다만 2월 1일 끝나는 다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25bp 인상이 컨센서스로 굳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18일 "다음 회의에서 50bp 인상이 적절할 것"이라고 말해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던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총재와 함께 핵심 '매파'로 꼽히는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는 오늘 "다가오는 회의에서 25bp 인상을 선호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인플레이션에 진전이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이번 주 패트릭 하커 필라델리아 연은 총재와 수전 콜린스 보스턴 연은 총재,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 등이 명시적으로 25bp 인상을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오후 1시 30분 월러의 예정된 발언 직전 움츠렸던 시장은 이후 폭등세로 내달렸습니다. 결국, 다우는 1.0%, S&P500 지수는 1.89% 올랐고 나스닥은 2.66%나 급등했습니다. 그동안 2월 50bp 인상을 예상해온 뱅크오브아메리카와 씨티도 예상을 바꿨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얕은 경기 침체 가능성과 상품 분야의 디플레이션은 디스플레이션을 일으키고 있다"라며 Fed가 기준금리 인상 폭을 25bp로 낮출 것으로 예상을 수정했습니다. 3월, 5월에도 각각 25bp씩 인상해 최종금리가 5.25~5.5%에 달할 것이란 기존 예상을 유지하긴 했지만, "3월에 기준금리 인상을 끝낼 수도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씨티도 어제 "생산자물가 약세와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둔화 등은 Fed가 다음 회의에서 금리 인상 속도를 25bp로 늦추도록 하기에 충분할 것"이라며 50bp 인상 관측을 철회했습니다. 물론 월러 이사가 시장이 좋아할 만한 얘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그는 "최근 소비자물가(CPI) 보고서가 희소식이지만 여전히 인플레이션 전망에 대해 신중하다. 위험관리 차원에서 지속적 긴축을 지지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75bp 추가 인상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또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는 인플레이션이 녹아버릴 것이란 매우 낙관적 생각에 기반한다. 인플레이션은 기적적으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Fed는 인플레가 녹아버릴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라면서 "인플레이션이 다시 올라간다면 금리 인상도 중단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금리 인상을 멈추려면 물가 하락의 증거가 3개월이 아닌 6개월 정도가 필요할 것"이라며 올해 여름이 지날 때까지 인플레이션이 어떻게 되는지 지켜보며 기다릴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Fed 위원들이 전반적으로는 매파적 입장을 고수하면서 오늘 뉴욕 채권시장에서 금리는 급등했습니다. 월러 이사의 발언이 있던 오후 1시 이후 상승 폭이 조금 줄었지만 그래도 큰 폭으로 올랐습니다. 미 국채 10년물은 오후 4시 40분께 8bp 오른 3.480%를 기록했습니다. 같은 시간 2년물도 5.9bp 상승한 4.198%에 거래됐습니다. 전날 레이얼 브레이너드 부의장이 예상보다 비둘기파적인 발언(1970년대 스타일의 임금 주도 나선형 물가 상승을 겪고 있지 않다)을 내놓았지만, 어제 저녁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은행 총재는 보통 때보다 매파적으로 나오면서 그 효과가 상쇄됐습니다. 윌리엄스 총재는 "여전히 높은 물가를 잡기 위해서는 할 일이 더 많다는 게 분명하다. 작업이 완료될 때까지 경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밝혔습니다. 또 "Fed는 여전히 근원 인플레이션에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여전히 노동에 대한 많은 수요를 보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월러 이사나 윌리엄스 총재처럼 인플레이션이 어느 시점에 다시 올라갈 수 있다는 우려는 상당합니다. 오늘 유럽중앙은행(ECB)의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는 다보스포럼에서 "중국의 정책 변화(코로나 봉쇄 해제)는 세계 경제에 긍정적이겠지만 더 많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세계 2위 국부펀드인 노르웨이 국부펀드의 니콜라이 탕옌 CEO도 "올해 가장 큰 불확실성은 중국 경제가 회복되면 글로벌 물가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여부"라면서 "그것은 인플레이션이 될 수 있고, 인플레이션의 재가속을 볼 수 있는 위험이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모건스탠리 투자자문의 리사 샬럿 최고투자책임자는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이르렀고 관리 가능한 범위로 하락하고 있다는 데 동의한다"라면서도 "이게 Fed가 승리했음을 뜻하진 않으며 최근 투자자 열광은 시기상조일 수 있다"라며 세 가지 위험을 제기했습니다. 첫 번째가 에너지비용이 다시 오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중국 경제 재개와 세계 성장 회복 등으로 유가와 천연가스가 반등할 것으로 예상한다는 겁니다. 두 번째, 미국의 수입 가격이 계속 오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달러 강세가 꺾이면서 내림세가 뒤집힐 수 있다는 것이죠. 실제 12월 수입물가는 예상보다 높은 3.5% 상승했습니다. 세 번째로는 제롬 파월 의장이 걱정하는 서비스 인플레이션이 지속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노동력 부족과 강력한 주거비 상승세, 의료비 상승 등이 결합해 물가 하락세가 느려질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실제 인플레이션 스와프 시장에서는 이번 주 올해 초 인플레이션 기대가 조금 높아졌습니다. 우선 1월 들어 미국의 휘발유 가격이 7.1% 올랐습니다. 오늘 유가는 서부텍사스원유(WTI)가 배럴당 81달러를 웃돌며 11월 이후 최고치로 한 주를 마감했습니다. 또 중고차 가격을 나타내는 만하임 중고차 지수가 두 달째 월간 상승세를 이어갔습니다. 온라인 부동산 중개업체 질로우가 집계하는 신규 렌트(월세)도 12월 전월보다 0.1% 올라 상승률이 다시 높아졌습니다.
어닝시즌은 상승 모멘텀이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도 4분기 이익은 전년 대비 급감했고 월가 예상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광고요금제 출시로 인해 가입자가 766만 명이나 순증한 게 주가 상승을 이끌었지요. 오늘도 유전서비스회사인 슐럼버거는 매출이 27% 증가해 크게 올랐지만, 전날 밤 실적을 공개한 노드스트롬의 경우 순 매출이 3.5% 감소했습니다. 연간 매출 증가율도 이전에 제시했던 5~7% 하단이 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팩트셋에 따르면 현재까지 S&P500 기업 중 11%(55개)가 4분기 결과를 공개한 가운데, 67%가 주당순이익(EPS)에서 월가 추정치를 넘었습니다. 이는 지난 5년 평균 77%, 10년 평균 73%보다 낮습니다. 또 이들 기업은 평균 추정치보다 3.3% 높은 EPS를 보고했는데, 이것도 5년 평균 8.6%, 10년 평균 6.4%에 미치지 못합니다. 매출도 마찬가지입니다. 64%가 추정치보다 많은 매출을 올렸는데, 이는 5년 평균 69%보다는 적지만 10년 평균 63%와 비슷합니다. 게다가 이들의 매출은 추정치보다 0.3% 많은 데 불과합니다. 이는 5년 평균 1.9%, 10년 평균 1.3%보다 낮습니다. 다음주에는 마이크로소프트와 테슬라, 인텔, IBM, 보잉, 비자 등 93개의 S&P500 기업(12개의 다우 기업 포함)이 4분기 실적을 보고할 예정입니다. 경제 지표 발표도 이어집니다. Fed가 주시하는 12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가 발표되며 4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내구재 주문,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 등이 나옵니다. S&P글로벌이 발표하는 제조업,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공개됩니다. Fed 위원들은 1월 31일 개막되는 FOMC를 앞두고 블랙아웃(침묵) 기간에 들어갑니다. BNY멜론 투자운용의 레오 그로하우스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Fed가 블랙아웃 기간에 있기 때문에 다음 한 주 동안 기업 실적 발표에 더 집중하게 될 것이고 더 큰 시장 반응을 보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S&P500 지수는 오늘 3972.61로 거래를 마쳐 50일 이동평균선(3925)을 넘었고 200일 이동평균선(3971) 바로 위에 멈춰 섰습니다.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는 "S&P500 지수가 200일 이동평균선을 바로 근처에서 돌파를 타진하고 있고 변동성 지수(VIX)는 20 안팎에서 오락가락하고 있다"라며 "이런 상황은 작년 1월 3일 고점을 찍은 뒤 이번이 다섯 번째"라고 밝혔습니다. 지금까지 네 번은 베어마켓 랠리가 정점을 치고 꺾이는 시점에 그런 일이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LPL리서치는 S&P500 지수가 이전 네 번의 베어마켓 랠리 때보다 더 높은 저점, 모멘텀, 시장의 폭, A/D라인(하루 중 고점과 저점에서 거래량을 종가와의 비율로 비교한 것) 등에서 기술적으로 더 나은 상황이라고 분석했습니다. LPL리서치는 또 "거시경제 조건도 작년보다 개선됐다"라면서 "작년 베어마켓 랠리가 사그라들 때는 급격한 금리 상승, 달러 강세가 있었지만, 지금은 금리 하락, 달러 하락이 나타나고 있다. 또 인플레이션도 정점을 치고 떨어지고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16일 런던에서 투자자 4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글로벌 전략 컨퍼런스를 개최했습니다. 그리고 그때 고객들을 상대로 벌인 설문 조사 결과를 정리해 발표했습니다.
① 2023년 미국의 경기 침체를 예상하는가?
=응답자의 57%가 침체를 내다봤습니다. 43%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월가 컨센서스인 침체 확률 65%보다는 낙관적입니다. ② 올해 말 근원 PCE 물가는 얼마로 떨어질까?
=응답자 57%가 3~4% 사이에 있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21%는 연말에도 4% 이상에 머물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위험은 상방으로 치우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③ Fed의 최종금리 예상은?
=응답자 3명 중 2명은 Fed가 추가로 50~75bp를 더 올릴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는 월가 컨센서스 60bp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23%는 금리가 5.25%를 넘을 수도 있다고 봤습니다. 위험은 역시 상방으로 치우친 것으로 제시됐습니다. ④ Fed는 언제 처음으로 금리를 인하할까?
=52%의 응답자가 2024년 상반기를 꼽았습니다. 단지 20%만이 올해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⑤ 2023년 글로벌 주식 시장의 수익률을 얼마로 보는가?
=46%가 한 자릿수대 수익률을 기대했습니다. 10~20%를 예상하는 투자자는 23%였습니다. 지난해 13%보다 더 많았습니다. 전반적으로 73%가 긍정적 수익률을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손실을 예상하는 투자자도 27%였습니다. ⑥ 2023년 어느 시장이 가장 유망한가?
=올해 아시아(일본 제외) 시장이 가장 수익률이 높을 것이라는 게 컨센서스입니다. 작년에 18%였는데, 올해는 48%에 달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MSCI 아시아태평양지수(일본 제외)가 20%나 하락한 데다 중국의 코로나 봉쇄 해제에 따른 부양 효과가 상당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투자자들은 유럽과 미국이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저조할 것으로 봤습니다. 18%만이 미국이 아웃퍼폼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작년 32%에서 급감한 것이죠. 골드만삭스는 지난 10년간과 다른 모습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지난해에는 유럽 주식의 상대적 수익률이 나을 것이란 견해(36%)가 많았지만, 올해는 20%에 불과했습니다. 유럽 증시는 이미 많이 올랐지요.
뉴욕=김현석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