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임금 둔화+기업 실적 굿…파월이 뭔 말해도 폭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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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중앙은행(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31일(미 동부시간) 첫날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전날 하락에 이어 오늘 새벽 뉴욕 증시의 주가지수 선물은 상당 폭 내리고 있었습니다. 그만큼 경계감이 컸죠. 수요일 오후 2시(한국시각 2일 새벽 4시) FOMC 회의 결과 발표뿐 아니라 목요일 장 마감 이후 애플의 실적 발표, 금요일 아침 1월 고용보고서 발표 등 빅이벤트가 줄줄이 이어지니까요.
게다가 유럽에서 나온 인플레이션 지표가 경계감을 높였습니다. 어제 스페인의 1월 소비자물가(CPI) 잠정치가 1년 전보다 5.8% 오른 것으로 집계되어 12월(5.7%)보다 반등한 데 이어 오늘 프랑스의 1월 CPI도 더 높게 나왔습니다. 1년 전보다 6.0% 올라 12월 5.9%보다 높았고요. 전월 대비로도 0.4% 상승해 12월(-0.1%)보다 크게 오른 것입니다. 스페인은 전월에 비해선 마이너스를 유지했었지요. 이는 정부의 천연가스 가격 상한제 완화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 영향이 컸습니다. ING는 "인플레이션에 연동된 최저임금 등이 인상되고 있고 교통비 상승도 예정되어 있다. 에너지 가격을 넘어 근원 인플레이션이 향후 몇 개월 동안 계속 인상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오안다는 "유럽중앙은행(ECB)은 이번 주 목요일 기준금리 50bp 인상을 추진하는 데 별 어려움을 겪지 않을 것이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진다면 3월 회의에서도 공격적 태도를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오늘 독일의 1월 CPI는 발표될 예정이었으나 기술적 문제로 한주 미뤄졌습니다. 하지만 오전 8시 30분 이런 모든 걱정을 잊게 만드는 수치가 하나 나왔습니다. 바로 4분기 고용비용지수(ECI)였습니다. 전 분기 대비 1.0% 상승해 예상 1.1%, 전분기 1.2%보다 더 낮게 집계된 것입니다. 임금 및 급여(Wages and salaries)는 0.3%포인트 하락한 1.0% 증가했으며, 복지혜택(Benefits) 비용은 0.2%포인트 낮아진 0.8% 증가에 그쳤습니다. 특히 핵심인 민간 분야(인센티브 직종 제외)의 임금 및 급여만 따지면 전분기보다 감소했습니다. 업종별로 따져도 지난 분기에 비해 가장 수요가 많은 산업(간호 및 가정 의료 종사자, 운송 및 트럭 운송, 소매업)에서도 근로자 보상이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플레이션 압력의 온상인 서비스 직종 임금은 작년 첫 3개 분기 동안 평균 8%가량 올랐지만 4분기에는 4.8%로 둔화하였습니다. 물론 분기당 1%는 여전히 높은 수치입니다. 1%를 넘은 적은 팬데믹 이후를 제외하면 2001, 2003, 2005, 2007년 밖에 없습니다. 4분기까지 6개 분기 연속 최소 1% 상승했는데, 1996년 데이터를 집계하기 시작한 뒤 최장 기록입니다. 그러나 1%는 팬데믹 이후만 따지면 2021년 2분기 이후 최저입니다. 3개 분기 연속으로 상승세가 둔화하면서 하락 방향이 확고해 지고 있습니다. 언리미티드펀드의 밥 엘리엇 최고투자책임자(CIO)는 "ECI는 임금 둔화 추세를 확인해줬다. 분기 수치를 연율로 따지면 4% 정도인데, 이는 팬데믹 이전 추세보다는 높지만 떨어지고 있는 데다 Fed 목표에서 멀지 않은 수준"이라고 말했습니다. 판테온이코노믹스는 "임금 상승 둔화는 현실적이고 날카롭다. 임금의 나선형 상승의 위험에 대한 제롬 파월 의장의 두려움은 더는 현실적이지 않다. 우리는 Fed가 3월에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확률을 60%에서 70%로 높인다"라고 밝혔습니다. 찰스 슈왑의 캐시 존스 채권 전략가는 "ECI는 임금 압력이 추가로 둔화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여전히 팬데믹 이전보다 높지만, 추세로 돌아가고 있다. Fed는 이 지표를 고려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맞습니다. 오늘 회의를 시작한 Fed 위원들은 이 지표를 고려할 것입니다. 빡빡한 노동시장과 이에 따른 임금 상승 압박은 인플레이션을 풀 마지막 퍼즐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ECI는 구성요소 변화를 통제하기 때문에 고용보고서의 시간당 임금 변화보다 선호되는 노동비용 지표입니다. 레이얼 브레이너드 부의장은 지난 19일 "임금 상승이 둔화하고 있다는 잠정적 징후가 있다. 이달 말 ECI가 3분기에서 4분기로 이어지면서 내림세를 보일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임금 상승률이 둔화하면 파월 의장이 지켜보는 '주거비를 제외한 서비스 인플레이션'도 하락할 것입니다. 오늘 페이팔이 전체 인력의 7%인 2000명을 해고하기로 하고 컨텍스트로직(17%), 넷앱(8%), 허브스팟(7%) 등이 정리해고를 발표한 것도 인플레이션에 좋은 소식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오늘 발표된 S&P코어로직 케이스-실러 11월 주택가격지수는 전월보다 0.6%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5개월 연속 내림세로 그동안 3.6% 내렸습니다. 전년 대비로는 여전히 7.7% 올랐지만, 전월(9.2%)보다 상승 폭은 계속 떨어지고 있습니다. 주거비 인플레이션도 둔화는 시간문제이지요.
ECI는 FOMC 발표를 앞두고 관망하던 투자자에게 자신감을 줬습니다. 매크로컴패스의 알폰소 페카티엘로 설립자는 "ECI가 2021년 2분기 이후 가장 낮게 나온 것은 고용 속도 둔화, 임금 상승률 둔화, 근원 인플레이션 둔화를 명백히 가리킨다"라며 "시장은 이미 자신들이 원하는 Fed 전환을 얻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파월은 25bp로 금리 인상 속도를 낮춘 뒤 '더 높은 금리를 더 오랫동안 지속하겠다'라고 시장을 설득하려 할 텐데, 시장의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s)을 누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CNBC의 스티브 리스먼 선임 기자는 "파월 의장이 어떤 얘기를 해도 주식 시장은 오를 준비가 된 것 같다. 파월은 향후 경로에 대해 말을 아껴야 할 듯하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블룸버그는 3월 FOMC가 마지막으로 금리를 올리는 회의가 되리라 추정했습니다. Fed의 매파인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가 제시한 타임라인을 기반으로 계산한 것입니다. 월러는 지난 20일 "금리 인상을 중단하려면 위험 관리 측면에서 (인플레이션이 둔화한다는) 3개월이 아니라 6개월 데이터가 필요하다”라고 밝혔습니다. 블룸버그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는 연율 기준으로 작년 10~12월 3개월 동안 2.2%에 머물렀다"라면서 "이런 추세가 3개월 더 지속한다면 1~3월 데이터를 손에 쥐게될 5월 2~3일 FOMC에서는 금리 인상을 중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뉴욕 채권시장의 국채 금리는 하락했습니다. 기준금리를 좇는 2년물 수익률은 ECI 발표 직후 전날과 비슷한 4.249%에 거래되다가 수치가 나오자 순간 4.195%까지 떨어졌습니다. 오후 4시께 2년물은 3.7bp 내린 4.216%에 거래됐고, 10년물은 1.9bp 내린 3.519%를 기록했습니다.
주가지수 선물도 플러스로 전환했고, 주요 지수는 오전 9시 30분 0.1~0.3% 수준의 소폭 상승세로 출발했습니다. 시간이 흐르자 물가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야성적 충동'이 살아나기 시작했습니다. 상승 폭은 커졌고, 장 막판 월말 매수세(MOC buy)까지 가세했습니다. 결국, 다우는 1.09%, S&P500 지수는 1.46% 올랐고 나스닥은 1.67% 상승했습니다. 예상보다 탄탄한 기업 실적 발표도 상승세를 지원했습니다. 오늘은 S&P500 시가총액의 6.8%를 차지하는 30개 기업이 실적을 공개하는 매우 바쁜 날이었습니다. 아침부터 맥도널드(EPS 2.59달러 vs 예상 2.45달러) GM(2.12달러 vs 1.69달러) 엑슨모빌(3.40달러 vs 3.29달러) UPS(3.62달러 vs 3.58달러) 화이자(1.14달러 vs 1.05달러) 등 괜찮은 성적표를 공개했습니다. 물론 캐터필러(3.86달러 vs 4.06달러)와 스포티파이(-1.40유로 vs -1.27유로) 등은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등 어닝시즌은 혼조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스포티파이의 경우 유료 구독자 수가 전년 대비 14% 늘어난 2억500만 명을 기록하면서 주가는 크게 올랐지만요. 장 마감 뒤 실적을 발표한 AMD는 매출 56억 달러, EPS 0.69달러로 예상(55억 달러, 0.67달러)을 넘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분기 매출은 1년 전보다 10% 감소한 53억 달러에 그칠 것으로 봤습니다. 또 스냅은 EPS는 0.14달러로 예상 0.11달러보다 많았지만, 올해 매출이 작년보다 2~10% 감소할 것이라고 제시해 시간 외 거래에서 급락하고 있습니다.
바이탈 날리지는 "우리는 계속해서 기업 실적 전망에 대해 점점 더 고무되고 있다. 기업들은 희망적인 가이던스를 제공하고 있다. 매출 둔화는 부분적으로 비용 절감과 공급망 정상화, 달러 약세, 재고 정리 등으로 인해 상쇄되고 있다. 캐터필러와 GM, NXP반도체 UPS 월풀 등은 시장에서 생각하던 것보다 더 탄력적인 실적 환경을 가리키고 있다. 2023년이 붐의 해가 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생각보다는 실적이) 더 안정적인 단계가 될 것이란 걸 보여준다"라고 밝혔습니다.
월풀이 대표적입니다. 4분기 매출이 49억 2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5.3% 감소하고 EPS는 3.89달러로 1년 전 6.14달러보다 크게 줄었습니다. 월가 예상(3.43달러)보다는 많았지만요. 그러나 가이던스를 통해 올해 EPS가 16~18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월가 추정(15.99달러)을 넘습니다. 마크 비처 최고경영자(CEO)는 "새로운 비용(절감) 구조를 갖췄고 올 하반기에 수요 회복을 예상한다"라고 내다봤습니다. 하반기에 수요가 회복될지가 관건이겠지요.
내일 장세는 FOMC에 좌우될 것입니다. 과연 파월 의장은 어떤 발언을 하고 시장은 어떻게 움직일까요?
모건스탠리 자산운용의 짐 캐론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Fed가 25bp를 올리겠지만, 주가 상승이나 신용 스프레드 축소로 금융여건이 완화되는 걸 원하지 않기 때문에 금리 인상 주기를 끝내지 않을 것이란 메시지를 전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그는 FOMC에서 꼭 지켜봐야 할 포인트를 세 가지로 꼽았습니다.
① Fed가 고려 중인 게 긴축 주기 종료(stop)인가 아니면 일시 중지(pause)인가?
=Fed가 이번에 25bp를 인상한다고 해서 금리 인상 주기가 종료되는 것은 아니며, 일시 중시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다가오는 긴축의 끝을 어떤 식으로 할 것인지 Fed는 선택해야 할 것이며, 종료와 일시 중지는 매우 다른 것이다. 금리 인상 주기를 종료(stop)한다는 것은 인플레이션 목표를 달성했으며 이제 금리 인하를 고려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뜻이다. 시장은 매우 낙관적일 것이다. 일시 중지(pause)의 경우 관망하면서 지켜보자는 것으로 인플레이션이 고정되지 않는다면 다시 금리 인상을 시작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덜 위험자산 친화적이며, 계속해서 인플레이션 지표를 지켜봐야 한다.
② 최종금리 예측(5.1%)에 변화가 있나?
=Fed는 지난 12월 점도표를 통해 최종금리로 5.1%를 제시했다. 이번엔 점도표를 발표하는 회의가 아니다. 성명서와 기자회견만 한다. 캐나다 중앙은행은 이미 긴축주기를 종료한다는 신호를 보냈고, 시장 일부에서는 Fed도 같은 조치를 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시장은 현재 최종금리를 4.75~5%로 책정하고 있다. 비둘기파적 놀라움은 Fed가 인상 주기 종료 혹은 추가 한 번의 금리 인상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3월 회의가 여전히 '살아있는(Live) 회의지만 데이터에 의존하겠다"라고 밝히는 식이 될 것이다. 반면 매파적 놀라움은 Fed가 이번에 50bp 인상하거나 5.1% 최종금리가 여전히 살아있고 유효하다고 밝히는 것이다. 한가지 지켜볼 건 Fed가 금리 인상 주기를 예상보다 일찍 종료하는 대신 금리를 더 높게 더 오랫동안 유지하는 방식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정치적 압력에 의한 선택으로 절충안이 될 수 있다.
③ Fed가 인플레이션이 2%까지 내려가 지속해서 머물 것이란 충분한 증거를 보고 있나?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닉 티미라오스 기자의 기사에 따르면 Fed는 낮은 실업률 등을 강조할 수 있다. 이는 총수요가 여전히 너무 많고 더 많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다른 한편으로 Fed는 둔화하는 임금 인상률, 정리해고 추이, 4분기 GDP 데이터의 약한 소비와 소매판매, 주택시장 등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 이는 충분한 긴축 조치를 취했고 조만간 금리 인상 사이클을 끝내기를 원한다는 뜻이다. 이런 모든 요인을 모두 논의하고 언급한다면 Fed는 어느 쪽으로든 신호를 보내지 않으려는 것일 수 있다.
캐론 매니저는 이번 FOMC에서 6개의 와일드카드, 즉 3가지 비둘기파적 놀라움과 3개의 매파적 놀라움이 있을 수 있다고 봤습니다.
비둘기파적 놀라움은 ▲과도한 실업이 발생할 수 있다는 걱정을 하는 것 ▲재고나 상품 가격 하락이 견조하게 이어지고 있다고 밝히는 것 ▲올해 경제 성장이 잠재성장률 추세 아래로 지나치게 떨어질 위험에 대해 언급하는 것 등입니다. 이는 모두 긴축 주기가 곧 끝날 것이란 걸 암시하는 발언입니다.
매파적 놀라움은 ▲지나치게 긴축할 위험이 덜 긴축할 위험보다 낫다고 밝히는 것 ▲인플레이션 통제를 위해 금리를 (중립금리를) 초과해 높이는 게 비용편익 분석에서 장기적으로 더 낫다고 발언하는 것 ▲인플레이션이 계속 하락할 것이란 충분한 증거를 아직 보지 못했다고 밝히는 것입니다. 대부분 과거 파월 의장이 한 말이지만, 시장이 긴축의 끝이 가까워졌다고 믿는 지금 다시 한번 강조한다면, 시장의 최종금리 예상치는 5~5.25%로 올라갈 수 있다고 봤습니다.
S&P500지수는 1월 한 달간 6.18% 올랐습니다. 다우와 나스닥은 각각 2.83%, 10.49% 상승했습니다. 카슨 그룹의 라이언 데트릭 전략가에 따르면 1954년 이후 이전해 S&P500지수가 하락하고 이듬해 1월에 주가가 5% 이상 오른 다섯 번의 사례를 보면 그해 지수는 평균 30% 올랐습니다. 하지만 높은 주가 밸류에이션은 추가 상승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주가가 비싸지면서 주식의 위험보상 프리미엄은 2007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까지 하락한 상황입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게다가 유럽에서 나온 인플레이션 지표가 경계감을 높였습니다. 어제 스페인의 1월 소비자물가(CPI) 잠정치가 1년 전보다 5.8% 오른 것으로 집계되어 12월(5.7%)보다 반등한 데 이어 오늘 프랑스의 1월 CPI도 더 높게 나왔습니다. 1년 전보다 6.0% 올라 12월 5.9%보다 높았고요. 전월 대비로도 0.4% 상승해 12월(-0.1%)보다 크게 오른 것입니다. 스페인은 전월에 비해선 마이너스를 유지했었지요. 이는 정부의 천연가스 가격 상한제 완화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 영향이 컸습니다. ING는 "인플레이션에 연동된 최저임금 등이 인상되고 있고 교통비 상승도 예정되어 있다. 에너지 가격을 넘어 근원 인플레이션이 향후 몇 개월 동안 계속 인상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오안다는 "유럽중앙은행(ECB)은 이번 주 목요일 기준금리 50bp 인상을 추진하는 데 별 어려움을 겪지 않을 것이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진다면 3월 회의에서도 공격적 태도를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오늘 독일의 1월 CPI는 발표될 예정이었으나 기술적 문제로 한주 미뤄졌습니다. 하지만 오전 8시 30분 이런 모든 걱정을 잊게 만드는 수치가 하나 나왔습니다. 바로 4분기 고용비용지수(ECI)였습니다. 전 분기 대비 1.0% 상승해 예상 1.1%, 전분기 1.2%보다 더 낮게 집계된 것입니다. 임금 및 급여(Wages and salaries)는 0.3%포인트 하락한 1.0% 증가했으며, 복지혜택(Benefits) 비용은 0.2%포인트 낮아진 0.8% 증가에 그쳤습니다. 특히 핵심인 민간 분야(인센티브 직종 제외)의 임금 및 급여만 따지면 전분기보다 감소했습니다. 업종별로 따져도 지난 분기에 비해 가장 수요가 많은 산업(간호 및 가정 의료 종사자, 운송 및 트럭 운송, 소매업)에서도 근로자 보상이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플레이션 압력의 온상인 서비스 직종 임금은 작년 첫 3개 분기 동안 평균 8%가량 올랐지만 4분기에는 4.8%로 둔화하였습니다. 물론 분기당 1%는 여전히 높은 수치입니다. 1%를 넘은 적은 팬데믹 이후를 제외하면 2001, 2003, 2005, 2007년 밖에 없습니다. 4분기까지 6개 분기 연속 최소 1% 상승했는데, 1996년 데이터를 집계하기 시작한 뒤 최장 기록입니다. 그러나 1%는 팬데믹 이후만 따지면 2021년 2분기 이후 최저입니다. 3개 분기 연속으로 상승세가 둔화하면서 하락 방향이 확고해 지고 있습니다. 언리미티드펀드의 밥 엘리엇 최고투자책임자(CIO)는 "ECI는 임금 둔화 추세를 확인해줬다. 분기 수치를 연율로 따지면 4% 정도인데, 이는 팬데믹 이전 추세보다는 높지만 떨어지고 있는 데다 Fed 목표에서 멀지 않은 수준"이라고 말했습니다. 판테온이코노믹스는 "임금 상승 둔화는 현실적이고 날카롭다. 임금의 나선형 상승의 위험에 대한 제롬 파월 의장의 두려움은 더는 현실적이지 않다. 우리는 Fed가 3월에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확률을 60%에서 70%로 높인다"라고 밝혔습니다. 찰스 슈왑의 캐시 존스 채권 전략가는 "ECI는 임금 압력이 추가로 둔화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여전히 팬데믹 이전보다 높지만, 추세로 돌아가고 있다. Fed는 이 지표를 고려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맞습니다. 오늘 회의를 시작한 Fed 위원들은 이 지표를 고려할 것입니다. 빡빡한 노동시장과 이에 따른 임금 상승 압박은 인플레이션을 풀 마지막 퍼즐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ECI는 구성요소 변화를 통제하기 때문에 고용보고서의 시간당 임금 변화보다 선호되는 노동비용 지표입니다. 레이얼 브레이너드 부의장은 지난 19일 "임금 상승이 둔화하고 있다는 잠정적 징후가 있다. 이달 말 ECI가 3분기에서 4분기로 이어지면서 내림세를 보일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임금 상승률이 둔화하면 파월 의장이 지켜보는 '주거비를 제외한 서비스 인플레이션'도 하락할 것입니다. 오늘 페이팔이 전체 인력의 7%인 2000명을 해고하기로 하고 컨텍스트로직(17%), 넷앱(8%), 허브스팟(7%) 등이 정리해고를 발표한 것도 인플레이션에 좋은 소식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오늘 발표된 S&P코어로직 케이스-실러 11월 주택가격지수는 전월보다 0.6%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5개월 연속 내림세로 그동안 3.6% 내렸습니다. 전년 대비로는 여전히 7.7% 올랐지만, 전월(9.2%)보다 상승 폭은 계속 떨어지고 있습니다. 주거비 인플레이션도 둔화는 시간문제이지요.
ECI는 FOMC 발표를 앞두고 관망하던 투자자에게 자신감을 줬습니다. 매크로컴패스의 알폰소 페카티엘로 설립자는 "ECI가 2021년 2분기 이후 가장 낮게 나온 것은 고용 속도 둔화, 임금 상승률 둔화, 근원 인플레이션 둔화를 명백히 가리킨다"라며 "시장은 이미 자신들이 원하는 Fed 전환을 얻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파월은 25bp로 금리 인상 속도를 낮춘 뒤 '더 높은 금리를 더 오랫동안 지속하겠다'라고 시장을 설득하려 할 텐데, 시장의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s)을 누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CNBC의 스티브 리스먼 선임 기자는 "파월 의장이 어떤 얘기를 해도 주식 시장은 오를 준비가 된 것 같다. 파월은 향후 경로에 대해 말을 아껴야 할 듯하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블룸버그는 3월 FOMC가 마지막으로 금리를 올리는 회의가 되리라 추정했습니다. Fed의 매파인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가 제시한 타임라인을 기반으로 계산한 것입니다. 월러는 지난 20일 "금리 인상을 중단하려면 위험 관리 측면에서 (인플레이션이 둔화한다는) 3개월이 아니라 6개월 데이터가 필요하다”라고 밝혔습니다. 블룸버그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는 연율 기준으로 작년 10~12월 3개월 동안 2.2%에 머물렀다"라면서 "이런 추세가 3개월 더 지속한다면 1~3월 데이터를 손에 쥐게될 5월 2~3일 FOMC에서는 금리 인상을 중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뉴욕 채권시장의 국채 금리는 하락했습니다. 기준금리를 좇는 2년물 수익률은 ECI 발표 직후 전날과 비슷한 4.249%에 거래되다가 수치가 나오자 순간 4.195%까지 떨어졌습니다. 오후 4시께 2년물은 3.7bp 내린 4.216%에 거래됐고, 10년물은 1.9bp 내린 3.519%를 기록했습니다.
주가지수 선물도 플러스로 전환했고, 주요 지수는 오전 9시 30분 0.1~0.3% 수준의 소폭 상승세로 출발했습니다. 시간이 흐르자 물가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야성적 충동'이 살아나기 시작했습니다. 상승 폭은 커졌고, 장 막판 월말 매수세(MOC buy)까지 가세했습니다. 결국, 다우는 1.09%, S&P500 지수는 1.46% 올랐고 나스닥은 1.67% 상승했습니다. 예상보다 탄탄한 기업 실적 발표도 상승세를 지원했습니다. 오늘은 S&P500 시가총액의 6.8%를 차지하는 30개 기업이 실적을 공개하는 매우 바쁜 날이었습니다. 아침부터 맥도널드(EPS 2.59달러 vs 예상 2.45달러) GM(2.12달러 vs 1.69달러) 엑슨모빌(3.40달러 vs 3.29달러) UPS(3.62달러 vs 3.58달러) 화이자(1.14달러 vs 1.05달러) 등 괜찮은 성적표를 공개했습니다. 물론 캐터필러(3.86달러 vs 4.06달러)와 스포티파이(-1.40유로 vs -1.27유로) 등은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등 어닝시즌은 혼조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스포티파이의 경우 유료 구독자 수가 전년 대비 14% 늘어난 2억500만 명을 기록하면서 주가는 크게 올랐지만요. 장 마감 뒤 실적을 발표한 AMD는 매출 56억 달러, EPS 0.69달러로 예상(55억 달러, 0.67달러)을 넘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분기 매출은 1년 전보다 10% 감소한 53억 달러에 그칠 것으로 봤습니다. 또 스냅은 EPS는 0.14달러로 예상 0.11달러보다 많았지만, 올해 매출이 작년보다 2~10% 감소할 것이라고 제시해 시간 외 거래에서 급락하고 있습니다.
바이탈 날리지는 "우리는 계속해서 기업 실적 전망에 대해 점점 더 고무되고 있다. 기업들은 희망적인 가이던스를 제공하고 있다. 매출 둔화는 부분적으로 비용 절감과 공급망 정상화, 달러 약세, 재고 정리 등으로 인해 상쇄되고 있다. 캐터필러와 GM, NXP반도체 UPS 월풀 등은 시장에서 생각하던 것보다 더 탄력적인 실적 환경을 가리키고 있다. 2023년이 붐의 해가 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생각보다는 실적이) 더 안정적인 단계가 될 것이란 걸 보여준다"라고 밝혔습니다.
월풀이 대표적입니다. 4분기 매출이 49억 2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5.3% 감소하고 EPS는 3.89달러로 1년 전 6.14달러보다 크게 줄었습니다. 월가 예상(3.43달러)보다는 많았지만요. 그러나 가이던스를 통해 올해 EPS가 16~18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월가 추정(15.99달러)을 넘습니다. 마크 비처 최고경영자(CEO)는 "새로운 비용(절감) 구조를 갖췄고 올 하반기에 수요 회복을 예상한다"라고 내다봤습니다. 하반기에 수요가 회복될지가 관건이겠지요.
내일 장세는 FOMC에 좌우될 것입니다. 과연 파월 의장은 어떤 발언을 하고 시장은 어떻게 움직일까요?
모건스탠리 자산운용의 짐 캐론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Fed가 25bp를 올리겠지만, 주가 상승이나 신용 스프레드 축소로 금융여건이 완화되는 걸 원하지 않기 때문에 금리 인상 주기를 끝내지 않을 것이란 메시지를 전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그는 FOMC에서 꼭 지켜봐야 할 포인트를 세 가지로 꼽았습니다.
① Fed가 고려 중인 게 긴축 주기 종료(stop)인가 아니면 일시 중지(pause)인가?
=Fed가 이번에 25bp를 인상한다고 해서 금리 인상 주기가 종료되는 것은 아니며, 일시 중시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다가오는 긴축의 끝을 어떤 식으로 할 것인지 Fed는 선택해야 할 것이며, 종료와 일시 중지는 매우 다른 것이다. 금리 인상 주기를 종료(stop)한다는 것은 인플레이션 목표를 달성했으며 이제 금리 인하를 고려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뜻이다. 시장은 매우 낙관적일 것이다. 일시 중지(pause)의 경우 관망하면서 지켜보자는 것으로 인플레이션이 고정되지 않는다면 다시 금리 인상을 시작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덜 위험자산 친화적이며, 계속해서 인플레이션 지표를 지켜봐야 한다.
② 최종금리 예측(5.1%)에 변화가 있나?
=Fed는 지난 12월 점도표를 통해 최종금리로 5.1%를 제시했다. 이번엔 점도표를 발표하는 회의가 아니다. 성명서와 기자회견만 한다. 캐나다 중앙은행은 이미 긴축주기를 종료한다는 신호를 보냈고, 시장 일부에서는 Fed도 같은 조치를 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시장은 현재 최종금리를 4.75~5%로 책정하고 있다. 비둘기파적 놀라움은 Fed가 인상 주기 종료 혹은 추가 한 번의 금리 인상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3월 회의가 여전히 '살아있는(Live) 회의지만 데이터에 의존하겠다"라고 밝히는 식이 될 것이다. 반면 매파적 놀라움은 Fed가 이번에 50bp 인상하거나 5.1% 최종금리가 여전히 살아있고 유효하다고 밝히는 것이다. 한가지 지켜볼 건 Fed가 금리 인상 주기를 예상보다 일찍 종료하는 대신 금리를 더 높게 더 오랫동안 유지하는 방식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정치적 압력에 의한 선택으로 절충안이 될 수 있다.
③ Fed가 인플레이션이 2%까지 내려가 지속해서 머물 것이란 충분한 증거를 보고 있나?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닉 티미라오스 기자의 기사에 따르면 Fed는 낮은 실업률 등을 강조할 수 있다. 이는 총수요가 여전히 너무 많고 더 많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다른 한편으로 Fed는 둔화하는 임금 인상률, 정리해고 추이, 4분기 GDP 데이터의 약한 소비와 소매판매, 주택시장 등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 이는 충분한 긴축 조치를 취했고 조만간 금리 인상 사이클을 끝내기를 원한다는 뜻이다. 이런 모든 요인을 모두 논의하고 언급한다면 Fed는 어느 쪽으로든 신호를 보내지 않으려는 것일 수 있다.
캐론 매니저는 이번 FOMC에서 6개의 와일드카드, 즉 3가지 비둘기파적 놀라움과 3개의 매파적 놀라움이 있을 수 있다고 봤습니다.
비둘기파적 놀라움은 ▲과도한 실업이 발생할 수 있다는 걱정을 하는 것 ▲재고나 상품 가격 하락이 견조하게 이어지고 있다고 밝히는 것 ▲올해 경제 성장이 잠재성장률 추세 아래로 지나치게 떨어질 위험에 대해 언급하는 것 등입니다. 이는 모두 긴축 주기가 곧 끝날 것이란 걸 암시하는 발언입니다.
매파적 놀라움은 ▲지나치게 긴축할 위험이 덜 긴축할 위험보다 낫다고 밝히는 것 ▲인플레이션 통제를 위해 금리를 (중립금리를) 초과해 높이는 게 비용편익 분석에서 장기적으로 더 낫다고 발언하는 것 ▲인플레이션이 계속 하락할 것이란 충분한 증거를 아직 보지 못했다고 밝히는 것입니다. 대부분 과거 파월 의장이 한 말이지만, 시장이 긴축의 끝이 가까워졌다고 믿는 지금 다시 한번 강조한다면, 시장의 최종금리 예상치는 5~5.25%로 올라갈 수 있다고 봤습니다.
S&P500지수는 1월 한 달간 6.18% 올랐습니다. 다우와 나스닥은 각각 2.83%, 10.49% 상승했습니다. 카슨 그룹의 라이언 데트릭 전략가에 따르면 1954년 이후 이전해 S&P500지수가 하락하고 이듬해 1월에 주가가 5% 이상 오른 다섯 번의 사례를 보면 그해 지수는 평균 30% 올랐습니다. 하지만 높은 주가 밸류에이션은 추가 상승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주가가 비싸지면서 주식의 위험보상 프리미엄은 2007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까지 하락한 상황입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