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매파 거부한 파월…'발렌타인데이 CPI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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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미 동부시간) 뉴욕 증시 투자자들은 오후 12시 40분으로 예정된 제롬 파월 의장의 발언(워싱턴DC 이코노믹클럽)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주요 지수는 -0.3~0% 보합세로 출발해 그 시간까지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채권 시장의 국채 금리나 달러도 보합세를 보였습니다.
아침부터 경계감이 강했습니다. 50만개가 넘게 나온 1월 고용 데이타 탓입니다. 오늘 아침 닐 캐시캐리 미네아폴리스 연방은행 총재는 “엄청난 일자리 수에 놀랐다. 그것은 지금까지 노동 시장에서 긴축의 영향을 많이 보지 못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저는 여전히 최종금리 약 5.4%를 예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어제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는 (1월 고용에 대해) “아마도 우리가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는 의미이고 기준금리를 기존 전망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인상할 수 있다는 뜻”이라며 기준금리를 50bp 올리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씨티는 "51만7000개의 신규고용은 과열된 경제의 명확한 징후다. 지속해서 긴축적 금융여건이 없다면 인플레이션은 통제하지 못할 수 있다는 현실을 다시끔 깨우치게 해준다. 파월 의장은 오늘 좀 더 매파적 목소리를 내야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반대 예측도 나왔습니다. 펀드스트랫은 지난 수요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때의 비둘기파적인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봤습니다. ▲며칠 만에 말을 180도 바꾼다면 Fed 신뢰에 의문이 생긴다 ▲Fed가 디스인플레이션을 인식하기까지는 세 번의 상당한 둔화가 나타난 인플레이션 보고서가 필요했다. 한 번의 고용보고서가 더 많은 금리 인상을 촉발하진 않는다 ▲1월 고용보고서에는 계절 조정, 벤치마크 재설정 등 신뢰에 문제가 있다 ▲1월 임금 상승률은 둔화했다 등의 근거를 제시했습니다.
시장 베팅이 파월 발언이 매파적일 수 있다는 쪽에 쏠리다보니 예상 외로 주가가 오를 수 있다는 예측도 있었습니다. JP모건의 트레이딩 데스크에서는 "만약 파월 의장의 발언이 그렇게 매파적이지 않다면 현재 시장 베팅의 비대칭적 균형은 분명히 위험자산의 상승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숏스퀴즈가 나타나 주식과 채권의 랠리, 그리고 달러 매도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오후 12시40분이 되었습니다. 파월 의장은 "디스인플레이션 과정이 막 시작되었고 갈 일이 멀다. 상품에서 시작되었지만 주거비를 제외한 서비스 물가는 아직 디스인플레이션의 징후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 과정은 순조롭다기 보다는 울퉁불퉁할 것이다.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고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또 "1월 고용은 확실히 어느 누가 예상한 것보다 강했지만, 그건 (디스인플레이션이) 왜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과정이 될 것으로 생각하는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고, "여전히 금융여건이 1년 전에 비해 긴축되어 있다"라도도 밝혔습니다.
주가는 순간 뛰었습니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수석 고문은 "시장은 파월이 (지난 수요일처럼) 디스인플레이션에 대해 얘기하고 금융여건이 긴축되어 있다고 반복해 말하는걸 듣기 좋아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사실 파월의 발언은 지난주 기자회견과 거의 같았습니다. 눈에 띄는 변화나 새로운 발언은 찾기 어려웠습니다.
-2023년은 '인플레이션이 크게 감소하는 해'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경제가 강하기 때문에 노동시장이 강하다.
-이번 경제 사이클은 과거 주기와 다르며 예측하기 어렵다. 그래서 데이터에 대응해 행동할 것이다.
-기본 사례는 이 과정을 끝내려면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이고, 금리는 좀 더 인상될 것이란 것이다.
-2% 인플레이션 목표는 Fed가 바꾸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글로벌 표준이다.
-대차대조표 축소(QT)를 끝내기까지는 '몇 년'이 걸릴 것이다. 채권 (추가) 매도를 적극적으로 고려하지 않고 있다.
-의회가 부채한도 올리지 않으면 Fed는 경제를 살릴 수 없다. 하지만 대담 마지막쯤 주가는 하락세로 전환했습니다. 파월 의장이 "강한 노동시장 보고서나 더 높은 인플레이션 보고서가 계속해서 나온다면 우리는 더 많은 조치를 취해야하고 지금 시장에 반영된 것보다 금리를 더 인상해야할 수 있다"(We’re going to react to the data so if we continue to get, for example, strong labor market reports or higher inflation reports, it may well be the case that we have to do more and raise rates more than has been priced in)라고 밝힌 때입니다.
월가는 파월의 발언을 중립적으로 평가합니다. 그는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may'(할 수도 있다)라는 단어를 써서 수위를 낮췄습니다. ING는 "파월 의장은 강력한 고용 보고서가 Fed가 할 일이 더 많다는 점을 강조한다고 인정은 했지만, 그는 이번 하나의 데이터로 인해 매파적인 수사를 강화하지 않는 걸 선택했다"라고 풀이했습니다.
르네상스 매크로는 "파월의 오늘 발언은 비둘기파적으로 시작해 약간 매파적으로 끝났다고 말하겠다. Fed는 근본적 전망을 아직 바꿀 때는 되지 않았다. 그러나 파월은 고용이 계속 높게 나오면 시장에 반영된 것보다 더 많이 올릴 수 있다고 했다. 이제는 모든 게 데이터에 달렸다"라고 평가했습니다. 누빈의 사이라 말릭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전반적으로 파월 의장의 발언은 기존과 같았다. 파월 의장은 태도를 바꾸기 전에 더 많은 데이터가 나오기를 기다릴 것 같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주가는 파월 발언이 끝난 뒤 잠시 마이너스권에 머물다가 다시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상승세는 거셌습니다. 결국 다우는 0.78%, S&P500 지수는 1.29% 상승했고 나스닥은 1.90%나 급등한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반센그룹의 데이비드 반센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파월의 메시지는 지난주 말한 것과 놀랍게도 일치한다"라며 "오늘 증시 움직임은 파월 발언에 앞서 (매파적 발언을) 예상했던 투자자들이 그들의 포지션을 커버링해야하는 것과 관련이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바이탈 날리지는 "주가는 파월 때문에 상승한 것이 아니라 그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상승했다. 금리와 시장의 긴축 예상은 지난 금요일 이후 크게 올라갔고 오늘도 뒤집어 지지 않았다. 투자자들은 긴축 통화정책을 흡수할 수 있는 미국 경제의 힘에 점점 더 편안함을 느끼고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주가 상승엔 AI 관련주 폭등도 한 몫을 했습니다. 알파벳(+4.42%)의 자회사 구글이 새로운 대화형 챗봇 바드(Bard)를 테스터 대상으로 공개했고, 마이크로소프트(4.20%)는 자사의 검색 엔진 빙(Bing)에 AI 챗봇을 장착하고 웹브라우저인 엣지 브라우저에도 AI 기술을 탑재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중국 바이두(+12.18%)도 AI 챗봇을 3월께 내놓겠다고 밝혔습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달러 가치도 소폭 하락했습니다. ICE 달러인덱스는 전날보다 0.249% 내린 103.2를 기록했습니다. 채권 시장 반응은 조금 조심스러웠습니다. 국채 금리는 대담이 끝난 뒤 소폭 올랐습니다. 2년물은 오후 4시께 0.5bp 상승한 4.487%에 거래됐고 10년물 금리는 3.1bp 오른 3.675%를 기록했습니다. 지난 이틀간 30bp 안팎 폭등한 뒤 상승세를 유지한 것입니다. 최종금리에 대한 시장 예상도 5.15%까지 올라갔습니다. 3년물 국채 입찰 결과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대담 도중인 오후 1시 발표된 입찰 결과는 엉망이었습니다. 응찰률이 2.333배(1월 2.839배)로 2020년 12월 이후 최저에 그치면서 발행 금리는 4.073%로 발행 당시 시장금리(WI) 4.033%보다 4bp나 높게 결정됐습니다. 채권 시장 관계자는 "파월이 발언할 때 입찰에 들어가는 게 꺼려진데다 3년물은 커브 상 캐리가 불리하다(2년물이 더 싸다-금리가 더 높다)"라고 말했습니다.
오늘 채권 시장에 영향을 준 일이 또 있습니다. 캐나다 중앙은행의 티프 맥컬럼 총재가 시장에 혼란을 안겨준 것이지요. 캐나다는 지난달 기준금리를 올린 뒤 '조건부 중단' 입장을 밝혔습니다. 맥컬럼 총재는 오늘 연설에서 "경제와 인플레이션을 너무 둔화시키기 전에 금리 인상을 일시 중지해야 한다. 인플레이션이 2%로 돌아올 때까지 금리를 계속 인상해서는 안된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연설 말미에 "(서비스 물가 둔화, 임금 상승과 기대 인플레이션 완화가) 일어나지 않으면 인플레이션은 목표인 2%로 하락하지 않을 것이며 추가 긴축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캐나다 국채 금리는 하락했다가 이 말에 다시 반등했습니다.
사실 오늘 새벽 호주 중앙은행(RBA)도 채권 시장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RBA는 25bp 금리 인상을 단행해 기준금리를 3.35%로 높였습니다. 예상되던 것인데요. 문제는 시장은 이번 인상을 마지막으로 예상해 왔는데, 필립 로우 총재가 "앞으로 몇 달 동안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혀 시장을 놀라게 한 것입니다. 이는 호주 달러와 금리의 상승을 불렀습니다. 로우 총재는 작년 12월 향후 금리 경로는 데이터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통화정책 변화 가능성을 밝혔었죠. 하지만 지난달 나온 작년 4분기 소비자물가가 예상보다 높은 7.8% 상승한 것으로 나오자 금리 인상을 지속하겠다고 시사한 것입니다.
미국에서도 인플레이션이 다시 반등할 것이란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리서치 어필리에이트(Research Affiliates)의 롭 아르노 설립자는 "인플레이션이 상반기에는 계속 하락하겠지만 하반기에는 재점화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앞으로 월별 소비자물가(CPI)가 지난 3년 평균과 일치한다고 가정한다면 2.9%로 하락했다가 연말까지 5.7%로 급등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CPI는 지난해 6월 9.1%로 정점을 찍은 후 12월 6.5%까지 떨어졌습니다. 아르노 설립자는 "많은 투자자들은 물가가 더 떨어지 것으로 예상하지만, 지금 추세가 아무리 고무적일지라도 계산 방식에 따라 인플레이션은 반등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작년 상반기 6.3%(연율 13%)까지 올랐기 때문에 전년 대비 물가는 앞으로 몇 달 동안 훨씬 나아질 것"이라면서 "하지만 그 다음 6개월은 더욱 도전적이 될 것이다. 인플레이션은 2022년 하반기에 0.2%에 불과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중고차 가격 하락은 지난해 하반기 디스플레이션을 주도해왔습니다. 하지만 오늘 발표된 1월 만하임 중고차 지수는 1년 전보다 12.8% 하락했지만 12월에 비해 2.5% 증가했습니다. 2021년 11월 3.9% 증가한 이후 월간 최대 상승폭입니다. 지수를 집계하는 콕스 오토모티브는 "지난 달 중고차 시장이 안정되어 팬데믹 이전의 정상 상태와 유사하다"라고 밝혔습니다. 오늘 예상을 넘는 실적을 발표한 렌터카업체 허츠도 중고차 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프린시펄 애셋도 인플레이션이 다시 반등할 수 있다고 봅니다. 시마 샤 전략가는 "최근의 인플레이션 경로는 Fed가 인플레이션과의 커다란 전쟁에 직면했던 1970년대와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 당시 Fed는 너무 빨리 금리를 낮추기 시작했고 인플레이션은 빠르게 다시 상승했다. 같은 운명을 피하기 위해 지금 Fed는 통화 정책을 너무 빨리 완화하려는 유혹에 저항해야 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1970년대와 지금의 인플레이션 앙등은 공급망 문제, 유가 상승, 과도한 재정 및 통화정책의 혼합에서 비롯됐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지금 통화정책이 더 투명하고 인플레이션 기대도 잘 고정되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샤 전략가는 "인플레이션은 반드시 1970년대와 같은 경로를 따르지는 않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1970년대 경험은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위험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도록 가르친다. 파월 의장의 임무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라고 강조했습니다.
파월 의장이 밝혔듯 향후 통화정책은 고용, 그리고 물가 데이터에 달렸습니다. 3월 FOMC 이전까지는 2월 고용, 그리고 1월과 2월 물가 보고서 등 3개의 중요한 데이터가 남아 있습니다. 가장 먼저 나오는 건 오는 14일 발렌타인데이 아침에 발표되는 1월 소비자물가(CPI)입니다. 모건스탠리는 2월 고용 보고서와 관련해 "1월 고용 데이터는 예상을 크게 넘어선 대단한 수치였다. 하지만 우리는 이게 변곡점으로 보지 않는다. 1월에는 따뜻한 겨울 날씨가 12만개 이상의 고용 창출에 도움을 줬을 것으로 본다. 이건 다시 돌아가야한다. 우리의 2월 예비 신규고용 수치는 20만개 수준"이라고 밝혔습니다.
오늘 저녁 조 바이든 대통령은 국정 연설에 나섭니다. 뉴욕타임스 보도를 보면 자사주 매입에 4배의 세금을 부과하고, 백만장자세를 도입하는 것을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기업에 대한 반독점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중국의 스파이 풍선과 관련해서도 강경한 메시지를 보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들 요인은 뉴욕 증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입니다. 하지만 월가에서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고 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바이든의 어떤 제안도 의회에서 쉽게 통과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아침부터 경계감이 강했습니다. 50만개가 넘게 나온 1월 고용 데이타 탓입니다. 오늘 아침 닐 캐시캐리 미네아폴리스 연방은행 총재는 “엄청난 일자리 수에 놀랐다. 그것은 지금까지 노동 시장에서 긴축의 영향을 많이 보지 못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저는 여전히 최종금리 약 5.4%를 예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어제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는 (1월 고용에 대해) “아마도 우리가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는 의미이고 기준금리를 기존 전망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인상할 수 있다는 뜻”이라며 기준금리를 50bp 올리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씨티는 "51만7000개의 신규고용은 과열된 경제의 명확한 징후다. 지속해서 긴축적 금융여건이 없다면 인플레이션은 통제하지 못할 수 있다는 현실을 다시끔 깨우치게 해준다. 파월 의장은 오늘 좀 더 매파적 목소리를 내야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반대 예측도 나왔습니다. 펀드스트랫은 지난 수요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때의 비둘기파적인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봤습니다. ▲며칠 만에 말을 180도 바꾼다면 Fed 신뢰에 의문이 생긴다 ▲Fed가 디스인플레이션을 인식하기까지는 세 번의 상당한 둔화가 나타난 인플레이션 보고서가 필요했다. 한 번의 고용보고서가 더 많은 금리 인상을 촉발하진 않는다 ▲1월 고용보고서에는 계절 조정, 벤치마크 재설정 등 신뢰에 문제가 있다 ▲1월 임금 상승률은 둔화했다 등의 근거를 제시했습니다.
시장 베팅이 파월 발언이 매파적일 수 있다는 쪽에 쏠리다보니 예상 외로 주가가 오를 수 있다는 예측도 있었습니다. JP모건의 트레이딩 데스크에서는 "만약 파월 의장의 발언이 그렇게 매파적이지 않다면 현재 시장 베팅의 비대칭적 균형은 분명히 위험자산의 상승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숏스퀴즈가 나타나 주식과 채권의 랠리, 그리고 달러 매도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오후 12시40분이 되었습니다. 파월 의장은 "디스인플레이션 과정이 막 시작되었고 갈 일이 멀다. 상품에서 시작되었지만 주거비를 제외한 서비스 물가는 아직 디스인플레이션의 징후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 과정은 순조롭다기 보다는 울퉁불퉁할 것이다.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고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또 "1월 고용은 확실히 어느 누가 예상한 것보다 강했지만, 그건 (디스인플레이션이) 왜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과정이 될 것으로 생각하는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고, "여전히 금융여건이 1년 전에 비해 긴축되어 있다"라도도 밝혔습니다.
주가는 순간 뛰었습니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수석 고문은 "시장은 파월이 (지난 수요일처럼) 디스인플레이션에 대해 얘기하고 금융여건이 긴축되어 있다고 반복해 말하는걸 듣기 좋아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사실 파월의 발언은 지난주 기자회견과 거의 같았습니다. 눈에 띄는 변화나 새로운 발언은 찾기 어려웠습니다.
-2023년은 '인플레이션이 크게 감소하는 해'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경제가 강하기 때문에 노동시장이 강하다.
-이번 경제 사이클은 과거 주기와 다르며 예측하기 어렵다. 그래서 데이터에 대응해 행동할 것이다.
-기본 사례는 이 과정을 끝내려면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이고, 금리는 좀 더 인상될 것이란 것이다.
-2% 인플레이션 목표는 Fed가 바꾸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글로벌 표준이다.
-대차대조표 축소(QT)를 끝내기까지는 '몇 년'이 걸릴 것이다. 채권 (추가) 매도를 적극적으로 고려하지 않고 있다.
-의회가 부채한도 올리지 않으면 Fed는 경제를 살릴 수 없다. 하지만 대담 마지막쯤 주가는 하락세로 전환했습니다. 파월 의장이 "강한 노동시장 보고서나 더 높은 인플레이션 보고서가 계속해서 나온다면 우리는 더 많은 조치를 취해야하고 지금 시장에 반영된 것보다 금리를 더 인상해야할 수 있다"(We’re going to react to the data so if we continue to get, for example, strong labor market reports or higher inflation reports, it may well be the case that we have to do more and raise rates more than has been priced in)라고 밝힌 때입니다.
월가는 파월의 발언을 중립적으로 평가합니다. 그는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may'(할 수도 있다)라는 단어를 써서 수위를 낮췄습니다. ING는 "파월 의장은 강력한 고용 보고서가 Fed가 할 일이 더 많다는 점을 강조한다고 인정은 했지만, 그는 이번 하나의 데이터로 인해 매파적인 수사를 강화하지 않는 걸 선택했다"라고 풀이했습니다.
르네상스 매크로는 "파월의 오늘 발언은 비둘기파적으로 시작해 약간 매파적으로 끝났다고 말하겠다. Fed는 근본적 전망을 아직 바꿀 때는 되지 않았다. 그러나 파월은 고용이 계속 높게 나오면 시장에 반영된 것보다 더 많이 올릴 수 있다고 했다. 이제는 모든 게 데이터에 달렸다"라고 평가했습니다. 누빈의 사이라 말릭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전반적으로 파월 의장의 발언은 기존과 같았다. 파월 의장은 태도를 바꾸기 전에 더 많은 데이터가 나오기를 기다릴 것 같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주가는 파월 발언이 끝난 뒤 잠시 마이너스권에 머물다가 다시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상승세는 거셌습니다. 결국 다우는 0.78%, S&P500 지수는 1.29% 상승했고 나스닥은 1.90%나 급등한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반센그룹의 데이비드 반센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파월의 메시지는 지난주 말한 것과 놀랍게도 일치한다"라며 "오늘 증시 움직임은 파월 발언에 앞서 (매파적 발언을) 예상했던 투자자들이 그들의 포지션을 커버링해야하는 것과 관련이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바이탈 날리지는 "주가는 파월 때문에 상승한 것이 아니라 그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상승했다. 금리와 시장의 긴축 예상은 지난 금요일 이후 크게 올라갔고 오늘도 뒤집어 지지 않았다. 투자자들은 긴축 통화정책을 흡수할 수 있는 미국 경제의 힘에 점점 더 편안함을 느끼고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주가 상승엔 AI 관련주 폭등도 한 몫을 했습니다. 알파벳(+4.42%)의 자회사 구글이 새로운 대화형 챗봇 바드(Bard)를 테스터 대상으로 공개했고, 마이크로소프트(4.20%)는 자사의 검색 엔진 빙(Bing)에 AI 챗봇을 장착하고 웹브라우저인 엣지 브라우저에도 AI 기술을 탑재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중국 바이두(+12.18%)도 AI 챗봇을 3월께 내놓겠다고 밝혔습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달러 가치도 소폭 하락했습니다. ICE 달러인덱스는 전날보다 0.249% 내린 103.2를 기록했습니다. 채권 시장 반응은 조금 조심스러웠습니다. 국채 금리는 대담이 끝난 뒤 소폭 올랐습니다. 2년물은 오후 4시께 0.5bp 상승한 4.487%에 거래됐고 10년물 금리는 3.1bp 오른 3.675%를 기록했습니다. 지난 이틀간 30bp 안팎 폭등한 뒤 상승세를 유지한 것입니다. 최종금리에 대한 시장 예상도 5.15%까지 올라갔습니다. 3년물 국채 입찰 결과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대담 도중인 오후 1시 발표된 입찰 결과는 엉망이었습니다. 응찰률이 2.333배(1월 2.839배)로 2020년 12월 이후 최저에 그치면서 발행 금리는 4.073%로 발행 당시 시장금리(WI) 4.033%보다 4bp나 높게 결정됐습니다. 채권 시장 관계자는 "파월이 발언할 때 입찰에 들어가는 게 꺼려진데다 3년물은 커브 상 캐리가 불리하다(2년물이 더 싸다-금리가 더 높다)"라고 말했습니다.
오늘 채권 시장에 영향을 준 일이 또 있습니다. 캐나다 중앙은행의 티프 맥컬럼 총재가 시장에 혼란을 안겨준 것이지요. 캐나다는 지난달 기준금리를 올린 뒤 '조건부 중단' 입장을 밝혔습니다. 맥컬럼 총재는 오늘 연설에서 "경제와 인플레이션을 너무 둔화시키기 전에 금리 인상을 일시 중지해야 한다. 인플레이션이 2%로 돌아올 때까지 금리를 계속 인상해서는 안된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연설 말미에 "(서비스 물가 둔화, 임금 상승과 기대 인플레이션 완화가) 일어나지 않으면 인플레이션은 목표인 2%로 하락하지 않을 것이며 추가 긴축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캐나다 국채 금리는 하락했다가 이 말에 다시 반등했습니다.
사실 오늘 새벽 호주 중앙은행(RBA)도 채권 시장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RBA는 25bp 금리 인상을 단행해 기준금리를 3.35%로 높였습니다. 예상되던 것인데요. 문제는 시장은 이번 인상을 마지막으로 예상해 왔는데, 필립 로우 총재가 "앞으로 몇 달 동안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혀 시장을 놀라게 한 것입니다. 이는 호주 달러와 금리의 상승을 불렀습니다. 로우 총재는 작년 12월 향후 금리 경로는 데이터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통화정책 변화 가능성을 밝혔었죠. 하지만 지난달 나온 작년 4분기 소비자물가가 예상보다 높은 7.8% 상승한 것으로 나오자 금리 인상을 지속하겠다고 시사한 것입니다.
미국에서도 인플레이션이 다시 반등할 것이란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리서치 어필리에이트(Research Affiliates)의 롭 아르노 설립자는 "인플레이션이 상반기에는 계속 하락하겠지만 하반기에는 재점화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앞으로 월별 소비자물가(CPI)가 지난 3년 평균과 일치한다고 가정한다면 2.9%로 하락했다가 연말까지 5.7%로 급등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CPI는 지난해 6월 9.1%로 정점을 찍은 후 12월 6.5%까지 떨어졌습니다. 아르노 설립자는 "많은 투자자들은 물가가 더 떨어지 것으로 예상하지만, 지금 추세가 아무리 고무적일지라도 계산 방식에 따라 인플레이션은 반등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작년 상반기 6.3%(연율 13%)까지 올랐기 때문에 전년 대비 물가는 앞으로 몇 달 동안 훨씬 나아질 것"이라면서 "하지만 그 다음 6개월은 더욱 도전적이 될 것이다. 인플레이션은 2022년 하반기에 0.2%에 불과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중고차 가격 하락은 지난해 하반기 디스플레이션을 주도해왔습니다. 하지만 오늘 발표된 1월 만하임 중고차 지수는 1년 전보다 12.8% 하락했지만 12월에 비해 2.5% 증가했습니다. 2021년 11월 3.9% 증가한 이후 월간 최대 상승폭입니다. 지수를 집계하는 콕스 오토모티브는 "지난 달 중고차 시장이 안정되어 팬데믹 이전의 정상 상태와 유사하다"라고 밝혔습니다. 오늘 예상을 넘는 실적을 발표한 렌터카업체 허츠도 중고차 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프린시펄 애셋도 인플레이션이 다시 반등할 수 있다고 봅니다. 시마 샤 전략가는 "최근의 인플레이션 경로는 Fed가 인플레이션과의 커다란 전쟁에 직면했던 1970년대와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 당시 Fed는 너무 빨리 금리를 낮추기 시작했고 인플레이션은 빠르게 다시 상승했다. 같은 운명을 피하기 위해 지금 Fed는 통화 정책을 너무 빨리 완화하려는 유혹에 저항해야 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1970년대와 지금의 인플레이션 앙등은 공급망 문제, 유가 상승, 과도한 재정 및 통화정책의 혼합에서 비롯됐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지금 통화정책이 더 투명하고 인플레이션 기대도 잘 고정되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샤 전략가는 "인플레이션은 반드시 1970년대와 같은 경로를 따르지는 않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1970년대 경험은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위험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도록 가르친다. 파월 의장의 임무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라고 강조했습니다.
파월 의장이 밝혔듯 향후 통화정책은 고용, 그리고 물가 데이터에 달렸습니다. 3월 FOMC 이전까지는 2월 고용, 그리고 1월과 2월 물가 보고서 등 3개의 중요한 데이터가 남아 있습니다. 가장 먼저 나오는 건 오는 14일 발렌타인데이 아침에 발표되는 1월 소비자물가(CPI)입니다. 모건스탠리는 2월 고용 보고서와 관련해 "1월 고용 데이터는 예상을 크게 넘어선 대단한 수치였다. 하지만 우리는 이게 변곡점으로 보지 않는다. 1월에는 따뜻한 겨울 날씨가 12만개 이상의 고용 창출에 도움을 줬을 것으로 본다. 이건 다시 돌아가야한다. 우리의 2월 예비 신규고용 수치는 20만개 수준"이라고 밝혔습니다.
오늘 저녁 조 바이든 대통령은 국정 연설에 나섭니다. 뉴욕타임스 보도를 보면 자사주 매입에 4배의 세금을 부과하고, 백만장자세를 도입하는 것을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기업에 대한 반독점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중국의 스파이 풍선과 관련해서도 강경한 메시지를 보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들 요인은 뉴욕 증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입니다. 하지만 월가에서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고 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바이든의 어떤 제안도 의회에서 쉽게 통과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