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25bp 고수" 바킨의 구원, BoA "S&P 3월초 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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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제임스 불러드, 로레타 메스터 등 두 명의 미 중앙은행(Fed) 매파가 50bp(1bp=0.01%포인트) 인상을 다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테이블 위에 올려놓자 뉴욕 금융시장 분위기는 냉각되었습니다.
여기에 17일(미 동부시간) 새벽부터 부정적 소식들이 전해졌습니다.
중국에서는 최대 투자은행(IB) 중 하나인 차이나 르네상스의 창업자 바오판 회장이 사라진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회사 측은 “바오판이 출근도 하지 않고 연락이 닿지 않는다"라고 밝혔습니다. 중국 정부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추측이 나왔습니다. 사실 종린 전(前) 회장도 지난해 9월 사라졌었는데, 중국 증권감독위원회 등으로부터 부패 관련 조사를 받은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었습니다. 블룸버그는 "바오판의 갑작스러운 실종은 시진핑 주석의 기업 탄압이 끝났는지에 대한 새로운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차이나 르네상스 주가는 한때 50% 폭락하기도 했습니다. 유럽에서는 유럽중앙은행(ECB)의 매파인 이사벨 슈나벨 집행이사가 "인플레이션을 과소평가하고 있을 수 있다. 광범위한 인플레이션 감소 과정은 시작조차 되지 않았다. ECB가 더 강력하게 행동해야 할 위험이 있다"라고 경고했습니다.
오늘 나온 독일의 1월 생산자물가(PPI)는 전년 대비 17.8% 올랐고, 12월에 비해선 1.0% 내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2월(21.6%, -0.4%)보다 둔화됐지만, 예상(16.4%, -1.6%)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또 영국의 1월 소매판매는 12월보다 0.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0.3% 줄어들 것이란 예상보다 좋았습니다. 유럽도 역시 경기가 예상보다 괜찮고,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는 더딘 것이죠.
유럽에서부터 채권 금리가 올랐고, 이는 뉴욕 채권 시장으로 이어졌습니다.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아침 한때 수익률은 작년 11월 8일 이후 최고치인 4.719%를 기록했습니다. 10년물도 11월 10일 이후 최고치인 3.922%까지 치솟았지요.
여기엔 월가 은행들이 줄줄이 Fed의 최종금리에 대한 예상치를 높인 것도 영향을 줬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오늘 아침 "강한 성장과 확고한 인플레이션에 비추어 6월에도 Fed가 25bp를 올릴 것으로 예상을 바꾼다. 최종금리 예상치를 기존 5~5.25%에서 5.25~5.5%로 상향 수정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도 마찬가지로 6월까지 25bp를 인상해 최종금리가 5.25~5.5%에 달할 것으로 예상을 변경했습니다. 그리고 내년 3월에 처음 기준금리를 인하한다는 전망은 유지했습니다. UBS의 경우 원래 3월까지만 25bp 인상한다고 봤었는데, 5월까지도 올린다고 전망을 바꿨습니다. 이건 1월 소비자물가(CPI), 생산자물가(PPI)가 예상보다 더 높게 나온 탓입니다. 이런 CPI, PPI를 반영해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다음주 24일 금요일 발표되는 1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도 헤드라인 수치가 전년 대비 5.1%, 전월 대비 0.6% 상승할 것으로 봤습니다. 이는 12월(5%, 0.1%)보다 전월 대비뿐 아니라 전년 대비 수치까지 반등하는 것입니다. 에너지와 음식료를 뺀 근원 수치도 각각 4.5%, 0.5% 올라 12월(4.4%, 0.3%)보다 각각 더 높게 오를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골드만삭스도 마찬가지입니다. 1월 근원 PCE 물가를 4.5%, 0.55% 상승할 것으로 추정합니다. UBS도 근원 PCE 물가 추정치를 4.5%, 0.52%로 바꿨습니다. 근원 PCE 물가는 Fed가 가장 중시하는 벤치마크 물가지요. 이게 전월, 전년 대비 모두 12월보다 높아진다는 얘기입니다.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오전 9시 30분 0~0.5% 하락세로 출발했습니다. 나스닥 지수는 한때 1.5%까지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오후 들어 하락 폭이 줄었고 결국 다우는 0.39% 올랐습니다. 그리고 S&P500 지수는 0.28%, 나스닥 지수는 0.58% 하락한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경제 지표는 그리 나쁘지 않았습니다.
1월 수입물가는 1월에 0.2%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예상(-0.1%)보다 더 많이 떨어졌고, 작년 7월부터 7개월 연속 하락했습니다. 콘퍼런스보드의 경기선행지수(LEI)는 전월보다 0.3% 하락한 110.3을 기록했습니다. 월가 예상과 같았고, 12월(-0.8%) 하락 폭보다는 양호했습니다. 콘퍼런스보드는 "LEI가 여전히 경기침체를 시사하고 있지만, 그 정도는 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보름에 한 번씩 발표되는 만하임 중고차 지수는 2월 첫 보름 동안 1월보다 4.1% 오른 234.0으로 집계됐습니다. 12월 시작된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게다가 상승 폭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1월에는 2.5% 올랐었지요. 콕스 오토모티브는 "2009년 한 달 동안 4.4% 오른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율"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오늘 실적을 발표한 자동차 딜러십 기업인 오토네이션은 "자동차 업체가 제조 물량을 늘리고 더 많은 인센티브를 제공함에 따라 올해 신차 및 중고차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오늘 발언에 나선 Fed 인사는 두 명이었습니다. 미셸 보우먼 이사는 "2% 인플레이션 목표에 도달하기까지 갈 길이 멀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작년 말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 약간 진전이 있었지만, 올해 초에 보고 있는 데이터 중 일부는 내가 원하는 만큼 지속해서 인플레이션을 낮추지 못하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뻔한 말이었습니다. 오전 10시께 연단에 선 토마스 바킨 리치먼드 연방은행 총재는 달랐습니다. 그의 발언은 오늘 시장의 변곡점이 되었습니다. 그는 "2% 물가 목표에 도달하기까지 갈 길이 멀고 더 많은 진전이 있을 때까지 금리를 계속 인상해야 할 것”이라면서도 "나는 25bp 경로를 좋아한다(I like the 25 basis-point path). 금리가 목표에 도달할 때까지 25bp 단위로 계속 인상하겠다는 계획을 지지한다"라고 말했습니다. 50bp 인상에 대한 분명한 반대 의견을 내놓은 것입니다. 장 초반 하락 폭을 늘리던 주요 지수가 회복세로 돌아선 게 바킨 총재 발언이 전해진 때였습니다.
월가는 여전히 Fed가 3월에 50bp를 인상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Fed워치 시장에서의 3월 50bp 인상 확률은 여전히 18.1%에 머물고 있고, 최종금리에 대한 예상도 5.3%에 머물고 있습니다. 론 인사나 콘트래스트 캐피털 설립자는 "제롬 파월 의장이나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가 50bp 인상을 꺼낼 때까지는 그냥 지켜보겠다"라고 말했습니다. 블룸버그는 "50bp에서 25bp로 속도를 줄인 후 다시 50bp로 속도를 높이기에는 너무 늦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50bp를 올린다면 ① Fed가 인플레이션에 대한 내러티브(디스인플레이션)를 잃어버렸다는 메시지를 보내게 된다 ② Fed가 그동안 공언해온 연착륙 목표를 포기하는 것이다 ③ 정책 일관성이 없어진다 ④ Fed가 인플레이션이 통제 불능이어서 놀라는 것이고, 인플레이션 악순환을 촉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바킨 총재의 발언은 이런 시장의 생각을 강화해줬습니다. 오전 10시께 그의 말이 전해진 뒤 아침에 치솟았던 금리는 하락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오후 4시 20분께 10년물은 전날보다 4.3bp 내린 3.819%, 2년물은 4.4bp 떨어진 4.621%에 거래됐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10년물 금리가 4%를 넘을 수는 있지만 금세 내려오리라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그래서 3.9%에만 가면 매수세가 나오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오늘은 옵션 만기일이었고, 장 막판으로 갈수록 콜옵션 매수가 몰리면서 시장을 끌어올렸다는 해석(스폿감마)도 있습니다. 그동안 시장을 주도해오던 기술주가 어제에 이어 오늘도 내림세를 이끌었습니다. UBS 자산운용의 마크 헤펠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성장주보다 가치주를 선호하고, 최근의 경제 발전은 단기적으로 가치에 대한 상대적 강세를 새롭게 제기한다. 전년 대비 인플레이션은 6.4%(1월)로 완화됐지만, 물가 압박은 여전하고 Fed는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성장주에 잠재적으로 큰 장애물이다. 기술과 같은 성장주는 더 높은 금리에 더 많은 고통을 받는 경향이 있다. 가장 큰 성장 분야인 기술주는 고금리 걱정을 넘어 추가 역풍에 직면해 있다. 최근 주가 반등으로 밸류에이션이 더 높아진 것이다. MSCI 월드 IT 지수는 2월 13일 현재 10년 평균보다 20% 높은 22배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로 거래되고 있다. 반면 가치주는 일반적으로 밸류에이션이 더 적당하다. 이밖에 사업 전망 악화와 미지근한 소비자 수요로 인해 기술 기업의 이익 성장이 더욱 둔화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JP모건의 마르코 콜라노비치 글로벌 리서치 헤드도 "나스닥 기술주는 금리에 민감한 주식들이지만 최근 금리가 의미하는 바(주가 하락)를 거부했다. 금리가 상승하는 가운데 기술주 주가는 추가로 상승했으며, 하이베타(지수보다 변동성이 큰) 기술주의 경우 그 폭이 훨씬 더 크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과거 시장 움직임을 보면 지금 2년물 국채의 잔인한 가격 조정은 나스닥 100지수의 5~10% 폭락과 하이베타 기술주의 더 큰 변동성을 의미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앞으로 시장은 어떻게 움직일까요? 어제부터 시장이 조금 흔들리는 조짐을 보이자 곰(비관론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가 대표적입니다. 마이클 하넷 수석 전략가는 S&P500 지수가 4200선을 돌파하지 못하는 건 오는 3월 8일까지 3800선으로 하락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지금보다 약 7% 하락할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그는 "Fed는 지난 11개월 동안 기준금리를 450bp 올렸다. 수십 년 만에 가장 공격적인 Fed의 긴축이다. 그런데도 미국의 소매판매는 1월 사상 최고에 달하고 있고 실업률은 43년 내 최저이며 1월 신규고용은 50만 개 이상이 증가했다. 이는 Fed가 뭔가가 부러질 때까지 계속 금리를 올릴 것이란 뜻이다. Fed의 임무는 전혀 완성되지 않았다"라고 말했습니다. 하넷은 "우리는 상반기 '노 랜딩'(불착륙)은 하반기 거시경제와 시장에서 '하드 랜딩'(경착륙=침체)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즉 노 랜딩은 더 높은 금리를 말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JP모건 자산운용의 미라 판딧 글로벌 시장 전략가도 CNBC 인터뷰에서 ”경제 성장의 둔화와 인플레이션 둔화(디스인플레이션)를 보게 되거나 성장이 탄력적이라면 인플레이션이 더 높아질 여지가 있어 Fed가 금리를 더 올려야 한다"라면서 "어느 쪽이든, 그것은 위험 자산에 대해 약간 비관적"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제 2월 하반 월로 진입합니다. 칼슨 인베스트먼트의 라이언 디트릭 전략가는 "통상 2월은 일반적으로 주식에 좋은 달은 아니고, 특히 하반 월은 골칫거리라는 점을 유의하라. 역대 11번째로 좋은 최고의 연초 출발을 했는데, 지금은 잠깐 쉬어갈 때일까"라고 말했습니다. 다음주는 어닝시즌 막판입니다. S&P500 기업 중 61개가 실적을 보고할 예정인데, 월마트와 홈디포(화요일) 등 유통업체가 많습니다. 엔비디아도 수요일 4분기 실적을 발표합니다. 팩트셋에 따르면 이번 주까지 S&P500 기업의 82%가 실적 공개한 가운데 성적표는 계속 저조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실적을 내놓은 기업의 68%가 예상보다 나은 주당순이익(EPS)을 보고했는데, 이는 지난주 말 69%보다 낮고, 5년 평균 77%, 10년 평균 73%보다도 낮습니다. 이들은 월가 추정치보다 1.3% 많은 EPS를 보고했는데, 이는 지난 주말의 1.1%보다 높지만 5년 평균 8.6%, 10년 평균 6.4%보다는 여전히 낮습니다. 1.3%는 2008년 이후 두 번째로 낮은 것입니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2023년 1분기(-5.4%), 2분기(-3.4%) 이익은 전년보다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올해 3분기(+3.3%), 4분기(+9.7%)에는 이익이 다시 증가할 것으로 봅니다. 그래서 올해 전체로는 2.3% 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를 기준으로 한 현재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은 18.0배로 5년 평균(18.5)보다는 낮지만 10년 평균(17.2)보다는 높습니다. 경제 지표로는 금요일 발표되는 PCE 물가가 중요합니다. 월가는 전년, 전월 대치 수치 모두 12월보다 올라가는 것으로 추정합니다. 물론 1월 물가가 강했다는 것은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관심은 주거비를 제외한 근원 서비스 인플레이션에 쏠릴 것입니다. 수요일에는 1월 FOMC 의사록도 공개될 예정입니다. 월가는 불러드와 메스터 외에 혹시라도 누군가 50bp 인상을 주장했는지 살펴볼 것입니다. 1월 기존주택 판매(화요일)와 2월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최종치. 금요일)도 나옵니다. 하나 더 지켜볼 것은 다음주 금요일 일본에서 열리는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 내정자의 인준 청문회입니다. 오늘 일본 엔화는 1% 가까이 하락하면서 1달러당 135엔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작년 12월 23일 이후 처음입니다. 이게 그렇지 않아도 힘을 되찾고 있는 달러에 더 큰 힘을 싣는 요인이지요.
엔화 약세는 가즈오 내정자가 초완화적 통화 정책을 시장 예상보다 느리고 완만한 속도로 바꿔나갈 것이란 관측이 나온 탓입니다.
월가는 청문회 발언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오는 24일 청문회에서의 증언과 마이너스 금리에 대한 접근 방식을 지켜보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며 "우리는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철회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기본 사례에서 2024년까지는 그렇지 않으리라고 본다"라고 밝혔습니다. 모건스탠리는 그 이유로 "2% 인플레이션을 달성하려는 목표가 완전히 달성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즉 임금 상승률이 높아지고 있지만 불충분하다는 것입니다. 다만 국채 수익률 곡선 통제 정책(YCC)은 올해 여름까지 바꾸거나 조정해 시장 역기능을 해결하고 수익률 곡선을 가파르게 만들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중국에서는 최대 투자은행(IB) 중 하나인 차이나 르네상스의 창업자 바오판 회장이 사라진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회사 측은 “바오판이 출근도 하지 않고 연락이 닿지 않는다"라고 밝혔습니다. 중국 정부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추측이 나왔습니다. 사실 종린 전(前) 회장도 지난해 9월 사라졌었는데, 중국 증권감독위원회 등으로부터 부패 관련 조사를 받은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었습니다. 블룸버그는 "바오판의 갑작스러운 실종은 시진핑 주석의 기업 탄압이 끝났는지에 대한 새로운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차이나 르네상스 주가는 한때 50% 폭락하기도 했습니다. 유럽에서는 유럽중앙은행(ECB)의 매파인 이사벨 슈나벨 집행이사가 "인플레이션을 과소평가하고 있을 수 있다. 광범위한 인플레이션 감소 과정은 시작조차 되지 않았다. ECB가 더 강력하게 행동해야 할 위험이 있다"라고 경고했습니다.
오늘 나온 독일의 1월 생산자물가(PPI)는 전년 대비 17.8% 올랐고, 12월에 비해선 1.0% 내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2월(21.6%, -0.4%)보다 둔화됐지만, 예상(16.4%, -1.6%)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또 영국의 1월 소매판매는 12월보다 0.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0.3% 줄어들 것이란 예상보다 좋았습니다. 유럽도 역시 경기가 예상보다 괜찮고,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는 더딘 것이죠.
유럽에서부터 채권 금리가 올랐고, 이는 뉴욕 채권 시장으로 이어졌습니다.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아침 한때 수익률은 작년 11월 8일 이후 최고치인 4.719%를 기록했습니다. 10년물도 11월 10일 이후 최고치인 3.922%까지 치솟았지요.
여기엔 월가 은행들이 줄줄이 Fed의 최종금리에 대한 예상치를 높인 것도 영향을 줬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오늘 아침 "강한 성장과 확고한 인플레이션에 비추어 6월에도 Fed가 25bp를 올릴 것으로 예상을 바꾼다. 최종금리 예상치를 기존 5~5.25%에서 5.25~5.5%로 상향 수정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도 마찬가지로 6월까지 25bp를 인상해 최종금리가 5.25~5.5%에 달할 것으로 예상을 변경했습니다. 그리고 내년 3월에 처음 기준금리를 인하한다는 전망은 유지했습니다. UBS의 경우 원래 3월까지만 25bp 인상한다고 봤었는데, 5월까지도 올린다고 전망을 바꿨습니다. 이건 1월 소비자물가(CPI), 생산자물가(PPI)가 예상보다 더 높게 나온 탓입니다. 이런 CPI, PPI를 반영해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다음주 24일 금요일 발표되는 1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도 헤드라인 수치가 전년 대비 5.1%, 전월 대비 0.6% 상승할 것으로 봤습니다. 이는 12월(5%, 0.1%)보다 전월 대비뿐 아니라 전년 대비 수치까지 반등하는 것입니다. 에너지와 음식료를 뺀 근원 수치도 각각 4.5%, 0.5% 올라 12월(4.4%, 0.3%)보다 각각 더 높게 오를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골드만삭스도 마찬가지입니다. 1월 근원 PCE 물가를 4.5%, 0.55% 상승할 것으로 추정합니다. UBS도 근원 PCE 물가 추정치를 4.5%, 0.52%로 바꿨습니다. 근원 PCE 물가는 Fed가 가장 중시하는 벤치마크 물가지요. 이게 전월, 전년 대비 모두 12월보다 높아진다는 얘기입니다.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오전 9시 30분 0~0.5% 하락세로 출발했습니다. 나스닥 지수는 한때 1.5%까지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오후 들어 하락 폭이 줄었고 결국 다우는 0.39% 올랐습니다. 그리고 S&P500 지수는 0.28%, 나스닥 지수는 0.58% 하락한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경제 지표는 그리 나쁘지 않았습니다.
1월 수입물가는 1월에 0.2%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예상(-0.1%)보다 더 많이 떨어졌고, 작년 7월부터 7개월 연속 하락했습니다. 콘퍼런스보드의 경기선행지수(LEI)는 전월보다 0.3% 하락한 110.3을 기록했습니다. 월가 예상과 같았고, 12월(-0.8%) 하락 폭보다는 양호했습니다. 콘퍼런스보드는 "LEI가 여전히 경기침체를 시사하고 있지만, 그 정도는 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보름에 한 번씩 발표되는 만하임 중고차 지수는 2월 첫 보름 동안 1월보다 4.1% 오른 234.0으로 집계됐습니다. 12월 시작된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게다가 상승 폭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1월에는 2.5% 올랐었지요. 콕스 오토모티브는 "2009년 한 달 동안 4.4% 오른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율"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오늘 실적을 발표한 자동차 딜러십 기업인 오토네이션은 "자동차 업체가 제조 물량을 늘리고 더 많은 인센티브를 제공함에 따라 올해 신차 및 중고차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오늘 발언에 나선 Fed 인사는 두 명이었습니다. 미셸 보우먼 이사는 "2% 인플레이션 목표에 도달하기까지 갈 길이 멀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작년 말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 약간 진전이 있었지만, 올해 초에 보고 있는 데이터 중 일부는 내가 원하는 만큼 지속해서 인플레이션을 낮추지 못하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뻔한 말이었습니다. 오전 10시께 연단에 선 토마스 바킨 리치먼드 연방은행 총재는 달랐습니다. 그의 발언은 오늘 시장의 변곡점이 되었습니다. 그는 "2% 물가 목표에 도달하기까지 갈 길이 멀고 더 많은 진전이 있을 때까지 금리를 계속 인상해야 할 것”이라면서도 "나는 25bp 경로를 좋아한다(I like the 25 basis-point path). 금리가 목표에 도달할 때까지 25bp 단위로 계속 인상하겠다는 계획을 지지한다"라고 말했습니다. 50bp 인상에 대한 분명한 반대 의견을 내놓은 것입니다. 장 초반 하락 폭을 늘리던 주요 지수가 회복세로 돌아선 게 바킨 총재 발언이 전해진 때였습니다.
월가는 여전히 Fed가 3월에 50bp를 인상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Fed워치 시장에서의 3월 50bp 인상 확률은 여전히 18.1%에 머물고 있고, 최종금리에 대한 예상도 5.3%에 머물고 있습니다. 론 인사나 콘트래스트 캐피털 설립자는 "제롬 파월 의장이나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가 50bp 인상을 꺼낼 때까지는 그냥 지켜보겠다"라고 말했습니다. 블룸버그는 "50bp에서 25bp로 속도를 줄인 후 다시 50bp로 속도를 높이기에는 너무 늦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50bp를 올린다면 ① Fed가 인플레이션에 대한 내러티브(디스인플레이션)를 잃어버렸다는 메시지를 보내게 된다 ② Fed가 그동안 공언해온 연착륙 목표를 포기하는 것이다 ③ 정책 일관성이 없어진다 ④ Fed가 인플레이션이 통제 불능이어서 놀라는 것이고, 인플레이션 악순환을 촉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바킨 총재의 발언은 이런 시장의 생각을 강화해줬습니다. 오전 10시께 그의 말이 전해진 뒤 아침에 치솟았던 금리는 하락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오후 4시 20분께 10년물은 전날보다 4.3bp 내린 3.819%, 2년물은 4.4bp 떨어진 4.621%에 거래됐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10년물 금리가 4%를 넘을 수는 있지만 금세 내려오리라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그래서 3.9%에만 가면 매수세가 나오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오늘은 옵션 만기일이었고, 장 막판으로 갈수록 콜옵션 매수가 몰리면서 시장을 끌어올렸다는 해석(스폿감마)도 있습니다. 그동안 시장을 주도해오던 기술주가 어제에 이어 오늘도 내림세를 이끌었습니다. UBS 자산운용의 마크 헤펠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성장주보다 가치주를 선호하고, 최근의 경제 발전은 단기적으로 가치에 대한 상대적 강세를 새롭게 제기한다. 전년 대비 인플레이션은 6.4%(1월)로 완화됐지만, 물가 압박은 여전하고 Fed는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성장주에 잠재적으로 큰 장애물이다. 기술과 같은 성장주는 더 높은 금리에 더 많은 고통을 받는 경향이 있다. 가장 큰 성장 분야인 기술주는 고금리 걱정을 넘어 추가 역풍에 직면해 있다. 최근 주가 반등으로 밸류에이션이 더 높아진 것이다. MSCI 월드 IT 지수는 2월 13일 현재 10년 평균보다 20% 높은 22배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로 거래되고 있다. 반면 가치주는 일반적으로 밸류에이션이 더 적당하다. 이밖에 사업 전망 악화와 미지근한 소비자 수요로 인해 기술 기업의 이익 성장이 더욱 둔화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JP모건의 마르코 콜라노비치 글로벌 리서치 헤드도 "나스닥 기술주는 금리에 민감한 주식들이지만 최근 금리가 의미하는 바(주가 하락)를 거부했다. 금리가 상승하는 가운데 기술주 주가는 추가로 상승했으며, 하이베타(지수보다 변동성이 큰) 기술주의 경우 그 폭이 훨씬 더 크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과거 시장 움직임을 보면 지금 2년물 국채의 잔인한 가격 조정은 나스닥 100지수의 5~10% 폭락과 하이베타 기술주의 더 큰 변동성을 의미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앞으로 시장은 어떻게 움직일까요? 어제부터 시장이 조금 흔들리는 조짐을 보이자 곰(비관론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가 대표적입니다. 마이클 하넷 수석 전략가는 S&P500 지수가 4200선을 돌파하지 못하는 건 오는 3월 8일까지 3800선으로 하락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지금보다 약 7% 하락할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그는 "Fed는 지난 11개월 동안 기준금리를 450bp 올렸다. 수십 년 만에 가장 공격적인 Fed의 긴축이다. 그런데도 미국의 소매판매는 1월 사상 최고에 달하고 있고 실업률은 43년 내 최저이며 1월 신규고용은 50만 개 이상이 증가했다. 이는 Fed가 뭔가가 부러질 때까지 계속 금리를 올릴 것이란 뜻이다. Fed의 임무는 전혀 완성되지 않았다"라고 말했습니다. 하넷은 "우리는 상반기 '노 랜딩'(불착륙)은 하반기 거시경제와 시장에서 '하드 랜딩'(경착륙=침체)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즉 노 랜딩은 더 높은 금리를 말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JP모건 자산운용의 미라 판딧 글로벌 시장 전략가도 CNBC 인터뷰에서 ”경제 성장의 둔화와 인플레이션 둔화(디스인플레이션)를 보게 되거나 성장이 탄력적이라면 인플레이션이 더 높아질 여지가 있어 Fed가 금리를 더 올려야 한다"라면서 "어느 쪽이든, 그것은 위험 자산에 대해 약간 비관적"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제 2월 하반 월로 진입합니다. 칼슨 인베스트먼트의 라이언 디트릭 전략가는 "통상 2월은 일반적으로 주식에 좋은 달은 아니고, 특히 하반 월은 골칫거리라는 점을 유의하라. 역대 11번째로 좋은 최고의 연초 출발을 했는데, 지금은 잠깐 쉬어갈 때일까"라고 말했습니다. 다음주는 어닝시즌 막판입니다. S&P500 기업 중 61개가 실적을 보고할 예정인데, 월마트와 홈디포(화요일) 등 유통업체가 많습니다. 엔비디아도 수요일 4분기 실적을 발표합니다. 팩트셋에 따르면 이번 주까지 S&P500 기업의 82%가 실적 공개한 가운데 성적표는 계속 저조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실적을 내놓은 기업의 68%가 예상보다 나은 주당순이익(EPS)을 보고했는데, 이는 지난주 말 69%보다 낮고, 5년 평균 77%, 10년 평균 73%보다도 낮습니다. 이들은 월가 추정치보다 1.3% 많은 EPS를 보고했는데, 이는 지난 주말의 1.1%보다 높지만 5년 평균 8.6%, 10년 평균 6.4%보다는 여전히 낮습니다. 1.3%는 2008년 이후 두 번째로 낮은 것입니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2023년 1분기(-5.4%), 2분기(-3.4%) 이익은 전년보다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올해 3분기(+3.3%), 4분기(+9.7%)에는 이익이 다시 증가할 것으로 봅니다. 그래서 올해 전체로는 2.3% 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를 기준으로 한 현재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은 18.0배로 5년 평균(18.5)보다는 낮지만 10년 평균(17.2)보다는 높습니다. 경제 지표로는 금요일 발표되는 PCE 물가가 중요합니다. 월가는 전년, 전월 대치 수치 모두 12월보다 올라가는 것으로 추정합니다. 물론 1월 물가가 강했다는 것은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관심은 주거비를 제외한 근원 서비스 인플레이션에 쏠릴 것입니다. 수요일에는 1월 FOMC 의사록도 공개될 예정입니다. 월가는 불러드와 메스터 외에 혹시라도 누군가 50bp 인상을 주장했는지 살펴볼 것입니다. 1월 기존주택 판매(화요일)와 2월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최종치. 금요일)도 나옵니다. 하나 더 지켜볼 것은 다음주 금요일 일본에서 열리는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 내정자의 인준 청문회입니다. 오늘 일본 엔화는 1% 가까이 하락하면서 1달러당 135엔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작년 12월 23일 이후 처음입니다. 이게 그렇지 않아도 힘을 되찾고 있는 달러에 더 큰 힘을 싣는 요인이지요.
엔화 약세는 가즈오 내정자가 초완화적 통화 정책을 시장 예상보다 느리고 완만한 속도로 바꿔나갈 것이란 관측이 나온 탓입니다.
월가는 청문회 발언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오는 24일 청문회에서의 증언과 마이너스 금리에 대한 접근 방식을 지켜보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며 "우리는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철회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기본 사례에서 2024년까지는 그렇지 않으리라고 본다"라고 밝혔습니다. 모건스탠리는 그 이유로 "2% 인플레이션을 달성하려는 목표가 완전히 달성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즉 임금 상승률이 높아지고 있지만 불충분하다는 것입니다. 다만 국채 수익률 곡선 통제 정책(YCC)은 올해 여름까지 바꾸거나 조정해 시장 역기능을 해결하고 수익률 곡선을 가파르게 만들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