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인 DB Inc 주가가 폭등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일 DB 주식은 전 거래일 대비 7.11% 오른 주당 134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1355원까지 올랐다. 연초 대비로는 75% 가까이 급등했다.

'남매의 난' 조짐에…DB, 올들어 75% 폭등
DB는 창업주인 김준기 창업회장과 장남인 김남호 회장 간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제기된 곳이다. 불미스러운 일로 2017년 회장직을 내려놓은 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김 창업회장이 작년 12월 29일 DB 지분율을 늘리면서다. 김 창업회장은 당시 DB김준기문화재단이 보유한 주식 전량을 넘겨받으면서 지분율을 15.91%까지 끌어올려 김 회장(16.83%)과의 격차를 크게 줄였다.

지난해 8월 부회장으로 선임된 장녀 김주원 DB 부회장의 지분(9.87%)을 합치면 25.78%로 김 회장 지분보다 8.95%포인트 더 많다.

증권업계에서 최근 주가 급등은 양측이 지분 경쟁에 나섰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제기됐다. 일각에선 장녀인 김 부회장을 주목하고 있다. 경영권 갈등이 부자지간이 아니라 ‘남매의 난’으로 비화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다. 김 창업회장은 올해 79세로 고령인 데다 성추문 전례가 있어 다른 주주들이 힘을 실어주기 어렵다는 관측이 있다.

1973년생인 김 부회장은 연세대 음악대학을 졸업한 뒤 도미했다. 2021년 DB하이텍 미주법인 사장을 맡아 회사에 합류했으며 지난해 7월 그룹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DB그룹은 DB 주가가 급등한 건 자회사 DB하이텍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내면서 대규모 배당을 한 영향이라는 입장이다.

DB하이텍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6753억원과 7687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순이익 5638억원의 10%인 565억원 규모의 배당을 했다. DB는 DB하이텍 지분 12.39%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