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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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년 역사의 국일제지 오너 2세가 회사 주식을 담보로 받은 대출을 갚지 못해 주식을 날릴 위기에 처하자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현금화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후 회사가 상장폐지 위기에 몰리면서 미처 주식을 팔지 못한 소액주주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미공시 주식담보대출의 나비효과

국일제지 '먹튀' 논란…개미들, 눈뜨고 당했다
2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국일제지는 지난 13일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하면서 14일부터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이후 코스닥시장본부는 21일 감사인의 감사의견 거절을 이유로 국일제지에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지난달 주당 2500원대에 거래되던 주가는 거래정지 직전 800원까지 떨어졌다.

국일제지는 특수지와 산업용지를 제조·판매하는 회사다. 문제는 2세 경영인인 최우식 대표가 지난해 보유 지분 4100만 주(지분율 32.13%)를 담보로 290억원의 대출을 받으며 시작됐다. 자본시장법상 상장사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주주는 주식담보대출을 받으면 공시를 해야 하지만 최 대표는 공시하지 않았다.

담보대출 사실은 더하기커런시대부라는 대부업체가 지난 6~8일 국일제지 주식 611만5000주를 반대매매로 장내 매도하면서 알려졌다. 시장 관계자는 “최 대표가 개인 사업에 쓰기 위해 대출을 받았지만 지난해 경기 위축으로 이 사업이 어려워져 대출 상환이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반대매매에 국일제지 주가가 급락하자 최 대표도 6일부터 보유 주식을 시장에 내다 팔기 시작했다. 13일까지 2461만5627주를 주당 평균 1051원에 팔아 약 260억원을 현금화했다. 이에 최 대표 지분율은 5.7%로 낮아졌다.

○소액주주 손실은 나몰라라

이 과정에서 수상한 경영권 매매 계약을 체결하면서 소액주주들은 더 큰 피해를 봤다. 최 대표는 지난 8일 지분 약 3188만5000주(23.99%)를 357억원에 스포츠용품업체 디케이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 중 1차 물량인 988만5000주를 당일 디케이원에 양도하고 98억원을 받았다. 주당 1118원이었다. 디케이원은 이 지분을 바로 시장에 팔아 차익을 남겼다.

13일 국일제지는 급작스럽게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최 대표와 디케이원은 나머지 주식 거래를 오는 29일 마무리한다는 입장이었지만 20일 계약은 해지됐다. 디케이원이 주총 이전에 새로 선임할 이사 및 감사 후보 지명 등 통지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시장에서는 계약 자체가 허위인 것으로 보고 있다. 거래 정지 전에 주식을 현금화할 기회를 마련하기 위한 일종의 ‘쇼’가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최 대표가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거래했다면 이 역시 자본시장법 위반이다.

지분은 크게 줄었지만 최 대표는 여전히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다. 국일제지는 오는 29일 주주총회 안건으로 최 대표 재선임안을 올렸다. 주총 의결권이 작년 말 기준이어서 최 대표는 지분 32.13%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안건이 통과하면 그는 3년간 국일제지 대표를 맡게 된다. 피해는 고스란히 소액주주의 몫으로 남았다. 작년 말 기준 4만5789명의 소액주주가 67.87%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최석철/장현주 기자 dols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