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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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현지시간) 미국 증시는 시장을 짓눌렀던 은행권에 대한 우려가 진정되고, 마이크론 등 반도체주 급등 등에 힘입어 상승 마감했다. 전일 코스닥 중심으로 상승세가 펼쳐졌던 국내 증시는 30일 반도체로 다시 주도권이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 국내 증시 상승 출발 전망

MSCI 한국 지수 ETF는 0.05% 하락, MSCI 신흥 지수 ETF는 0.28% 상승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NDF 원달러 환율 1개월물은 1304.25원으로 이를 반영하면 원달러 환율은 1원 상승 출발, 코스피는 0.5% 내외 상승 출발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미 증시가 은행 리스크 완화와 중앙은행(Fed)의 금리인상 기조 종료 기대 등으로 안도랠리를 보이며 상승한 점은 한국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특히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3.27% 상승한 점이 우호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달러화가 강세를 보인 점은 부담이나 이는 엔화가 분기말 수급적인 요인과 안전자산 선호심리 약화 등으로 크게 약세를 보인데 따른 것으로 부담은 크지 않을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선진국 은행권의 불안 소강, 미국 긴축 사이클 종료 기대 등에 따른 미 증시 강세에 영향을 받으면서 상승 흐름을 보일 전망"이라며 "업종 관점에서는 전일 삼성전자(-0.3%), SK하이닉스(-1.7%) 등 반도체 대장주들이 마이크론 실적 부진 소식 등으로 약세를 보이긴 했으나, 금일에는 국내 반도체주들의 반등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는 "전일은 다시 코스닥 중심 상승장이 전개됐지만 금일은 반도체로 주도권이 다시 넘어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다만 SK하이닉스에 대해 무디스가 신용등급을 부정적으로 하향한 점은 다소 부담"이라고 말했다. 이어 "은행 리스크도 축소되고 있고 마이크론 실적도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데다 5월 FOMC 전까지 뚜렷한 이벤트가 없는 만큼 안도랠리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라고 전망했다.

■ 美 증시 위험 선호 심리에 상승 마감

29일(현지시간) 다우존스지수는 전장보다 323.35포인트(1.00%) 오른 32717.60으로 거래를 마쳤다. S&P500지수는 전장보다 56.54포인트(1.42%) 상승한 4027.81로, 나스닥지수는 전장보다 210.16포인트(1.79%) 오른 11926.24로 장을 마감했다.

투자자들은 은행권의 위기가 진정 국면에 들어섰다고 판단하고 있다. 은행권 위기가 진정되면서 국채금리는 오름세를 보였다. 10년물 국채금리는 전날과 비슷한 3.56%를, 2년물 국채금리도 2bp가량 상승한 4.09% 근방에서 움직였다.

마이크론의 주가는 회사의 분기 손실이 예상보다 컸다는 소식에도 실적이 바닥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이어지며 7% 이상 올랐다. 인공지능(AI) 분야의 성장으로 2025년 반도체 시장의 호황을 기대한다는 경영진의 낙관적 전망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인텔의 주가도 반도체 시장 확대 기대에 7% 이상 올랐다.

■ 스위스 정부, 'CS 인수' UBS에 150조원대 유동성 지원 승인

스위스 최대 은행인 UBS가 위기설에 휩싸였던 크레디트스위스(CS)를 인수할 수 있도록 1090억 스위스프랑(154조3000억여원) 규모의 긴급 신용보증을 제공하는 방안이 연방정부의 승인을 얻었다.

스위스 연방장관 회의체인 연방평의회는 29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CS 인수를 위해 스위스 국립은행(SNB)과 UBS에 긴급 신용보증을 제공하도록 결정했다고 밝혔다. 정부 보증 하에 UBS에 제공될 지원 규모는 1090억 스위스프랑으로, 스위스 금융당국이 지난 19일 UBS의 CS 인수를 전격 발표할 당시 약속한 대출 지원 규모인 1000억 스위스프랑과 크게 차이가 없다.

스위스 연방의회는 내달 특별회기를 열고 이 같은 연방정부의 재정지원이 적정하게 집행되는지 등을 살펴보기로 했다.

■ WSJ "향후 '슬로모션' 은행 위기도 가능"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붕괴로부터 시작된 은행 위기 확산 우려가 잦아드는 것처럼 보인다. 미 금융당국의 신속한 개입으로 SVB와 시그니처은행의 모든 고객이 예금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됐고, 위기설에 휩싸인 다른 지역은행들도 유동성을 수혈받아 급한 불을 껐다.

대서양 건너편에서 날아온 크레디트스위스(CS) 위기설도 스위스 당국의 긴급 대응과 UBS의 인수 결정으로 일단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최근 수십년간 대부분의 금융위기가 급속도로 격렬하게 전개되다 아시아 시장 개장 직전인 주말에 정점을 찍었다는 사실 역시, 비슷한 패턴을 보인 SVB 사태가 '최악의 고비는 넘겼다'는 희망의 근거가 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현지시간) 전했다.

그러나 WSJ 수석 경제논설위원인 그레그 입은 '금융계가 슬로모션 은행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는 제목의 이날 칼럼에서 천천히 진행되며 서서히 시스템을 갉아먹는 슬로모션 위기라는 또 다른 유형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당장 SVB 파산이 현재까지 다른 금융기관에 미친 피해는 종전 금융위기에 비해 적은 편이지만, 향후 몇 년간 다수의 은행이 영업을 축소하거나 다른 회사에 인수합병됨으로써 신용 공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다. 그중에서도 중소 규모의 은행들이 장기간 예금 인출 압박을 받아 대출을 축소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통상적인 의미의 금융위기는 아니지만, 최종 결과는 똑같을 수 있다고 입 위원은 내다봤다.

■ 반도체 투자 확대에 제조업 체감경기 4개월만에 반등

반도체 경기 악화에도 꾸준한 설비투자가 이뤄지면서 제조업 체감 경기가 4개월 만에 반등했다. 덩달아 전체 산업 체감경기도 7개월 만에 오름세를 나타냈다.

한국은행이 30일 발표한 '3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제조업 업황 BSI는 전월보다 7포인트(p) 상승한 70을 기록했다. 제조업 업황 BSI는 지난해 12월부터 3개월 연속 하락하면서 지난 2월(63)에는 2020년 7월(59) 이후 2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BSI는 현재 경영상황에 대한 기업가의 판단과 전망을 바탕으로 산출된 통계로, 부정적 응답이 긍정적 응답보다 많으면 지수가 100을 밑돈다.

3월 제조업 체감경기가 큰 폭 오른 것은 전자·영상·통신장비(9포인트), 1차 금속(15포인트), 기타 기계장비(13포인트) 등의 업황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전자·영상·통신장비와 기타 기계장비는 반도체 설비투자 수요 증가로 제조장비 납품이 증가한 영향을 받았고, 1차 금속은 열연 강판 등 철강제품 가격 상승과 함께 조선과 자동차 등 전방산업 수요 증가 등으로 오름폭이 컸다. 제조업 업황 BSI는 대기업(7포인트)과 중소기업(6포인트), 수출기업(3포인트), 내수기업(9포인트)을 가리지 않고 모두 상승했다.

3월 비제조업 업황 BSI(74)는 전월 대비 1포인트 상승했다. 지난달에 이어 2개월째 상승세를 나타냈다.

제조업과 비제조업을 종합한 전산업 업황 BSI는 3월 72로, 2월 대비 3포인트 상승했다. 전산업 업황 BSI가 상승한 것은 지난해 8월 이후 7개월 만이다.
4월 업황에 대한 전망 BSI(73)는 한 달 새 2포인트 상승했다. 제조업(69)에서 3포인트, 비제조업(75)에서 1포인트 높아졌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