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보기술(IT) 기업의 주가가 약진하고 있다. 상하이지수가 박스권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중국 주요 IT 기업의 주가는 올 들어 수십~수백% 오른 사례가 많다. 중국 정부가 올해 발표한 기술자립 정책에 대한 기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진핑 '디지털 중국' 비전에…캄브리콘, 올해 들어 4배 급등
중국의 인공지능(AI) 반도체 설계기업 캄브리콘은 6일 상하이증권거래소에서 208위안에 마감했다. 연초 대비 281.23% 올랐다. 캄브리콘은 중국 정부가 ‘엔비디아의 대항마’로 육성하고 있는 기업이다. 챗GPT와 경쟁하기 위해 AI 챗봇 ‘어니봇’을 개발한 중국 최대 검색기업 바이두도 연초부터 이날까지 27.48% 상승했다.

IT 보안업체 360시큐리티테크놀로지(190.06%)를 비롯해 아이플라이텍(94.88%), 폭스콘(106.97%), 도닝(83.74%), 즈광(73.24%) 등 주요 IT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종목도 같은 기간 주가가 급등했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칩 위탁생산) 기업 SMIC(34.87%)를 비롯해 차이나모바일(26.67%) 등도 두 자릿수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상하이지수는 7.23% 올랐다.

지난달 중국의 의회인 전국인민대표대회는 ‘국가데이터국’ 신설안을 의결했다. 지난달 중국 국무원이 발표한 ‘디지털 중국 건설 규획’을 이행할 기구를 마련한 것이다. 중국의 디지털 발전 수준을 2035년까지 세계 선두권으로 진입시키겠다는 목표다.

최설화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디지털 경제 기반을 다지기 위한 프로젝트에 투자가 지속될 것이고, 이는 IT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수요를 자극할 것”이라며 “중국 정부가 챗GPT의 중국 내 사용을 금지하면서 이 분야에서 로컬 선두 기업이 나올 것이란 기대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단기 과열 우려도 제기한다. 최근 일부 기술주의 실적 대비 주가의 괴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달 발표되는 1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종목은 차익 매물이 쏟아지면서 주가가 떨어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