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힘 얻는 '리세션 트레이드'…달러 무너진다 vs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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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미 동부시간) 아침 뉴욕 금융시장의 투자자들은 잔뜩 긴장하고 있었습니다.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경제 지표들이 줄줄이 발표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① 3월 민간 고용→예상 대폭 하회 오전 8시 15분 발표된 고용정보업체 ADP의 3월 민간 고용 수치는 예상을 밑돌았습니다. 14만5000개 증가에 그쳐 21만 개 예상에 크게 못 미친 것입니다. 2월 26만1000개보다도 많이 감소했고요. ADP의 넬라 리처드슨 이코노미스트는 "3월 데이터는 경제가 둔화하고 있다는 신호 중의 하나다. 기업들은 그동안의 강력한 고용에서 한발 물러서고 있으며, 임금 상승률도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임금 상승률은 2월 7.2%에서 3월 6.9%로 둔화했고, 이직자의 경우 14.4%에서 14.2%로 줄었습니다. 에드워드 존스는 "ADP 데이터는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고용 지표는 아니지만, 노동시장이 일부 완화될 것이란 우리 예상과 일치한다"라고 밝혔습니다. ADP 데이터가 발표된 뒤 시장은 출렁였습니다. 뉴욕 채권시장에서 발표 전 소폭 오르던 국채 금리는 급락세로 돌아섰습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3.35% 수준에서 순간적으로 3.29%까지 떨어져 3.3% 밑으로 내려갔습니다. 2년물 금리도 3.82%에서 3.75%로 하락했습니다. 사실 국채 금리가 그동안 ADP 데이터에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한 적은 거의 없었습니다. ADP 자료는 통상 이틀 뒤 발표되는 노동부의 고용보고서와 차이가 커 신뢰도가 낮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오늘은 달랐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이번 주 경제 지표들이 줄줄이 나쁘게 나오자 투자자들이 굉장히 민감해진 것 같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맞습니다. 지난 월요일 미 공급관리협회(ISM)의 3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6.3까지 떨어진 데 이어 어제 노동부의 구인 이직보고서(JOLTS)에서 채용공고 수가 거의 2년 만에 처음 1000만 개 밑으로 내려가자 월가 투자자들은 불길한 상상(경기 침체)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게다가 3월 내내 지속한 은행 불안으로 인해 은행권의 대출 축소 가능성이 커진 데다, 지난 주말 OPEC+가 갑자기 감산까지 발표해 경기 둔화에 대한 걱정은 더 높아졌습니다. 스테이트 스트리트의 마리자 베이트먼 전략가는 투자자들이 3월 은행 혼란에서 벗어나 소비와 경기 침체의 위험으로 다시 초점을 옮겼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나는 '나쁜 소식은 나쁜 소식'이란 진영에 있다. 이번 주 은행 위기를 피했지만, 경제적 불안이 여전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우리는 금융 위기에서 주기적 경기 둔화로 옮아가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오전 9시 30분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보합 선으로 출발했습니다. 경기 방어주인 헬스케어 주식(암젠, 유니이티드헬스 등)이 이끈 다우 지수는 플러스 출발을 했지만, S&P500 지수와 나스닥은 내림세로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지수가 보합 출발한 건 오전 10시 ISM의 3월 서비스업 PMI 발표를 앞두고 관망세가 컸기 때문입니다.
월가는 서비스업 PMI는 괜찮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여전히 강한 소비가 서비스 부문으로 쏠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경기 둔화를 가리키는 데이터가 많아지고 있지만 대부분 '서비스'가 아닌 제조업 등 '상품' 경제를 반영한 것입니다. 월가는 3월 서비스업 PMI가 54.3으로 확장 국면을 나타내는 50보다 높고, 2월(55.1)보다 약간 내려가는 수준을 예상했습니다.
② 서비스업→가까스로 위축 피했다
ISM 3월 서비스업 PMI는 51.2로 발표됐습니다. 50을 넘어 확장 국면은 유지했지만 2월 55.1보다 크게 떨어졌고, 월가 예상보다도 낮았습니다. 서비스업은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합니다. 앤서니 니베스 조사협회장은 “지수는 계속 50을 웃돌아 서비스 업종의 확장세가 이어지고 있음을 나타낸다"라면서도 "신규 수주 증가율의 둔화, 산업에 따라 다른 고용 환경 등으로 인해 서비스 부문의 성장률이 계속 후퇴하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세부 지수도 대부분 좋지 않았습니다. ▲신규 수주는 2월 62.6→52.2 ▲생산 56.3→55.4 ▲고용 54.0→51.3 ▲지불 가격 65.6→59.5 ▲주문 잔량 52.8→48.5 등 전달보다 떨어졌습니다. 고용의 경우 가까스로 위축 국면(50 미만)을 면했습니다. 희소식은 지불 가격이 2020년 말 이후 처음으로 60 미만으로 하락한 것입니다. 서비스업 인플레이션도 둔화할 수 있죠. 다만 서비스업 물가는 유가에 민감합니다. OPEC+의 감산으로 유가가 상승하면 경기 둔화에 따른 디스인플레이션 요인이 상쇄될 수 있습니다. 유가는 오늘도 보합세를 유지했습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0.12% 하락한 배럴당 80.61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ISM 서비스업 PMI가 나온 뒤 금리는 또 한 번 더 떨어졌습니다. 주가지수도 하락 쪽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③ 수출 감소, 모기지 신청 감소
경제 지표 발표는 두 개 더 있었습니다. 역시 좋지 않았습니다. 상무부가 발표한 2월 무역수지 적자는 705억 달러로 전월보다 19억 달러(2.7%) 증가했습니다. 4개월 간에 가장 큰 적자입니다. 2월 수출은 2512억 달러로 1월보다 69억 달러 감소했고, 수입은 3217억 달러로 50억 달러 줄었습니다. 수출 감소는 미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에 부정적입니다.
모기지은행협회(MBA)의 주간 모기지 신청 지수는 4.1% 하락했습니다. 구매 신청은 4% 감소했고 재융자 신청은 5% 줄었습니다. 해당 기간 모기지 금리가 5bp 하락했지만, 신청 건수는 감소한 것입니다. 이들 지표가 나온 뒤 애틀랜타 연방은행이 집계하는 GDP나우의 1분기 성장률 추정치는 1.5%로 떨어졌습니다. 열흘 전에는 3.5%에 달했었습니다. 계속되는 경제 지표 둔화에 추정치가 뚝뚝 하락하고 있는 것이죠. 찰스 슈왑은 "Fed의 금리 인상이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려면 약 1년이 걸린다(it takes about a year for Fed rate hikes to begin having a major impact on the economy)는 증시 격언이 있다. 최근 경제 데이터는 이를 뒷받침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 2월 건설지출과 공장재 주문까지 합쳐 모두 7개의 시장 예상을 밑도는 데이터가 나왔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도이치뱅크는 12개월 내 경기 침체 확률이 90%에 달한다고 추정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Fed의 '매파'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은행 총재는 아침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을 2%까지 안정적으로 낮추려면 기준금리를 5% 이상으로 올리고 한동안 제한적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올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메스터 총재는 은행 불안에도 불구하고 지난 3월 25bp를 올린 것에 대해서도 "매우 편안하다"라고 말했습니다. Fed 등의 대응으로 안정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 중앙은행의 매파적 바람은 오늘 유행처럼 나타났습니다. 뉴질랜드중앙은행(RBNZ)은 예상(25bp 인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50bp 인상해 시장에 충격을 줬습니다. 작년 4분기 GDP가 0.6% 감소했는데도, 4분기 소비자물가(CPI)가 7.2%로 높다며 매파적 결정을 내린 것이죠. 결정 발표 직후 뉴질랜드 달러는 1% 넘게 오르기도 했지만 금세 하락세로 바뀌었습니다. 침체가 닥칠 것이란 시장 베팅이 커진 탓입니다. 어제 추가 긴축 가능성을 낮음을 시사했던 호주중앙은행의 필립 로우 총재는 "금리 인상을 중지했다고 해서 끝난 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한발 뒤로 물러난 것이죠. 또 일본에선 일본은행(BOJ)의 전 이코노미스트였던 모마 가즈오가 "세계 채권 금리 하락이 BOJ가 이르면 이달 수익률 곡선 통제(YCC)를 폐기할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을 만들었다"라고 말해 금리와 엔화 가치가 올랐습니다.
하지만 시장은 메스터 총재의 말을 무시했습니다. 각종 데이터를 지켜본 투자자들은 올해 하반기 네 차례 금리 인하를 시장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습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Fed워치 시장을 보면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동결 60%, 25bp 인상 40% 수준의 베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5월은 올릴 수도 있다는 것이죠. 하지만 7월 회의부터 금리 인하를 시작해 올해 말엔 기준금리가 4.0%까지 떨어질 것으로 베팅하고 있습니다. 5월에 25bp를 올린다면 네 차례 인하해야 하는 수준입니다. 메스터 총재는 올해 FOMC 투표권자가 아니기도 합니다. 판테온 이코노믹스는 "더이상 미국이 침체를 피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GDP가 2분기, 3분기에 각각 마이너스 성장(연율 -1.5%)할 것으로 예측한다. 은행의 대출 기준은 실리콘밸리 은행 파산 이전부터 크게 높아졌고 이번 위기 이후 추가로 상당히 강화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판테온 이코노믹스는 "여전히 Fed가 다음 달 기준금리를 25bp 인상할 것으로 보지만 이게 마지막 인상이 될 것이다. Fed는 9월 전까지는 기준금리를 유지하겠지만, 경기 침체로 인해 9월을 시작으로 11월, 12월 등 세 차례 인하할 것으로 예측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판테온 측은 "좋은 소식은 민간의 재무 상태가 과거보다 더 나은 상태여서 침체가 2008년만큼 암울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ING는 "은행 혼란 이전에도 올해 경기 침체 가능성에 대해 우려했다. 은행은 대출 관행에 훨씬 더 신중해졌고 이는 경제에 큰 역풍이 될 것이다. 은행이 대출 조건을 높이면 항상 실업률이 치솟는다. 은행이 더 대출을 주지 않으면 어려운 기업은 사업을 접는다"라고 밝혔습니다. ING는 "성장에 대한 걱정을 더 하는 건 연방정부 부채한도 협상에 진전이 없다는 것이다. 증액 합의가 실패하면 정부가 폐쇄되고 3분기에 수십만 명의 공무원이 일시 해고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연방대법원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학자금 대출 탕감 계획을 심의하고 있다. 학자금 대출 상환은 지난 3년 동안 보류되어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대 4000만 명에게 최대 2만 달러 탕감을 희망하고 있다. 만약 대법원이 대통령에게 불리한 판결을 내리면, 이들은 9월부터 다시 월 300~400달러씩 학자금을 갚게 된다. 경제(소비)에 또 다른 큰 브레이크가 될 수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ING는 "Fed는 이러한 모든 부정적 요인에도 불구하고 5월 25bp 인상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출 감축과 차입 비용 상승, 경기 침체, 부동산 시장 약화 등이 결합하여 경착륙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실업률이 상승하면 임금 압박은 완화되고 인플레이션이 훨씬 더 빠르게 둔화할 것이다. 이는 4분기 100bp(25bp씩 네 차례) 금리 인하의 문을 열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오늘 시장에선 불안한 소식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흔들리는 지역 은행 중 하나인 웨스턴 얼라이언스 은행이 전날 장 마감 뒤 예금 잔액을 밝히지 않은 채 3월 말 기준 예금보험을 가입된 예금이 68%로 증가했다고 밝힌 뒤 오늘 시장에서 최대 19% 폭락한 것입니다. 이 은행은 정오께 급히 3월 말 예금 잔액이 476억 달러라고 밝혔습니다. 지난 3월 9일 잔액이 615억 달러였던 만큼 3주 만에 예금이 23% 유출된 것이죠. 또 3월 말부터 예금이 회복되기 시작했고, 4월에는 추가로 12억 달러의 예금을 유치했다고 밝혔습니다. 발표 이후 주가는 하락 폭을 줄여 12.38% 떨어진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또 장 마감 뒤 매달 판매 실적을 공개하는 코스트코가 휘발유 가격 변동의 영향을 제외한 3월 미국 판매가 0.9% 증가에 그쳤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팬데믹으로 경제가 봉쇄됐던 2020년 4월 이후 가장 작은 증가율입니다.
나스닥 지수는 한때 하락 폭이 1.5%를 넘기도 했습니다. 또 10년물 금리는 한때 3.27%, 2년물 금리는 3.693%까지 급락했습니다. 하지만 장 후반이 되자 조금씩 회복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S&P500 지수는 0.25%, 나스닥은 1.07% 내린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다우만이 0.24% 상승했습니다. 오후 4시 40분께 10년물 금리는 3.4bp 내린 3.308%, 2년물은 5.0bp 하락한 3.788%에 거래됐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아침에 경제 지표를 보고 일부 트레이더의 포지셔닝 정리가 있었다. 그리고 오후 장에서는 약간 안정을 되찾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오는 금요일 3월 고용보고서가 나올 때 뉴욕 금융시장이 휴장하기 때문에 오늘 지표가 나오면 어느 정도 포지션 정리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었습니다. 내일 아침 발표될 주간 실업급여 청구 건수에도 변화가 나타난다면 추가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여전히 고용을 포함한 경기가 꺾이지 않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래서 시간이 흐르자 시장이 약간 안정을 되찾았다는 것이죠. 씨티는 "ISM 서비스업 PMI는 50을 넘어 확장 국면을 유지했다. 기업들의 설문에서는 은행으로 인한 스트레스도 언급되지 않았다. 지수 하락은 대부분 신규 수주 감소 탓인데 지난 1~2월에 너무 높았던 탓이다. 둔화한 PMI는 Fed가 금리를 계속 높일 것이란 우리 기본 예상을 바꾸지 못한다"라고 밝혔습니다. TD뱅크도 "ISM 서비스 PMI의 커다란 하락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지만, 세부 내용을 보면 아직은 '경기 침체 전주곡'이 시작된 것은 아니다. 고용이나 생산은 여전히 확장 국면에 있다. 경제가 모멘텀을 잃고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추세 이하 성장은 유지할 것으로 본다"라고 밝혔습니다. 어제 JOLTS 보고서와 관련해서도 JP모건은 "Fed는 경기 침체 없이 노동시장의 둔화를 모색해왔다. 그리고 JOLTS 데이터는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신호를 보여준다. 역대 최고 수준이던 채용공고가 6% 감소해 2021년 5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줄어든 건 긍정적"이라고 풀이했습니다. 이런 논쟁을 마무리하려면 3월 고용보고서를 봐야 할 것입니다. 현재 컨센서스는 ▲신규고용 24만 개(2월 31만1000개) ▲시간당 임금 상승률 0.3%(2월 0.2%) ▲실업률 3.6%(변동 없음) ▲경제활동 참여율 62.5%(변동 없음) 등입니다.
월가에서는 신규고용이 20만 개 이하가 나오면 시장이 환영할 것으로 봅니다. Fed가 금리 인상을 중단할 확률이 커지니까요. 그러나 너무 많이 떨어져도 안 됩니다. 경기 침체 우려를 자극할 수 있습니다. 또 신규고용 수치만큼이나 중요한 게 시간당 임금 상승률입니다. 예상보다 더 높다면 여전히 뜨거운 노동시장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올 겁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신규고용은 낮지만, 임금은 크게 상승하는 것입니다. 경제가 침체로 가고 있지만, 인플레이션은 끈적끈적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걱정을 키울 수 있습니다. 어쨌든 이번 주, 오늘 시장의 두드러진 특징은 '리세션 트레이드'입니다. 그동안 상승세를 이끌어온 기술주(-1.3%), 그리고 지난주 상승했던 산업(-1.3%) 임의소비재(-2.0%) 등 경기민감주 대신 유틸리티(+2.6%) 헬스케어(+1.7%) 필수소비재(+0.6%) 등 경기방어주가 주도하고 있는 것이죠. 기술주 가운데 엔비디아의 주가는 2.08% 내렸습니다. 알파벳이 자사가 개발한 반도체가 AI 훈련에서 엔비디아의 A100 칩보다 더 빠르고 전력을 덜 쓴다고 밝힌 게 영향을 줬습니다. 또 팀 쿡 CEO를 포함한 애플(-1.13%)의 내부자, 그리고 테슬라(-3.67%)의 CFO 등 내부자들이 주식을 팔고 있다는 뉴스도 부정적이었습니다. 경제가 불안하다 보니, 안전자산인 금 가격은 강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장중 온스당 2049달러까지 올라 2020년 8월 세운 사상 최고치 2075달러에 근접했습니다. 씨티는 최근 금값 목표치로 2300달러를 제시했고, 뱅크오브아메리카는 4분기까지 2200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세계금위원회(World Gold Council)의 크리샨 고폴 애널리스트는 최근 금의 랠리는 Fed 등 중앙은행이 곧 긴축을 중단할 것이란 예상에 힘입은 것이라며 "금리가 하락하면 금을 보유하는 것이 더 매력적"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역시 안전자산으로 여겨져 온 달러는 약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보스턴연방은행에 따르면 미국에 경기 침체가 닥치면 글로벌 위험 회피 심리가 높아지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의 달러 표시 자산을 보유하려는 경향이 커집니다. 이에 따라 달러가 강세를 보이죠. 하지만 달러는 지난 한 달간 3% 이상 떨어졌습니다. 일부에서는 중국과 사우디, 러시아 등이 원유 등 원자재를 달러 대신 위안 유로 등으로 거래하기로 하면서 페트로 달러에 의문이 제기된 것을 원인으로 지적합니다. 달러화가 기축통화가 된 게 원유를 사는 데 쓰이기 때문(페트로 달러)인데, 그게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죠. 찰스 슈왑의 캐시 존스 채권 전략가는 "세계 무역이나 투자에서 달러를 쓰지 않는 탈달러화(De-dollarization)가 뜨거운 주제가 되고 있다. 중국이 몇몇 무역 상대국과 원자재 거래에 위안화를 쓰기 시작했고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공통 통화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는 뉴스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추세가 확대되면 달러 가치가 급격히 낮아질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라면서 "하지만 이 주장은 과장된 것이며, 글로벌 무역과 투자에서 통화 다각화가 발생할 수 있지만, 탈달러화는 불가능하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① 달러가 지난 6개월 동안 하락했지만, 여전히 10년 내 최고치에 근접한 상태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② 외국인 투자자의 미국 국채 보유는 지난 몇 년 동안 증가했다(수요가 여전히 강하다) ③ 가능한 기축통화 대안이 없다 (위안화 무역은 2022년 세계 무역의 2% 미만을 차지했다) 등을 들어 2023년 달러 강세의 추가 완화가 있을 수 있지만, 세계 통화 질서의 구조적 변화를 예고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도 페트로 달러를 페트로 위안이 대체한다는 분석은 거짓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달러의 지위가 흔들리기는 하지만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 상실에 대한 예측은 시기상조"라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① 중국, 러시아, 중동 간의 무역이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세계 무역의 2%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무역은 여전히 미국과 동맹을 맺은 국가들 사이에서 달러로 이뤄지고 있다 ② 중국, 러시아 및 중동 국가는 모두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기축통화국이 되려면 통화에 대한 세계 수요가 높으므로 경상수지 적자를 낼 수 있어야 한다 ③ 통화가 기축통화로 사용되려면 세계에서 쉽고 저렴하게 쓰여야 하며, 이는 결국 외국인이 대량 보유할 의사가 있는지에 달려 있다. 달러 외에는 별 대안이 없다. ④ 이러한 특성을 가진 통화가 있다 하더라도 달러가 가진 기존의 강력한 네트워크 효과를 극복해야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① 3월 민간 고용→예상 대폭 하회 오전 8시 15분 발표된 고용정보업체 ADP의 3월 민간 고용 수치는 예상을 밑돌았습니다. 14만5000개 증가에 그쳐 21만 개 예상에 크게 못 미친 것입니다. 2월 26만1000개보다도 많이 감소했고요. ADP의 넬라 리처드슨 이코노미스트는 "3월 데이터는 경제가 둔화하고 있다는 신호 중의 하나다. 기업들은 그동안의 강력한 고용에서 한발 물러서고 있으며, 임금 상승률도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임금 상승률은 2월 7.2%에서 3월 6.9%로 둔화했고, 이직자의 경우 14.4%에서 14.2%로 줄었습니다. 에드워드 존스는 "ADP 데이터는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고용 지표는 아니지만, 노동시장이 일부 완화될 것이란 우리 예상과 일치한다"라고 밝혔습니다. ADP 데이터가 발표된 뒤 시장은 출렁였습니다. 뉴욕 채권시장에서 발표 전 소폭 오르던 국채 금리는 급락세로 돌아섰습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3.35% 수준에서 순간적으로 3.29%까지 떨어져 3.3% 밑으로 내려갔습니다. 2년물 금리도 3.82%에서 3.75%로 하락했습니다. 사실 국채 금리가 그동안 ADP 데이터에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한 적은 거의 없었습니다. ADP 자료는 통상 이틀 뒤 발표되는 노동부의 고용보고서와 차이가 커 신뢰도가 낮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오늘은 달랐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이번 주 경제 지표들이 줄줄이 나쁘게 나오자 투자자들이 굉장히 민감해진 것 같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맞습니다. 지난 월요일 미 공급관리협회(ISM)의 3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6.3까지 떨어진 데 이어 어제 노동부의 구인 이직보고서(JOLTS)에서 채용공고 수가 거의 2년 만에 처음 1000만 개 밑으로 내려가자 월가 투자자들은 불길한 상상(경기 침체)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게다가 3월 내내 지속한 은행 불안으로 인해 은행권의 대출 축소 가능성이 커진 데다, 지난 주말 OPEC+가 갑자기 감산까지 발표해 경기 둔화에 대한 걱정은 더 높아졌습니다. 스테이트 스트리트의 마리자 베이트먼 전략가는 투자자들이 3월 은행 혼란에서 벗어나 소비와 경기 침체의 위험으로 다시 초점을 옮겼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나는 '나쁜 소식은 나쁜 소식'이란 진영에 있다. 이번 주 은행 위기를 피했지만, 경제적 불안이 여전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우리는 금융 위기에서 주기적 경기 둔화로 옮아가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오전 9시 30분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보합 선으로 출발했습니다. 경기 방어주인 헬스케어 주식(암젠, 유니이티드헬스 등)이 이끈 다우 지수는 플러스 출발을 했지만, S&P500 지수와 나스닥은 내림세로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지수가 보합 출발한 건 오전 10시 ISM의 3월 서비스업 PMI 발표를 앞두고 관망세가 컸기 때문입니다.
월가는 서비스업 PMI는 괜찮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여전히 강한 소비가 서비스 부문으로 쏠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경기 둔화를 가리키는 데이터가 많아지고 있지만 대부분 '서비스'가 아닌 제조업 등 '상품' 경제를 반영한 것입니다. 월가는 3월 서비스업 PMI가 54.3으로 확장 국면을 나타내는 50보다 높고, 2월(55.1)보다 약간 내려가는 수준을 예상했습니다.
② 서비스업→가까스로 위축 피했다
ISM 3월 서비스업 PMI는 51.2로 발표됐습니다. 50을 넘어 확장 국면은 유지했지만 2월 55.1보다 크게 떨어졌고, 월가 예상보다도 낮았습니다. 서비스업은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합니다. 앤서니 니베스 조사협회장은 “지수는 계속 50을 웃돌아 서비스 업종의 확장세가 이어지고 있음을 나타낸다"라면서도 "신규 수주 증가율의 둔화, 산업에 따라 다른 고용 환경 등으로 인해 서비스 부문의 성장률이 계속 후퇴하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세부 지수도 대부분 좋지 않았습니다. ▲신규 수주는 2월 62.6→52.2 ▲생산 56.3→55.4 ▲고용 54.0→51.3 ▲지불 가격 65.6→59.5 ▲주문 잔량 52.8→48.5 등 전달보다 떨어졌습니다. 고용의 경우 가까스로 위축 국면(50 미만)을 면했습니다. 희소식은 지불 가격이 2020년 말 이후 처음으로 60 미만으로 하락한 것입니다. 서비스업 인플레이션도 둔화할 수 있죠. 다만 서비스업 물가는 유가에 민감합니다. OPEC+의 감산으로 유가가 상승하면 경기 둔화에 따른 디스인플레이션 요인이 상쇄될 수 있습니다. 유가는 오늘도 보합세를 유지했습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0.12% 하락한 배럴당 80.61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ISM 서비스업 PMI가 나온 뒤 금리는 또 한 번 더 떨어졌습니다. 주가지수도 하락 쪽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③ 수출 감소, 모기지 신청 감소
경제 지표 발표는 두 개 더 있었습니다. 역시 좋지 않았습니다. 상무부가 발표한 2월 무역수지 적자는 705억 달러로 전월보다 19억 달러(2.7%) 증가했습니다. 4개월 간에 가장 큰 적자입니다. 2월 수출은 2512억 달러로 1월보다 69억 달러 감소했고, 수입은 3217억 달러로 50억 달러 줄었습니다. 수출 감소는 미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에 부정적입니다.
모기지은행협회(MBA)의 주간 모기지 신청 지수는 4.1% 하락했습니다. 구매 신청은 4% 감소했고 재융자 신청은 5% 줄었습니다. 해당 기간 모기지 금리가 5bp 하락했지만, 신청 건수는 감소한 것입니다. 이들 지표가 나온 뒤 애틀랜타 연방은행이 집계하는 GDP나우의 1분기 성장률 추정치는 1.5%로 떨어졌습니다. 열흘 전에는 3.5%에 달했었습니다. 계속되는 경제 지표 둔화에 추정치가 뚝뚝 하락하고 있는 것이죠. 찰스 슈왑은 "Fed의 금리 인상이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려면 약 1년이 걸린다(it takes about a year for Fed rate hikes to begin having a major impact on the economy)는 증시 격언이 있다. 최근 경제 데이터는 이를 뒷받침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 2월 건설지출과 공장재 주문까지 합쳐 모두 7개의 시장 예상을 밑도는 데이터가 나왔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도이치뱅크는 12개월 내 경기 침체 확률이 90%에 달한다고 추정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Fed의 '매파'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은행 총재는 아침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을 2%까지 안정적으로 낮추려면 기준금리를 5% 이상으로 올리고 한동안 제한적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올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메스터 총재는 은행 불안에도 불구하고 지난 3월 25bp를 올린 것에 대해서도 "매우 편안하다"라고 말했습니다. Fed 등의 대응으로 안정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 중앙은행의 매파적 바람은 오늘 유행처럼 나타났습니다. 뉴질랜드중앙은행(RBNZ)은 예상(25bp 인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50bp 인상해 시장에 충격을 줬습니다. 작년 4분기 GDP가 0.6% 감소했는데도, 4분기 소비자물가(CPI)가 7.2%로 높다며 매파적 결정을 내린 것이죠. 결정 발표 직후 뉴질랜드 달러는 1% 넘게 오르기도 했지만 금세 하락세로 바뀌었습니다. 침체가 닥칠 것이란 시장 베팅이 커진 탓입니다. 어제 추가 긴축 가능성을 낮음을 시사했던 호주중앙은행의 필립 로우 총재는 "금리 인상을 중지했다고 해서 끝난 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한발 뒤로 물러난 것이죠. 또 일본에선 일본은행(BOJ)의 전 이코노미스트였던 모마 가즈오가 "세계 채권 금리 하락이 BOJ가 이르면 이달 수익률 곡선 통제(YCC)를 폐기할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을 만들었다"라고 말해 금리와 엔화 가치가 올랐습니다.
하지만 시장은 메스터 총재의 말을 무시했습니다. 각종 데이터를 지켜본 투자자들은 올해 하반기 네 차례 금리 인하를 시장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습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Fed워치 시장을 보면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동결 60%, 25bp 인상 40% 수준의 베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5월은 올릴 수도 있다는 것이죠. 하지만 7월 회의부터 금리 인하를 시작해 올해 말엔 기준금리가 4.0%까지 떨어질 것으로 베팅하고 있습니다. 5월에 25bp를 올린다면 네 차례 인하해야 하는 수준입니다. 메스터 총재는 올해 FOMC 투표권자가 아니기도 합니다. 판테온 이코노믹스는 "더이상 미국이 침체를 피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GDP가 2분기, 3분기에 각각 마이너스 성장(연율 -1.5%)할 것으로 예측한다. 은행의 대출 기준은 실리콘밸리 은행 파산 이전부터 크게 높아졌고 이번 위기 이후 추가로 상당히 강화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판테온 이코노믹스는 "여전히 Fed가 다음 달 기준금리를 25bp 인상할 것으로 보지만 이게 마지막 인상이 될 것이다. Fed는 9월 전까지는 기준금리를 유지하겠지만, 경기 침체로 인해 9월을 시작으로 11월, 12월 등 세 차례 인하할 것으로 예측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판테온 측은 "좋은 소식은 민간의 재무 상태가 과거보다 더 나은 상태여서 침체가 2008년만큼 암울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ING는 "은행 혼란 이전에도 올해 경기 침체 가능성에 대해 우려했다. 은행은 대출 관행에 훨씬 더 신중해졌고 이는 경제에 큰 역풍이 될 것이다. 은행이 대출 조건을 높이면 항상 실업률이 치솟는다. 은행이 더 대출을 주지 않으면 어려운 기업은 사업을 접는다"라고 밝혔습니다. ING는 "성장에 대한 걱정을 더 하는 건 연방정부 부채한도 협상에 진전이 없다는 것이다. 증액 합의가 실패하면 정부가 폐쇄되고 3분기에 수십만 명의 공무원이 일시 해고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연방대법원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학자금 대출 탕감 계획을 심의하고 있다. 학자금 대출 상환은 지난 3년 동안 보류되어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대 4000만 명에게 최대 2만 달러 탕감을 희망하고 있다. 만약 대법원이 대통령에게 불리한 판결을 내리면, 이들은 9월부터 다시 월 300~400달러씩 학자금을 갚게 된다. 경제(소비)에 또 다른 큰 브레이크가 될 수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ING는 "Fed는 이러한 모든 부정적 요인에도 불구하고 5월 25bp 인상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출 감축과 차입 비용 상승, 경기 침체, 부동산 시장 약화 등이 결합하여 경착륙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실업률이 상승하면 임금 압박은 완화되고 인플레이션이 훨씬 더 빠르게 둔화할 것이다. 이는 4분기 100bp(25bp씩 네 차례) 금리 인하의 문을 열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오늘 시장에선 불안한 소식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흔들리는 지역 은행 중 하나인 웨스턴 얼라이언스 은행이 전날 장 마감 뒤 예금 잔액을 밝히지 않은 채 3월 말 기준 예금보험을 가입된 예금이 68%로 증가했다고 밝힌 뒤 오늘 시장에서 최대 19% 폭락한 것입니다. 이 은행은 정오께 급히 3월 말 예금 잔액이 476억 달러라고 밝혔습니다. 지난 3월 9일 잔액이 615억 달러였던 만큼 3주 만에 예금이 23% 유출된 것이죠. 또 3월 말부터 예금이 회복되기 시작했고, 4월에는 추가로 12억 달러의 예금을 유치했다고 밝혔습니다. 발표 이후 주가는 하락 폭을 줄여 12.38% 떨어진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또 장 마감 뒤 매달 판매 실적을 공개하는 코스트코가 휘발유 가격 변동의 영향을 제외한 3월 미국 판매가 0.9% 증가에 그쳤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팬데믹으로 경제가 봉쇄됐던 2020년 4월 이후 가장 작은 증가율입니다.
나스닥 지수는 한때 하락 폭이 1.5%를 넘기도 했습니다. 또 10년물 금리는 한때 3.27%, 2년물 금리는 3.693%까지 급락했습니다. 하지만 장 후반이 되자 조금씩 회복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S&P500 지수는 0.25%, 나스닥은 1.07% 내린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다우만이 0.24% 상승했습니다. 오후 4시 40분께 10년물 금리는 3.4bp 내린 3.308%, 2년물은 5.0bp 하락한 3.788%에 거래됐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아침에 경제 지표를 보고 일부 트레이더의 포지셔닝 정리가 있었다. 그리고 오후 장에서는 약간 안정을 되찾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오는 금요일 3월 고용보고서가 나올 때 뉴욕 금융시장이 휴장하기 때문에 오늘 지표가 나오면 어느 정도 포지션 정리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었습니다. 내일 아침 발표될 주간 실업급여 청구 건수에도 변화가 나타난다면 추가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여전히 고용을 포함한 경기가 꺾이지 않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래서 시간이 흐르자 시장이 약간 안정을 되찾았다는 것이죠. 씨티는 "ISM 서비스업 PMI는 50을 넘어 확장 국면을 유지했다. 기업들의 설문에서는 은행으로 인한 스트레스도 언급되지 않았다. 지수 하락은 대부분 신규 수주 감소 탓인데 지난 1~2월에 너무 높았던 탓이다. 둔화한 PMI는 Fed가 금리를 계속 높일 것이란 우리 기본 예상을 바꾸지 못한다"라고 밝혔습니다. TD뱅크도 "ISM 서비스 PMI의 커다란 하락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지만, 세부 내용을 보면 아직은 '경기 침체 전주곡'이 시작된 것은 아니다. 고용이나 생산은 여전히 확장 국면에 있다. 경제가 모멘텀을 잃고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추세 이하 성장은 유지할 것으로 본다"라고 밝혔습니다. 어제 JOLTS 보고서와 관련해서도 JP모건은 "Fed는 경기 침체 없이 노동시장의 둔화를 모색해왔다. 그리고 JOLTS 데이터는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신호를 보여준다. 역대 최고 수준이던 채용공고가 6% 감소해 2021년 5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줄어든 건 긍정적"이라고 풀이했습니다. 이런 논쟁을 마무리하려면 3월 고용보고서를 봐야 할 것입니다. 현재 컨센서스는 ▲신규고용 24만 개(2월 31만1000개) ▲시간당 임금 상승률 0.3%(2월 0.2%) ▲실업률 3.6%(변동 없음) ▲경제활동 참여율 62.5%(변동 없음) 등입니다.
월가에서는 신규고용이 20만 개 이하가 나오면 시장이 환영할 것으로 봅니다. Fed가 금리 인상을 중단할 확률이 커지니까요. 그러나 너무 많이 떨어져도 안 됩니다. 경기 침체 우려를 자극할 수 있습니다. 또 신규고용 수치만큼이나 중요한 게 시간당 임금 상승률입니다. 예상보다 더 높다면 여전히 뜨거운 노동시장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올 겁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신규고용은 낮지만, 임금은 크게 상승하는 것입니다. 경제가 침체로 가고 있지만, 인플레이션은 끈적끈적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걱정을 키울 수 있습니다. 어쨌든 이번 주, 오늘 시장의 두드러진 특징은 '리세션 트레이드'입니다. 그동안 상승세를 이끌어온 기술주(-1.3%), 그리고 지난주 상승했던 산업(-1.3%) 임의소비재(-2.0%) 등 경기민감주 대신 유틸리티(+2.6%) 헬스케어(+1.7%) 필수소비재(+0.6%) 등 경기방어주가 주도하고 있는 것이죠. 기술주 가운데 엔비디아의 주가는 2.08% 내렸습니다. 알파벳이 자사가 개발한 반도체가 AI 훈련에서 엔비디아의 A100 칩보다 더 빠르고 전력을 덜 쓴다고 밝힌 게 영향을 줬습니다. 또 팀 쿡 CEO를 포함한 애플(-1.13%)의 내부자, 그리고 테슬라(-3.67%)의 CFO 등 내부자들이 주식을 팔고 있다는 뉴스도 부정적이었습니다. 경제가 불안하다 보니, 안전자산인 금 가격은 강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장중 온스당 2049달러까지 올라 2020년 8월 세운 사상 최고치 2075달러에 근접했습니다. 씨티는 최근 금값 목표치로 2300달러를 제시했고, 뱅크오브아메리카는 4분기까지 2200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세계금위원회(World Gold Council)의 크리샨 고폴 애널리스트는 최근 금의 랠리는 Fed 등 중앙은행이 곧 긴축을 중단할 것이란 예상에 힘입은 것이라며 "금리가 하락하면 금을 보유하는 것이 더 매력적"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역시 안전자산으로 여겨져 온 달러는 약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보스턴연방은행에 따르면 미국에 경기 침체가 닥치면 글로벌 위험 회피 심리가 높아지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의 달러 표시 자산을 보유하려는 경향이 커집니다. 이에 따라 달러가 강세를 보이죠. 하지만 달러는 지난 한 달간 3% 이상 떨어졌습니다. 일부에서는 중국과 사우디, 러시아 등이 원유 등 원자재를 달러 대신 위안 유로 등으로 거래하기로 하면서 페트로 달러에 의문이 제기된 것을 원인으로 지적합니다. 달러화가 기축통화가 된 게 원유를 사는 데 쓰이기 때문(페트로 달러)인데, 그게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죠. 찰스 슈왑의 캐시 존스 채권 전략가는 "세계 무역이나 투자에서 달러를 쓰지 않는 탈달러화(De-dollarization)가 뜨거운 주제가 되고 있다. 중국이 몇몇 무역 상대국과 원자재 거래에 위안화를 쓰기 시작했고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공통 통화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는 뉴스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추세가 확대되면 달러 가치가 급격히 낮아질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라면서 "하지만 이 주장은 과장된 것이며, 글로벌 무역과 투자에서 통화 다각화가 발생할 수 있지만, 탈달러화는 불가능하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① 달러가 지난 6개월 동안 하락했지만, 여전히 10년 내 최고치에 근접한 상태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② 외국인 투자자의 미국 국채 보유는 지난 몇 년 동안 증가했다(수요가 여전히 강하다) ③ 가능한 기축통화 대안이 없다 (위안화 무역은 2022년 세계 무역의 2% 미만을 차지했다) 등을 들어 2023년 달러 강세의 추가 완화가 있을 수 있지만, 세계 통화 질서의 구조적 변화를 예고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도 페트로 달러를 페트로 위안이 대체한다는 분석은 거짓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달러의 지위가 흔들리기는 하지만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 상실에 대한 예측은 시기상조"라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① 중국, 러시아, 중동 간의 무역이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세계 무역의 2%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무역은 여전히 미국과 동맹을 맺은 국가들 사이에서 달러로 이뤄지고 있다 ② 중국, 러시아 및 중동 국가는 모두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기축통화국이 되려면 통화에 대한 세계 수요가 높으므로 경상수지 적자를 낼 수 있어야 한다 ③ 통화가 기축통화로 사용되려면 세계에서 쉽고 저렴하게 쓰여야 하며, 이는 결국 외국인이 대량 보유할 의사가 있는지에 달려 있다. 달러 외에는 별 대안이 없다. ④ 이러한 특성을 가진 통화가 있다 하더라도 달러가 가진 기존의 강력한 네트워크 효과를 극복해야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