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없는 고물가”…고가품 소비 뚝뚝 [조재길의 핵심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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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 월드뉴스 총정리 4월15일] 간밤 월드뉴스를 총정리하는 한국경제신문 조재길 특파원의 핵심이슈입니다. 글로벌마켓나우 방송에서 사용한 파워포인트(PPT)가 기사 하단에 첨부돼 있습니다.(다운로드 가능)
시장 깜짝 놀래킨 대형 은행 호실적
JP모간(JPM) 씨티그룹(C) 웰스파고(WFC) 등 대형 은행들이 시장 예상보다 좋은 1분기 실적을 내놨습니다. 하나같이 주당순이익(EPS)과 매출이 예상치를 상회했습니다. JP모간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52% 급증했습니다.
대형 은행들의 실적을 종합해보면, 다음과 같은 특징이 나타납니다.
1. 순이자이익이 크게 늘었습니다. 미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에 따른 수혜를 입은 겁니다.
2. 채권 거래가 급증한 데 따른 매출 증가 효과를 봤습니다. 금리 인하 기대로 채권값이 뛰면서 채권 거래 매출이 늘었습니다. 주식 거래 및 투자은행(IB) 거래 부진을 상쇄했습니다.
3. 대손충당금 적립을 크게 늘렸습니다. 상업용 부동산 등의 부실에 대비해 충당금을 일제히 더 많이 쌓았습니다.
4. 대형 은행 사이에서도 예금 유입이 차별화 했습니다. 가장 큰 JP모간엔 3개월만에 370억달러가 유입됐으나 씨티 웰스파고 등에선 유출됐습니다.
JP모간 주가는 7.55%, 씨티그룹 주가는 4.78% 올랐고, 웰스파고 주가는 0.05% 밀렸습니다.
금융사 CEO들의 경기 전망은?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의 발언이 주목을 받았습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회장은 “미국 경제가 대체로 견조한 기반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먹구름이 여전하지만 은행 위기는 지나간 것 같다고 했습니다.
다이먼 회장은 “더 높은 금리가 더 오래 지속할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제인 프레이저 씨티그룹 CEO는 “1분기 중 소비 지출이 눈에 띄게 둔화했다”며 “여행과 엔터테인먼트 분야는 3월에도 호조를 이어갔지만 다른 부문은 후퇴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지역은행 위기 여파로 올 하반기에 완만한 침체가 나타날 수 있다”고 봤습니다.
반면 래리 핑크 블랙록 CEO는 “내년 초는 모르겠지만 올해 경기 침체는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러면서 “고물가가 지속할 가능성이 높은데, 소비자물가는 4% 수준에서 더 떨어지긴 힘들다”고 했습니다.
지난달 기준 5.0%(작년 동기 대비)까지 둔화한 소비자물가지수(CPI)가 4%대까지 둔화하면 추가로 낮춰지는 게 쉽지 않을 것이란 얘기입니다.
월러의 강경 발언…시장 “25bp 추가 인상”
Fed 내에서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 발언이 또 나왔습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매번 참석하는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는 “근원 물가 추이를 보면 인플레이션 목표(2%)에 큰 진전이 없다”며 “기준금리를 더 올리고 상당기간 긴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경제는 당초 예상보다 더 강한 모습”이라며 추가 긴축의 필요성을 역설했습니다.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연방은행 총재도 “물가 지표 자체는 고무적이지만 상승 속도는 여전히 빠르다”며 “기준금리를 한 번 더 올린 뒤 인상을 멈추고 그 영향을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연은 총재는 “도매 물가와 소매 판매 동향을 보면 경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전제한 뒤 “다만 완만한 침체는 확실히 가능성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우려 키운 1년 기대 인플레·소매판매
두 가지 경제 지표가 시장 우려를 키웠습니다.
우선 미시간대의 1년 기대 인플레이션입니다. 4월 기준으로 4.6%가 찍혔습니다. 소비자들이 1년 후에도 소비자물가가 그 정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본 겁니다. 한 달 전의 3.6% 대비 1%포인트 뛰었습니다. 작년 1월 이후 최고치입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의 원유 감산에 따른 유가 상승 전망이 반영됐다는 게 대체적인 해석입니다.
3월 기준 소매판매는 또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한 달 전 대비 1.0% 감소했습니다. 시장 예상치(-0.5%)보다 감소 폭이 컸습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2.9% 증가했는데, 2020년 6월 이후 최고치입니다.
특히 백화점 가전제품 주택개량제품 자동차 가구 등 고가 제품의 소비가 큰 폭으로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기차 일제히 약세, 왜?
전기차 주가는 각기 다른 이유였으나, 나란히 떨어졌습니다.
테슬라(TSLA)는 유럽 이스라엘 싱가포르에서 추가 가격 할인에 나섰습니다. 미국 정부가 친환경차에 대한 인센티브 축소에 나선 가운데, 판매 부진에 따른 고육지책이란 해석이 나왔습니다. 반면 장기적으로는 경쟁사와의 격차를 확대할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테슬라는 여전히 전기차 제조업체 중 가장 큰 이익률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테슬라 주가는 0.48% 밀린 주당 185달러를 기록했습니다.
리비안(RIVN) 주가는 6.89% 떨어졌습니다.
리비안을 오래 분석해온 알렉산더 포터 파이퍼샌들러 애널리스트가 리비안 목표가를 종전 63달러에서 15달러로 낮췄습니다. 투자의견 역시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포터 애널리스트는 “리비안이 현재의 장기 성장 전략을 고수하기 위해선 40억달러가 필요하다”며 “그 만큼의 증자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기존 주주 입장에선 주가 희석 악재가 나올 수 있다는 경고입니다.
루시드 모터스 주가는 6.3% 밀렸습니다.
1분기 생산량이 2314대, 인도량이 1406대에 그쳤다는 발표 때문입니다. 이 회사의 작년 4분기 생산량은 3493대, 인도량은 1932대였습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