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2분기에도 침체 없으면 고통 거래…랠리 본격화”
18일(미 동부시간) 뉴욕 금융시장은 혼조세를 보였습니다. 대부분의 경제 데이터가 좋은 것과 나쁜 게 섞여서 들어오고 있습니다. 기업 실적은 예상보다 낫지만, 뭐든 예상보다 좋다는 것은 미 중앙은행(Fed)의 추가 긴축을 자극할 수 있으므로 좋아하기만 할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중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작년 동기 대비 4.5% 증가한 것으로 발표됐습니다. 중국 정부의 올해 목표인 '5.0% 안팎'에 못 미치지만, 시장 추정치 4.0%보다 훨씬 높습니다. 씨티그룹은 중국의 2023년 GDP 전망치를 6.1%(기존 5.7%)로 높였습니다. 이는 미국 기업의 실적에도 긍정적 요인입니다. 1분기 산업생산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증가했고 3월 산업생산은 3.9%로 점점 더 가속화되고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부동산 투자는 1분기 5.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고, 민간 투자는 0.6% 증가에 그쳤습니다. 대부분 투자가 정부 주도였다는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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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선 기업 실적 발표가 이어졌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1분기 주당순이익(EPS) 0.94달러를 기록해 월가 예상(0.82달러)을 상회했습니다. 역시 예금 이자보다 대출 이자를 높이면서 순이자수입(NII)이 25% 증가했습니다. 1분기 매출도 263억9000만 달러로 예상(251억3000만 달러)보다 많았습니다. 주가는 0.63%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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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NY멜론 은행도 1분기 EPS 1.12달러(예상 1.12달러), 매출 44억 달러(예상 43억8000만 달러)로 예상과 비슷했습니다. 예금 보유액은 2812억 달러를 기록해 예상(2770억 달러)보다 많았습니다. 전년 대비 19% 감소했지만 4분기 말에 비해선 1% 증가한 수치입니다. 주가는 1.49% 상승했습니다.

반면 골드만삭스는 실망스러웠습니다. EPS 8.79달러로 예상(8.21달러)보다 많았지만, 매출은 122억2000만 달러로 예상(128억 달러)보다 적었습니다. 게다가 소비자 금융 부분인 마커스의 대출을 매각해 4억7000만 달러 손실을 냈는데, 대신 쌓아놓았던 대손충당금 4억4000만 달러를 환입해 이익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주가는 1.7% 하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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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W의 데이비드 콘래드 애널리스트는 전반적인 은행 실적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습니다.

▷JP모건의 1분기 실적은 정말 대단했고, 이번 어닝시즌 내내 아웃라이어(예외)가 되리라 생각한다.
▷JP모건을 제외한 실적을 보고한 다른 은행은 기대에 다소 부합했다고 생각한다. 핵심은 전반적인 예금 감소이지만 그 속에서도 더 중요한 것은 부정적인 예금 믹스(mix)의 변화이다. 이자를 주지 않는 당좌예금이 전분기보다 중간에서 높은 한 자릿수(mid to high single digits)로 감소했고, 이건 은행의 자금 조달 비용을 높인다.
▷대형은행은 일부 지역은행에서의 예금 도피로 혜택을 보고 있지만, 우리는 이들의 대출 성장은 보지 못하고 있다. 즉 예금은 예상보다 잘 들어왔지만, (순)대출은 예상보다 적었다. 이게 은행이 실제 이익을 관리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BNY멜론 은행의 경우 시장은 총 예금이 예상을 넘어선 걸 주시했다. 경영진은 이에 대해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경계를 유지하겠다"라고 말했다. 이는 신용(대출) 확대를 제한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게 아마도 경제와 시장에 주는 선행적 시사점이 될 수 있다. 게다가 앞으로 금융당국이 유동성 규제를 추가하면서 대출 증가를 저해할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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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마감 뒤 실적을 공개한 웨스턴 얼라이언스 은행은 예금이 11%나 감소했지만, 시간 외 거래에서 한때 20%까지 치솟았습니다. 지난 3월 20일부터 4월 14일 사이에 예금이 29억 달러 증가했다고 밝힌 덕분입니다. 내일부터는 자이언 은행, US뱅코프 등 지방은행들의 실적이 잇따라 공개됩니다.

은행 외 기업의 발표도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존슨앤드존슨은 EPS가 2.68달러로 예상 2.50달러를 넘었습니다. 매출도 좋았고, 향후 실적 가이던스도 높였습니다. 그런데 주가는 2.81% 급락했습니다. 특허 만료에 따른 매출 감소, 신약 개발 지연 등이 하락 요인으로 제기됐습니다. 록히드마틴의 1분기 EPS는 6.43달러로 월가 추정치(6달러)보다 많았습니다. 주가는 2.37%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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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마감 뒤 실적을 공개한 넷플릭스는 1분기 EPS가 2.88달러로 예상 2.86달러를 웃돌았지만, 매출은 81억6000만 달러로 예상 81억8000만 달러보다 적었습니다. 중요한 건 가입자인데요. 1분기 가입자 수가 175만 명 증가해 월가 예상 220만 명에 못 미쳤습니다. 그래서 발표 직후 시간 외에서 10%까지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회사 측이 애초 1분기 말로 예상됐던 비밀번호 공유 금지 정책 도입 시기를 2분기로 연기한 것으로 나타나자 주가는 플러스로 돌아섰습니다. 넷플릭스는 "비번 공유 금지 도입 연기로 회원 가입 성장 및 매출 기대 효과가 2분기가 아닌 3분기에 나타날 가능성이 커졌지만, 더 좋은 결과로 이어지리라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광고요금제가 회원 경험이나 광고주 만족, 사업 기여도 모두에서 진전을 거두고 있다"라며 다양한 광고요금제를 내놓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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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어닝시즌은 높은 인플레이션과 높은 금리 속에서도 예상보다 나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장은 이미 낮춰놓은 추정치를 상회하는 기업 실적이 추가 상승장을 촉발할 것으로 낙관하지는 못합니다. 계속해서 매의 발톱을 곤두세우고 있는 미 중앙은행(Fed) 탓입니다. 오안다의 에드 모야 전략가는 "여러 기업이 예상을 넘는 실적을 발표하고 있고 중국의 경제 회복도 있어 월가는 조금 더 낙관적으로 되고 있다. 오늘 시장 분위기를 보면 기업 이익에 대한 우려가 이번 분기엔 지나쳤을 수 있지만, 생각해야 할 건 Fed 긴축에 대한 우려가 금세 사라지진 않을 것이란 점이다. 기업 실적이 계속 인상적으로 나온다면 너무 많은 호재는 궁극적으로 물가 상승을 부추길 것이며, 이는 추가 긴축을 의미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이번 랠리는 지난 2월 고점을 넘어서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아침 9시 30분, S&P500 지수와 나스닥은 0.5% 안팎의 상승세로 출발했습니다. 골드만삭스와 존슨앤드존슨이 속한 다우 지수만 약보합세로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오전 10시께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총재의 로이터 인터뷰 내용이 전해지자, 시장은 하락세로 전환했습니다. 불러드는 시장이 연말 금리 인하를 예상하는 데 대해 "노동 시장은 매우 매우 강해 보인다. 일반적 통념은 강력한 노동 시장이 있다면 강력한 소비로 이어지고 이는 경제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2023년 하반기 경기 침체를 겪으리라 예측할 시점이 아닌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은행 혼란에 대해 "정말로 심각한 금융 위기에 처하게 된다면 금융 스트레스가 치솟겠지만 지금은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금리 인상 사이클이 미지막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점에 동의하면서도 "기준금리가 5.50~5.75% 사이가 되어야 한다"라고 또다시 주장했습니다. 5월뿐 아니라 6월, 7월에도 25bp를 추가로 올려야 한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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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럴 확률에 대한 시장 베팅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 Fed워치 시장(오후 4시 기준)에 따르면 5월 25bp 인상 가능성은 83.4%에 달합니다. 그리고 6월 25bp 인상 베팅도 23.7%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 달 전 0%, 일주일 전 5.3%에서 크게 높아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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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행 총재도 오늘 CNBC 인터뷰에서 Fed가 5월 25bp를 한 번 더 인상한 다음 ”상당히 오랫동안 그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Fed가 이렇게 계속 금리를 올린다면 경기 침체 확률은 높아질 것입니다. 좋은 실적을 발표한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브라이언 모히니언 CEO도 ”사람들에게 지급된 부양책 규모와 남은 돈을 고려할 때 모든 것이 상대적으로 완만한 침체를 가리키고 있다"라면서 "아직 고객 활동이 침체를 나타내는 속도로 둔화하는 것을 보지 못하고 있지만, 기업 고객은 더 조심하고 있음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물류회사인 JB헌트는 1분기 실적(EPS 1.89달러, 매출 32억3000만 달러)이 월가 추정(2.01달러, 34억 달러)을 밑돌았습니다. 경영진은 "우리는 굉장히 도전적인 화물 환경에 처해 있다. 인플레이션 비용 압력에 계속 직면하고 있지만, 산업적으로 디플레이션 압력을 받고 있다. 간단히 말해 우리는 화물 경기 침체(a freight recession)에 처해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물류업은 경기의 잣대로 여겨집니다. 부동산 관리회사 브룩필드의 펀드가 1억6100만 달러 규모의 부도를 냈다는 소식도 전해졌습니다. 펀드는 워싱턴DC 주변에 있는 12개 사무실 건물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런 상업용 모기지 디폴트 소식은 자주 발생할 것입니다.

주가는 종일 오르락내리락했습니다. 결국, 오후 4시 다우 지수는 0.03%, 나스닥은 0.04% 약보합세를 보였고 S&P500 지수는 0.09% 강보합세를 나타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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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 주목을 받은 주식 중 하나는 엔비디아였습니다. HSBC는 "우리는 전반적으로 엔비디아에 대해 너무 신중했다"라며 반성문을 써내면서 '비중 축소'에서 '매수'로 투자등급을 두 단계 높였습니다. 덕분에 2.46%나 급등했습니다. 목표 주가도 175달러에서 355달러로 두 배 이상 높였습니다. HSBC는 "챗GPT 열풍으로 AI 칩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향후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라고 밝혔습니다.

채권 금리도 혼조세를 보였습니다. 오후 5시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0.5bp 오른 4.207%, 10년물은 2.9bp 내린 3.578%를 기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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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엔 여전히 비관론이 많은 편입니다. 그렇지만 주가는 강세를 보이고요. 뱅크오브아메리카가 발표한 4월 글로벌 펀드 매니저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 극명히 드러납니다. 4월 6일부터 13일까지 실시된 이번 조사에는 6410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는 249명이 참여했습니다.

▶주식과 채권 비중을 묻는 질문에 펀드매니저들은 채권에 순 10%나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글로벌 금융 위기가 한창이던 지난 2009년 3월 이후 14년 만에 가장 높은 채권 비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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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을 '비중 축소'하고 있다는 응답은 순 29%에 달했습니다.

▶포트폴리오에서의 현금 비중은 17개월 연속 5% 이상을 유지했으며 이는 닷컴버블 붕괴 때 32개월 기록에 이어 두 번째로 긴 기록입니다.

▶투자자의 순 63%가 글로벌 경기가 약화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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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이들은 Fed가 2024년 1분기에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35%는 2024년 1분기, 28%가 2023년 4분기에 완화 주기를 시작할 것으로 봤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마이클 하넷 전략가는 "투자심리의 커다란 약세는 위험 자산에 대한 역발상 투자 신호"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S&P500 지수 4200에서는 주식을 매도하라고 주장해온 비관론자입니다. 하넷은 "'경기 침체에 대한 합의된 욕구'가 2분기에 충족되지 않으면 '고통 거래'(pain trade: 매수 기회를 놓치고 눈물 흘리며 추격 매수하는 것)가 발생해 회사채 수익률과 은행 주식의 랠리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순 84%가 글로벌 소비자물가(CPI)가 하락할 것으로 봤고, 순 58%는 단기 금리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는 2008년 11월 이후 가장 많은 것입니다.

▶이들 중 거의 절반은 Fed가 5월 마지막으로 금리를 인상해 기준금리를 5~5.25%로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합니다.

▶'가장 붐비는' 거래로는 △대형 기술주 매수(30%) △미국 은행주 공매도(18%) △중국 주식 매수(13%) △리츠(REIT) 공매도(12%) △유럽 주식 매수(11%) △미국 달러 매수(5%)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가장 큰 꼬리 위험으로는 △신용경색과 글로벌 경기 침체(35%) △중앙은행을 매파적으로 만드는 높은 인플레이션(34%)을 압도적으로 꼽았습니다.

▶신용 이벤트가 발생할 경우 △미국/유럽 상업용 부동산이 가장 유력한 진원지로 꼽혔고 △미국 그림자 은행 △미국 회사채 △재무부 투자등급(국가신용등급) 강등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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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80%는 9월까지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한도가 인상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오늘(4월 18일)은 미국인들이 2022년 세금 신고를 마감하는 날입니다. 골드만삭스는 오늘 연방정부 부채한도와 관련 보고서를 냈습니다. 세수가 많지 않아 예상보다 빨리 부채한도 증액 데드라인(X데이트)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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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 헤치우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 국세청(IRS)의 4월 14일 자 예비 데이터를 보면 세수가 자본 이득 관련 세금 감소로 인해 '약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해 부채한도 시한이 6월 상반월에 도달할 가능성이 커졌다"라고 밝혔습니다. 골드만삭스는 그동안 재무부가 8월 초까지 부채한도 증액 없이 '특별 조치'를 통해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해 왔습니다. 의회예산국(CBO)은 재무부가 7월과 9월 사이에 예산이 소진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고요. 헤치우스는 "6월에 마감 시한이 닥친다면 부채한도 단기(1년) 연장 가능성이 높아진다. 우리는 일반적으로는 공화당 의원들이 단기 부채한도 연장을 통과시킬 것이란 보도에 대해 회의적이다. 부채한도를 두 번 인상하는 것은 한 번 투표하기보다 더 어렵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만약 재무부가 5월에 데드라인이 몇 주밖에 남지 않았다고 발표한다면 협상 시간이 거의 없을 것이고 단기 연장이 탈출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본 시나리오는 아니지만 6월 마감 시한은 단기 연장을 그럴듯한 시나리오로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부채한도 데드라인이 7월 말일 가능성이 약간 더 크지만, 세금 징수액이 계속 예상에 미달하면 기본 시나리오가 6월 초로 쉽게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