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손해도 '눈덩이'…주가 폭락 사태 초대형 구상권 소송으로 번지나
'8개 종목 주가 폭락 사태'가 증권사-투자자 간 초대형 구상권 청구 소송으로 번질 전망이다. 이번 사태의 주원인으로 꼽히는 차액결제거래(CFD)와 신용거래는 투자자의 증거금을 넘는 손실에 대해 증권사가 그 책임을 떠안도록 한다. 일부 증권사의 경우 손실 규모가 수천억원대에 이를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투자자들을 상대로 한 구상권 청구가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번 사태로 국내 증권사들이 재무적인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CFD는 주로 국내 증권사가 해외 투자은행(IB)과 국내 투자자 간의 계약을 중개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중개만 한다 할지라도 국내 증권사의 책임은 크다. 손실 또는 미수채권이 발생하면 국내 증권사가 회수 리스크를 부담한다.

그간 국내 증권사들은 개인 전문투자자들을 중심으로 CFD 시장을 적극 공략해왔다. 기초자산을 보유하지 않고 매매 차액만 결제할 수 있어 편리한데다, 최소 40% 증거금으로 2.5배 레버리지 투자도 가능한 점이 매력으로 꼽혔다. 2021년에는 증권사 CFD 거래금액이 70조702억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 사이 CFD는 증권사들의 건전성 부실을 유발하는 고위험 뇌관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이번 사태를 일으킨 SG증권과 관계가 깊은 곳들이 문제다. 한 증권업계 고위 관계자는 "SG증권과 CFD 거래량이 많았던 증권사 두 곳의 손실이 수천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유난히 높은 신용잔고율도 문제다. 사태 발생 전 이들 8개 종목 신용잔고율은 10%를 넘나들었다. 신용잔고율은 신용거래 매수량을 총 주식 수로 나는 값으로, '빚투' 거래 비중을 의미한다.

신용거래 또한 투자자의 증거금을 넘는 손실 또는 미수채권이 발생하면 책임을 증권사에 묻는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번 8개 종목에는 CFD 외에도 신용거래가 많았다"며 "SG증권과 CFD 거래가 많지 않았다 해도, 신용거래로 인해 손실을 보는 증권사들이 많다"고 했다.

증권사들의 손해는 날이 갈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번 사태에 연루된 종목들의 주가가 매일 하한가로 내리 꽂히고 있어서다. 사태 발생 나흘째에 접어들었음에도 대성홀딩스, 선광의 하한가 매도수량은 아직도 200만주 가까이 쌓여있다. 반대매매로 매매가 체결된 게 다행인 실정이다.

손실을 메우기 위한 증권사들의 구상권 청구 소송도 늘어날 전망이다. 1차적인 책임을 졌다 해도, 증권사는 계약에 따라 투자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 투자자는 담보가 없는 레버리지 투자를 했기 때문에 빌린 돈과 그에 대한 이자를 갚아야 할 의무가 있다.

김주영 법무법인한누리 대표 변호사는 "증권사들의 미수금 규모가 상당하기 때문에 대규모 구상권 청구 소송이 예상된다"며 "파산에 직면하는 투자자들도 상당수에 달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고 말했다.

배성재 기자 sh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