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보석의 왕'이라고 불리는 다이아몬드의 가공 중심지인 인도가 다이아몬드 수출 부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뜩이나 다이아몬드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데 서방이 러시아를 제재할 새로운 카드로 '러시아산 다이아몬드 수출 봉쇄'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17일(현지시간) 인도 보석수출촉진위원회(GJEPC)에 따르면 인도의 1분기 다이아몬드 수출은 220억달러(약 29조원)로 전년대비 10% 감소했다.

비풀 샤 GJEPC 회장은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미국과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다이아몬드 수요가 감소하고 있고 러시아의 원석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수출이 감소했다"며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의 높아진 인플레이션 압력, '제로 코로나' 해제에도 예상보다 느린 중국의 회복, 불안정한 금 가격이 인도 다이아몬드 상인들의 도전이 되고 있다"며 "러시아의 다이아몬드 원석 공급도 제약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다이아몬드지수. 사진=IEDX
다이아몬드지수. 사진=IEDX
18일 국제다이아몬드거래소(IEDX)에 따르면 IEDX 다이아몬드 지수는 123.4로 전날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 지수는 1년 전보다 18% 넘게 하락했으며 2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지난해 상반기 다이아몬드 가격은 치솟았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가팔라졌고 소비가 되살아나면서 다이아몬드 가격도 급등한 것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세계 최대 다이아몬드 생산기업 드비어스는 지난 2021년 초 다이아몬드 가격을 5%가량 올렸다. 드비어스는 세계 다이아몬드 원석 시장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다이아몬드 가격은 최근 다시 하락하는 추세다. 작년 말부터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인도의 다이아몬드 산업도 타격을 받고 있다.

특히 주요 7개국(G7)이 러시아의 다이아몬드 수출 제재를 추진하면서 인도는 긴장하고 있다. 앞서 파이낸셜타임스(FT)는 G7이 기존의 대러 제재 항목에 다이아몬드를 추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고 보도했고, 전날 요미우리신문도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이처럼 전했다.
< 에너지·군사 분야 손잡는 푸틴과 모디 >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오른쪽)가 6일(현지시간) 뉴델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2년 만에 다시 만난 양국 정상은 이날 3시간30분에 이르는 회담 끝에 에너지와 군사기술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로 약속했다.   AFP연합뉴스
< 에너지·군사 분야 손잡는 푸틴과 모디 >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오른쪽)가 6일(현지시간) 뉴델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2년 만에 다시 만난 양국 정상은 이날 3시간30분에 이르는 회담 끝에 에너지와 군사기술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로 약속했다. AFP연합뉴스
서방국은 우크라이나 침공 결정을 내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숨은 돈줄'을 끊기 위해 이런 경제재를 추진한다는 해석딩다. 국제기구들은 아프리카 내전 지역에서 채굴된 ‘블러드 다이아몬드(blood diamond·수익이 전쟁 자금으로 쓰이는 다이아몬드)’의 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FT에 따르면 유엔 무역 통계 기준 2021년 러시아의 다이아몬드 원석 수출은 40억 달러(약 5조3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러시아는 주로 보조 장식용으로 쓰이는 작은 다이아몬드 원석을 시베리아 광산에서 채굴해 인도 등에 공급한다.

세계 최대 다이아몬드 거래소인 BDB의 아눕 메타 회장은 “러시아산 다이아몬드는 (가공 산업 분야) 인도 일자리의 60%를 차지한다”며 큰 타격을 예상했다. 디네쉬 나바디야 인도 다이아몬드연구소장도 “(주요 고객인 서방 브랜드가) 러시아산 원석을 원하지 않는다면 비용(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사용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