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협상…비둘기 파월 [조재길의 핵심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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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 월드뉴스 총정리 5월20일] 간밤 월드뉴스를 총정리하는 한국경제신문 조재길 특파원의 핵심이슈입니다. 글로벌마켓나우 방송에서 사용한 파워포인트(PPT)가 기사 하단에 첨부돼 있습니다.(다운로드 가능)
부채 협상장 박차고 나온 공화당
순항하는 듯했던 백악관과 공화당의 부채한도 협상이 또 다시 교착 상태에 빠졌습니다. 공화당의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은 “백악관이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며 잠정적인 협상 결렬을 선언했습니다.
이 소식 후 뉴욕증시는 약세로 전환했습니다. S&P500지수는 0.14%, 나스닥지수는 0.24% 각각 하락 마감했습니다. 다만 증시 마감 후 협상이 재개됐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부채한도 협상을 놓고 어떤 결과가 나오든 시장엔 악재라는 분석도 제기됐습니다. 인터랙티브 브로커스의 호세 토레스 선임이코노미스트는 “투자자들이 과도한 낙관론을 가지며 비현실적 꿈을 꾸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부채 협상은 어느 쪽이든 이익을 보는 윈윈(win-win)이 아니라 ‘루즈루즈(lose-lose)’라는 겁니다.
토레스 이코노미스트는 “협상 타결에 실패하면 즉각 경기 침체에 돌입할 것”이라며 “타결되더라도 정부가 수 조달러 규모의 채권을 발행해 시장 유동성을 흡수하게 된다”고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온건한 메시지 보낸 파월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기준금리를 당초 생각만큼 올리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워싱턴DC에서 열린 토마스 라우바흐 연구 콘퍼런스에서 열린 벤 버냉키 전 의장과의 대담을 통해서입니다.
파월 의장은 “은행권 스트레스 때문에 대출 여건이 악화했다”며 “경제 성장률과 고용, 물가에 하향 압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둔화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라며 “시장 상황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시장에선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페드워치에 따르면 다음달 금리를 25bp 올릴 확률은 20%대 초반까지 밀렸습니다. 전날 대비 20%포인트 정도 낮아졌습니다.
존 윌리엄스 뉴욕연방은행 총재는 별도 연설에서 “고물가에 따른 급격한 금리 인상에도 장기 금리는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 것”이라며 “초저금리 시대가 끝났다는 증거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윌리엄스 총재의 발언도 비둘기(통화 완화 선호)에 가까웠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풋 라커 충격…임의소비재 비상
신발 소매체인인 풋 라커(FL) 주가가 하룻동안 27.2% 급락했습니다. 1분기 악화한 실적을 공개한 뒤입니다.
주당순이익(EPS)과 매출 모두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매출은 1년 전보다 11.4% 줄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가이던스였습니다. 올해의 EPS 전망치를 2~2.5달러로, 종전 가이던스(3.35~3.65달러) 대비 낮췄습니다. 매출과 이익률 가이던스도 마찬가지입니다.
메리 딜런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초부터 소비가 둔화하기 시작했다”며 “하향 압력이 지속될 것 같다”고 전망했습니다.
다른 임의소비재 기업들의 주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습니다.
언더 아머(UAA) -4.2%, 랄프 로렌(RL) -3.25%, 아메리칸 이글 아웃피터스(AEO) -9.19%, 나이키(NKE) -3.46% 등입니다. 랄프 로렌과 아메리칸 이글 등은 다음주에 1분기 실적을 내놓습니다.
호실적에도 주가 하락한 농기계 업체
세계 최대 농기계 업체인 디어앤코(DE)는 시장 예상을 웃도는 1분기 실적을 공개했습니다. EPS와 매출이 시장 전망치를 상회한 건 물론 1년 전보다도 크게 늘었습니다.
가이던스도 좋았습니다. 올해 순이익이 92억5000만~95억달러가 될 것으로 봤습니다. 종전 가이던스(87억5000만~92억5000만달러)보다 높였습니다.
다만 금융(대출) 서비스 부문의 이익이 1년 만에 2억800만달러에서 2800만달러로 급감했습니다. 자금 조달 비용이 뛰었고 충당금 적립을 확대한 데 따른 겁니다.
존 메이 CEO는 “부품 등의 공급난이 지속되고 있은 개선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정작 월가에서 디어앤코 투자와 관련, 걱정하는 부분은 식량 가격 추이입니다. 세계농업기구(FAO)가 집계하는 세계 식량가격지수는 4월 기준 127.2(2014~2016년의 평균값이 100)였는데, 이는 작년 3월의 고점(159.7) 대비 크게 떨어진 수준입니다.
식량 가격이 하락하면 농업에 종사하는 농가와 농업 기업의 수익이 감소하고, 결과적으로 디어앤코 제품 수요가 떨어질 것이란 게 월가의 분석입니다.
옐런 "지역은행 위기 안 끝났다"
지역은행 위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시사하는 발언이 나왔습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대형은행 CEO들과 가진 비공개 회의에서 “은행 위기는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추가 인수합병(M&A) 등이 필요할 수 있다”고 부연했습니다.
JP모간이 부실화한 지역은행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을 흡수 통합했던 것과 같은 조치가 필요할 수 있다는 겁니다.
팩 웨스트 은행(PACW) 주가는 1.88%, 웨스트 얼라이언스 은행(WAL) 주가는 2.44%, SPDR S&P 지역은행 ETF(KRE) 가격은 1.78% 각각 밀렸습니다.
다음주 부채 협상·Fed 발언·엔비디아 실적
다음주 증시를 움직일 만한 요인으로는 우선 부채한도 협상이 꼽힙니다. 6월 초로 예정된 국가 디폴트 시한이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Fed 인사들의 발언에도 주목해야 합니다. 당장 월요일부터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연은 총재 등 발언이 이어집니다. 24일 나오는 Fed 의사록에선 이달 초 열렸던 FOMC 분위기를 대략 파악할 수 있을 전망입니다.
규모 있는 기업들의 실적도 나옵니다. 엔비디아 코스트코 베스트바이 노드스트롬 줌비디오 등이 대표적입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