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붐, 베이비 버블"…파월이 폭락 막았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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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미 동부시간) 뉴욕 증시는 0.2% 수준의 상승세로 출발했습니다.
부채한도 협상에 대한 희망이 여전히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정치 매체인 폴리티코가 '백악관이 사회보장 프로그램에 대한 근로 요구 조건 강화에 양보할 용의가 있으며, 이는 하나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라고 보도하면서 부채한도 협상 타결에 대한 기대감은 이어졌습니다. 물론 공화당, 민주당 내 강경파들의 반발에 대한 보도도 있었습니다. 오전 11시까지는 그 수준을 오르락내리락했습니다. 미 중앙은행(Fed)의 제롬 파월 의장이 그 시간 워싱턴DC에서 벤 버냉키 전 의장과 함께 콘퍼런스에 나올 예정이었기 때문입니다. 파월 의장이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너무 높다. Fed는 목표치인 2%까지 낮추겠다고 약속했다"라고 밝히자 주가는 마이너스로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이어진 발언의 핵심은 6월 금리 인상을 중단할 의사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우리는 긴축 정책에서 먼 길을 왔으며 정책 기조는 제약적이다. 지금까지 진행한 긴축 정책의 지연 효과, 그리고 최근 은행 스트레스로 인한 신용 긴축의 정도에 대한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 여기까지 왔으니 우리는 신중하게 평가하기 위해 데이터와 진화하는 전망을 볼 여유가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파월 의장은 특히 이 발언을 할 때 손에 든 종이를 쳐다보며 그대로 읽었습니다. 미리 준비된 Fed의 입장이라는 얘기입니다. 파월은 "은행 혼란은 신용여건을 강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으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라고도 말했습니다. 또 "너무 많이 긴축하는 위험은 이제 너무 적게 하는 위험과 균형을 이루고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대해 골드만삭스는 "파월 의장은 FOMC가 긴축을 위해 먼 길을 왔다고 강조하고 현재 금리가 제약적이라고 밝혔다. 이런 멘트는 6월에 금리 인상을 중단할 것이라는 우리 예측에 부합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최근 로리 로건 댈러스 연방은행 총재,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 등의 연이은 매파적 발언(인플레이션이 낮아지고 있다는 충분한 증거가 없다)으로 민감해져 있던 투자자들은 이를 반겼습니다. 파월 의장 발언이 나온 뒤 시카고상품거래소 Fed워치 시장에서의 6월 금리 인상에 대한 베팅은 33%에서 13%로 급감했습니다. 새벽부터 닷새째 큰 폭의 상승세를 이어가던 금리는 미끄러졌습니다. 통화정책을 잘 반영하는 미 국채 2년물 수익률은 순간 10bp 이상 떨어졌습니다. 게다가 오늘 아침 'Fed의 이인자'인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는 "매우 낮은 자연이자율(r-star) 시대가 끝났다는 증거는 없다. 팬데믹의 영향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아 보인다"라고 밝혔습니다. 경기나 물가를 자극하지 않는 수준의 금리를 일컫는 자연이자율이 낮다면, 지금의 5%대 기준금리는 매우 제약적일 것입니다. 또 향후 인플레이션을 잡는다면 초저금리 시대로 회귀할 수 있습니다. 윌리엄스는 자연이자율이 올해 1분기 기준 0.5%이며 0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예측했습니다. 파월이 강하게 금리 인상 중단을 시사했지만, 마이너스로 떨어진 주요 지수는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하락 폭을 더 키웠습니다. 문제는 파월 의장이 아니었습니다. 부채한도 협상에 문제가 생긴 탓이었습니다. 오전 11시 30분을 전후해 백악관 실무진과 협상하던 공화당 협상단의 최고위직인 가렛 그레이브스 하원의원이 "그들(민주당)은 비합리적이고 협상은 비생산적"이라며 회의를 중단하고 떠났다는 뉴스가 나온 것이죠.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중단시켰다는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매카시 의장은 "우리는 백악관의 움직임(양보)이 필요하다. 그런데 아직 어떤 움직임도 얻지 못했다. 그래서 중단 상태에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블룸버그는 "(양측 협상 중단 이유가) 특정 이슈가 아닌 광범위한 공화당의 예산 감축 요구에 관한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그레이브스 의원은 "협상이 금요일에 다시 열릴지 주말에 열릴지 모르겠다"라고 밝혔고, 백악관 관계자는 "두 당의 입장 차이가 있고 협상은 어렵겠지만 여전히 거래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골드만삭스는 "우리는 의회가 데드라인을 넘기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부채한도를 2025년 초까지 유예하는 거래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합의가 주말에 발표될 가능성은 적지만(10%) 다음주 후반에 더 가능성이 크다"라고 밝혔습니다. 바이탈 날리지는 “오늘 협상 중단이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앞으로 며칠 안에 합의가 이루어질 것 같다. 더 큰 위험은 협상자들이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양당의 극단 세력이 이 합의안의 통과를 늦추거나 방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월가 예상처럼 미 동부시간 19일 오후 6시를 넘어 협상이 다시 재개된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결국, 다우는 0.33%, S&P500 지수는 0.14% 내렸고 나스닥은 0.24% 하락한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파월 의장이 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고 발언했기 때문에 하락 폭이 억제되었다고 본다"라고 말했습니다. 오늘 S&P500 지수는 4200을 넘어 4212.91까지 치솟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4191.98로 마감했습니다. JP모건의 매트 레이너 트레이더는 "고객 주문을 보면 대부분 중립적이고 빡빡하다. 전체적으로 포지셔닝은 여전히 가볍다. 매수 포지션을 크게 잡은 투자자는 극소수이며, 조만간 '따라잡기 트레이드'(catch up trade)가 나타날 수 있다고 추측한다. S&P500 지수 4200은 확실히 시야에 들어왔지만 거의 아무도 그 위쪽 목표를 갖고 있지는 않다. 지난달의 정말 시끄러운 3800 하락 목소리는 사라져 가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채권 시장에서 금리는 장 후반 하락 폭을 만회하며 보합 선에서 거래를 마쳤습니다. 오후 5시께 2년물은 0.3bp 내린 4.266%에 거래됐고, 10년물은 2.7bp 오른 3.675%를 기록했습니다. 부채한도 이슈, Fed의 추가 긴축뿐 아니라 경기 침체 여부, 빅테크로 인한 상승세 지속 여부 등 시장은 여러 가지 변곡점에 놓여 있습니다.
▶ 경기 침체 오나, 안오나
도이치뱅크는 오늘 향후 12개월 내 경기 침체가 발생할 확률이 100%라고 밝혔습니다. 뉴욕 연방은행이 추정하는 12개월 경기 침체 확률도 58%로 높아져 1982년 8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11월 40%, 닷컴버블 붕괴 때인 2001년 12월 46%보다 더 높은 것입니다. 작년 말부터 월가는 경기 침체가 곧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침체는 나타나지 않고 있죠. 애틀랜타 연방은행이 추정하는 미국의 2분기 성장률 추정치는 2.9%에 달합니다. 기업들이 느끼는 경기도 나아지고 있습니다. 팩트셋에 따르면 3월 15일부터 5월 18일까지 실적 컨퍼런스콜을 진행한 S&P500 기업 중 '경기 침체'(recession)를 언급한 기업이 107개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5년 평균 77건, 10년 평균 59건보다 훨씬 많습니다. 하지만 이는 3개 분기 연속으로 감소한 것입니다. 침체를 언급한 기업은 작년 2분기 238곳까지 치솟았다가 3분기 184곳, 4분기 147곳으로 계속 줄어들고 있습니다. 웰스파고는 "경제 데이터를 보면 소비자는 계속해서 지출하고 산업 및 주택 활동은 어느 정도 안정화되고 있다. 우리는 여전히 경기 침체가 연말까지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보고 있지만, 데이터에서 분명한 근본적인 힘을 부인할 수는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은 경제 데이터에서도 뚜렷이 나타납니다. 어제 콘퍼런스보드가 발표한 4월 경기선행지수(LEI)는 0.6% 하락해 13개월 연속 내림세를 이어갔습니다. 전년 대비로는 8.6% 내렸는데, 과거 8% 이상 하락했을 때 경기 침체를 피한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경기동행지수(CEI)는 4월에 0.3% 올랐고, 전년 대비로도 1.7% 상승했습니다. 지난 10개월 동안 단 한 번 내림세를 보였습니다. CEI의 네 가지 구성 요소 모두 4월에 다시 한번 상승했습니다. 야데니 리서치는 "경기선행지수는 경제의 제조업 측면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어 서비스의 중요성 증가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소비자가 상품 구매에서 서비스에 더 많은 지출로 선회한 2022년 중반 이후 약세를 보여온 이유"라면서 경기선행지수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를 쫓아가고, 경기동행지수가 경제성장률을 잘 반영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대해 파이퍼샌들러의 마이클 캔트로위츠 전략가는 "모든 베어마켓은 '이번만은 다르다'(this time is different)라는 사고방식에서 출발한다. 그런 시기에는 투자자들이 수익성 있는 성장주에 몰려드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주식이 떨어지려면 결국 실업률이 증가해야 한다. 그건 하반기에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홀로 질주하는 빅테크
빅테크 주식들은 오늘 질주를 멈췄습니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메타 엔비디아가 소폭이지만 하락했습니다. 하지만 시장에서 가장 사랑받는 주식임은 틀림없습니다. 1분기 헤지펀드 주식 매매를 보면 대부분 은행주를 버리고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등 AI 관련주를 매집했습니다. LPL리서치가 운용자산이 2조 달러에 달하는 1149개 헤지펀드들의 1분기 13-F 서류(운용자산 1억 달러 이상인 운용사가 분기 말 제출해야 하는 보유자산 보고서)를 분석했더니 보유종목은 기술주와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임의소비재 부문에 집중되었습니다. 전분기 말보다 기술주 비중은 1.5% 늘어났고,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는 0.9%, 임의소비재 0.7%, 산업재 0.4% 소재 0.1%가 증가했습니다. 반면 금융주는 2.45%나 감소했고, 에너지 0.6% 부동산 0.2% 줄어들었습니다. 기술주 가운데 1분기 중 보유량이 가장 많이 증가한 종목은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세일즈포스였습니다. 확실히 AI 열풍이 영향을 미친 것이죠. 반면 시스코, 액센추어, 퀄컴은 포지션이 가장 많이 감소했습니다. LPL리서치는 "전반적인 투자심리와 포지셔닝은 약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1분기 13-F를 보면 헤지펀드 매니저들 사이에서 다시 위험 선호도가 회복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더 경기 순환적인 부문으로 포지셔닝이 눈에 띄게 이동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나 이들 주식이 홀로 너무 올랐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몇몇 주식만 올라선 강세장이 지속할 수가 없다는 분석들이 나옵니다. 웰스파고는 "AI 프리미엄을 내세워 질주하는 빅테크 주식들로 인해 시장은 점점 더 감속하는 소비 흐름과 분리되고 있는 것 같다. 이는 1999년, 2000년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성장주는 가치주를 크게 앞서고 있었지만, Fed의 누적된 긴축 효과는 점점 더 경기를 둔화시켰고 결국은 기술주에도 영향을 미쳤다"라고 밝혔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마이클 하넷 전략가는 "AI가 현재 베이비 거품 상태라며 과거 이런 버블은 항상 쉬운 돈(easy money)으로 시작해 금리 인상으로 끝났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Fed가 이런 상황에서 금리 인상을 실수로 중단하면 경기가 추가 개선되면서 시장금리는 다시 4% 넘을 수 있고, 이는 Fed의 추가 긴축을 부르게 될 것으로 봤습니다. 하넷 전략가는 향후 12개월간 예상되는 가장 큰 고통 거래(pain trade)는 기준금리가 시장이 지금 예상하는 3%대가 아닌 6%대가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다음주 핵심은 역시 부채한도 드라마입니다. 싱겁게 끝날 것이란 생각은 시기상조입니다. 어렵게 끝까지 긴장감을 주다가 결국 해결이 되겠지요. 그런 과정이 얼마나 투자심리를 압박하느냐가 문제가 될 것입니다. ING는 "정치인들은 이르면 다음주에 부채한도 증액을 위한 표결 가능성을 밝혔다. 이렇게 된다면 매우 긍정적이겠지만 합의가 서명되고 의회를 통과할 때까지는 신중함을 유지해야 한다. 회담이 결렬되면 이는 투자심리의 급격한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로건 총재 등 Fed 스피커들이 대거 연단에 섭니다. 다만 파월 의장이 '금리 인상 중단'의 뜻을 강하게 밝힌 뒤여서 긴장감은 조금 떨어질 수 있습니다. 또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이 24일 공개됩니다. 경제 지표로는 26일 발표될 5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가 핵심입니다. 월가는 Fed의 벤치마크인 근원 PCE는 물가가 전년 대비 4.5%, 전월 대비 0.3% 상승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이는 지난 4월의 4.6%, 0.3% 상승과 거의 같은 수준입니다. 만약 예상치보다 높아진다면 6월 금리 인상 베팅을 다시 자극할 수 있습니다.
어닝시즌은 마지막입니다. 24일에 실적을 발표하는 엔디비아가 핵심입니다. 올해 주가가 100% 이상 상승한 엔비디아는 실적에서도 기대를 충족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AI로 폭등한 주가 모멘텀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부채한도 협상에 대한 희망이 여전히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정치 매체인 폴리티코가 '백악관이 사회보장 프로그램에 대한 근로 요구 조건 강화에 양보할 용의가 있으며, 이는 하나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라고 보도하면서 부채한도 협상 타결에 대한 기대감은 이어졌습니다. 물론 공화당, 민주당 내 강경파들의 반발에 대한 보도도 있었습니다. 오전 11시까지는 그 수준을 오르락내리락했습니다. 미 중앙은행(Fed)의 제롬 파월 의장이 그 시간 워싱턴DC에서 벤 버냉키 전 의장과 함께 콘퍼런스에 나올 예정이었기 때문입니다. 파월 의장이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너무 높다. Fed는 목표치인 2%까지 낮추겠다고 약속했다"라고 밝히자 주가는 마이너스로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이어진 발언의 핵심은 6월 금리 인상을 중단할 의사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우리는 긴축 정책에서 먼 길을 왔으며 정책 기조는 제약적이다. 지금까지 진행한 긴축 정책의 지연 효과, 그리고 최근 은행 스트레스로 인한 신용 긴축의 정도에 대한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 여기까지 왔으니 우리는 신중하게 평가하기 위해 데이터와 진화하는 전망을 볼 여유가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파월 의장은 특히 이 발언을 할 때 손에 든 종이를 쳐다보며 그대로 읽었습니다. 미리 준비된 Fed의 입장이라는 얘기입니다. 파월은 "은행 혼란은 신용여건을 강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으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라고도 말했습니다. 또 "너무 많이 긴축하는 위험은 이제 너무 적게 하는 위험과 균형을 이루고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대해 골드만삭스는 "파월 의장은 FOMC가 긴축을 위해 먼 길을 왔다고 강조하고 현재 금리가 제약적이라고 밝혔다. 이런 멘트는 6월에 금리 인상을 중단할 것이라는 우리 예측에 부합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최근 로리 로건 댈러스 연방은행 총재,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 등의 연이은 매파적 발언(인플레이션이 낮아지고 있다는 충분한 증거가 없다)으로 민감해져 있던 투자자들은 이를 반겼습니다. 파월 의장 발언이 나온 뒤 시카고상품거래소 Fed워치 시장에서의 6월 금리 인상에 대한 베팅은 33%에서 13%로 급감했습니다. 새벽부터 닷새째 큰 폭의 상승세를 이어가던 금리는 미끄러졌습니다. 통화정책을 잘 반영하는 미 국채 2년물 수익률은 순간 10bp 이상 떨어졌습니다. 게다가 오늘 아침 'Fed의 이인자'인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는 "매우 낮은 자연이자율(r-star) 시대가 끝났다는 증거는 없다. 팬데믹의 영향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아 보인다"라고 밝혔습니다. 경기나 물가를 자극하지 않는 수준의 금리를 일컫는 자연이자율이 낮다면, 지금의 5%대 기준금리는 매우 제약적일 것입니다. 또 향후 인플레이션을 잡는다면 초저금리 시대로 회귀할 수 있습니다. 윌리엄스는 자연이자율이 올해 1분기 기준 0.5%이며 0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예측했습니다. 파월이 강하게 금리 인상 중단을 시사했지만, 마이너스로 떨어진 주요 지수는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하락 폭을 더 키웠습니다. 문제는 파월 의장이 아니었습니다. 부채한도 협상에 문제가 생긴 탓이었습니다. 오전 11시 30분을 전후해 백악관 실무진과 협상하던 공화당 협상단의 최고위직인 가렛 그레이브스 하원의원이 "그들(민주당)은 비합리적이고 협상은 비생산적"이라며 회의를 중단하고 떠났다는 뉴스가 나온 것이죠.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중단시켰다는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매카시 의장은 "우리는 백악관의 움직임(양보)이 필요하다. 그런데 아직 어떤 움직임도 얻지 못했다. 그래서 중단 상태에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블룸버그는 "(양측 협상 중단 이유가) 특정 이슈가 아닌 광범위한 공화당의 예산 감축 요구에 관한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그레이브스 의원은 "협상이 금요일에 다시 열릴지 주말에 열릴지 모르겠다"라고 밝혔고, 백악관 관계자는 "두 당의 입장 차이가 있고 협상은 어렵겠지만 여전히 거래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골드만삭스는 "우리는 의회가 데드라인을 넘기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부채한도를 2025년 초까지 유예하는 거래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합의가 주말에 발표될 가능성은 적지만(10%) 다음주 후반에 더 가능성이 크다"라고 밝혔습니다. 바이탈 날리지는 “오늘 협상 중단이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앞으로 며칠 안에 합의가 이루어질 것 같다. 더 큰 위험은 협상자들이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양당의 극단 세력이 이 합의안의 통과를 늦추거나 방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월가 예상처럼 미 동부시간 19일 오후 6시를 넘어 협상이 다시 재개된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결국, 다우는 0.33%, S&P500 지수는 0.14% 내렸고 나스닥은 0.24% 하락한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파월 의장이 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고 발언했기 때문에 하락 폭이 억제되었다고 본다"라고 말했습니다. 오늘 S&P500 지수는 4200을 넘어 4212.91까지 치솟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4191.98로 마감했습니다. JP모건의 매트 레이너 트레이더는 "고객 주문을 보면 대부분 중립적이고 빡빡하다. 전체적으로 포지셔닝은 여전히 가볍다. 매수 포지션을 크게 잡은 투자자는 극소수이며, 조만간 '따라잡기 트레이드'(catch up trade)가 나타날 수 있다고 추측한다. S&P500 지수 4200은 확실히 시야에 들어왔지만 거의 아무도 그 위쪽 목표를 갖고 있지는 않다. 지난달의 정말 시끄러운 3800 하락 목소리는 사라져 가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채권 시장에서 금리는 장 후반 하락 폭을 만회하며 보합 선에서 거래를 마쳤습니다. 오후 5시께 2년물은 0.3bp 내린 4.266%에 거래됐고, 10년물은 2.7bp 오른 3.675%를 기록했습니다. 부채한도 이슈, Fed의 추가 긴축뿐 아니라 경기 침체 여부, 빅테크로 인한 상승세 지속 여부 등 시장은 여러 가지 변곡점에 놓여 있습니다.
▶ 경기 침체 오나, 안오나
도이치뱅크는 오늘 향후 12개월 내 경기 침체가 발생할 확률이 100%라고 밝혔습니다. 뉴욕 연방은행이 추정하는 12개월 경기 침체 확률도 58%로 높아져 1982년 8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11월 40%, 닷컴버블 붕괴 때인 2001년 12월 46%보다 더 높은 것입니다. 작년 말부터 월가는 경기 침체가 곧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침체는 나타나지 않고 있죠. 애틀랜타 연방은행이 추정하는 미국의 2분기 성장률 추정치는 2.9%에 달합니다. 기업들이 느끼는 경기도 나아지고 있습니다. 팩트셋에 따르면 3월 15일부터 5월 18일까지 실적 컨퍼런스콜을 진행한 S&P500 기업 중 '경기 침체'(recession)를 언급한 기업이 107개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5년 평균 77건, 10년 평균 59건보다 훨씬 많습니다. 하지만 이는 3개 분기 연속으로 감소한 것입니다. 침체를 언급한 기업은 작년 2분기 238곳까지 치솟았다가 3분기 184곳, 4분기 147곳으로 계속 줄어들고 있습니다. 웰스파고는 "경제 데이터를 보면 소비자는 계속해서 지출하고 산업 및 주택 활동은 어느 정도 안정화되고 있다. 우리는 여전히 경기 침체가 연말까지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보고 있지만, 데이터에서 분명한 근본적인 힘을 부인할 수는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은 경제 데이터에서도 뚜렷이 나타납니다. 어제 콘퍼런스보드가 발표한 4월 경기선행지수(LEI)는 0.6% 하락해 13개월 연속 내림세를 이어갔습니다. 전년 대비로는 8.6% 내렸는데, 과거 8% 이상 하락했을 때 경기 침체를 피한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경기동행지수(CEI)는 4월에 0.3% 올랐고, 전년 대비로도 1.7% 상승했습니다. 지난 10개월 동안 단 한 번 내림세를 보였습니다. CEI의 네 가지 구성 요소 모두 4월에 다시 한번 상승했습니다. 야데니 리서치는 "경기선행지수는 경제의 제조업 측면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어 서비스의 중요성 증가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소비자가 상품 구매에서 서비스에 더 많은 지출로 선회한 2022년 중반 이후 약세를 보여온 이유"라면서 경기선행지수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를 쫓아가고, 경기동행지수가 경제성장률을 잘 반영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대해 파이퍼샌들러의 마이클 캔트로위츠 전략가는 "모든 베어마켓은 '이번만은 다르다'(this time is different)라는 사고방식에서 출발한다. 그런 시기에는 투자자들이 수익성 있는 성장주에 몰려드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주식이 떨어지려면 결국 실업률이 증가해야 한다. 그건 하반기에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홀로 질주하는 빅테크
빅테크 주식들은 오늘 질주를 멈췄습니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메타 엔비디아가 소폭이지만 하락했습니다. 하지만 시장에서 가장 사랑받는 주식임은 틀림없습니다. 1분기 헤지펀드 주식 매매를 보면 대부분 은행주를 버리고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등 AI 관련주를 매집했습니다. LPL리서치가 운용자산이 2조 달러에 달하는 1149개 헤지펀드들의 1분기 13-F 서류(운용자산 1억 달러 이상인 운용사가 분기 말 제출해야 하는 보유자산 보고서)를 분석했더니 보유종목은 기술주와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임의소비재 부문에 집중되었습니다. 전분기 말보다 기술주 비중은 1.5% 늘어났고,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는 0.9%, 임의소비재 0.7%, 산업재 0.4% 소재 0.1%가 증가했습니다. 반면 금융주는 2.45%나 감소했고, 에너지 0.6% 부동산 0.2% 줄어들었습니다. 기술주 가운데 1분기 중 보유량이 가장 많이 증가한 종목은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세일즈포스였습니다. 확실히 AI 열풍이 영향을 미친 것이죠. 반면 시스코, 액센추어, 퀄컴은 포지션이 가장 많이 감소했습니다. LPL리서치는 "전반적인 투자심리와 포지셔닝은 약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1분기 13-F를 보면 헤지펀드 매니저들 사이에서 다시 위험 선호도가 회복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더 경기 순환적인 부문으로 포지셔닝이 눈에 띄게 이동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나 이들 주식이 홀로 너무 올랐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몇몇 주식만 올라선 강세장이 지속할 수가 없다는 분석들이 나옵니다. 웰스파고는 "AI 프리미엄을 내세워 질주하는 빅테크 주식들로 인해 시장은 점점 더 감속하는 소비 흐름과 분리되고 있는 것 같다. 이는 1999년, 2000년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성장주는 가치주를 크게 앞서고 있었지만, Fed의 누적된 긴축 효과는 점점 더 경기를 둔화시켰고 결국은 기술주에도 영향을 미쳤다"라고 밝혔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마이클 하넷 전략가는 "AI가 현재 베이비 거품 상태라며 과거 이런 버블은 항상 쉬운 돈(easy money)으로 시작해 금리 인상으로 끝났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Fed가 이런 상황에서 금리 인상을 실수로 중단하면 경기가 추가 개선되면서 시장금리는 다시 4% 넘을 수 있고, 이는 Fed의 추가 긴축을 부르게 될 것으로 봤습니다. 하넷 전략가는 향후 12개월간 예상되는 가장 큰 고통 거래(pain trade)는 기준금리가 시장이 지금 예상하는 3%대가 아닌 6%대가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다음주 핵심은 역시 부채한도 드라마입니다. 싱겁게 끝날 것이란 생각은 시기상조입니다. 어렵게 끝까지 긴장감을 주다가 결국 해결이 되겠지요. 그런 과정이 얼마나 투자심리를 압박하느냐가 문제가 될 것입니다. ING는 "정치인들은 이르면 다음주에 부채한도 증액을 위한 표결 가능성을 밝혔다. 이렇게 된다면 매우 긍정적이겠지만 합의가 서명되고 의회를 통과할 때까지는 신중함을 유지해야 한다. 회담이 결렬되면 이는 투자심리의 급격한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로건 총재 등 Fed 스피커들이 대거 연단에 섭니다. 다만 파월 의장이 '금리 인상 중단'의 뜻을 강하게 밝힌 뒤여서 긴장감은 조금 떨어질 수 있습니다. 또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이 24일 공개됩니다. 경제 지표로는 26일 발표될 5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가 핵심입니다. 월가는 Fed의 벤치마크인 근원 PCE는 물가가 전년 대비 4.5%, 전월 대비 0.3% 상승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이는 지난 4월의 4.6%, 0.3% 상승과 거의 같은 수준입니다. 만약 예상치보다 높아진다면 6월 금리 인상 베팅을 다시 자극할 수 있습니다.
어닝시즌은 마지막입니다. 24일에 실적을 발표하는 엔디비아가 핵심입니다. 올해 주가가 100% 이상 상승한 엔비디아는 실적에서도 기대를 충족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AI로 폭등한 주가 모멘텀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