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 발행 공포는 뻥? 애플 사상 최고, S&P 4300 돌파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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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가 거침없이 돌진하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 사이 주가를 움직일만한 별다른 뉴스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13일 5월 소비자물가(CPI), 14일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 발표라는 빅 이벤트를 앞두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투자자들은 이를 두려워하지 않고 주식 매수에 나섰습니다.
12일(미 동부시간)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0.1~0.5% 상승세로 출발한 뒤 꾸준히 오름폭을 키웠습니다.
상승 이유 중 하나는 채권 금리 안정입니다. 부채한도 이슈가 해결된 뒤 시장이 걱정해온 것 중 하나가 재무부가 국채를 대규모로 찍어내 시장 유동성을 흡수할 것이란 것이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재무부가 텅텅 비어버린 일반계좌(TGA)를 채우기 위해 올해 남은 기간 1조3640억 달러 규모의 국채를 발행할 것이며 그중 1조 달러는 향후 4개월 동안 쏟아져나올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은행 준비금에 압력을 가할 수 있고 향후 4개월간 4500억 달러가량이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지요.
그리고 오늘 재무부는 단기 국채(T-bill) 1230억 달러, 3년물 400억 달러, 10년물 320억 달러어치를 한꺼번에 발행했습니다.
그런데 국채 경매는 잘 끝났습니다. 대규모 발행에도 불구하고 3년물 낙찰 금리는 발행 당시 시장 금리(WI)보다 0.2bp 높은 데 그쳤고, 10년물은 1.5bp 높게 형성됐습니다. 소폭 상승하던 시장 금리는 경매 소식이 나온 뒤 하락세로 전환했습니다. 결국, 오후 4시께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2.9bp 내린 4.577%, 10년물은 1bp 하락한 3.733%에 거래됐습니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수급은 단기적으로는 불균형을 일으킬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결코 시장을 움직이는 요인은 아니다. 2000억 달러어치 채권이 갑자기 튀어나온 것도 아니고, 시장 참여자들은 모두 어차피 나올 것으로 알고 있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지난 주말 골드만삭스가 국제유가 전망치를 낮추고 이란 핵 협상 기대 등이 커져 오늘 유가가 급락했다. 유가가 내리면 인플레이션은 줄어들 수밖에 없고 추가 긴축도 필요 없을 수 있다. 이런 요인도 오늘 경매에 긍정적 영향을 준 것 같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금리가 하향 안정세를 보이던 오후 주요 지수는 본격적으로 상승했고, 장 막판 오름폭이 더 커졌습니다. 결국, 다우는 0.56%, S&P500 지수는 0.93% 상승했고 나스닥은 1.53%나 폭등했습니다. S&P500 지수(종가 4338.93)는 가뿐히 4300을 돌파하며 2022년 4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습니다. 다우지수는 6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습니다. 주말 사이 발생한 뉴스 중 증시에서 가장 많이 회자된 것은 골드만삭스 주식팀이 S&P500 지수의 연말 전망치를 4000에서 4500으로 높인 것입니다. 보고서는 금요일 밤에 발표됐지요. 이는 지난주 S&P500 지수 종가 대비 약 5% 높은 수준입니다. 데이비드 코스틴 전략가는 "지금까지의 좁았던 시장 랠리가 메가캡 기술주를 넘어 확대됨에 따라 연말 전망치를 높인다"라고 밝혔습니다. 랠리가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 엔비디아, 메타, 테슬라 등 일부 빅테크에 의해 주도되고 있지만, 최근 유틸리티 등 다른 업종도 동참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코스틴은 "지금 S&P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 19배는 몇몇 시가총액 상위 종목 폭등에 따른 것으로 우리가 예상한 것보다는 높다"라면서도 "과거 사례를 보면 좁았던 시장의 폭은 전반적인 밸류에이션 재평가에 의해 다른 종목들이 상승세를 따라잡으면서 넓어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렇게 상승세가 확대될 것이라고 보는 건 "올해 미국 경제가 침체 국면에 진입할 확률이 약 25%에 불과하다. 침체를 피하고 연착륙에 성공하면 투자심리도 개선될 것"이라고 예상하기 때문입니다. 그는 "우리의 S&P500 기업의 올해 주당순이익(EPS) 추정치는 연착륙을 가정해 224달러로 유지한다"라면서 "이는 월가 추정치 206달러보다 높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정리하면 월가 컨센서스보다 낮은 침체 확률, 높은 기업 이익으로 인해 상승세가 확산하면서 시장의 폭이 넓어지리라는 겁니다. 이 보고서가 회자한 건 전망이 정확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주가 전망은 항상 틀립니다. 골드만삭스는 2021년 하반기에 2022년 전망치로 5100을 제시했었습니다. 그러다 작년에 증시가 조정을 받자 작년 9월에 올해 말 전망치를 3600으로 낮췄었지요. 그러다 올해 2월에 4000으로 높였었습니다. 하지만 시장이 주목한 건 모멘텀입니다. 골드만은 시장 분위기에 맞춰 상당히 유연하게 입장을 바꿉니다. 그만큼 지금 시장이 상승 모멘텀을 얻고 있음을 반영한 것으로 보면 되겠습니다. 바이탈 날리지의 애덤 크리사펄리 설립자는 "최근 랠리를 보면 시장의 사고방식에 심리적 변화가 있다. 최근 주가 상승의 규모는 대부분 무시하기에는 너무 크며 펀드매니저와 주식 전략가 모두 추격전을 벌이고 있다. 전략가들은 계속해서 S&P500 목표치를 높이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그런 게 나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골드만의 예측처럼 오늘 시장의 폭은 약간 넓어졌습니다. 애플 등 기술주 중심의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나스닥의 상승 폭이 가장 컸지만, 다우나 러셀 2000지수도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오늘 애플은 1.6% 상승한 183.79달러로 마감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종전 최고가는 2022년 1월에 세운 182.01달러였습니다. 애플 주가는 올해 들어 41% 상승했으며 190.7달러가 넘으면 시가총액이 3조 달러에 달하게 됩니다. 테슬라는 1.65% 오르며 12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습니다. 장 마감 뒤 오라클은 최근 분기(~5월 31일) 매출이 17% 증가한 138억 달러(추정치 137억 달러)라고 발표해 AI 붐에 따른 기술기업 수혜가 사실임을 확인시켰습니다. 오라클의 클라우드 인프라 매출은 76% 증가한 14억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시장 폭이 본격적으로 넓어지려면 그동안 소외됐던 경기 민감 주, 소형주 등으로 상승세가 퍼져야 합니다. 그렇게 되려면 연착륙에 대한 기대가 더 커져야 하겠지요. 그런 기대가 조금씩 커지고 있습니다. 오늘 카니발 주식은 가장 많이 거래된 주식이었습니다. 사람들이 크루즈 여행을 떠나려면 경기가 좋아야 합니다. JP모건은 유람선 산업에 '지속적 수요 모멘텀'이 있다”라면서 카니발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비중 확대'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목표주가도 11달러에서 16달러로 올렸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도 "소비가 불확실한 시기에도 산업 수요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긴 예약 기간과 강력한 현재 수요로 인해 전반적인 레저 지출 둔화에 덜 민감할 수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카니발은 오늘 12.5%나 치솟았고, 노르웨이지안 크루즈도및 7.2% 상승했습니다. 다만 에너지주(-0.97%)는 유가 약세로 인해 큰 폭의 내림세를 보였습니다. 지역은행 주가는 모건스탠리가 주최한 콘퍼런스에서 키뱅크(-4.31%), 시티즌스 파이낸셜(-3.28%) 등이 순이자마진(NII)에 대한 부정적 전망을 밝히면서 하락 압력을 받았습니다.
모두가 바라는 연착륙이 달성되려면 가장 중요한 게 인플레이션이 꺾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Fed가 긴축을 멈출 수 있으니까요. 내일 아침 8시 30분 5월 CPI가 발표됩니다. 컨센서스는 점점 더 낙관적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헤드라인 수치 추정치는 4.0%까지 떨어져 4월 4.9%보다도 크게 떨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오안다의 에드 모야 전략가는 "강세장 랠리는 멈출 생각이 없는 것 같다. Fed이 이번주 금리 인상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월가가 확신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뜨거운 5월 CPI 보고서는 '매파적 건너뛰기(skip)'를 하려는 Fed의 계획을 방해할 수 있다. 다만 인플레이션은 휘발유 가격 하락 추세, 식품 가격의 계절적 상승, 기저 효과를 감안할 때 낮아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달 CPI 발표 때 수치가 4%대로 떨어졌다고 주가가 급등했었던 것 기억하십니까? JP모건 트레이딩 데스크는 내일 CPI가 4.0~4.2%대로 발표되면(확률 40%) S&P500 지수가 추가로 0.75~1.25% 상승할 것이라는 희망 섞인 기대를 내놓았습니다. 근원 물가는 여전히 5%대로 예상되지만, 월가에선 점점 더 낙관적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대로 라면 조만간 물가가 3%대로 떨어질 것이란 관측입니다. 크레디 스위스는 "우리 연구에 따르면 CPI의 전년 대비 수치는 5월에 4.2%, 6월에 3.2%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는 2개월 동안 하락하는 폭으로는 지난 70년간 겪은 가장 큰 하락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오늘 발표된 뉴욕 연방은행(Fed)의 5월 소비자 기대 조사에서는 1년 인플레이션 기대가 전달보다 0.4%포인트 낮은 4.1%로 2021년 5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물론 3년, 5년 인플레이션 기대는 각각 3.0%, 2.7%로 각각 0.1% 올라갔기는 하지만요. 그래서 내일 FOMC는 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전망이 압도적입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Fed워치 시장에서 트레이더들은 금리 인상이 없을 가능성을 74%로 베팅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금리 인상을 건너뛰는 게 아니라 인상은 이제 끝났다는 그런 낙관적 예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JP모건 자산운용의 데이비드 켈리 글로벌 전략가는 "Fed가 기준금리를 높이질 않고 그대로 둘 것으로 예상한다. 회의 후 통화정책 성명서와 점도표 모두 이번 동결이 통화 긴축을 끝내기보다는 금리 인상을 건너뛰는 것으로 간주되어야 함을 강조할 가능성이 크다. 제롬 파월 의장은 7월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해 명시적으로 경고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부터 7월 FOMC(7월 27~28일) 사이의 나오는 인플레이션 데이터는 모두 냉각되어 Fed가 더이상 긴축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확신하기에 충분할 것이다. 그런 데이터 중 일부는 이번 주에 공개된다. 5월 CPI는 전월 대비 0.2%, 전년 대비 4% 상승했다고 추정한다. 작년 6월 정점에서 11번째 연속 하락하는 것이다. 게다가 CPI 구성 요소와 그 요인을 살펴보면 인플레이션이 계속 둔화할 것임을 알 수 있다. 수요일에 나올 5월 생산자물가(PPI)는 매우 완만하게 증가할 것이며, 목요일에 나올 수입 가격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경제가 연착륙하고 주가가 계속해서 오른다면 인플레이션이 예상처럼 뚝뚝 떨어질까 하는 것입니다. 뉴욕 Fed 조사에서는 실직에 대한 기대치는 전날보다 1.3%포인트 줄어든 10.9%로 2022년 4월 이후 가장 낮게 나왔습니다. 가계 재정은 여전히 건전했고 내년까지 가계 지출은 4월보다 0.4%포인트 높은 5.6%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또 주택 가격에 대한 기대는 지난 몇 달 동안 계속 상승해 팬데믹 이전 수준까지 회복되었습니다. Fed가 의도한 긴축에 따른 경기 둔화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이죠. 이는 파월 의장에게 고민거리가 될 수 있습니다. 오늘 'Fed의 비공식 대변인' 닉 티미라오스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자는 '파월의 큰 문제가 훨씬 더 복잡해졌다'(Jerome Powell’s Big Problem Just Got Even More Complicated)라는 제목의 기사를 썼습니다. 지난 3월 지역은행 위기로 인한 신용경색을 피하고자 노력해왔고 그래서 이번 FOMC 회의에서 금리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려고 하는데, 경제와 인플레이션은 기대만큼 둔화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즉 신용경색을 피하는 노력을 해야 하는 동시에 인플레이션과도 싸워야 하는 상충되는 상황에 처해 있다는 얘기입니다. 인도중앙은행 총재를 역임한 라구란 라잔 시카고대 교수는 인터뷰에서 "금리를 훨씬 더 인상하고 은행에 더 많은 압력을 가하면 은행들이 망할 것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되어 Fed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PGIM의 로버트 팁 채권 전략가는 "폭넓은 성장이 나타나고 있다. 경제 성장은 합리적으로 잘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임금-가격의 나선형 소용돌이(wage-price spiral)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한 분들은 지금을 보면 된다. 급증 정도는 아니지만, 곳곳에서 나오는 임금협상에서 나오는 합의된 수치들은 높다. 그러다 보니 근원 인플레이션은 5%보다 높으며 감속 징후가 많지 않다. 임금 가격의 나선형 상승은 아닐 수 있지만, 확실히 임금이 물가를 높인다. 이는 인플레이션이 하락하는 데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는 원인이 될 수 있다. Fed가 약간의 압력을 가하지 않는 한 매우 오랫동안 높은 인플레이션이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채권시장에서는 이런 상황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JP모건은 최근 주식과 채권시장의 단절이 더 커지고 있다며, 채권시장의 인플레이션 전망이 맞다면 주식은 20%의 잠재적 하락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채권시장은 거시경제 불확실성을 여전히 가격을 책정하고 있지만 주식 시장은 공정 가치 이상의 '완벽한 가격'까지 반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JP모건은 "만약 주식 시장이 채권시장과 일치하는 수준으로 인플레이션 상승을 가격에 반영한다면 이는 현재 수준에서 약 20%의 하락을 의미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상품 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유가 급락세가 심각합니다. 오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4.35% 하락한 배럴당 67.12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사우디의 자발적 감산(7월부터 하루 100만 배럴), 미국의 전략비축유 재비축 계획 등에도 날개 없이 추락하고 있는 것이죠. 미국 등 세계 경제가 연착륙한다고 믿는다면 이렇게 뚝뚝 떨어지진 않을 겁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주말 발표한 보고서에서 12월 브렌트유 전망치를 기존 배럴당 95달러에서 배럴당 86달러로, WTI 전망치는 배럴당 89달러에서 81달러로 내렸습니다. 6개월 만에 세 번째 낮춘 것입니다. 골드만삭스는 "이란과 러시아의 상당한 공급 예상 초과가 투기적 포지션을 사상 최저로 떨어뜨렸다"라며 러시아 이란, 베네수엘라의 2024년 원유 공급량 추정치를 각각 하루 40만 배럴, 35만 배럴, 5만 배럴가량 상향 조정했습니다. 전반적으로는 낙관적 전망이 늘어나고는 있지만, 강세장이 본격화됐다는 데는 여전히 많은 의심이 있습니다. 시장을 비관적으로 보아온 모건스탠리의 마이클 윌슨 CIO는 S&P500 지수가 24% 상승한 뒤 새로운 저점으로 돌아갔던 1940년대 약세장을 사례로 들면서 "더 많은 사람이 약세장을 공식적으로 종료했다고 선언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2023년 기업 이익 하락 예측으로 인해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밝혔습니다. 윌슨은 S&P500 기업의 EPS가 올해 경기 둔화 등으로 인해 16% 하락한 뒤에 2024년에 23% 회복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는 유동성이 감소함에 따라 Fed의 금리 인상 일시 중지가 "아이러니하게도" 랠리의 끝을 표시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UBS도 "이번 주 물가 데이터와 FOMC가 시장의 '연착륙' 기대를 결정적으로 증명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 경제 및 시장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은 하반기에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경제 회복력은 하반기에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Fed는 이번에 금리 인상을 일시 중지할 수 있지만, 노동시장과 물가 데이터를 보면 중단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미국 증시의 밸류에이션은 오류의 여지가 거의 없는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작년 말 대부분의 월가 금융사는 S&P500 지수가 올해 말 4000 안팎에 머무를 것으로 봤습니다. 도이치뱅크가 4500으로 가장 높이 부른 곳이었는데요. 주가가 왜 이리 올랐는지에 대해 도이치뱅크의 의견을 들어보겠습니다.
도이치뱅크 자산관리의 디펙 퓨리 미국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새로운 강세장인지, 여전히 약세장 랠리인지는 알 수 없지만 최근 주가 상승은 최근 몇 주 동안 올라간 연착륙 가능성 덕분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5월 신규고용이 30만 개를 웃도는 등 고용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평균 시간당 임금 상승률, 분기 단위노동비용(ULC) 등은 둔화하고 있습니다. 또 지난주 발표된 미 공급관리협회(ISM)의 5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세부 내용을 보면 지불가격은 팬데믹 이전 수준까지 낮아졌지요. 퓨리 CIO는 "디스인플레이션을 끌어가는 힘이 많이 나타나고 있어 연착륙은 훨씬 더 실현 가능해졌다. 우리는 증시가 열광하는 연착륙으로 가는 길에 있을 수 있다. 불과 몇 주 전 예상했던 것보다 성장은 강하고 인플레이션이 낮아지는 등 위험 자산에 대한 거시적 배경이 훨씬 좋아졌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현재 랠리에 대해 "일부는 '야성적 충동'을 일깨우는 인공지능(AI) 관련주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수혜주는 대부분 대형 기술주인데, 많은 자원과 돈, 컴퓨팅 파워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앞으로 몇 달 동안은 위험 요인은 아니지만 우려되는 일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하나는 미 재무부의 일반계좌(TGA계좌) 구축입니다. 그는 "많은 국채 발행으로 금리에 상승 압력이 나타날 것이며 이는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전반적으로 유동성 환경은 위험 자산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또 중국 경제가 예상만큼 순조롭게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걱정했습니다. 디펙 CIO는 이번 CPI와 FOMC에 대해서는 "이번 주는 바쁜 한 주다. 13일 CPI는 매우 큰 거시경제 뉴스다. 헤드라인 CPI는 전월 대비 0.2% 증가하는 것을 보게 될 것 같다. 그러면 전년 대비로는 4.1%로 떨어질 것이다. 1년 전인 2022년 6월에 이 수치는 9.1%였다. 이는 꽤 큰 폭의 하락이다. 에너지 및 식품 가격을 제외한 근원 CPI는 여전히 5%대로 나올 것 같다. 다음날 나올 PPI에서도 둔화 추세를 보게 될 것이다. 이를 고려해 FOMC 회의에서는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본다. 건너뛰는 것인지, 중단하는 것인지는 논쟁이 이어질 것이다. 현재 시장은 일시 중지를 기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파월 의장의 지난 기자회견과 일치한다. 염두에 두어야 할 또 다른 사항은 이번에 경제전망과 점도표가 발표된다는 것이다. 지난 3월 이후 처음이다. 중립금리가 높아진다면 이번 주에 그걸 소화해야 할 것이다. 글로벌 긴축 사이클이 여전히 진행 중임을 언급하고 싶다. 캐나다와 호주 중앙은행이 다시 금리를 인상하는 것을 보았고 아직 선진국들의 금리 긴축 주기가 끝났다고 말하는 것은 다소 시기상조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12일(미 동부시간)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0.1~0.5% 상승세로 출발한 뒤 꾸준히 오름폭을 키웠습니다.
상승 이유 중 하나는 채권 금리 안정입니다. 부채한도 이슈가 해결된 뒤 시장이 걱정해온 것 중 하나가 재무부가 국채를 대규모로 찍어내 시장 유동성을 흡수할 것이란 것이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재무부가 텅텅 비어버린 일반계좌(TGA)를 채우기 위해 올해 남은 기간 1조3640억 달러 규모의 국채를 발행할 것이며 그중 1조 달러는 향후 4개월 동안 쏟아져나올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은행 준비금에 압력을 가할 수 있고 향후 4개월간 4500억 달러가량이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지요.
그리고 오늘 재무부는 단기 국채(T-bill) 1230억 달러, 3년물 400억 달러, 10년물 320억 달러어치를 한꺼번에 발행했습니다.
그런데 국채 경매는 잘 끝났습니다. 대규모 발행에도 불구하고 3년물 낙찰 금리는 발행 당시 시장 금리(WI)보다 0.2bp 높은 데 그쳤고, 10년물은 1.5bp 높게 형성됐습니다. 소폭 상승하던 시장 금리는 경매 소식이 나온 뒤 하락세로 전환했습니다. 결국, 오후 4시께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2.9bp 내린 4.577%, 10년물은 1bp 하락한 3.733%에 거래됐습니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수급은 단기적으로는 불균형을 일으킬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결코 시장을 움직이는 요인은 아니다. 2000억 달러어치 채권이 갑자기 튀어나온 것도 아니고, 시장 참여자들은 모두 어차피 나올 것으로 알고 있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지난 주말 골드만삭스가 국제유가 전망치를 낮추고 이란 핵 협상 기대 등이 커져 오늘 유가가 급락했다. 유가가 내리면 인플레이션은 줄어들 수밖에 없고 추가 긴축도 필요 없을 수 있다. 이런 요인도 오늘 경매에 긍정적 영향을 준 것 같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금리가 하향 안정세를 보이던 오후 주요 지수는 본격적으로 상승했고, 장 막판 오름폭이 더 커졌습니다. 결국, 다우는 0.56%, S&P500 지수는 0.93% 상승했고 나스닥은 1.53%나 폭등했습니다. S&P500 지수(종가 4338.93)는 가뿐히 4300을 돌파하며 2022년 4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습니다. 다우지수는 6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습니다. 주말 사이 발생한 뉴스 중 증시에서 가장 많이 회자된 것은 골드만삭스 주식팀이 S&P500 지수의 연말 전망치를 4000에서 4500으로 높인 것입니다. 보고서는 금요일 밤에 발표됐지요. 이는 지난주 S&P500 지수 종가 대비 약 5% 높은 수준입니다. 데이비드 코스틴 전략가는 "지금까지의 좁았던 시장 랠리가 메가캡 기술주를 넘어 확대됨에 따라 연말 전망치를 높인다"라고 밝혔습니다. 랠리가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 엔비디아, 메타, 테슬라 등 일부 빅테크에 의해 주도되고 있지만, 최근 유틸리티 등 다른 업종도 동참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코스틴은 "지금 S&P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 19배는 몇몇 시가총액 상위 종목 폭등에 따른 것으로 우리가 예상한 것보다는 높다"라면서도 "과거 사례를 보면 좁았던 시장의 폭은 전반적인 밸류에이션 재평가에 의해 다른 종목들이 상승세를 따라잡으면서 넓어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렇게 상승세가 확대될 것이라고 보는 건 "올해 미국 경제가 침체 국면에 진입할 확률이 약 25%에 불과하다. 침체를 피하고 연착륙에 성공하면 투자심리도 개선될 것"이라고 예상하기 때문입니다. 그는 "우리의 S&P500 기업의 올해 주당순이익(EPS) 추정치는 연착륙을 가정해 224달러로 유지한다"라면서 "이는 월가 추정치 206달러보다 높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정리하면 월가 컨센서스보다 낮은 침체 확률, 높은 기업 이익으로 인해 상승세가 확산하면서 시장의 폭이 넓어지리라는 겁니다. 이 보고서가 회자한 건 전망이 정확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주가 전망은 항상 틀립니다. 골드만삭스는 2021년 하반기에 2022년 전망치로 5100을 제시했었습니다. 그러다 작년에 증시가 조정을 받자 작년 9월에 올해 말 전망치를 3600으로 낮췄었지요. 그러다 올해 2월에 4000으로 높였었습니다. 하지만 시장이 주목한 건 모멘텀입니다. 골드만은 시장 분위기에 맞춰 상당히 유연하게 입장을 바꿉니다. 그만큼 지금 시장이 상승 모멘텀을 얻고 있음을 반영한 것으로 보면 되겠습니다. 바이탈 날리지의 애덤 크리사펄리 설립자는 "최근 랠리를 보면 시장의 사고방식에 심리적 변화가 있다. 최근 주가 상승의 규모는 대부분 무시하기에는 너무 크며 펀드매니저와 주식 전략가 모두 추격전을 벌이고 있다. 전략가들은 계속해서 S&P500 목표치를 높이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그런 게 나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골드만의 예측처럼 오늘 시장의 폭은 약간 넓어졌습니다. 애플 등 기술주 중심의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나스닥의 상승 폭이 가장 컸지만, 다우나 러셀 2000지수도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오늘 애플은 1.6% 상승한 183.79달러로 마감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종전 최고가는 2022년 1월에 세운 182.01달러였습니다. 애플 주가는 올해 들어 41% 상승했으며 190.7달러가 넘으면 시가총액이 3조 달러에 달하게 됩니다. 테슬라는 1.65% 오르며 12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습니다. 장 마감 뒤 오라클은 최근 분기(~5월 31일) 매출이 17% 증가한 138억 달러(추정치 137억 달러)라고 발표해 AI 붐에 따른 기술기업 수혜가 사실임을 확인시켰습니다. 오라클의 클라우드 인프라 매출은 76% 증가한 14억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시장 폭이 본격적으로 넓어지려면 그동안 소외됐던 경기 민감 주, 소형주 등으로 상승세가 퍼져야 합니다. 그렇게 되려면 연착륙에 대한 기대가 더 커져야 하겠지요. 그런 기대가 조금씩 커지고 있습니다. 오늘 카니발 주식은 가장 많이 거래된 주식이었습니다. 사람들이 크루즈 여행을 떠나려면 경기가 좋아야 합니다. JP모건은 유람선 산업에 '지속적 수요 모멘텀'이 있다”라면서 카니발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비중 확대'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목표주가도 11달러에서 16달러로 올렸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도 "소비가 불확실한 시기에도 산업 수요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긴 예약 기간과 강력한 현재 수요로 인해 전반적인 레저 지출 둔화에 덜 민감할 수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카니발은 오늘 12.5%나 치솟았고, 노르웨이지안 크루즈도및 7.2% 상승했습니다. 다만 에너지주(-0.97%)는 유가 약세로 인해 큰 폭의 내림세를 보였습니다. 지역은행 주가는 모건스탠리가 주최한 콘퍼런스에서 키뱅크(-4.31%), 시티즌스 파이낸셜(-3.28%) 등이 순이자마진(NII)에 대한 부정적 전망을 밝히면서 하락 압력을 받았습니다.
모두가 바라는 연착륙이 달성되려면 가장 중요한 게 인플레이션이 꺾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Fed가 긴축을 멈출 수 있으니까요. 내일 아침 8시 30분 5월 CPI가 발표됩니다. 컨센서스는 점점 더 낙관적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헤드라인 수치 추정치는 4.0%까지 떨어져 4월 4.9%보다도 크게 떨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오안다의 에드 모야 전략가는 "강세장 랠리는 멈출 생각이 없는 것 같다. Fed이 이번주 금리 인상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월가가 확신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뜨거운 5월 CPI 보고서는 '매파적 건너뛰기(skip)'를 하려는 Fed의 계획을 방해할 수 있다. 다만 인플레이션은 휘발유 가격 하락 추세, 식품 가격의 계절적 상승, 기저 효과를 감안할 때 낮아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달 CPI 발표 때 수치가 4%대로 떨어졌다고 주가가 급등했었던 것 기억하십니까? JP모건 트레이딩 데스크는 내일 CPI가 4.0~4.2%대로 발표되면(확률 40%) S&P500 지수가 추가로 0.75~1.25% 상승할 것이라는 희망 섞인 기대를 내놓았습니다. 근원 물가는 여전히 5%대로 예상되지만, 월가에선 점점 더 낙관적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대로 라면 조만간 물가가 3%대로 떨어질 것이란 관측입니다. 크레디 스위스는 "우리 연구에 따르면 CPI의 전년 대비 수치는 5월에 4.2%, 6월에 3.2%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는 2개월 동안 하락하는 폭으로는 지난 70년간 겪은 가장 큰 하락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오늘 발표된 뉴욕 연방은행(Fed)의 5월 소비자 기대 조사에서는 1년 인플레이션 기대가 전달보다 0.4%포인트 낮은 4.1%로 2021년 5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물론 3년, 5년 인플레이션 기대는 각각 3.0%, 2.7%로 각각 0.1% 올라갔기는 하지만요. 그래서 내일 FOMC는 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전망이 압도적입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Fed워치 시장에서 트레이더들은 금리 인상이 없을 가능성을 74%로 베팅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금리 인상을 건너뛰는 게 아니라 인상은 이제 끝났다는 그런 낙관적 예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JP모건 자산운용의 데이비드 켈리 글로벌 전략가는 "Fed가 기준금리를 높이질 않고 그대로 둘 것으로 예상한다. 회의 후 통화정책 성명서와 점도표 모두 이번 동결이 통화 긴축을 끝내기보다는 금리 인상을 건너뛰는 것으로 간주되어야 함을 강조할 가능성이 크다. 제롬 파월 의장은 7월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해 명시적으로 경고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부터 7월 FOMC(7월 27~28일) 사이의 나오는 인플레이션 데이터는 모두 냉각되어 Fed가 더이상 긴축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확신하기에 충분할 것이다. 그런 데이터 중 일부는 이번 주에 공개된다. 5월 CPI는 전월 대비 0.2%, 전년 대비 4% 상승했다고 추정한다. 작년 6월 정점에서 11번째 연속 하락하는 것이다. 게다가 CPI 구성 요소와 그 요인을 살펴보면 인플레이션이 계속 둔화할 것임을 알 수 있다. 수요일에 나올 5월 생산자물가(PPI)는 매우 완만하게 증가할 것이며, 목요일에 나올 수입 가격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경제가 연착륙하고 주가가 계속해서 오른다면 인플레이션이 예상처럼 뚝뚝 떨어질까 하는 것입니다. 뉴욕 Fed 조사에서는 실직에 대한 기대치는 전날보다 1.3%포인트 줄어든 10.9%로 2022년 4월 이후 가장 낮게 나왔습니다. 가계 재정은 여전히 건전했고 내년까지 가계 지출은 4월보다 0.4%포인트 높은 5.6%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또 주택 가격에 대한 기대는 지난 몇 달 동안 계속 상승해 팬데믹 이전 수준까지 회복되었습니다. Fed가 의도한 긴축에 따른 경기 둔화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이죠. 이는 파월 의장에게 고민거리가 될 수 있습니다. 오늘 'Fed의 비공식 대변인' 닉 티미라오스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자는 '파월의 큰 문제가 훨씬 더 복잡해졌다'(Jerome Powell’s Big Problem Just Got Even More Complicated)라는 제목의 기사를 썼습니다. 지난 3월 지역은행 위기로 인한 신용경색을 피하고자 노력해왔고 그래서 이번 FOMC 회의에서 금리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려고 하는데, 경제와 인플레이션은 기대만큼 둔화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즉 신용경색을 피하는 노력을 해야 하는 동시에 인플레이션과도 싸워야 하는 상충되는 상황에 처해 있다는 얘기입니다. 인도중앙은행 총재를 역임한 라구란 라잔 시카고대 교수는 인터뷰에서 "금리를 훨씬 더 인상하고 은행에 더 많은 압력을 가하면 은행들이 망할 것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되어 Fed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PGIM의 로버트 팁 채권 전략가는 "폭넓은 성장이 나타나고 있다. 경제 성장은 합리적으로 잘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임금-가격의 나선형 소용돌이(wage-price spiral)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한 분들은 지금을 보면 된다. 급증 정도는 아니지만, 곳곳에서 나오는 임금협상에서 나오는 합의된 수치들은 높다. 그러다 보니 근원 인플레이션은 5%보다 높으며 감속 징후가 많지 않다. 임금 가격의 나선형 상승은 아닐 수 있지만, 확실히 임금이 물가를 높인다. 이는 인플레이션이 하락하는 데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는 원인이 될 수 있다. Fed가 약간의 압력을 가하지 않는 한 매우 오랫동안 높은 인플레이션이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채권시장에서는 이런 상황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JP모건은 최근 주식과 채권시장의 단절이 더 커지고 있다며, 채권시장의 인플레이션 전망이 맞다면 주식은 20%의 잠재적 하락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채권시장은 거시경제 불확실성을 여전히 가격을 책정하고 있지만 주식 시장은 공정 가치 이상의 '완벽한 가격'까지 반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JP모건은 "만약 주식 시장이 채권시장과 일치하는 수준으로 인플레이션 상승을 가격에 반영한다면 이는 현재 수준에서 약 20%의 하락을 의미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상품 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유가 급락세가 심각합니다. 오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4.35% 하락한 배럴당 67.12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사우디의 자발적 감산(7월부터 하루 100만 배럴), 미국의 전략비축유 재비축 계획 등에도 날개 없이 추락하고 있는 것이죠. 미국 등 세계 경제가 연착륙한다고 믿는다면 이렇게 뚝뚝 떨어지진 않을 겁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주말 발표한 보고서에서 12월 브렌트유 전망치를 기존 배럴당 95달러에서 배럴당 86달러로, WTI 전망치는 배럴당 89달러에서 81달러로 내렸습니다. 6개월 만에 세 번째 낮춘 것입니다. 골드만삭스는 "이란과 러시아의 상당한 공급 예상 초과가 투기적 포지션을 사상 최저로 떨어뜨렸다"라며 러시아 이란, 베네수엘라의 2024년 원유 공급량 추정치를 각각 하루 40만 배럴, 35만 배럴, 5만 배럴가량 상향 조정했습니다. 전반적으로는 낙관적 전망이 늘어나고는 있지만, 강세장이 본격화됐다는 데는 여전히 많은 의심이 있습니다. 시장을 비관적으로 보아온 모건스탠리의 마이클 윌슨 CIO는 S&P500 지수가 24% 상승한 뒤 새로운 저점으로 돌아갔던 1940년대 약세장을 사례로 들면서 "더 많은 사람이 약세장을 공식적으로 종료했다고 선언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2023년 기업 이익 하락 예측으로 인해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밝혔습니다. 윌슨은 S&P500 기업의 EPS가 올해 경기 둔화 등으로 인해 16% 하락한 뒤에 2024년에 23% 회복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는 유동성이 감소함에 따라 Fed의 금리 인상 일시 중지가 "아이러니하게도" 랠리의 끝을 표시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UBS도 "이번 주 물가 데이터와 FOMC가 시장의 '연착륙' 기대를 결정적으로 증명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 경제 및 시장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은 하반기에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경제 회복력은 하반기에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Fed는 이번에 금리 인상을 일시 중지할 수 있지만, 노동시장과 물가 데이터를 보면 중단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미국 증시의 밸류에이션은 오류의 여지가 거의 없는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작년 말 대부분의 월가 금융사는 S&P500 지수가 올해 말 4000 안팎에 머무를 것으로 봤습니다. 도이치뱅크가 4500으로 가장 높이 부른 곳이었는데요. 주가가 왜 이리 올랐는지에 대해 도이치뱅크의 의견을 들어보겠습니다.
도이치뱅크 자산관리의 디펙 퓨리 미국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새로운 강세장인지, 여전히 약세장 랠리인지는 알 수 없지만 최근 주가 상승은 최근 몇 주 동안 올라간 연착륙 가능성 덕분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5월 신규고용이 30만 개를 웃도는 등 고용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평균 시간당 임금 상승률, 분기 단위노동비용(ULC) 등은 둔화하고 있습니다. 또 지난주 발표된 미 공급관리협회(ISM)의 5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세부 내용을 보면 지불가격은 팬데믹 이전 수준까지 낮아졌지요. 퓨리 CIO는 "디스인플레이션을 끌어가는 힘이 많이 나타나고 있어 연착륙은 훨씬 더 실현 가능해졌다. 우리는 증시가 열광하는 연착륙으로 가는 길에 있을 수 있다. 불과 몇 주 전 예상했던 것보다 성장은 강하고 인플레이션이 낮아지는 등 위험 자산에 대한 거시적 배경이 훨씬 좋아졌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현재 랠리에 대해 "일부는 '야성적 충동'을 일깨우는 인공지능(AI) 관련주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수혜주는 대부분 대형 기술주인데, 많은 자원과 돈, 컴퓨팅 파워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앞으로 몇 달 동안은 위험 요인은 아니지만 우려되는 일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하나는 미 재무부의 일반계좌(TGA계좌) 구축입니다. 그는 "많은 국채 발행으로 금리에 상승 압력이 나타날 것이며 이는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전반적으로 유동성 환경은 위험 자산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또 중국 경제가 예상만큼 순조롭게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걱정했습니다. 디펙 CIO는 이번 CPI와 FOMC에 대해서는 "이번 주는 바쁜 한 주다. 13일 CPI는 매우 큰 거시경제 뉴스다. 헤드라인 CPI는 전월 대비 0.2% 증가하는 것을 보게 될 것 같다. 그러면 전년 대비로는 4.1%로 떨어질 것이다. 1년 전인 2022년 6월에 이 수치는 9.1%였다. 이는 꽤 큰 폭의 하락이다. 에너지 및 식품 가격을 제외한 근원 CPI는 여전히 5%대로 나올 것 같다. 다음날 나올 PPI에서도 둔화 추세를 보게 될 것이다. 이를 고려해 FOMC 회의에서는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본다. 건너뛰는 것인지, 중단하는 것인지는 논쟁이 이어질 것이다. 현재 시장은 일시 중지를 기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파월 의장의 지난 기자회견과 일치한다. 염두에 두어야 할 또 다른 사항은 이번에 경제전망과 점도표가 발표된다는 것이다. 지난 3월 이후 처음이다. 중립금리가 높아진다면 이번 주에 그걸 소화해야 할 것이다. 글로벌 긴축 사이클이 여전히 진행 중임을 언급하고 싶다. 캐나다와 호주 중앙은행이 다시 금리를 인상하는 것을 보았고 아직 선진국들의 금리 긴축 주기가 끝났다고 말하는 것은 다소 시기상조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