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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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사상 최대 규모로 성장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 경기 침체 우려 등 전 세계 증시의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분산투자로 리스크 헤지를 노리는 투자자들에게 주목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ETF 10조달러 '사상 최대'…분산투자가 대세

글로벌 ETF 자산 역대 최대

1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전 세계 ETF 순자산총액(AUM)은 지난 15일 기준 10조3200억달러(약 1경3261조원)를 기록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글로벌 인플레이션 발생 전인 2021년 말 세운 기존 최고치(10조2600억달러)를 깼다.

미국과 유럽, 아시아태평양 등 대다수 지역에서 ETF 시장 규모는 모두 새 기록을 썼다. 15일 기준 미국의 ETF 순자산은 7조2700억달러로 2021년(7조2100억달러)보다 규모가 커졌다. 유럽 ETF 순자산도 1조6200억달러로 종전 최대치인 1조6000억달러를 넘어섰다. 아시아태평양은 5월 이미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글로벌 리서치회사 ETFGI에 따르면 글로벌 ETF는 48개월째 유입액이 유출액보다 많은 순유입을 이어가고 있다. 투자자들은 증시가 휘청일 때마다 ETF를 찾았다. 특히 Fed가 빠른 속도로 금리를 인상한 지난해와 실리콘밸리은행(SVB)으로 인해 미국 중소형 은행 위기가 이어질 때 투자자가 몰렸다. 미국 리서치업체 베타파이의 토드 로젠블루스 리서치 책임자는 “많은 투자자의 포트폴리오에서 ETF가 핵심이 됐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자산이 오히려 줄어든 다른 상품과도 비교된다. 미국 뮤추얼펀드 자산은 4월 말 기준 23조5000억달러로 2021년 말보다 12.8% 적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ETF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회계법인 PwC는 글로벌 ETF 순자산 규모가 2026년 20조달러(약 2경5610조원)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수수료 안 내고 분산투자 효과

ETF가 전 세계에서 주목받는 원인은 크게 네 가지다. 지수를 추종하는 ETF는 적은 금액으로 여러 종목에 투자할 수 있어 분산투자 효과가 있다. 또 주식뿐 아니라 채권과 부동산, 원자재 등 개별 투자자가 거래하기 쉽지 않은 자산도 ETF를 통해 쉽게 투자하고 빠르게 거래할 수 있다.

펀드매니저에게 수수료를 내고 투자를 위임하는 대신 직접 투자를 선호하는 최근의 투자 분위기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ETF는 거래소에 상장되는 만큼 편입 종목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암호화폐와 인공지능(AI) 등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상품이 빠르게 출시되는 것도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이다.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며 새로운 산업 트렌드를 반영하는 ETF를 먼저 내놓으려 하기 때문이다. 이달 16일에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비트코인 현물을 보유하는 ETF를 신청했다.

뜨거워지는 액티브 ETF 시장

최근에는 액티브 펀드와 ETF 특성을 모두 지닌 액티브 ETF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액티브 ETF는 지수를 그대로 추종하는 패시브 ETF와 달리 기초지수를 70%가량 추종하고 나머지 30%는 펀드매니저가 투자 종목과 비중을 조정하는 상품이다.

빅테크와 AI 등 소수 분야 종목들이 전체 지수 상승세를 이끄는 최근 장세에서는 주도주를 선별해 담는 액티브 ETF가 더 높은 수익을 낼 것이라고 기대받는다. 액티브 펀드와 달리 투자 종목이 매일 공개되며 수수료가 저렴하다.

블룸버그통신 산하 경제연구소인 블룸버그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올 들어 미 액티브 주식 ETF로 들어온 자금은 360억달러로 전체 주식형 ETF로 유입된 자금의 56% 이상이다. 제임스 세이파트 블룸버그인텔리전스 ETF 애널리스트는 “최근 JP모간과 미국 DFA 등 글로벌 자산운용사가 액티브 ETF 분야에 자원을 쏟아붓고 있다”며 “아직은 전체 ETF 시장에서 패시브 ETF 비중이 크지만 액티브 ETF 시장 점유율이 빠르게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유정/오현우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