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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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200% 넘게 폭등한 엔비디아 주가가 간밤 뉴욕증시에서 2% 가까이 밀렸다. 차익실현에 따른 조정으로 예상되지만, 회사 실적 전망치가 크게 상향 조정되고 있는 만큼 조정폭과 기간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나아가 당분간 엔비디아의 독주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도 내다봤다. 경쟁업체가 없다는 분석에서다.

21일(현지시간) 미 증시에서 엔비디아는 전 거래일 대비 7.63포인트(1.74%) 하락한 430.45에 장을 끝냈다. 이날은 조정을 받았지만 전일까지 엔비디아는 대형 반도체 주식들의 주가 하락 속에서 '나홀로 강세'를 보였다. 연초 이후 이날까지 주가는 무려 200.7% 올랐고 현재 기준 시가총액은 약 1조600억달러다.

올해 들어서 미국 주식시장에선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 등 나스닥 시가총액 상위 종목으로의 쏠림 현상이 부각되고 있다.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연초 이후 미국 나스닥100 지수가 34% 상승하는 과정에서 엔비디아와 애플 등 빅테크 기업 7곳이 상승분의 75%가량인 26%를 끌어올렸다. 투자자들이 다른 해외증시 대비 양호한 투자수익을 거둘 수 있는 미 증시로 돌아온 영향이다. AI 테마 강세 흐름도 한 몫했다.

이러한 상반기 폭등에도 증권가는 주가가 꾸준히 오를 것이라고 봤다.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엔비디아 점유율이 구조적으로 커지고 있고 이렇다할 경쟁업체도 없다는 게 그 근거다.

문준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 주가만 계속 오르는 가장 큰 배경은 한정된 기업들의 예산 속에서 AI 투자를 사실상 독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AI 서버 가격이 일반 서버와 비교도 안 되게 비싸다"며 "AI 서버가 팔리면,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일반 서버에도 탑재되는 중앙처리장치(CPU), 디램,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으로 배정됐을 예산을 가져오는 셈이다. 이는 엔비디아 실적 차별화의 배경"이라고 밝혔다.

주가 조정이 와도 투자심리를 얼릴 정도는 아닐 것이란 관측이 따라붙는다. 문 연구원은 "엔비디아 주가가 큰 폭 오른 배경이 데이터센터 내 점유율 확대였듯 주가 조정의 배경도 점유율 축소 가능성과 관련한 것일 전망"이라며 "현재 가장 유력한 대항마는 AMD의 서버 GPU다. AMD 제품이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을 수 있단 믿음만 줘도 엔비디아와의 평가가치(밸류에이션) 격차는 좁혀질 수 있지만, 이를 확인하기 전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어서 엔비디아 선호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하재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수 상승을 이끌었던 주도주의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진 상황인데 엔비디아의 주가수익비율(PER)이 50배를 웃돌고 있다"며 "시장 대비 밸류에이션 부담이 높아지긴 했지만 엔비디아는 실적 전망치가 크게 상향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금리가 작년 고점인 수준으로 상승하지 않는 이상 밸류에이션 부담에 따른 주가 조정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서학개미(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의 '엔비디아 사랑'은 깊어지고 있다.

예탁결제원 증권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국내 투자자들의 엔비디아 주식 보관금액은 39억1226만달러(약 5조6246억원)다. 테슬라(156억달러)와 애플(52억달러)에 이어서 세 번째로 많이 보유하고 있단 의미다. 작년 이맘때 서학개미들의 엔비디아 보관액이 약 2조8864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그 사이 약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쏠쏠한 투자수익이 엔비디아 보유심리를 뒷받침하고 있다. NH투자증권 MTS에 따르면 이 증권사를 통해 엔비디아에 투자한 2만8857명 중 평균 매입단가 대비 수익을 보고 있는 투자자가 무려 99.93%에 달한다. 이들 평균 수익률은 106.27%로 집계됐다.

개인 투자자들은 포털 등 종목 게시판을 통해 '엔슬람의 시대가 왔다', '조정 오면 오히려 땡큐지', '테슬라 PER 1000 수준까지 갔던 것을 생각하면 PER 50은 망설일 수준은 아니다', '건강한 조정이니 100만원 갈 때까지 추가매수하면서 버티자' '엔슬람들 화이팅' 등 의견을 올리고 있다. 다만 일부에서는 '그간 지나치게 올랐으니 지금 올라타는 것은 너무 위험한 전략이지 않을까 싶다', '과한 상승은 항상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보였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