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압기, 차단기 등을 제조하는 전력기기 업체들의 주가가 뜨겁다. 신재생에너지 사용 확대에 따른 송배전망 투자와 미국의 리쇼어링(자국 공장 본국 회귀) 정책으로 전력기기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증권가는 주가가 단기간 급등해 차익 실현 물량이 나올 수 있지만,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은 여전히 비싸지 않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외국인·기관 쌍끌이 매수

신재생에너지 투자 훈풍…"전력기기株, 여전히 저평가"
30일 HD현대일렉트릭은 7.6% 오른 6만5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효성중공업LS ELECTRIC도 각각 14.33%, 4.48% 올랐다. 중소형 변압기를 생산하는 제룡전기도 10.1% 상승했다.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세가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이날 외국인과 기관은 HD현대일렉트릭을 각각 28억원, 37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들 전력기기 업체의 올해 주가 상승률은 코스피지수(15.2% 상승)의 2~5배에 달한다. 제룡전기는 70.5% 올랐다. HD현대일렉트릭(53.2%), 효성중공업(47.3%), LS ELECTRIC(40.6%) 등도 40% 이상 상승했다. HD현대일렉트릭의 경우 최근 1년간 주가가 약 세 배 올랐다. 제룡전기와 효성중공업은 사상 최고가를 넘어섰고, HD현대일렉트릭과 LS ELECTRIC도 신고가 경신을 앞두고 있다.

투자자가 이런 종목에 몰리는 이유는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투자에 따라 전력기기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미국의 리쇼어링 정책으로 인한 신규 공장 건설이 늘어난 점도 요인이다. 한 대형 운용사 대표는 “자국산을 쓰라는 미국 내 정책에 따라 미국 내에선 변압기 품귀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며 “업종 전체적으로 올 2분기 깜짝실적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밸류에이션 비싸지 않다”

증권가는 이들 기업의 영업활동이 실적에 본격 반영되면 주가가 추가 상승할 수 있다고 예상한다. HD현대일렉트릭은 올해 실적 대비 주가수익비율(PER)이 14배다. LS ELECTRIC과 효성중공업은 각각 11.7배, 15.5배다. 내년 실적이 크게 늘어나면 PER은 더 낮아질 수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단순한 주가 상승폭만으로 피크아웃(정점 통과)을 말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에 공장을 보유한 HD현대일렉트릭과 효성중공업이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으로 내다봤다. 효성중공업은 미국 법인이 오는 4분기 흑자로 전환하고 내년부터 연간 2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HD현대일렉트릭은 회사 측이 제시한 연간 수주목표(약 3조4000억원)만 달성해도 연간 3조4000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전망치 평균)가 전년 대비 68% 늘어난 2234억원이다. LS ELECTRIC은 전력기기 사업에 더해 전기차 부품 자회사 LS이모빌리티솔루션의 가치가 주목받고 있다. LS이모빌리티솔루션은 EV릴레이, BDU(배터리 디스커넥트 유닛) 등 전기차 핵심 부품을 제조하는 회사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