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장기 국채 가격을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투자자들이 좀처럼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 금리 인하는커녕 연내 추가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접지 않고 있어서다.
"아직 금리 고점 아냐"…힘 못 쓰는 美 채권 ETF
지난달 29일 미 국채 레버리지 ETF인 ‘디렉시온데일리 20+년 미 국채 불3X(TMF)’는 7.58달러에 거래됐다. 올초(8.95달러) 대비 약 15% 하락했다. 이 ETF는 작년 7월엔 13달러 이상에 매매됐다. 미 장기 국채 가격을 추종하는 ‘아이셰어즈 20+년 미 국채(TLT)’는 101.76달러에 거래됐다. 올초(101.46달러)에 비해 가격이 제자리걸음을 했다. 1년 내 고점인 작년 7월보다는 약 16달러 낮다. 뱅가드의 미 장기 국채 ETF(VGLT) 가격도 올 들어 0.3%(19센트) 오르는 데 그쳤다.

이들 ETF는 미 국채를 직접 만기까지 보유하지 않아도 채권 가격 변동분에 대한 수익과 이자 분배금을 얻을 수 있어 개인투자자에게 인기를 끌었다. 통상 채권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금리가 내려가면 채권 가격이 올라 ETF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장기채 ETF 가격은 단기 채권 기반 상품보다 금리에 더 민감하게 움직인다. 작년부터 미국의 금리 하락을 예상한 이들이 장기채 ETF에 많이 투자한 이유다.

하지만 금리 인하 시점이 미뤄지면서 수익을 보지 못하는 ETF 투자자가 늘고 있다. 이날 기준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연 3.854%로 올초(3.879%)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운용보수를 고려하면 올 들어 ETF에 가입한 투자자는 일부 손실을 봤을 가능성이 크다. 기초지수 움직임에 괴리율을 더 적용받는 레버리지 ETF 투자자는 손실 폭이 더 크다.

채권형 ETF 가격은 한동안 횡보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은 물가 안정을 위해 올 하반기에 금리를 두 차례 더 인상할 수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 관점에선 채권 ETF 투자가 여전히 유효하다고 보고 있다. 존 매지이어 뱅가드 채권부문 수석포트폴리오매니저는 “작년 초에 비하면 투자 리스크가 현저히 낮아진 것”이라고 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