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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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학 개미(미국 주식시장에 직접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들이 미국 증시 하락에 베팅하는 3배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에 몰려들고 있다. 미국 증시에서 기술주가 강세를 보이자 역으로 하락에 대한 투자를 늘린 것으로 풀이된다.

3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지난달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숏 QQQ(SQQQ)' ETF를 8016만달러(약 1057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 기간 주식 순매수 금액 1위였다. SQQQ는 나스닥 100지수의 일일 수익률을 역방향으로 3배 추종한다. 지수가 떨어지면 3배의 수익이 나고 반대로 지수가 오르면 3배의 손실을 본다.

순매수 2위 종목도 인버스 ETF였다. 지난달 국내 투자자들은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를 역으로 3배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반도체 베어 3X ETF(SOXS)'를 6972만달러(약 920억원) 순매수했다.

서학 개미들은 미국의 통화 긴축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고, 나스닥 지수가 고점에 이르렀다고 판단해 이 상품들을 사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나스닥 100지수와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지난달 약 6% 올랐다.

다만 전문가들은 앞으로 금리가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 중앙은행(Fed)이 추가 금리 인상을 빈번하게 언급하고 있다"면서도 "연초에는 금리가 떨어질 때 나스닥이 반등하는 흐름이 나타났지만, 최근엔 금리가 올라도 나스닥이 상승세를 보이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물가와 금리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줄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실적이 개선이 기대되는 빅테크 중심으로 매수세가 몰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플레이션은 최근 완화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5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3.8%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2년 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PCE 지수는 같은 기간 4.6% 상승했다. 전월(4.7%)과 큰 차이가 없었다.

향후 뉴욕 증시가 강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황준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예상치를 웃도는 등 경기 연착륙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는 점이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며 "인공지능(AI)발 훈풍에 힘입어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 기술주의 상승세도 뚜렷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인버스 ETF 위험이 매우 커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음(-)의 복리 효과 때문에 지수 등락이 반복되기만 해도 원금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SQQQ가 추종하는 나스닥 100지수가 첫날 100에서 90으로 떨어진 뒤 이튿날 다시 100으로 돌아오면 지수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3배 인버스 ETF의 수익률은 회복되지 않는다. 첫날 100에서 30% 상승해 130이 된 뒤 둘째 날 30% 하락하므로 91이 된다. 따라서 투자자는 9%의 손해를 입게 된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