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I 2.97%에 환호…"Fed, 7월 인상이 끝"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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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2일 수요일>
◆미국 주식 : 다우 +0.25%, S&P500 +0.74%, 나스닥 +1.15%
◆미국 채권 : 국채 10년물 3.866%(-10.8bp), 2년물 4.729%(-14.8bp)
6월 소비자물가(CPI)는 예상보다 꽤 좋았습니다. 걱정해온 근원 물가가 둔화세를 주도하는 등 세부 내용은 더 좋았습니다. 그동안 미 중앙은행(Fed)이 인플레이션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해온 빌 더들리 전 뉴욕 연방은행 총재가 "아주 좋은 보고서다. 7월 기준금리 인상이 확실히 마지막 인상이 될 수 있다"라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뉴욕 금융시장은 주식, 채권, 유가는 모두 랠리를 벌였습니다. 6월 CPI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헤드라인 수치는 전월 대비 0.2%(0.18%), 전년 대비 3.0%(2.97%)가 나와서 예상치 0.3%, 3.1%보다 낮았습니다. 3.0%는 2021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것입니다. 12개월 연속 둔화하면서 정점이던 작년 6월(9.1%)보다 6.1%포인트나 떨어졌습니다.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물가는 한 달 전에 비해 0.2%(0.158%), 1년 전보다는 4.8%(4.86%) 오른 것으로 나왔는데 이는 예상 0.3%, 5.0%보다 훨씬 낫습니다. 0.2%는 2021년 8월 이후 가장 작은 월간 상승률입니다. 또 4.8%는 2022년 9월 정점(6.6%)에서 1.8%포인트 하락한 것이죠. 헤드라인 수치가 크게 떨어진 것은 에너지 가격이 1년 전보다 16.7%나 급격히 내린 덕분입니다. 전월 대비로 보면 그동안 에너지 가격 내림세(5월 -3.6%)가 인플레이션 둔화 추세를 주도해왔는데, 6월에는 에너지 가격이 0.6% 올랐습니다. 식품 가격도 0.1% 상승했고요. 대신 근원 상품 물가가 0.1% 떨어지고, 근원 서비스 물가는 0.3% 오르는 데 그치면서 물가 둔화세가 가속화됐습니다. 즉 근원 물가가 물가 둔화를 이끈 것입니다. 바람직하죠. 세부 요소를 보면 물가 둔화세가 광범위했습니다. 지난달만 해도 한 달 만에 4.4% 급등했던 중고차가 전월 대비 0.5% 내렸습니다. 전년 대비로는 5.2% 떨어졌고요. 올해 들어 나타난 경매 가격 내림세가 이제 반영되는 것이죠. 또 끈끈하게 버티던 주거비가 전월 대비 0.4% 오르는 데 그쳤습니다. 주거비 중 렌트(임대료)는 0.5%, 주택소유자의 등가임대료(OER)는 0.4% 올랐습니다. OER은 18개월 만에 처음으로 0.5% 이하로 나왔습니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는 "주거비 인플레이션은 작년부터 발생한 시장의 렌트 냉각에 부합해 점진적으로 완화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또 호텔 숙박비가 2%가 떨어졌고, 항공료가 8.1%나 급락했습니다. 다만 외식 물가는 한 달 만에 0.4% 올라 상승세(4월 0.4%, 5월 0.5%)를 이어갔습니다. 제롬 파월 의장이 중시하는 주거비를 제외한 근원 서비스 물가, 즉 슈퍼 코어 인플레이션은 전월 대비 -0.01%로 집계되어 2021년 9월 물가가 치솟기 시작한 뒤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보였습니다. 전년 대비로도 3.9% 상승에 그쳤습니다. 2021년 12월 이후 가장 약한 오름폭입니다.
CEA는 "월별 헤드라인 CPI는 변동성이 있을 수 있으며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변동이 심했다. 이러한 변동성을 완화하는 한 가지 방법은 장기에 걸쳐 인플레이션을 살펴보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헤드라인 수치의 지난 3개월(4~6월) 평균은 연율 2.7%로 이전 3개월(1~3월)의 3.8%보다 낮습니다. 근원 수치의 지난 3개월 평균도 연율 4.1%로 그 이전 3개월 5.1%보다 떨어졌고요. 슈퍼 코어 인플레이션도 최근 3개월 2.9%로 이전 3개월 4.8%에서 크게 둔화했습니다. CPI 발표 직후 뉴욕 채권시장에서 금리는 10bp 안팎 급락했습니다. 내림세는 지속했고 오후 4시 15분께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10.8bp 내린 3.866%, 2년물은 14.8bp 급락한 4.729%에 거래됐습니다.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0.3~1.1% 강세로 출발했습니다. 오후 4시 다우는 0.25%, S&P500지수는 0.74% 올랐고, 나스닥은 1.15% 급증한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통화정책을 추종하는 달러는 15개월 최저치로 떨어졌습니다. ICE 달러 인덱스는 1.17%나 급락해 100.545를 기록했습니다. 2023년 1월 이후 가장 큰 일일 하락 폭이며, 2022년 11월 이후 첫 4거래일 연속 하락입니다. CIBC의 비펜 라이 글로벌 외환 전략가는 "Fed가 긴축 주기의 끝에 가까워졌다는 시각이 강해지면서 다른 통화에 더 많은 생명을 불어넣었다”라고 말했습니다. JP모건의 마이크 페롤리 이코노미스트는 "근원 물가가 한 달 동안 0.2% 오른 것은 분명히 긍정적 신호다. 세부 사항을 보면 꽤 광범위한 분야에서 둔화가 나타난다. 중고차와 같은 단일 요인이나 일종의 돌발적 요인에 의해 내려간 게 아니다. 변동성이 더 큰 일부 구성 요소를 없애고 봐도 인플레이션은 2년 내 최저 수준까지 왔다. 인플레이션 전망을 보는 사람들에게 안도감을 주는 것이다. 하나의 보고서이긴 하지만 확실히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Fed의 7월 금리 인상을 막지는 못할 것입니다. 골드만삭스는 "중고차 가격의 0.5% 하락이 더 큰 후퇴의 시작이라고 믿는다. 오늘 보고서는 Fed의 긴축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우리의 시각과 일치한다. 우리는 7월 FOMC가 마지막으로 기준금리를 25bp 인상할 것으로 계속 예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추가 긴축이 (파월 의장이 강조해온) 두 차례가 아니라 한 차례가 될 것이란 얘기입니다. BMO캐피털마켓의 이안 링겐 채권 전략가는 "Fed의 긴축 효과를 확인하고 고착적이던 인플레이션이 끝나고 있다는 증거를 제공하는 인상적 보고서였다. Fed의 7월 금리 인상이 (금리를 올리되 향후 동결을 암시하는) '비둘기파적 인상'이 될 것임을 암시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찰스 슈왑의 캐시 존스 채권 전략가는 "CPI를 보면 Fed의 7월에 여전히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그 이후 두 번째 추가 인상은 필요 없을 것 같다"라고 밝혔습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라이언 스위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 데이터는 Fed가 이달 이후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한지 논쟁 이유를 제공할 수 있다. Fed의 긴축 주기는 끝날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매파' 더들리 전 뉴욕 연은 총재마저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Fed는 이 데이터로 환호를 받아야 하지만 7월 회의에서 그들이 할 일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다. 이는 7월 인상이 마지막이 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있는데, 내 생각에 그건 확실히 가능하다"라고 밝혔습니다. 오늘 시카고 상품거래소의 Fed 워치 시장에서는 7월 인상 확률을 여전히 90% 이상 책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9월 회의에서 금리를 올릴 가능성은 전날 22%에서 14% 수준으로 낮아졌고, 12월 회의까지 금리를 추가 인상할 가능성은 전날 37%에서 24%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둔화하면서 실질 시간당 임금 상승률은 6월에 한 달 만에 0.2% 증가했고 지난 12개월 동안을 따지면 1.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크레디 스위스는 "실질 시간당 소득이 뛰어올랐다. 이는 저축이나 대출을 쓰지 않고도 소비를 유지시킬 수 있고, 경기 침체 위험은 더욱 낮아질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모든 게 장밎빚인 건 아닙니다. 'Fed의 비공식 대변인'이라고 불리는 월스트리트저널(WSJ) 닉 티미라오스 기자는 'Fed가 눈에 띄게 개선된 CPI에 과잉 반응하지 않을 이유가 있다'라며 1) 인플레이션이 둔화했지만 추후 다시 반등할 수 있다 2) 자동차와 주거비 인플레이션 둔화는 이미 지난 몇 달 동안 예상되었던 일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기사에서 "Fed 위원들은 근원 물가가 2년여 만에 가장 적은 월간 상승률을 기록한 6월 CPI 보고서에서 위안을 얻을 가능성이 높다"라면서도 "Fed 관계자는 '한 번의 긍정적 월간 인플레이션에 과잉 반응하기를 원하지 않으며 의미 있는 추세가 시작되고 있는지 확인하기를 원한다'라고 말했다"라고 전했습니다. 6월 CPI가 좋아도 한 달 만의 데이터일 뿐이라는 겁니다. 월가에서는 다음 달부터 CPI가 다시 올라갈 것이란 분석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작년 6월에는 월간 CPI 상승률이 1.2%에 달했기 때문에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했지만, 작년 7월과 8월에는 전월 대비 0%와 0.2% 올랐던 탓에 약간만 올라도 수치도 높아질 수 있습니다. 작년에도 하락했던 CPI가 다시 반등한 적이 있습니다. 작년 4월 CPI는 전월 8.5%에서 8.3%로 떨어졌지만 5월 8.6%, 6월 9.1%로 다시 올라갔었습니다. 실제 오늘 아침 토머스 바킨 리치먼드 연은 총재는 "인플레이션은 아직 너무 높다. 우리 목표는 2%다. (Fed가) 너무 빨리 물러나면 인플레이션은 다시 강해질 것이고, 해야 할 일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닐 캐시캐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고착한다면 정책금리를 더 올릴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윤제성 뉴욕생명 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경제가 개선되는 것 같으니까 벌써 에너지 가격이 올라가고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지금까지 인플레이션 둔화의 가장 큰 공신이 에너지 가격(전년 대비 16.7% 하락)인데 이게 올라가면 인플레이션이 다시 높아질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오늘 CPI 하락에 연착륙 기대감이 커지면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1.23% 오른 배럴당 75.75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지난 4월 28일 이후 최고치로 한 달간 12%나 올랐습니다. 브렌트유도 오늘 1.13% 높은 배럴당 80.30달러를 기록해 지난 5월 이후 처음 80달러 선을 다시 돌파했습니다. 임금이 계속 오르고 있는 가운데, 노동자 파업이 이어지면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LA 작가노조 소속 수천 명이 지난 2일부터 파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UPS 노조는 이달 말부터 34만 명이 참여하는 파업에 들어갈 계획입니다. 전미자동차노조(UAW)는 4년 노동계약이 만료되는 9월 중순을 앞두고 13일부터 빅3(포드·GM·스텔란티스)와 임금 협상을 시작합니다. 미 언론에 따르면 UAW는 임금을 현재의 2배 수준으로 높일 것으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숀 페인 UAW 위원장은 "2008~2009년 침체 때 삭감한 생활비, 퇴직수당 등 급여를 복원하겠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여전히 Fed가 진행한 강력한 긴축의 효과가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미국 경제를 옥죌 것이란 주장도 많습니다.
미국에서는 9월 학교 개학을 앞두고 '개학 쇼핑'(back to school)이 대목을 맞습니다. 딜로이트 조사에 따르면 학부모가 학생 한 명당 지출하는 금액은 597달러, 작년보다 10% 감소합니다. 딜로이트는 인플레이션으로 가계의 가처분 소득이 줄어든 상황에서 의류, 신발, 전자제품 등 가을 학기 필수품 구입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실제 높은 금리는 부담을 주고 있습니다. 모기지 금리는 7일로 끝난 지난주에 직전 주보다 22bp 오른 7.07%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작년 11월 이후 최고 수준입니다. 지난주 모기지 신청 건수는 1주일 전보다 0.9% 상승(계절조정)한 것으로 집계됐지만, 조정되지 않은 기준으로는 전주 대비 19% 하락했습니다.
핌코의 티파니 와일딩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하반기는 인플레이션과 성장 측면에서 상반기와 매우 다른 그림이 될 것이다. 상반기에는 지속적 인플레이션 둔화와 회복력 있는 경제를 봤다. 작년 하반기부터 에너지 가격이 하락해서 실질 소득이 증가한 덕분이다. 그러나 그런 효과는 궁극적으로 희미해질 것이다. 또 상반기에는 서비스에 대한 억눌린 수요가 있었을 수도 있지만, 하반기는 매우 다를 것이다. 학자금 대출 상환이 시작되면서 소비에 역풍이 닥칠 수 있다. 우리는 경제가 약화하면서 실업률이 증가할 것으로 본다. 미국 역사상 마이너스 성장한 분기 없이 실업률이 증가한 것을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아마도 경기 침체를 맞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헤드라인과 근원 인플레이션 수치가 낮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임금은 경직적"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브라이언 와인스타인 모건스탠리 자산운용 헤드는 "상반기는 성장이 놀라웠다. 인플레이션도 놀라웠지만, 시간이 좀 걸려서 결국은 둔화하고 있다. 하반기는 좀 반대가 될 것 같다. 인플레이션은 앞으로 2~3개월이 아니라 4분기에 접어들면 정체될 것이다. 그건 끈적끈적할 것이다. 그리고 성장은 떨어지기 시작하리라 생각한다. Fed가 금리를 많이 올리고 아직 그 효과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슈퍼 소프트 랜딩'과 같은 상황이 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금세 경착륙을 암시하는 데이터를 볼 수도 없을 것이다. 나는 연착륙과 경착륙 모두를 고려해 투자하고 있고 오는 9월, 10월 다음 판단을 하려고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복잡한 상황은 오늘 오후 2시 발표된 Fed의 베이지북에서도 나타났습니다. 베이지북은 "지난 5월 말 이후 전반적인 경제 활동은 소폭 증가했다"라고 평가하면서도 "앞으로 몇 달 동안은 전반적으로 느린 경제 성장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오는 25~26일 열릴 FOMC의 기본 자료로 쓰이는 베이지북은 12개 지역 연은이 지난 6월 30일까지 수집된 정보를 기반으로 작성됐습니다.
인플레이션 측면에서 물가는 완만한 속도로 상승했지만, 여러 지역에서 상승 속도가 둔화했다고 밝혔습니다. "일부 지역은 소비자가 가격에 민감해져서 기업들이 가격 인상을 꺼리고 있다고 지적했고, 다른 지역은 견고한 수요로 기업 마진이 유지될 수 있다고 보고했다"라고 전했습니다. 서비스업의 경우 투입 비용 압력이 여전히 높았으나 제조업 부문은 눈에 띄게 완화됐다고 썼습니다.
고용의 경우 대부분 지역에서 약간의 증가를 경험했으며 고용주는 계속해서 직원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임금 상승도 계속되고 있지만, 예전보다 완만한 증가세를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주식 시장의 랠리는 이어질까요?
골드만삭스 트레이딩 데스크에서는 "'이것이 둔화된 CPI를 뒤따르는 주식의 폭발적 상승인가?'라고 고객들이 많이 묻는다. 남아있는 매크로(거시경제) 관련 공매도가 커버되고 옆에 서 있던 투자자들이 다시 위험자산으로 이동함에 따라 7월 남은 기간 낙관적"이라고 밝혔습니다. 반면 모건스탠리 자산운용은 "주식 시장에는 많은 열광이 있었지만, 투자자들은 내러티브가 일치하는지 물어봐야 한다. 주식 투자자들이 진정으로 연착륙을 기대하고 있다면, 랠리는 논리적으로 모든 경기순환주 섹터와 가치주 및 소형주를 포함하도록 넓어져야 한다. 그러나 랠리는 주로 소수의 메가캡 기술주에 의해 주도되어 시장 자체에서 불일치가 발생하고 있다"라면서 주의할 것을 권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미국 주식 : 다우 +0.25%, S&P500 +0.74%, 나스닥 +1.15%
◆미국 채권 : 국채 10년물 3.866%(-10.8bp), 2년물 4.729%(-14.8bp)
6월 소비자물가(CPI)는 예상보다 꽤 좋았습니다. 걱정해온 근원 물가가 둔화세를 주도하는 등 세부 내용은 더 좋았습니다. 그동안 미 중앙은행(Fed)이 인플레이션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해온 빌 더들리 전 뉴욕 연방은행 총재가 "아주 좋은 보고서다. 7월 기준금리 인상이 확실히 마지막 인상이 될 수 있다"라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뉴욕 금융시장은 주식, 채권, 유가는 모두 랠리를 벌였습니다. 6월 CPI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헤드라인 수치는 전월 대비 0.2%(0.18%), 전년 대비 3.0%(2.97%)가 나와서 예상치 0.3%, 3.1%보다 낮았습니다. 3.0%는 2021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것입니다. 12개월 연속 둔화하면서 정점이던 작년 6월(9.1%)보다 6.1%포인트나 떨어졌습니다.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물가는 한 달 전에 비해 0.2%(0.158%), 1년 전보다는 4.8%(4.86%) 오른 것으로 나왔는데 이는 예상 0.3%, 5.0%보다 훨씬 낫습니다. 0.2%는 2021년 8월 이후 가장 작은 월간 상승률입니다. 또 4.8%는 2022년 9월 정점(6.6%)에서 1.8%포인트 하락한 것이죠. 헤드라인 수치가 크게 떨어진 것은 에너지 가격이 1년 전보다 16.7%나 급격히 내린 덕분입니다. 전월 대비로 보면 그동안 에너지 가격 내림세(5월 -3.6%)가 인플레이션 둔화 추세를 주도해왔는데, 6월에는 에너지 가격이 0.6% 올랐습니다. 식품 가격도 0.1% 상승했고요. 대신 근원 상품 물가가 0.1% 떨어지고, 근원 서비스 물가는 0.3% 오르는 데 그치면서 물가 둔화세가 가속화됐습니다. 즉 근원 물가가 물가 둔화를 이끈 것입니다. 바람직하죠. 세부 요소를 보면 물가 둔화세가 광범위했습니다. 지난달만 해도 한 달 만에 4.4% 급등했던 중고차가 전월 대비 0.5% 내렸습니다. 전년 대비로는 5.2% 떨어졌고요. 올해 들어 나타난 경매 가격 내림세가 이제 반영되는 것이죠. 또 끈끈하게 버티던 주거비가 전월 대비 0.4% 오르는 데 그쳤습니다. 주거비 중 렌트(임대료)는 0.5%, 주택소유자의 등가임대료(OER)는 0.4% 올랐습니다. OER은 18개월 만에 처음으로 0.5% 이하로 나왔습니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는 "주거비 인플레이션은 작년부터 발생한 시장의 렌트 냉각에 부합해 점진적으로 완화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또 호텔 숙박비가 2%가 떨어졌고, 항공료가 8.1%나 급락했습니다. 다만 외식 물가는 한 달 만에 0.4% 올라 상승세(4월 0.4%, 5월 0.5%)를 이어갔습니다. 제롬 파월 의장이 중시하는 주거비를 제외한 근원 서비스 물가, 즉 슈퍼 코어 인플레이션은 전월 대비 -0.01%로 집계되어 2021년 9월 물가가 치솟기 시작한 뒤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보였습니다. 전년 대비로도 3.9% 상승에 그쳤습니다. 2021년 12월 이후 가장 약한 오름폭입니다.
CEA는 "월별 헤드라인 CPI는 변동성이 있을 수 있으며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변동이 심했다. 이러한 변동성을 완화하는 한 가지 방법은 장기에 걸쳐 인플레이션을 살펴보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헤드라인 수치의 지난 3개월(4~6월) 평균은 연율 2.7%로 이전 3개월(1~3월)의 3.8%보다 낮습니다. 근원 수치의 지난 3개월 평균도 연율 4.1%로 그 이전 3개월 5.1%보다 떨어졌고요. 슈퍼 코어 인플레이션도 최근 3개월 2.9%로 이전 3개월 4.8%에서 크게 둔화했습니다. CPI 발표 직후 뉴욕 채권시장에서 금리는 10bp 안팎 급락했습니다. 내림세는 지속했고 오후 4시 15분께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10.8bp 내린 3.866%, 2년물은 14.8bp 급락한 4.729%에 거래됐습니다.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0.3~1.1% 강세로 출발했습니다. 오후 4시 다우는 0.25%, S&P500지수는 0.74% 올랐고, 나스닥은 1.15% 급증한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통화정책을 추종하는 달러는 15개월 최저치로 떨어졌습니다. ICE 달러 인덱스는 1.17%나 급락해 100.545를 기록했습니다. 2023년 1월 이후 가장 큰 일일 하락 폭이며, 2022년 11월 이후 첫 4거래일 연속 하락입니다. CIBC의 비펜 라이 글로벌 외환 전략가는 "Fed가 긴축 주기의 끝에 가까워졌다는 시각이 강해지면서 다른 통화에 더 많은 생명을 불어넣었다”라고 말했습니다. JP모건의 마이크 페롤리 이코노미스트는 "근원 물가가 한 달 동안 0.2% 오른 것은 분명히 긍정적 신호다. 세부 사항을 보면 꽤 광범위한 분야에서 둔화가 나타난다. 중고차와 같은 단일 요인이나 일종의 돌발적 요인에 의해 내려간 게 아니다. 변동성이 더 큰 일부 구성 요소를 없애고 봐도 인플레이션은 2년 내 최저 수준까지 왔다. 인플레이션 전망을 보는 사람들에게 안도감을 주는 것이다. 하나의 보고서이긴 하지만 확실히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Fed의 7월 금리 인상을 막지는 못할 것입니다. 골드만삭스는 "중고차 가격의 0.5% 하락이 더 큰 후퇴의 시작이라고 믿는다. 오늘 보고서는 Fed의 긴축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우리의 시각과 일치한다. 우리는 7월 FOMC가 마지막으로 기준금리를 25bp 인상할 것으로 계속 예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추가 긴축이 (파월 의장이 강조해온) 두 차례가 아니라 한 차례가 될 것이란 얘기입니다. BMO캐피털마켓의 이안 링겐 채권 전략가는 "Fed의 긴축 효과를 확인하고 고착적이던 인플레이션이 끝나고 있다는 증거를 제공하는 인상적 보고서였다. Fed의 7월 금리 인상이 (금리를 올리되 향후 동결을 암시하는) '비둘기파적 인상'이 될 것임을 암시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찰스 슈왑의 캐시 존스 채권 전략가는 "CPI를 보면 Fed의 7월에 여전히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그 이후 두 번째 추가 인상은 필요 없을 것 같다"라고 밝혔습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라이언 스위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 데이터는 Fed가 이달 이후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한지 논쟁 이유를 제공할 수 있다. Fed의 긴축 주기는 끝날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매파' 더들리 전 뉴욕 연은 총재마저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Fed는 이 데이터로 환호를 받아야 하지만 7월 회의에서 그들이 할 일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다. 이는 7월 인상이 마지막이 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있는데, 내 생각에 그건 확실히 가능하다"라고 밝혔습니다. 오늘 시카고 상품거래소의 Fed 워치 시장에서는 7월 인상 확률을 여전히 90% 이상 책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9월 회의에서 금리를 올릴 가능성은 전날 22%에서 14% 수준으로 낮아졌고, 12월 회의까지 금리를 추가 인상할 가능성은 전날 37%에서 24%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둔화하면서 실질 시간당 임금 상승률은 6월에 한 달 만에 0.2% 증가했고 지난 12개월 동안을 따지면 1.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크레디 스위스는 "실질 시간당 소득이 뛰어올랐다. 이는 저축이나 대출을 쓰지 않고도 소비를 유지시킬 수 있고, 경기 침체 위험은 더욱 낮아질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모든 게 장밎빚인 건 아닙니다. 'Fed의 비공식 대변인'이라고 불리는 월스트리트저널(WSJ) 닉 티미라오스 기자는 'Fed가 눈에 띄게 개선된 CPI에 과잉 반응하지 않을 이유가 있다'라며 1) 인플레이션이 둔화했지만 추후 다시 반등할 수 있다 2) 자동차와 주거비 인플레이션 둔화는 이미 지난 몇 달 동안 예상되었던 일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기사에서 "Fed 위원들은 근원 물가가 2년여 만에 가장 적은 월간 상승률을 기록한 6월 CPI 보고서에서 위안을 얻을 가능성이 높다"라면서도 "Fed 관계자는 '한 번의 긍정적 월간 인플레이션에 과잉 반응하기를 원하지 않으며 의미 있는 추세가 시작되고 있는지 확인하기를 원한다'라고 말했다"라고 전했습니다. 6월 CPI가 좋아도 한 달 만의 데이터일 뿐이라는 겁니다. 월가에서는 다음 달부터 CPI가 다시 올라갈 것이란 분석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작년 6월에는 월간 CPI 상승률이 1.2%에 달했기 때문에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했지만, 작년 7월과 8월에는 전월 대비 0%와 0.2% 올랐던 탓에 약간만 올라도 수치도 높아질 수 있습니다. 작년에도 하락했던 CPI가 다시 반등한 적이 있습니다. 작년 4월 CPI는 전월 8.5%에서 8.3%로 떨어졌지만 5월 8.6%, 6월 9.1%로 다시 올라갔었습니다. 실제 오늘 아침 토머스 바킨 리치먼드 연은 총재는 "인플레이션은 아직 너무 높다. 우리 목표는 2%다. (Fed가) 너무 빨리 물러나면 인플레이션은 다시 강해질 것이고, 해야 할 일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닐 캐시캐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고착한다면 정책금리를 더 올릴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윤제성 뉴욕생명 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경제가 개선되는 것 같으니까 벌써 에너지 가격이 올라가고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지금까지 인플레이션 둔화의 가장 큰 공신이 에너지 가격(전년 대비 16.7% 하락)인데 이게 올라가면 인플레이션이 다시 높아질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오늘 CPI 하락에 연착륙 기대감이 커지면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1.23% 오른 배럴당 75.75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지난 4월 28일 이후 최고치로 한 달간 12%나 올랐습니다. 브렌트유도 오늘 1.13% 높은 배럴당 80.30달러를 기록해 지난 5월 이후 처음 80달러 선을 다시 돌파했습니다. 임금이 계속 오르고 있는 가운데, 노동자 파업이 이어지면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LA 작가노조 소속 수천 명이 지난 2일부터 파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UPS 노조는 이달 말부터 34만 명이 참여하는 파업에 들어갈 계획입니다. 전미자동차노조(UAW)는 4년 노동계약이 만료되는 9월 중순을 앞두고 13일부터 빅3(포드·GM·스텔란티스)와 임금 협상을 시작합니다. 미 언론에 따르면 UAW는 임금을 현재의 2배 수준으로 높일 것으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숀 페인 UAW 위원장은 "2008~2009년 침체 때 삭감한 생활비, 퇴직수당 등 급여를 복원하겠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여전히 Fed가 진행한 강력한 긴축의 효과가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미국 경제를 옥죌 것이란 주장도 많습니다.
미국에서는 9월 학교 개학을 앞두고 '개학 쇼핑'(back to school)이 대목을 맞습니다. 딜로이트 조사에 따르면 학부모가 학생 한 명당 지출하는 금액은 597달러, 작년보다 10% 감소합니다. 딜로이트는 인플레이션으로 가계의 가처분 소득이 줄어든 상황에서 의류, 신발, 전자제품 등 가을 학기 필수품 구입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실제 높은 금리는 부담을 주고 있습니다. 모기지 금리는 7일로 끝난 지난주에 직전 주보다 22bp 오른 7.07%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작년 11월 이후 최고 수준입니다. 지난주 모기지 신청 건수는 1주일 전보다 0.9% 상승(계절조정)한 것으로 집계됐지만, 조정되지 않은 기준으로는 전주 대비 19% 하락했습니다.
핌코의 티파니 와일딩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하반기는 인플레이션과 성장 측면에서 상반기와 매우 다른 그림이 될 것이다. 상반기에는 지속적 인플레이션 둔화와 회복력 있는 경제를 봤다. 작년 하반기부터 에너지 가격이 하락해서 실질 소득이 증가한 덕분이다. 그러나 그런 효과는 궁극적으로 희미해질 것이다. 또 상반기에는 서비스에 대한 억눌린 수요가 있었을 수도 있지만, 하반기는 매우 다를 것이다. 학자금 대출 상환이 시작되면서 소비에 역풍이 닥칠 수 있다. 우리는 경제가 약화하면서 실업률이 증가할 것으로 본다. 미국 역사상 마이너스 성장한 분기 없이 실업률이 증가한 것을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아마도 경기 침체를 맞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헤드라인과 근원 인플레이션 수치가 낮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임금은 경직적"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브라이언 와인스타인 모건스탠리 자산운용 헤드는 "상반기는 성장이 놀라웠다. 인플레이션도 놀라웠지만, 시간이 좀 걸려서 결국은 둔화하고 있다. 하반기는 좀 반대가 될 것 같다. 인플레이션은 앞으로 2~3개월이 아니라 4분기에 접어들면 정체될 것이다. 그건 끈적끈적할 것이다. 그리고 성장은 떨어지기 시작하리라 생각한다. Fed가 금리를 많이 올리고 아직 그 효과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슈퍼 소프트 랜딩'과 같은 상황이 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금세 경착륙을 암시하는 데이터를 볼 수도 없을 것이다. 나는 연착륙과 경착륙 모두를 고려해 투자하고 있고 오는 9월, 10월 다음 판단을 하려고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복잡한 상황은 오늘 오후 2시 발표된 Fed의 베이지북에서도 나타났습니다. 베이지북은 "지난 5월 말 이후 전반적인 경제 활동은 소폭 증가했다"라고 평가하면서도 "앞으로 몇 달 동안은 전반적으로 느린 경제 성장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오는 25~26일 열릴 FOMC의 기본 자료로 쓰이는 베이지북은 12개 지역 연은이 지난 6월 30일까지 수집된 정보를 기반으로 작성됐습니다.
인플레이션 측면에서 물가는 완만한 속도로 상승했지만, 여러 지역에서 상승 속도가 둔화했다고 밝혔습니다. "일부 지역은 소비자가 가격에 민감해져서 기업들이 가격 인상을 꺼리고 있다고 지적했고, 다른 지역은 견고한 수요로 기업 마진이 유지될 수 있다고 보고했다"라고 전했습니다. 서비스업의 경우 투입 비용 압력이 여전히 높았으나 제조업 부문은 눈에 띄게 완화됐다고 썼습니다.
고용의 경우 대부분 지역에서 약간의 증가를 경험했으며 고용주는 계속해서 직원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임금 상승도 계속되고 있지만, 예전보다 완만한 증가세를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주식 시장의 랠리는 이어질까요?
골드만삭스 트레이딩 데스크에서는 "'이것이 둔화된 CPI를 뒤따르는 주식의 폭발적 상승인가?'라고 고객들이 많이 묻는다. 남아있는 매크로(거시경제) 관련 공매도가 커버되고 옆에 서 있던 투자자들이 다시 위험자산으로 이동함에 따라 7월 남은 기간 낙관적"이라고 밝혔습니다. 반면 모건스탠리 자산운용은 "주식 시장에는 많은 열광이 있었지만, 투자자들은 내러티브가 일치하는지 물어봐야 한다. 주식 투자자들이 진정으로 연착륙을 기대하고 있다면, 랠리는 논리적으로 모든 경기순환주 섹터와 가치주 및 소형주를 포함하도록 넓어져야 한다. 그러나 랠리는 주로 소수의 메가캡 기술주에 의해 주도되어 시장 자체에서 불일치가 발생하고 있다"라면서 주의할 것을 권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