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일인 27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모니터에 에코프로 종가가 100만원대가 무너진 98만5000원을 나타내고 있다. 사진=뉴스1
전일인 27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모니터에 에코프로 종가가 100만원대가 무너진 98만5000원을 나타내고 있다. 사진=뉴스1
상반기 무섭게 폭등했던 2차전지 기업들의 주가가 예고 없이 연이틀 급락했다. 사실상 개인이 밀어올린 시장인 만큼 곡소리가 곳곳에서 나고 있다. 주가 상승의 선봉장 역할을 해온 박순혁 전 금양 이사 등을 향한 투자자들의 환호와 응원은 원성으로 바뀌는 모양새다.

수급 데이터에도 투자자들의 혼란한 심리 상태가 반영됐다. 에코프로비엠과 포스코퓨처엠은 순매도했지만 에코프로와 POSCO홀딩스 등은 사들였다. 전문가들은 이들 종목이 단기 고점을 형성했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섣부른 저가 매수 행보는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선 2차전지 종목들이 줄줄이 급락했다. 19.79% 폭락한 에코프로는 100만원을 밑돌면서 황제주 지위를 내줬고 에코프로비엠도 17% 넘게 밀렸다. 하루 동안 두 종목에서만 시가총액 14조원가량 증발했다.

포스코그룹주도 전부 흘러 내렸다. 포스코인터내셔널(-21.74%)과 포스코DX(-19.86%), 포스코스틸리온(-17.38%), 포스코엠텍(-16.35%), 포스코퓨처엠(-13.21%), POSCO홀딩스(-5.71%) 순으로 낙폭이 컸다.

앞선 26일에도 포스코그룹주와 에코프로그룹주는 급락했다. 오전장까지 강세 흐름을 보이던 이들 종목은 오후 들어서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서 돌연 급락했다.

주도주가 급락주로 변하자 투자자들은 '패닉'에 빠졌다. 이틀 사이 고점에 샀다가 하한가 수준으로 물린 이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에코프로는 26일 장중 153만9000원까지 치솟으며 신고가를 썼는데 이 가격에 신규 매수한 사람은 현재 36%의 손실을 보고 있다. 포스코홀딩스의 경우에도 26일 장중 고점인 76만4000원에 산 사람의 손실률은 22%를 웃돈다.

포털 등에 마련된 커뮤니티와 종목토론방은 밤 사이에도 투자자들의 글로 가득했다. 121만원에 에코프로를 매수한 어느 투자자는 "없는 돈 쳐야겠다. 2년 뒤에 열어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종목을 140만원 이상에 매수한 투자자들은 "날 살릴 종목인 줄 알았더니 씨를 말린다", "150층에 들어왔는데 물타기해서 겨우 120층으로 내려왔다. 이게 맞나 싶다", "이틀 동안 아우디 한 대값이 날라갔다", "올해 파리 여행 취소했다", "사랑의 배터리가 벌써 다 된 거냐" 등 원망 섞인 말들이 오갔다.

2차전지 상승장을 주도했던 '배터리 아저씨' 박 전 이사에 대한 여론 변화도 일부 감지된다. 전일 유튜브의 한 채널에 올라온 인터뷰 영상에서 박 전 이사는 "최근 한 달간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 등 대여섯종목에 1억원을 투자했다. 이렇게 해서 총 투자원금 2억5000만원으로 4억원을 벌었다. (개인적으로는) 벌 만큼 벌었기 때문에 더 들어가진 않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젠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며 "그동안은 에코프로가 정말 쌌다. 하지만 15배 오른 상황에선 얘기가 다르다"며 섣부른 매수에는 주의를 당부했다.

이에 대해 일부 투자자들은 "이사님 나오는 영상들 다 참고해서 들어갔는데 오늘 늦었다고 하면 어떡하나", "150만원에서 물린 개미는 누가 책임지나", "얼마 전엔 계속 사모으라고 하시다가 지금은 폭락할 수 있으니 조심하라고…혼란스럽다" 등 의견을 올리며 반발했다. 그런가 하면 어느 투자자들은 "이사님만 믿고 3년 들고 간다", "700만원 잃었지만 그래도 믿는다", "이사님 말씀에 마음이 좀 편안해졌다" 등의 의견을 올렸다.
박순혁 전 금양 이사. 사진=한경DB
박순혁 전 금양 이사. 사진=한경DB
이런 가운데 박 전 이사는 상황에 대한 별다른 진단을 내놓지는 않고 있다. 박 전 이사는 전일 장 마감 이후 기자와 통화에서 '에코프로 등 이틀째 급락한 2차전지주를 어떻게 보느냐'는 물음에 거듭 "노코멘트"라고 답했다.

한편 시장 전문가들은 개인 투자자들이 일부 종목들에 대해 저가 매수에 나선 것을 두고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칫 '떨어지는 칼날을 잡는' 셈이 될 수 있어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개인 투자자는 에코프로비엠과 포스코퓨처엠을 각각 2796억원, 1283억원치 순매도했다. 특히 에코프로비엠의 경우 거래소로부터 공매도 과열종목으로 지정돼 하루 동안 공매도가 금지됐는데도 개인 투자자들의 매도 물량이 크게 쏟아졌다. 반면 POSCO홀딩스(1381억원)와 에코프로(986억원), 포스코인터내셔널(584억원) 등에 대해선 순매수했다.

증권사 한 시황 담당 애널리스트는 "바닥권에서 거래량이 터지면 상승 추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지만, 고점에서 거래량이 폭발하면 이는 일반적으로 대규모 손바뀜으로 인한 하락 전환을 의미한다. 때문에 2차전지주들에서 추세적으로 과거만큼의 탄력적인 상승을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라며 "물론 빠졌던 수급이 다시 2차전지로 붙을 수도 있지만 수급효과는 항상 가장 불확실한 요소이기 때문에 지금의 단기 변동성을 기회로 여기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이경준 혁신IB자산운용 대표는 "단기간 지나치게 과열됐지 않느냐"면서 "에코프로가 적정가치로 수렴해 가는 과정이라고 보며, 개인 투자자들은 진입 전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