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는 반도체, 기관은 바이오…하반기 누가 웃을까
반도체·바이오 업종을 바라보는 개인과 기관의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최근 반도체 업종에서 주가 상승세가 이어지자 개인은 추가매수, 기관은 차익실현에 나섰다. 반대로 증시 전문가들이 하반기 최고 유망 업종으로 꼽는 바이오 업종에선 개인이 ‘팔자’, 기관은 ‘사자’를 부르고 있다. 지난달까지 2차전지주를 놓고 맞붙었던 개인과 기관이 다시 한번 격돌한 모양새다.

증권사·운용사·연기금 “삼전 팔자”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이달 들어(8월 1~10일)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를 5238억원어치 순매수했다. 반면 기관투자가들은 삼성전자를 7576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증권사 등 금융투자기관이 5489억원어치, 펀드 등 투신이 528억원어치 순매도했고 연기금도 1904억원어치를 팔았다. SK하이닉스도 비슷한 수급 흐름을 보이고 있다. 개인은 이달 들어 SK하이닉스를 801억원어치 순매수했지만, 기관은 2094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삼성전자 주가가 올 들어 22.52% 상승한 가운데 개인과 기관의 판단이 엇갈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개인은 하반기 반도체 업황 턴어라운드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고 추가 상승에 베팅했다. 정보기술(IT)업계에선 반도체 실적이 하반기 이후 본격적으로 개선될 것이란 게 ‘중론’이다. 휴대폰, 클라우드 서버 분야에서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 삼성전자가 D램, 파운드리 분야 모두에서 흑자 폭을 늘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개미는 반도체, 기관은 바이오…하반기 누가 웃을까
다만 기관투자가는 이런 기대가 이미 주가에 어느 정도 반영됐다고 보고 있다. 한 펀드매니저는 “삼성전자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에는 대부분 동의하고 있지만, 주가가 추가로 상승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고 말했다.

바이오주 매도 나선 개인

바이오 분야에서도 개인과 기관은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개인은 주요 바이오 종목들을 팔고 기관은 사들이고 있다. 개인은 이달 들어 국내 바이오 대장주인 삼성바이오로직스를 781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셀트리온은 689억원, 셀트리온헬스케어는 590억원어치 팔았다. 한미약품(389억원 순매도), 유한양행(75억원)도 마찬가지였다. 상반기 내내 부진했던 바이오주가 최근 들어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자 서둘러 ‘팔자’에 나선 것이다.

반대로 같은 기간 기관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408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셀트리온(345억원), 셀트리온헬스케어(306억원), 한미약품(592억원), 유한양행(187억원) 등도 사들였다.

증권업계는 2차전지를 이을 하반기 최대 유망 업종으로 바이오 분야를 꼽고 있다. 증권사들은 관련 종목의 투자의견 및 목표주가를 상향하고, 운용사들은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앞다퉈 출시하고 있다.

한 대형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순환매 장세가 나타난 가운데 향후 바이오주가 증시 주도주로 떠오를 전망”이라며 “실적 개선세가 분명하거나 수출 가능성을 증명한 바이오업체들로 매수세가 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