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가 7월 물가지표 발표를 하루 앞두고 하락했다. 물가 반등에 대한 경계감이 투자심리를 짓눌렀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미국 투자 제재 소식도 증시에 부담을 줬다.

9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91.13포인트(0.54%) 하락한 35,123.36으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31.67포인트(0.70%) 떨어진 4,467.71로, 나스닥지수는 전장보다 162.31포인트(1.17%) 밀린 13,722.02로 각각 거래를 마쳤다.

이날 하락은 다음날 예정된 미국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를 앞두고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지표는 다가오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결정에 주요 척도로 활용된다. 미 중앙은행(Fed)의 추가 긴축 여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단 의미다. 월가에서는 7월 CPI가 전년 동월보다 3.3%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전달의 3.0%보다 높은 수치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음식료 가격을 제외한 근원 CPI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4.8% 올라 전달과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예상됐다.

미 금리 선물시장에서는 Fed가 9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86.5%로 예상하고 있다. 또 연말까지 0.25%포인트 이상 추가로 금리가 인상될 확률은 25%로 반영했다. 사실상 시장은 금리 인상이 거의 종료됐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다만 물가가 다시 오르고 있단 우려가 나오면서 추가 긴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US뱅크자산관리의 빌 머츠 자본시장리서치담당 팀장은 CNBC에 "시장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Fed가 금리 인상을 멈출 수 있을 정도로 빠르게 하락하는지에 집중하고 있다"라며 "인플레이션은 둔화하고 있으나, 여전히 너무 높고, Fed는 교착점에 서 있다"라고 말했다.

중국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 우려와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제재 소식도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줬다. 중국 CPI는 전년 동월 대비 0.3% 하락해 2년 5개월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날 바이든 행정부는 사모펀드와 벤처 캐피털 등 미국 자본이 중국의 첨단 반도체와 양자 컴퓨팅, 인공지능(AI) 등 3개 분야에 투자하는 것을 규제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해당 분야에서 중국에 투자를 진행하려는 기업들은 사전에 투자 계획을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하며, 투자 금지를 포함한 결정권은 미국 재무 장관이 가지게 된다.

미중 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나온 조치로 미중 관계가 악화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반도체 관련주가 줄줄이 하락했다. 엔비디아(-4.72%)는 5% 가까이 내렸고, 브로드컴(-3.67%)과 AMD(-2.44%), 인텔(-2.11%) 모두 약세를 그렸다. 이에 주요 반도체 종목을 모아놓은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이날 2%가량 떨어졌다.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미국의 중소형 은행들의 신용 등급을 강등한 여파는 이날도 이어졌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