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전쟁이다"…여의도 직장인 점심시간은 11시부터라고? [돈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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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점심시간 왜 앞당겨졌나
"11시에 가도 웨이팅이라니…"
1%대 여의도 공실률에 유튜브 영향까지
'핫플' 더현대 팝업스토어로 인한 유입도
"11시에 가도 웨이팅이라니…"
1%대 여의도 공실률에 유튜브 영향까지
'핫플' 더현대 팝업스토어로 인한 유입도
"그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래퍼 아웃사이더의 가사는 오늘날 여의도의 모습을 대변합니다. 투자 성적으로 우열을 가리는 여의도에선 '정보가 얼마나 빠른가'가 관건입니다. 증권가 지라시조차 순식간에 퍼집니다. 전날 밤 어느 증권사의 회식 때 벌어진 싸움도 다음 날 아침이 되면 '모두의 일'이 돼 버리죠. 남들보다 늦게 받은 얘기는 재미도 영양가도 확 떨어집니다.
점심시간도 예외는 아닙니다. 빨라야만 먹고 싶은 메뉴를 쟁취할 수 있습니다. 일반 직장인들의 점심시간은 12시지만 여의도는 출근시간 만큼 점심도 이릅니다. 심지어 오전 11시30분께 자리를 나섰다면, 커피를 한 쪽 손에 들고 산책 중인 직장인들을 만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이미 밥을 다 먹고 카페까지 들른 겁니다.
이런 여의도 안에서도 전쟁터로 소문난 곳이 있습니다. 더현대 서울과 IFC몰 등의 대형 쇼핑몰인데요. 몰 내부에 전국구 맛집들이 밀집해 있지만 파크원과 IFC의 오피스에 입주한 직원들뿐 아니라 인근 빌딩 직장인과 외부 방문객들이 많아 항상 붐비는 곳입니다.
이 곳에서 점심식사를 하려면 늦어도 오전 11시에는 와야 합니다. 11시30분에 도착하는 날이면 40분 안팎의 웨이팅(대기 줄)은 필수입니다. 파크원 입주사 한 직원은 "여의도 진주집보다 더 하면 더 했지 절대 덜하진 않을 것"이라며 "매일 전쟁에 임하는 기분"이라고 말했습니다.
양대 쇼핑몰을 비롯한 각종 여의도 식당에서 길다란 대기 줄은 예삿일이 됐습니다. 20년 넘게 여의도 밥을 먹고 있는 어느 증권사 임원은 "7~8년 주기로 점심시간이 20분씩 앞당겨진다"고 분석했는데요. 과연 '여의도 점심시간은 11시부터'라는 새로운 공식이 생길 때가 된 것일까요? 여의도 직장인들에게 점심시간이 앞당겨진 이유를 직접 물어봤습니다. 먼저 역대급으로 낮은 여의도권역(YBD) 공실률이 한 몫할 겁니다. 상업용 부동산 전문기업 알스퀘어에 따르면 올 2분기 서울 오피스 공실률은 전 분기보다 0.5%포인트 줄어든 2.2%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강남과 여의도는 공실률이 1.5%로 집계됐습니다. 오피스가 꽉 차서 더이상 들어갈 자리가 없다는 의미인데요. 그만큼 종사자들도 많으니 점심시간도 치열해 지는 겁니다.
유튜브 등의 미디어의 영향도 큽니다. 여의도 경도상가에 있는 '화목순대국'은 국밥부 장관이라 불리는 가수 성시경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알려졌고 홍우빌딩 지하의 '가양칼국수'는 유튜버 입짧은햇님과 풍자 등의 채널에서 조명받았습니다. 이제 이 식당들은 성시경 맛집, 풍자 맛집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전부 익히 알려진 맛집들이어서 여의도 직장인들은 "안 그래도 사람 많은데 더 유명해졌다"며 불만입니다.
여기에 한 가지 이유가 더 있습니다. 더현대 서울이 국내외 소비자들에게 'K팝 성지'와 'MZ 놀이터' 등으로 소문나면서 사람들이 더 유입된 겁니다. 앞서 더현대 서울은 올 1월 인기 만화 '슬램덩크'를 시작으로 '데못죽'(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과 '레고 BTS Dynamite' 등 여러 캐릭터 팝업스토어를 열었습니다. 팝업스토어만으로 연간 200만명 넘는 추가 집객 효과를 내고 있다는 후문입니다.
이달 6일까지 12일 동안 열렸던 팝업 '빵빵이의 생일파티'만 봐도 소비자들의 엄청난 관심을 체감할 수 있습니다. "새벽에 와서 약 12시간을 기다려야 했다"는 후기글이 줄이을 만큼 '오픈런'(매장이 문을 열 때까지 그 앞에서 기다리는 것) 열기가 뜨거웠습니다. 출퇴근 시간을 막론하고 종일 더현대 서울과 연결된 지하철의 무빙워크까지도 줄이 들어섰을 정도였죠. 직장인들을 붙잡고 물어보니 팝업스토어 같은 쇼핑몰 행사에서 '이른 점심시간'의 이유를 찾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IFC 서울에 입주한 운용사 한 직원은 "최근 빵빵이 팝업 때 여의도역부터 더현대 건물까지 긴 줄이 세워져 있는 게 진풍경이었다"며 "더현대에서 팝업스토어가 열리는 기간에는 특히 수많은 사람들이 몰리는데, 이런 날들은 밖에서 점심 먹기가 정말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파크원에 입주해 있는 한 금융회사 직원도 "더현대를 방문했던 이들도 쇼핑몰 가격이 비싸니까 밖으로 나가서 먹는 경우가 많다"며 "식당은 한정돼 있는데 먹을 사람은 계속 많아지는 격"이라고 전했습니다.
인근 증권사 한 직원은 "2교대로 점심시간을 쪼개지기 때문에 정해진 시간 안에 먹고 와야 하는데, 최근 한 식당에 방문했다가 대기를 오래하는 바람에 밥을 15분 만에 먹고 나와야 했던 적이 있었다. 이후로는 눈치를 살피면서 기존 점심 시작시간보다 10~20분 일찍 나가기 시작했다"며 "이젠 11시에 가도 한 두팀 웨이팅이 걸려있을 정도로 식당 경쟁이 치열해졌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팝업스토어 등의 행사가 점심시간 혼잡 정도에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요. 인근 식당 주인들은 "체감상으로는 맞다"고 답했습니다. IFC몰에 입주해 있는 어느 음식점 사장은 "확실히 올 들어서 점심시간에 청소년과 청년을 중심으로 기존보다 소비자 유입이 많아졌다"며 "더현대몰을 들렀다 오는지 11시에도 줄을 서시더라"고 밝혔습니다. 더현대 인근의 한 일식당 사장도 "팝업스토어 수혜를 일부분 받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IFC몰 관계자에 따르면 경쟁사 더현대 서울의 등장으로 IFC몰은 오히려 이득을 봤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올 1분기 기준 IFC몰의 방문객수와 매출액이 작년 1분기 대비 각각 22%, 21%나 늘었습니다. 여의도에는 각종 재건축과 개발계획들이 발표되고 있습니다. 당연히 유동인구는 더 늘어날 전망입니다. 아마도 앞으로 7~8년 후엔 점심시간이 10시30분이 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래퍼 아웃사이더의 가사는 오늘날 여의도의 모습을 대변합니다. 투자 성적으로 우열을 가리는 여의도에선 '정보가 얼마나 빠른가'가 관건입니다. 증권가 지라시조차 순식간에 퍼집니다. 전날 밤 어느 증권사의 회식 때 벌어진 싸움도 다음 날 아침이 되면 '모두의 일'이 돼 버리죠. 남들보다 늦게 받은 얘기는 재미도 영양가도 확 떨어집니다.
점심시간도 예외는 아닙니다. 빨라야만 먹고 싶은 메뉴를 쟁취할 수 있습니다. 일반 직장인들의 점심시간은 12시지만 여의도는 출근시간 만큼 점심도 이릅니다. 심지어 오전 11시30분께 자리를 나섰다면, 커피를 한 쪽 손에 들고 산책 중인 직장인들을 만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이미 밥을 다 먹고 카페까지 들른 겁니다.
이런 여의도 안에서도 전쟁터로 소문난 곳이 있습니다. 더현대 서울과 IFC몰 등의 대형 쇼핑몰인데요. 몰 내부에 전국구 맛집들이 밀집해 있지만 파크원과 IFC의 오피스에 입주한 직원들뿐 아니라 인근 빌딩 직장인과 외부 방문객들이 많아 항상 붐비는 곳입니다.
이 곳에서 점심식사를 하려면 늦어도 오전 11시에는 와야 합니다. 11시30분에 도착하는 날이면 40분 안팎의 웨이팅(대기 줄)은 필수입니다. 파크원 입주사 한 직원은 "여의도 진주집보다 더 하면 더 했지 절대 덜하진 않을 것"이라며 "매일 전쟁에 임하는 기분"이라고 말했습니다.
양대 쇼핑몰을 비롯한 각종 여의도 식당에서 길다란 대기 줄은 예삿일이 됐습니다. 20년 넘게 여의도 밥을 먹고 있는 어느 증권사 임원은 "7~8년 주기로 점심시간이 20분씩 앞당겨진다"고 분석했는데요. 과연 '여의도 점심시간은 11시부터'라는 새로운 공식이 생길 때가 된 것일까요? 여의도 직장인들에게 점심시간이 앞당겨진 이유를 직접 물어봤습니다. 먼저 역대급으로 낮은 여의도권역(YBD) 공실률이 한 몫할 겁니다. 상업용 부동산 전문기업 알스퀘어에 따르면 올 2분기 서울 오피스 공실률은 전 분기보다 0.5%포인트 줄어든 2.2%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강남과 여의도는 공실률이 1.5%로 집계됐습니다. 오피스가 꽉 차서 더이상 들어갈 자리가 없다는 의미인데요. 그만큼 종사자들도 많으니 점심시간도 치열해 지는 겁니다.
유튜브 등의 미디어의 영향도 큽니다. 여의도 경도상가에 있는 '화목순대국'은 국밥부 장관이라 불리는 가수 성시경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알려졌고 홍우빌딩 지하의 '가양칼국수'는 유튜버 입짧은햇님과 풍자 등의 채널에서 조명받았습니다. 이제 이 식당들은 성시경 맛집, 풍자 맛집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전부 익히 알려진 맛집들이어서 여의도 직장인들은 "안 그래도 사람 많은데 더 유명해졌다"며 불만입니다.
여기에 한 가지 이유가 더 있습니다. 더현대 서울이 국내외 소비자들에게 'K팝 성지'와 'MZ 놀이터' 등으로 소문나면서 사람들이 더 유입된 겁니다. 앞서 더현대 서울은 올 1월 인기 만화 '슬램덩크'를 시작으로 '데못죽'(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과 '레고 BTS Dynamite' 등 여러 캐릭터 팝업스토어를 열었습니다. 팝업스토어만으로 연간 200만명 넘는 추가 집객 효과를 내고 있다는 후문입니다.
이달 6일까지 12일 동안 열렸던 팝업 '빵빵이의 생일파티'만 봐도 소비자들의 엄청난 관심을 체감할 수 있습니다. "새벽에 와서 약 12시간을 기다려야 했다"는 후기글이 줄이을 만큼 '오픈런'(매장이 문을 열 때까지 그 앞에서 기다리는 것) 열기가 뜨거웠습니다. 출퇴근 시간을 막론하고 종일 더현대 서울과 연결된 지하철의 무빙워크까지도 줄이 들어섰을 정도였죠. 직장인들을 붙잡고 물어보니 팝업스토어 같은 쇼핑몰 행사에서 '이른 점심시간'의 이유를 찾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IFC 서울에 입주한 운용사 한 직원은 "최근 빵빵이 팝업 때 여의도역부터 더현대 건물까지 긴 줄이 세워져 있는 게 진풍경이었다"며 "더현대에서 팝업스토어가 열리는 기간에는 특히 수많은 사람들이 몰리는데, 이런 날들은 밖에서 점심 먹기가 정말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파크원에 입주해 있는 한 금융회사 직원도 "더현대를 방문했던 이들도 쇼핑몰 가격이 비싸니까 밖으로 나가서 먹는 경우가 많다"며 "식당은 한정돼 있는데 먹을 사람은 계속 많아지는 격"이라고 전했습니다.
인근 증권사 한 직원은 "2교대로 점심시간을 쪼개지기 때문에 정해진 시간 안에 먹고 와야 하는데, 최근 한 식당에 방문했다가 대기를 오래하는 바람에 밥을 15분 만에 먹고 나와야 했던 적이 있었다. 이후로는 눈치를 살피면서 기존 점심 시작시간보다 10~20분 일찍 나가기 시작했다"며 "이젠 11시에 가도 한 두팀 웨이팅이 걸려있을 정도로 식당 경쟁이 치열해졌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팝업스토어 등의 행사가 점심시간 혼잡 정도에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요. 인근 식당 주인들은 "체감상으로는 맞다"고 답했습니다. IFC몰에 입주해 있는 어느 음식점 사장은 "확실히 올 들어서 점심시간에 청소년과 청년을 중심으로 기존보다 소비자 유입이 많아졌다"며 "더현대몰을 들렀다 오는지 11시에도 줄을 서시더라"고 밝혔습니다. 더현대 인근의 한 일식당 사장도 "팝업스토어 수혜를 일부분 받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IFC몰 관계자에 따르면 경쟁사 더현대 서울의 등장으로 IFC몰은 오히려 이득을 봤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올 1분기 기준 IFC몰의 방문객수와 매출액이 작년 1분기 대비 각각 22%, 21%나 늘었습니다. 여의도에는 각종 재건축과 개발계획들이 발표되고 있습니다. 당연히 유동인구는 더 늘어날 전망입니다. 아마도 앞으로 7~8년 후엔 점심시간이 10시30분이 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