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 판교 R&D센터 전경. 사진=한경DB
엔씨소프트 판교 R&D센터 전경. 사진=한경DB
"밑바닥에도 바닥이 있다는 것을 엔씨소프트 주가가 보여주네요. 제 인내심도 점점 바닥나고 있습니다."

한때 게임업종 대장주로 투자자들의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던 엔씨소프트의 주가가 몰락하고 있다. 종목토론방도 '린저씨 한 명 떠나간다'든가 '내 인생에 다시 엔씨 게임은 없을 것'이라는 등 비난 일색이다. 증권가라도 비관론만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적에도 신작에도 모멘텀(상승 동력)이 보이질 않는다는 게 이들 이야기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유가증권시에서 엔씨소프트 주가는 1000원(0.38%) 밀린 26만2500원에 장을 끝냈다.

2021년 2월 104만원선을 터치한 엔씨소프트는 '황제주'에 오른 기쁨도 잠시, 현재까지 가파르게 밀려났다. 지난 10일 주가는 장중 52주 최저가인 25만2500원까지 빠졌는데, 작년 12월 1일 기록한 52주 고점(48만1000원) 대비 47.5% 하락한 수준이다. 주가가 1년도 안 되는 사이 반토막이 났고 2년 반 만에 4분의 1토막이 된 것이다.

실적을 보면 당장 주가 반등을 기대하긴 어렵다. 엔씨소프트는 최근 연결 기준 올 2분기 영업이익이 353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71.3%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매출액은 4402억원으로 해당 기간 30% 줄었고 순이익은 305억원으로 무려 74% 넘게 감소했다.

이 같은 '어닝 쇼크'(실적 충격)는 주력 모바일 게임인 '리니지' 시리즈 매출이 부진한 영향이다. 2021년 출시 이후로 캐시카우로 자리매김해 온 '리니지W'의 매출액이 작년 2분기 대비 54% 급감했고 '리니지M'과 '리니지W' 매출액도 작년 2분기 대비 각각 9.5%, 35.6% 줄었다.

실적과 주가 실망에 개인 투자자들도 인내심을 잃는 분위기다. NH투자증권 모바일트레이팅시스템(MTS)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이 증권사를 통해 엔씨소프트를 산 2만1569명 중 99.8%가 손실을 보고 있었다. 이들의 평균 손실률은 47.27%로 집계됐다.

증권사 리서치센터들도 회사의 주가 향방을 부정적으로 점치고 있다. 기존 작품의 매출이 떨어진 데다가 신작 출시 일정이 대거 지연되면서, 주가를 띄울 만한 모멘텀이 전무한 상태라는 지적이다.

이달 들어 증권사 10곳이 목표주가를 기존보다 내렸고 이 가운데 두 곳은 투자의견도 '매수'에서 '중립'으로 조정했다. 목표가로는 낮게는 24만원, 높게는 44만원이 제시됐는데 최저 목표가인 24만원의 경우 현 주가보다도 낮은 가격이다.

김동우 교보증권 연구원은 "회사는 모멘텀 소강상태"라며 "하반기 출시될 '퍼즈 업'과 '쓰론 앤 리버티'의 매출, 트래픽 성과를 통해 향후 성장에 대한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는 게 먼저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회사가 3분기 퍼즈업을 출시하고 일본과 대만 등으로 블소2의 지역 확장에 나서겠지만 2분기 대비 유의미한 매출 반등은 어려워 보인다"고 짚었다.

김하정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을 통해 기존에 하반기로 예정됐던 신작들 중 퍼즈업과 국내 TL을 제외한 신작이 모두 공식적으로 연기됐다"며 "현재까지의 주가 하락의 주된 이유는 신작 출시 연기다. 단기간 주가 상승은 연출되기 힘들 전망"이라고 말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