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의 7% 반등…500달러 간다 or 감마스퀴즈일 뿐?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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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4일 월요일>
◆미국 주식 : 다우 0.07%, S&P500 0.58%, 나스닥 1.05%
◆미국 채권 : 국채 10년물 4.204%(5bp), 2년물 4.973%(7.6bp)
14일(미 동부시간)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인 컨트리가든 등의 채무불이행 가능성으로 인해 중국 증시가 폭락했습니다. JP모건은 "부동산 개발업자의 자금 조달과 신탁 상품 연체 '악순환'을 유발할 수 있다"라고 경고했습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중앙은행과 페소를 없애고 미국 달러를 공식 화폐로 채택하겠다는 '포퓰리스트' 자비에르 밀레이 하원의원이 대선 예비선거에서 1위를 차지했습니다. 세계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고, 불확실성이 확대된다면 '안전자산'의 대명사 미 국채에는 매수세가 몰리면서 금리가 하락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한 달간 40bp가량 오르면서 상승탄력을 얻은 미 국채 수익률은 아침부터 오름세를 보였습니다. 그러더니 오전 10시께 4.215%까지 올랐습니다. 작년 11월 이후 최고 수준입니다. 모건스탠리 자산운용의 짐 캐론 포트폴리오 매니저가 저금리 시대 '관에 못 박는 수준'이라고 밝힌 4.25%에 바짝 다가선 것이죠.
금리가 상승세를 이어가자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0.1~0.4% 하락세로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금리에 민감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가 0.4% 내림세를 보였지요.
하지만 금세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지난주까지 한 달간 15% 급락했던 엔비디아는 오늘 아침 1% 가까운 하락세로 출발했습니다. 그러나 거래 10분 만에 상승세로 전환하더니 치솟기 시작했습니다. 모건스탠리의 조셉 무어 애널리스트는 오늘 엔비디아 보고서에서 '톱픽'(Top Pick)이라며 목표주가 500달러를 반복했습니다. 20% 이상 상승 여력이 남아있다는 얘기입니다. 무어 에널리스트는 "AI에 대한 대대적 지출, 그리고 상당히 이례적인 수요공급 불균형 배경은 향후 몇 분기 동안 지속할 것이다. 우리는 최근 엔비디아의 매도세가 좋은 진입점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엔비디아의 매출이 매우 강한 상승 여력이 있다며 회사 측이 지난 분기 가이던스에서 밝힌 40억 달러 증가는 반도체 역사상 한 분기에 가장 큰 증가였다고 지적했습니다. 엔디비아는 오는 23일 분기 실적을 발표합니다. 모건스탠리는 "AI 칩 공급 제약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의미 있는 실적 추정치 상회 및 가이던스 상향 분기가 되리라 예상한다. 더 중요한 것은 앞으로 3~4개 분기 동안 강하게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게 명확하다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엔비디아의 상승세는 대단했습니다. 매수세가 몰리면서 주가가 치솟자 공매도를 했던 투자자들은 숏스퀴즈(공매도했던 주식이 올라 손해가 발생하자, 손실을 줄이기 위해 되사는 것)에 빠졌습니다. 콜옵션에도 매수가 줄이었고 '감마스퀴즈'가 발생했습니다. 콜옵션을 판매한 마켓메이커(JP모건, 골드만삭스 등 주로 대형 금융사)가 손실을 피하고자 실물 주식을 사들이는 걸 말합니다. 이렇게 '쌍끌이' 스퀴즈가 발생하면서 주가가 폭등했습니다. 결국, 7.09%나 뛴 437.53달러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엔비디아가 뛰자 그동안 급락했던 반도체 주를 포함한 다른 기술주들도 힘을 냈습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SOX)는 2.9% 급등했습니다. 다만 중국에서 모델Y 가격을 인하한 테슬라는 1.19% 떨어졌습니다. 결국, 나스닥은 1.05% 치솟은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S&P500 지수는 0.58%, 다우는 0.07% 상승했습니다. 조던 잭슨 JP모건자산운용 전략가는 "반도체 주식에 대해 조심스럽게 낙관하고 있다. 반도체 부문의 매출은 전년 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있지만 빠르면 올해 4분기께 모퉁이를 돌기 시작할 것으로 본다. 실제로 주문 취소와 재고 등을 보면 전망이 밝아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또 미 연방정부가 반도체 법을 통해 집행하고 있는 보조금을 고려해야 한다. 미국에 새로 짓는 반도체 설비에 대한 보조금이 약 390억 달러에 달하며 여기엔 25% 세금 인센티브도 제공한다. 이런 돈이 흐르기 시작하면 업계를 지원하게 될 것이다. 반도체는 생성 AI로의 전환에 매우 중요하며, 수요 증가는 다음 몇 분기 동안 매우 견고하게 유지될 것이다. 물론 밸류에이션이 높고, 미·중갈등으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이 역풍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낙관론에는 타당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인디펜던트 솔루션 자산운용의 폴 믹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CNBC 인터뷰에서 "(기술주는) 전체 부문이 지나치게 과매수 되었고 이제 우리는 어느 정도 현실을 보기 시작했다. 약간의 조정을 보기 시작했으며 실제로 조정이 조금 더 지속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그는 이런 조정으로 인해 주가가 낮아지면 AI 관련주를 매수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10년물 금리도 4.2%를 넘은 뒤에는 저항에 직면해 다시 보합 선까지 후퇴했습니다. 정오에 뉴욕 연방은행(Fed)의 7월 소비자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나온 뒤에는 4.14%까지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뉴욕 Fed가 발표한 1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3.5%로 지난 6월의 3.8%보다 크게 둔화했습니다. 식품, 의료비, 임대료 등에 대한 1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2021년 4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주택 가격 전망치의 중간값은 6월 2.9%에서 7월에 2.8%로 하락했습니다. 3년과 5년 기대 인플레이션도 각각 2.9%로 이전의 3.0%보다 떨어졌습니다. 이는 휘발유 가격이 오르고 있는 가운데 나타난 것으로 미국인의 물가 심리가 안정되었음을 보여줍니다. 지난주 금요일 발표된 8월 미시간대 소비자심리 조사에서의 기대 인플레이션 둔화(1년 3.4%→3.3%, 5년 3.0%→2.9%)와 비슷합니다. 베스포크 인베스트먼트는 "1년 인플레이션 기대 3.5%는 역사적 평균인 3.38%와 비슷하지만, 여전히 팬데믹 이전 평균인 2.81%보다 높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금리 상승 모멘텀은 강했습니다. 잠시 내리던 금리는 다시 올라가기 시작했고 결국 오후 4시 40분께 10년물 수익률은 5bp 상승한 4.204%에 거래됐습니다. 2년물은 7.6bp 오른 4.973%를 기록했습니다. 시장에선 금리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강합니다. 한때 '채권왕'으로 불렸던 유명 투자자 빌 그로스는 최근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10년물의 적정 금리가 4.5% 수준이라고 밝혔습니다. 인플레이션이 끈질기게 버티면 미 중앙은행(Fed)은 기준금리를 꾸준히 3% 수준으로 유지할 가능성이 크고, 역사적으로 10년물 금리는 기준금리보다 135bp 높은 수준에서 거래됐다는 것입니다. 그는 미 정부의 재정적자 급증으로 인해 국채 발행 압력이 커지는 것도 금리 상승을 뒷받침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르네상스 매크로는 "Fed가 9월 회의에서 금리 인상을 중단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익률은 여전히 견고하다. 어떠한 요인도 고려하지 않고 차트만 보면 수익률은 우리에게 최고점처럼 보이지 않으며 2022년 이후 최고점을 다시 테스트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습니다.
블룸버그는 지난주 20년물 이상의 미국 장기 국채에 투자하는 TLT(iShares 20+ Year Treasury Bond ETF)에서 18억 달러 이상이 유출됐다고 밝혔습니다. 이 펀드는 390억 달러 규모인데 5% 가까운 돈이 일주일 만에 빠져나간 것이죠. 한 주간의 유출액으로는 2020년 3월 이후 최대 기록입니다.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들은 오늘 보고서에서 "2024년 말까지 연간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인플레이션이 2~2.5% 범위에 도달할 것이라는 우리 예측은 이제 더 빠르게 이뤄질 위험이 있다"라면서 "이제 우리의 기본 예측은 Fed가 내년 2분기부터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한다. 인플레이션이 목표에 가까워지면 기준금리를 다시 중립금리에 가깝게 정상화하는 것이다. Fed는 분기당 25bp의 속도로 금리를 낮출 것으로 보지만, 만약 인플레이션 위험이 돌아오지 않을 것 같다고 좀 더 자신하게 된다면 속도는 빨라질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런 골드만삭스의 보고서는 시장에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시카고 상품거래소(CME) Fed워치 시장에서의 11월까지 추가 인상 확률은 지난주 30% 수준에서 오늘 40% 수준까지 다시 높아졌습니다.
골드만삭스는 "(금리를 인하해도) 기준금리는 결국 FOMC가 점도표에서 제시한 장기 중앙값 2.5%보다 높은 3~3.25%에서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우리는 오랫동안 중립금리가 컨센서스 만큼 낮다는 데 회의적이었고 더 큰 재정적자가 그 이후로 중립금리를 더 높였다고 주장할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빌 그로스가 말한 10년물 금리가 4.5%가 적정하다는 논리와 비슷합니다. 골드만삭스는 연말 10년물 수익률 4.25%를 전망하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또 "금리 정상화는 금리 인하를 위한 특별히 시급한 동기가 아니며, 이러한 이유로 FOMC가 기준금리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상당한 위험도 있다. 인플레이션이 충분히 떨어지지 않을 수 있고 견조한 성장, 타이트한 노동 시장, 추가 금융여건 완화로 인해 인하가 불필요한 위험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렇게 높아진 금리는 주가를 압박하는 요인입니다.
야데니 리서치는 "S&P500 지수는 지난 금요일 4445에 머무는 50일 이동평균선 부근까지 하락했다. 지난 7월 31일 3.96%였던 이후 10년물 수익률이 4.15%로 급등한 것이 주식의 높은 밸류에이션 멀티플에 부담을 주고 있다. 채권 수익률은 작년 최고치인 4.25%를 넘기 직전일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S&P500 지수는 최근 최고점에서 약 10% 후퇴해서 4128선에 있는 200일 이동평균선까지 내려갈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야데니 측은 "올해 시장 상승을 주도해온 빅테크 주식은 밸류에이션 배수가 너무 높으므로 10년물 수익률의 추가 상승에 특히 취약하다. 이들의 향후 12개월 이익 추정치를 기반으로 한 포워드 주가수익비율(P/E)은 7월 말에 30.0을 넘었다. 그러나 지난주 금요일 28.0까지 떨어졌다"라고 덧붙였습니다. 트루이스트의 키스 러너 전략가는 "금리가 4% 수준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높은 금리는 올해 주가 상승의 주요 요인이었던 밸류에이션 멀티플 추가 확장에 상한선 역할을 할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주식은 팬데믹 때 일부 과열됐던 시기를 제외하면 이미 지난 20년 동안 가장 높은 밸류에이션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팬데믹 때는 기준금리가 제로였고 10년물 금리는 1% 밑이었지만, 지금은 기준금리가 5%를 넘고 10년물은 4%를 돌파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높은 금리는 소비자를 압박하는 요인이기도 합니다. 30년 고정 모기지 금리는 지난주 금요일 7.53%로 2000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오늘 10년물 실질 금리는 2009년 이후 최고인 1.82%까지 뛰어올랐습니다. 이는 시간을 두고 모든 부채에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미국엔 현재 17조 1000억 달러의 가계 부채가 있습니다. 모기지가 12조 달러, 자동차 대출은 1조 6000억 달러, 학자금 대출은 1조 6000억 달러에 달하고 신용카드 부채는 1조 달러를 넘었습니다. 모두 역대 최고 기록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가 계속될 수 있을지 걱정이 있습니다. 마침 이번 주 소비 관련 데이터와 어닝이 쏟아집니다. 당장 내일 7월 소매판매 수치가 나옵니다. 월가는 7월 소매판매가 7월 초에 있었던 아마존의 프라임데이 행사로 인해 한 달 전보다 0.4% 증가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6월 0.2% 증가보다 더 많이 늘어나는 것이죠. 또 내일부터 홈디포와 타겟, 월마트 등 대형 소매업체들의 실적 발표가 나옵니다. 투자자들은 석 달 전 소매업체들에서 감지된 일부 균열이 더 넓어졌는지 살펴보고 있습니다. 홈디포는 지난 5월 콘퍼런스콜에서 소비자들이 큰 품목을 덜 구매하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홈디포의 실적은 금리 수준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지난 1년간 모기지 금리가 급등해 주택 거래가 줄어들자 매출 성장이 떨어졌습니다. 타겟은 각종 정보통신(IT) 제품과 의류 등 임의 소비재 소비가 뒤처지기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당장 소비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게 아닙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아디트야 바베 이코노미스트는 뱅크오브아메리카 신용카드 데이터를 인용해 "7월 소매판매는 강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 우리는 자동차를 제외한 소매판매, 통제그룹의 소매판매가 각각 0.7%와 0.6% 증가했을 것으로 예측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UBS의 마리클 래서 유통담당 애널리스트는 "문제는 잉여저축의 상당액이 줄어들고 노동 시장이 조금 덜 확실해짐에 따라 하반기와 내년에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하는 것"이라며 "소비자에 대한 압력이 남아 있으므로 소매업체 중 일부는 엇갈린 결과와 신중한 어조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주에는 미국뿐 아니라 중국, 일본의 데이터도 봐야 합니다. 중국에서는 15일 산업생산과 소매판매 등 3가지 주요 데이터가 나오는데요. 7월 산업 생산 활동은 전월 대비 4.3% 증가해 전월보다 상승률이 둔화할 것으로 예상하고요. 소매판매는 3.1%에서 4.0%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또 고정 자산에 대한 투자는 전달과 같은 3.8% 증가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18일에 7월 소비자물가 발표가 있습니다. 근원 CPI가 6월 3.3%에서 7월 3.1%로 둔화한 것으로 시장은 예측합니다. 이 수치가 예상을 깨고 더 올라간다면 일본의 금리가 추가 상승하고, 일본은행은 수익률 곡선 통제(YCC) 정책 수정을 서둘러야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일이 생긴다면 그렇지 않아도 상승 중인 미국 채권 금리를 추가로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운용자산 1억 달러 이상인 투자자들이 2분기 말 기준 운용자산 상황을 적은 13F을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하는 날입니다. '빅숏'의 마이클 버리가 이끄는 사이언은 지난 6월 30일 기준으로 S&P500 지수를 추종하는 SPDR S&P500 ETF(종목명:SPY)에 대한 풋옵션 200만주, 나스닥100지수를 추종하는 인베스코 QQQ 트러스트시리즈1(QQQ)에 대한 풋옵션 200만주를 각각 보유했다고 신고했습니다. 지수 하락에 베팅한 것이죠. 다만 이 공시는 1분기 말 기준입니다. 이미 포지션을 바꿨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미국 주식 : 다우 0.07%, S&P500 0.58%, 나스닥 1.05%
◆미국 채권 : 국채 10년물 4.204%(5bp), 2년물 4.973%(7.6bp)
14일(미 동부시간)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인 컨트리가든 등의 채무불이행 가능성으로 인해 중국 증시가 폭락했습니다. JP모건은 "부동산 개발업자의 자금 조달과 신탁 상품 연체 '악순환'을 유발할 수 있다"라고 경고했습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중앙은행과 페소를 없애고 미국 달러를 공식 화폐로 채택하겠다는 '포퓰리스트' 자비에르 밀레이 하원의원이 대선 예비선거에서 1위를 차지했습니다. 세계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고, 불확실성이 확대된다면 '안전자산'의 대명사 미 국채에는 매수세가 몰리면서 금리가 하락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한 달간 40bp가량 오르면서 상승탄력을 얻은 미 국채 수익률은 아침부터 오름세를 보였습니다. 그러더니 오전 10시께 4.215%까지 올랐습니다. 작년 11월 이후 최고 수준입니다. 모건스탠리 자산운용의 짐 캐론 포트폴리오 매니저가 저금리 시대 '관에 못 박는 수준'이라고 밝힌 4.25%에 바짝 다가선 것이죠.
금리가 상승세를 이어가자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0.1~0.4% 하락세로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금리에 민감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가 0.4% 내림세를 보였지요.
하지만 금세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지난주까지 한 달간 15% 급락했던 엔비디아는 오늘 아침 1% 가까운 하락세로 출발했습니다. 그러나 거래 10분 만에 상승세로 전환하더니 치솟기 시작했습니다. 모건스탠리의 조셉 무어 애널리스트는 오늘 엔비디아 보고서에서 '톱픽'(Top Pick)이라며 목표주가 500달러를 반복했습니다. 20% 이상 상승 여력이 남아있다는 얘기입니다. 무어 에널리스트는 "AI에 대한 대대적 지출, 그리고 상당히 이례적인 수요공급 불균형 배경은 향후 몇 분기 동안 지속할 것이다. 우리는 최근 엔비디아의 매도세가 좋은 진입점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엔비디아의 매출이 매우 강한 상승 여력이 있다며 회사 측이 지난 분기 가이던스에서 밝힌 40억 달러 증가는 반도체 역사상 한 분기에 가장 큰 증가였다고 지적했습니다. 엔디비아는 오는 23일 분기 실적을 발표합니다. 모건스탠리는 "AI 칩 공급 제약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의미 있는 실적 추정치 상회 및 가이던스 상향 분기가 되리라 예상한다. 더 중요한 것은 앞으로 3~4개 분기 동안 강하게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게 명확하다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엔비디아의 상승세는 대단했습니다. 매수세가 몰리면서 주가가 치솟자 공매도를 했던 투자자들은 숏스퀴즈(공매도했던 주식이 올라 손해가 발생하자, 손실을 줄이기 위해 되사는 것)에 빠졌습니다. 콜옵션에도 매수가 줄이었고 '감마스퀴즈'가 발생했습니다. 콜옵션을 판매한 마켓메이커(JP모건, 골드만삭스 등 주로 대형 금융사)가 손실을 피하고자 실물 주식을 사들이는 걸 말합니다. 이렇게 '쌍끌이' 스퀴즈가 발생하면서 주가가 폭등했습니다. 결국, 7.09%나 뛴 437.53달러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엔비디아가 뛰자 그동안 급락했던 반도체 주를 포함한 다른 기술주들도 힘을 냈습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SOX)는 2.9% 급등했습니다. 다만 중국에서 모델Y 가격을 인하한 테슬라는 1.19% 떨어졌습니다. 결국, 나스닥은 1.05% 치솟은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S&P500 지수는 0.58%, 다우는 0.07% 상승했습니다. 조던 잭슨 JP모건자산운용 전략가는 "반도체 주식에 대해 조심스럽게 낙관하고 있다. 반도체 부문의 매출은 전년 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있지만 빠르면 올해 4분기께 모퉁이를 돌기 시작할 것으로 본다. 실제로 주문 취소와 재고 등을 보면 전망이 밝아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또 미 연방정부가 반도체 법을 통해 집행하고 있는 보조금을 고려해야 한다. 미국에 새로 짓는 반도체 설비에 대한 보조금이 약 390억 달러에 달하며 여기엔 25% 세금 인센티브도 제공한다. 이런 돈이 흐르기 시작하면 업계를 지원하게 될 것이다. 반도체는 생성 AI로의 전환에 매우 중요하며, 수요 증가는 다음 몇 분기 동안 매우 견고하게 유지될 것이다. 물론 밸류에이션이 높고, 미·중갈등으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이 역풍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낙관론에는 타당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인디펜던트 솔루션 자산운용의 폴 믹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CNBC 인터뷰에서 "(기술주는) 전체 부문이 지나치게 과매수 되었고 이제 우리는 어느 정도 현실을 보기 시작했다. 약간의 조정을 보기 시작했으며 실제로 조정이 조금 더 지속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그는 이런 조정으로 인해 주가가 낮아지면 AI 관련주를 매수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10년물 금리도 4.2%를 넘은 뒤에는 저항에 직면해 다시 보합 선까지 후퇴했습니다. 정오에 뉴욕 연방은행(Fed)의 7월 소비자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나온 뒤에는 4.14%까지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뉴욕 Fed가 발표한 1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3.5%로 지난 6월의 3.8%보다 크게 둔화했습니다. 식품, 의료비, 임대료 등에 대한 1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2021년 4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주택 가격 전망치의 중간값은 6월 2.9%에서 7월에 2.8%로 하락했습니다. 3년과 5년 기대 인플레이션도 각각 2.9%로 이전의 3.0%보다 떨어졌습니다. 이는 휘발유 가격이 오르고 있는 가운데 나타난 것으로 미국인의 물가 심리가 안정되었음을 보여줍니다. 지난주 금요일 발표된 8월 미시간대 소비자심리 조사에서의 기대 인플레이션 둔화(1년 3.4%→3.3%, 5년 3.0%→2.9%)와 비슷합니다. 베스포크 인베스트먼트는 "1년 인플레이션 기대 3.5%는 역사적 평균인 3.38%와 비슷하지만, 여전히 팬데믹 이전 평균인 2.81%보다 높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금리 상승 모멘텀은 강했습니다. 잠시 내리던 금리는 다시 올라가기 시작했고 결국 오후 4시 40분께 10년물 수익률은 5bp 상승한 4.204%에 거래됐습니다. 2년물은 7.6bp 오른 4.973%를 기록했습니다. 시장에선 금리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강합니다. 한때 '채권왕'으로 불렸던 유명 투자자 빌 그로스는 최근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10년물의 적정 금리가 4.5% 수준이라고 밝혔습니다. 인플레이션이 끈질기게 버티면 미 중앙은행(Fed)은 기준금리를 꾸준히 3% 수준으로 유지할 가능성이 크고, 역사적으로 10년물 금리는 기준금리보다 135bp 높은 수준에서 거래됐다는 것입니다. 그는 미 정부의 재정적자 급증으로 인해 국채 발행 압력이 커지는 것도 금리 상승을 뒷받침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르네상스 매크로는 "Fed가 9월 회의에서 금리 인상을 중단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익률은 여전히 견고하다. 어떠한 요인도 고려하지 않고 차트만 보면 수익률은 우리에게 최고점처럼 보이지 않으며 2022년 이후 최고점을 다시 테스트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습니다.
블룸버그는 지난주 20년물 이상의 미국 장기 국채에 투자하는 TLT(iShares 20+ Year Treasury Bond ETF)에서 18억 달러 이상이 유출됐다고 밝혔습니다. 이 펀드는 390억 달러 규모인데 5% 가까운 돈이 일주일 만에 빠져나간 것이죠. 한 주간의 유출액으로는 2020년 3월 이후 최대 기록입니다.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들은 오늘 보고서에서 "2024년 말까지 연간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인플레이션이 2~2.5% 범위에 도달할 것이라는 우리 예측은 이제 더 빠르게 이뤄질 위험이 있다"라면서 "이제 우리의 기본 예측은 Fed가 내년 2분기부터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한다. 인플레이션이 목표에 가까워지면 기준금리를 다시 중립금리에 가깝게 정상화하는 것이다. Fed는 분기당 25bp의 속도로 금리를 낮출 것으로 보지만, 만약 인플레이션 위험이 돌아오지 않을 것 같다고 좀 더 자신하게 된다면 속도는 빨라질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런 골드만삭스의 보고서는 시장에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시카고 상품거래소(CME) Fed워치 시장에서의 11월까지 추가 인상 확률은 지난주 30% 수준에서 오늘 40% 수준까지 다시 높아졌습니다.
골드만삭스는 "(금리를 인하해도) 기준금리는 결국 FOMC가 점도표에서 제시한 장기 중앙값 2.5%보다 높은 3~3.25%에서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우리는 오랫동안 중립금리가 컨센서스 만큼 낮다는 데 회의적이었고 더 큰 재정적자가 그 이후로 중립금리를 더 높였다고 주장할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빌 그로스가 말한 10년물 금리가 4.5%가 적정하다는 논리와 비슷합니다. 골드만삭스는 연말 10년물 수익률 4.25%를 전망하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또 "금리 정상화는 금리 인하를 위한 특별히 시급한 동기가 아니며, 이러한 이유로 FOMC가 기준금리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상당한 위험도 있다. 인플레이션이 충분히 떨어지지 않을 수 있고 견조한 성장, 타이트한 노동 시장, 추가 금융여건 완화로 인해 인하가 불필요한 위험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렇게 높아진 금리는 주가를 압박하는 요인입니다.
야데니 리서치는 "S&P500 지수는 지난 금요일 4445에 머무는 50일 이동평균선 부근까지 하락했다. 지난 7월 31일 3.96%였던 이후 10년물 수익률이 4.15%로 급등한 것이 주식의 높은 밸류에이션 멀티플에 부담을 주고 있다. 채권 수익률은 작년 최고치인 4.25%를 넘기 직전일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S&P500 지수는 최근 최고점에서 약 10% 후퇴해서 4128선에 있는 200일 이동평균선까지 내려갈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야데니 측은 "올해 시장 상승을 주도해온 빅테크 주식은 밸류에이션 배수가 너무 높으므로 10년물 수익률의 추가 상승에 특히 취약하다. 이들의 향후 12개월 이익 추정치를 기반으로 한 포워드 주가수익비율(P/E)은 7월 말에 30.0을 넘었다. 그러나 지난주 금요일 28.0까지 떨어졌다"라고 덧붙였습니다. 트루이스트의 키스 러너 전략가는 "금리가 4% 수준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높은 금리는 올해 주가 상승의 주요 요인이었던 밸류에이션 멀티플 추가 확장에 상한선 역할을 할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주식은 팬데믹 때 일부 과열됐던 시기를 제외하면 이미 지난 20년 동안 가장 높은 밸류에이션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팬데믹 때는 기준금리가 제로였고 10년물 금리는 1% 밑이었지만, 지금은 기준금리가 5%를 넘고 10년물은 4%를 돌파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높은 금리는 소비자를 압박하는 요인이기도 합니다. 30년 고정 모기지 금리는 지난주 금요일 7.53%로 2000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오늘 10년물 실질 금리는 2009년 이후 최고인 1.82%까지 뛰어올랐습니다. 이는 시간을 두고 모든 부채에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미국엔 현재 17조 1000억 달러의 가계 부채가 있습니다. 모기지가 12조 달러, 자동차 대출은 1조 6000억 달러, 학자금 대출은 1조 6000억 달러에 달하고 신용카드 부채는 1조 달러를 넘었습니다. 모두 역대 최고 기록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가 계속될 수 있을지 걱정이 있습니다. 마침 이번 주 소비 관련 데이터와 어닝이 쏟아집니다. 당장 내일 7월 소매판매 수치가 나옵니다. 월가는 7월 소매판매가 7월 초에 있었던 아마존의 프라임데이 행사로 인해 한 달 전보다 0.4% 증가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6월 0.2% 증가보다 더 많이 늘어나는 것이죠. 또 내일부터 홈디포와 타겟, 월마트 등 대형 소매업체들의 실적 발표가 나옵니다. 투자자들은 석 달 전 소매업체들에서 감지된 일부 균열이 더 넓어졌는지 살펴보고 있습니다. 홈디포는 지난 5월 콘퍼런스콜에서 소비자들이 큰 품목을 덜 구매하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홈디포의 실적은 금리 수준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지난 1년간 모기지 금리가 급등해 주택 거래가 줄어들자 매출 성장이 떨어졌습니다. 타겟은 각종 정보통신(IT) 제품과 의류 등 임의 소비재 소비가 뒤처지기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당장 소비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게 아닙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아디트야 바베 이코노미스트는 뱅크오브아메리카 신용카드 데이터를 인용해 "7월 소매판매는 강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 우리는 자동차를 제외한 소매판매, 통제그룹의 소매판매가 각각 0.7%와 0.6% 증가했을 것으로 예측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UBS의 마리클 래서 유통담당 애널리스트는 "문제는 잉여저축의 상당액이 줄어들고 노동 시장이 조금 덜 확실해짐에 따라 하반기와 내년에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하는 것"이라며 "소비자에 대한 압력이 남아 있으므로 소매업체 중 일부는 엇갈린 결과와 신중한 어조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주에는 미국뿐 아니라 중국, 일본의 데이터도 봐야 합니다. 중국에서는 15일 산업생산과 소매판매 등 3가지 주요 데이터가 나오는데요. 7월 산업 생산 활동은 전월 대비 4.3% 증가해 전월보다 상승률이 둔화할 것으로 예상하고요. 소매판매는 3.1%에서 4.0%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또 고정 자산에 대한 투자는 전달과 같은 3.8% 증가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18일에 7월 소비자물가 발표가 있습니다. 근원 CPI가 6월 3.3%에서 7월 3.1%로 둔화한 것으로 시장은 예측합니다. 이 수치가 예상을 깨고 더 올라간다면 일본의 금리가 추가 상승하고, 일본은행은 수익률 곡선 통제(YCC) 정책 수정을 서둘러야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일이 생긴다면 그렇지 않아도 상승 중인 미국 채권 금리를 추가로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운용자산 1억 달러 이상인 투자자들이 2분기 말 기준 운용자산 상황을 적은 13F을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하는 날입니다. '빅숏'의 마이클 버리가 이끄는 사이언은 지난 6월 30일 기준으로 S&P500 지수를 추종하는 SPDR S&P500 ETF(종목명:SPY)에 대한 풋옵션 200만주, 나스닥100지수를 추종하는 인베스코 QQQ 트러스트시리즈1(QQQ)에 대한 풋옵션 200만주를 각각 보유했다고 신고했습니다. 지수 하락에 베팅한 것이죠. 다만 이 공시는 1분기 말 기준입니다. 이미 포지션을 바꿨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