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6일 연속 상승…'잭슨홀 회의' 전환점 되나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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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7일 목요일>
◆미국 주식 : 다우 -0.84%, S&P500 -0.77%, 나스닥 -1.17%
◆미국 채권 : 국채 10년물 4.284%(2.6bp), 2년물 4.936%(-4.4bp)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1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많은 채무자에게 더 큰 부담을 안겨주고 있으며, 월스트리트에서는 주식과 채권 및 주택 시장에 미칠 잠재적 낙진에 대한 걱정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10년물 수익률이 미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보다 여전히 훨씬 낮은 상황이어서 일부 전문가들은 금리가 계속 오를 여지가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금리가 하락할 것이란 예측을 바탕으로 베팅한 투자자들은 그런 베팅을 되돌리도록 강요당할 수 있어서(investors are forced to unwind wagers) 예상치 못한 혼란이 나타날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미 동부시간) '채권 금리가 200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며 차입비용 상승을 압박하고 있다'(Bond Yield Hits Highest Since 2008, Adding Pressure to Borrowing Costs)라는 기사에서 이같이 밝혔습니다.
뉴욕 채권 시장에서 금리는 아침부터 뛰었습니다. 10년물 금리는 일찌감치 연 4.31%를 넘었습니다. 그리고 30년물 수익률은 4.42%까지 치솟았고요.
어제 공개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이 매파적이던 여파가 큽니다. 회의록에는 비둘기파적 내용과 매파적 내용이 함께 있긴 했지만, 투자자들이 가장 주목한 것은 "대부분 참가자는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장기 목표를 훨씬 상회하고 노동시장이 빡빡한 상황에서 상당한(Significant) 인플레이션 상승 위험을 계속해서 확인했으며 이는 통화 정책의 추가 긴축을 필요로 할 수 있다"라는 문구였습니다.
Fed 부의장이었던 리처드 클라리다 핌코 고문은 어제 회의록 공개 직후 "나는 올해 Fed의 파이프라인에 한 번의 추가 금리 인상이 있다는 방향으로 기울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도이치뱅크의 짐 리드 전략가는 "시장은 Fed의 또 다른 금리 인상 전망을 점점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투자자들은 금리가 한동안 더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에 적응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실제 시카고 상품거래소의 Fed 워치 시장을 보면 오는 11월까지 추가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보는 베팅은 여전히 30% 중후반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내년 5월에 첫 금리 인하가 이뤄질 것이란 베팅 확률은 한 달 전 95.8%→일주일 전 87.6%→오늘 72.4%로 계속 떨어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오늘 발표된 경제 데이터도 금리 상승세를 뒷받침했습니다.
▶지난 12일로 끝난 한 주간 신규 실업급여 청구 건수는 전주보다 1만1000건 줄어든 23만9000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월가 추정치 24만 건을 밑도는 것입니다. 직전 주 수치는 24만8000건에서 25만 건으로 수정됐습니다. 오하이오주에서 전체의 10%가 넘는 2만3887건이 청구됐는데, 오하이오주는 최근 지속해서 대량 사기 청구가 적발되고 있는 곳입니다. 일주일 이상 연속으로 청구한 계속 청구 건수는 전주보다 3만2000건 증가한 171만6000건으로 집계됐습니다. 많이 늘어나긴 했지만, 여전히 5월 수준인 180만 건보다 적습니다. ▶콘퍼런스보드가 발표한 7월 경기선행지수는 전월보다 0.4% 하락한 105.8을 기록했습니다. 예상과 같았습니다. 경기선행지수는 16개월 연속으로 하락했는데, 과거 이런 수준에서는 경기 침체가 나타났었습니다. 콘퍼런스보드 측은 "선행지수는 경제 활동이 둔화하고, 향후 수개월 내에 약한 경기 침체가 올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콘퍼런스보드가 예상하는 침체 시기는 계속 늦춰지고 있습니다. 야데니 리서치는 "경기선행지수는 제조업 측면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어서 서비스의 중요성 증가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소비자가 상품에서 서비스로 더 많은 지출을 선회한 2022년 중반 이후 약세를 보여온 이유"라면서 "경기동행지수가 현재 성장 추세를 더 잘 반영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7월 경기동행지수는 전월보다 0.4% 오른 110.5로 집계됐습니다. 0.4% 증가는 2021년 10월 이후 가장 큰 월간 상승 폭입니다. 지난 5개월 중 3개월 동안 올랐는데, 이는 선행지수와 대조적으로 성장이 개선되는 추세라는 걸 시사합니다. ▶필라델피아 연방은행이 발표한 8월 제조업 지수는 전월보다 25.5포인트 급상승한 12.0을 기록했습니다. 컨센서스 -10.0을 훨씬 상회했습니다. 2022년 8월 이후 처음으로 확장 영역(0 이상)에 진입했습니다. 신규수주가 31.9포인트나 급증한 게 큰 요인이었습니다. 다만 지역 지수는 변동성이 워낙 큽니다. 이번 주 발표된 뉴욕 연은의 8월 엠파이어 스테이트 제조업 지수는 -19.0으로 7월 1.1에서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하지만 이들 지수에서 공통되는 점이 발견됐습니다. 지불물가가 반등했다는 것입니다. 엠파이어 지수에서는 지불가격이 16.7에서 25.2로 높아졌고, 필라델피아 지수에서는 11포인트 상승한 20.8을 기록했습니다.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는 "지불가격 상승은 인플레이션 기대가 높아지고 있음을 나타낸다. Fed는 금리 인상은 종료하더라도 더 오랫동안 더 높은 금리를 유지할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ING는 "금리 상승세는 미국 경제의 탄탄함을 반영한다. '노랜딩'(NO landing) 주장까지 다시 나오고 있다. 이런 경제의 힘이 극적으로 기울지 않는 한 10년물 금리는 4.5%에 도달할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단기에 너무 올라서 금리 상승세가 잠시 쉬어갈만 한데, 전 세계 시장을 둘러보면 금리가 오를만한 요인 외에는 찾기가 어렵다. 그래서 자꾸 상승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밤새 일본 재무성이 실시한 20년 만기 국채 입찰에서는 수요가 저조해 일본 국채 금리가 상승했습니다. 응찰률은 2.80배로 작년 9월 이후 최저를 기록했지요. 일본의 금리가 오르면 미 국채 시장의 '큰손'인 일본 투자자들이 미 국채에서 일본 국채로 이동할 인센티브를 얻게 됩니다. ▶중국에서는 부동산 위기가 그림자금융 분야로 번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역외 시장에서 달러-위안(CNH) 환율이 장중 7.3496위안까지 올라 연고점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중국 인민은행은 "위안화의 과도한 조정을 단호히 방지할 것"이라고 밝혔고, 블룸버그는 "중국 당국은 국영은행들에 위안화 변동성 급등을 막기 위해 외환시장 개입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이는 중국이 환 시장 개입을 위해 미 국채를 팔아 달러를 마련할 것이라는 시장 관측을 키웠습니다. ▶영국을 중심으로 한 유럽 금리도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영국의 7월 소비자물가(CPI)는 6.8% 상승해 6월 7.9%에서 크게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에너지와 음식료를 제외한 근원 물가는 6.9% 상승해 전월과 변동이 없었습니다. 물가가 높은 수준인데도 끈적끈적하게 버티는 것이죠. 영국은행은 9월에 25bp를 추가로 올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50bp 인상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영국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오늘 10bp 이상 뛰어 4.75%까지 올라 1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독일 수익률은 2011년 이후 최고치에 근접했습니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오늘 "미국과 유로존에서 2분기에 헤드라인 물가의 디스인플레이션이 속도를 냈음에 불구하고 근원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경직적이며 중앙은행 목표치를 훨씬 상회하고 있다"라면서 "글로벌 회사채 시장에 있어 인플레이션과 금리가 여전히 가장 중요하게 지켜보는 항목"이라고 밝혔습니다. 뉴욕 채권 시장에서 오후 5시께 10년물 수익률은 2.6bp 오른 4.284%에 거래됐습니다. 한때 4.33%까지 올랐습니다. 장기물은 6일 연속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장 막판 상승 폭 일부를 반납했습니다. 2년물은 4.4bp 내린 4.936%를 기록했습니다. 10년물은 오르고, 2년물은 내리면서 채권 수익률 곡선의 역전 폭은 60bp대까지 감소했습니다.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아침에는 0.2~0.4% 수준의 상승세로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금리가 상승세를 유지하자 힘을 잃었습니다. 결국, 다우는 0.84%, S&P500 0.77% 내렸고 나스닥은 1.17%나 하락했습니다. 3대 지수는 3거래일 연속 내림세를 보였고, 다우 지수도 S&P500 지수와 나스닥에 이어 오늘로 50일 이동평균선 밑에서 거래를 마쳤습니다. 애플은 1.46%나 내렸습니다. 이달 들어 11% 내리면서 조정에 들어갔습니다. 메타는 3.13%, 테슬라는 2.83%, 마이크로소프트는 1.10% 떨어지는 등 빅테크 하락 폭이 컸습니다. RBC 자산운용은 "지난 3년 동안 실질 수익률이 비슷하게 상승한 기간을 따져보면 기술주는 약 7%에서 15%까지 후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밝혔습니다. 예상을 넘어선 2분기 실적을 발표한 시스코는 콘퍼런스콜에서 수십 차례 "AI"를 외친 뒤 4% 이상 올랐습니다.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어제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현재 수준의 장기 금리를 정점으로 보지 않는다”라며 10년물 금리 상승이 더 진행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는 ▲ 인플레이션 추세가 과거보다 더 높을 것(아마도 2.5%)이고 ▲미 연방정부의 증가하는 차입 요구를 고려할 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실질 수익률은 1.5~2%가 될 수 있다. ▲투자자가 단기물 대신 장기물을 구매함으로써 얻는 보상인 기간 프리미엄이 통상 0.75~1%포인트였다는 세 가지 포인트를 고려할 때 투자자들은 "10년물에 대해 4.75% 수익률을 예상할 것이며 그건 분명히 더 높아질 수 있다"라고 전망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서머스는 중요한 순간에 중대한 발언을 해온 사람인데, 어제의 인터뷰는 시장 심리에 매우 중요했다. 서머스는 향후 10년간 장기 평균으로 10년물 금리가 4.75%에 갈 수 있다고 했는데 그 말은 아래위로 1%포인트 정도는 더 움직일 수 있다는 뜻이다. 즉 10년물 금리가 5%도 넘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월가에는 장기 금리가 4.3~4.4% 수준이라면 매력적이란 분석이 많습니다. JP모건 자산운용은 "개선된 성장 전망과 Fed의 '오랫동안 높은 금리를 유지하겠다'는 자세가 금리 상승에 이바지했다. △국채 공급 증가 △외국인 투자자의 잠재적 수요 약화 △밸류에이션이 금리에 추가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위험은 수익률 하락에 치우쳐 있다고 본다. 금리는 현 수준에서 안정될 가능성이 크며, 냉각되는 인플레이션 및 경제 성장으로 인해 수익률은 낮아질 것이다. 현재 금리를 고려할 때 투자자들은 4% 이상의 수익률로 듀레이션을 늘리는 게 유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투자자들은 실제 그렇게 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8월 9일까지 지난 한 주 동안 채권 펀드에 69억 달러가 유입되는 등 올해 미국 국채로 유입된 자금이 1270억 달러에 달하는데 이를 연율로 환산하면 2060억 달러로 신기록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미 재무부가 지난 15일 발표한 6월 미 국채 데이터를 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3~6월 모두 2893억 달러 규모의 미 국채를 순매수했습니다. 금리가 높아졌기 때문이겠지요. 문제는 이렇게 채권 수요가 많았는데도, 계속해서 금리가 올랐다는 겁니다. 월가 관계자는 "최근 10년물 금리가 4%가 넘자 뮤추얼펀드에서 채권을 많이 매입했다. 그런데도 계속 금리가 올라 오늘 4.3%를 넘어서면서 이들은 단기에 큰 손실을 보았다. 이렇게 되면 더는 이들 펀드로 자금이 들어오지 않거나 순유출될 수 있고, 이에 따라 이들이 손절매한다면 채권 금리는 더 오를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월가는 이제 오는 24~26일 열리는 잭슨홀 회의를 쳐다보고 있습니다. 회의 주제는 '글로벌 경제에서의 구조적 변화'입니다. 저금리, 저물가에서 고금리, 고물가 시대로의 변화를 말하는 것일까요? 제롬 파월 의장의 발언은 흔들리는 국채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야데니 리서치는 "우리는 파월 의장이 다음주 말 잭슨홀 연설에서 채권 시장을 진정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계속 완화되면 내년에 기준금리를 낮출 것이라고 말함으로써 그렇게 할 수 있다. 그것은 또한 정부의 순이자 비용과 함께 팽창하고 있는 재정 적자에 대한 압력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이것은 우리의 희망 사항일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역사적으로 금리는 잭슨홀 회의를 앞두고 올랐고, 잭슨홀 회의가 지나면 보합세를 유지한 뒤 9월로 들어가면서 추가 상승했다고 밝혔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잭슨홀 회의가 다음주로 다가왔다. Fed는 인플레이션 목표 2%를 다시 강조할 것이며, 인플레이션을 목표로 낮추려면 여전히 할 일이 남았다고 밝힐 것이다. 이는 매파적으로 들릴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파월 의장은 미국 동부 시간으로 25일 아침 10시 5분에 연설을 하는 것으로 확정되었습니다.
이렇게 금리가 오르면 경제 곳곳을 압박하게 될 것입니다. 이번 주 모기지 금리는 2002년 이후 최고인 7.09%까지 올랐습니다. 이는 반등하던 주택 시장에 다시 하향 압력을 넣고 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소비도 영향을 받게 될 것입니다. 오늘 월마트는 월가 콘센서스를 훨씬 웃도는 실적을 공개했습니다. 2분기 매출은 1616억 달러로 예상치 1597억 달러를 웃돌았고, 주당순이익(EPS)은 1.84달러로 예상치 1.70달러를 넘어섰습니다. 휘발유를 제외한 동일 점포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6.4% 늘어나 추정치 4.29%를 넘어섰고, 전자상거래 매출이 24%나 급증했습니다. 월마트 측은 매출 성장이 "식료품 분야의 강력한 시장 점유율 증가"에 힘입었다고 보고했습니다. 월마트는 향후 실적 가이던스도 높였습니다. 이번 회계연도 매출 증가율을 기존 3.5%에서 4.0~4.5%로 높였고, EPS는 기존 6.1~6.2달러에서 6.36~6.46달러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이는 월가 추정치 6.28달러보다 높습니다. 월마트 주가는 장 초반 상승했지만 금세 하락세로 돌아섰습니다. 좋은 실적을 내놓았지만 2.22%나 떨어진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콘퍼런스 콜에서 존 데이비드 레이니 CFO가 "소비자는 여전히 지출하고 있지만, 분별력을 발휘하고 있다. 의류와 가정용품, 스포츠용품 등 임의소비재에서 약해지는 걸 보고 있다. 올해 남은 기간에 경제의 불확실성이 있다"라고 밝힌 탓입니다. 이 멘트의 영향이 컸던 것은 어제 발표된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의 연구 보고서 탓입니다. 샌프란시스코 연은은 "팬데믹 때인 2021년 8월 2조1000억 달러로 정점을 찍었던 소비자들의 잉여저축이 올해 6월 1900억 달러를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라며 "현 추세가 이어진다면 초과저축액은 올해 3분기 고갈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밝혔습니다. 이 보고서도 어제와 오늘 서머스 장관의 발언과 함께 월가에서 가장 많이 회자됐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미국 주식 : 다우 -0.84%, S&P500 -0.77%, 나스닥 -1.17%
◆미국 채권 : 국채 10년물 4.284%(2.6bp), 2년물 4.936%(-4.4bp)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1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많은 채무자에게 더 큰 부담을 안겨주고 있으며, 월스트리트에서는 주식과 채권 및 주택 시장에 미칠 잠재적 낙진에 대한 걱정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10년물 수익률이 미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보다 여전히 훨씬 낮은 상황이어서 일부 전문가들은 금리가 계속 오를 여지가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금리가 하락할 것이란 예측을 바탕으로 베팅한 투자자들은 그런 베팅을 되돌리도록 강요당할 수 있어서(investors are forced to unwind wagers) 예상치 못한 혼란이 나타날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미 동부시간) '채권 금리가 200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며 차입비용 상승을 압박하고 있다'(Bond Yield Hits Highest Since 2008, Adding Pressure to Borrowing Costs)라는 기사에서 이같이 밝혔습니다.
뉴욕 채권 시장에서 금리는 아침부터 뛰었습니다. 10년물 금리는 일찌감치 연 4.31%를 넘었습니다. 그리고 30년물 수익률은 4.42%까지 치솟았고요.
어제 공개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이 매파적이던 여파가 큽니다. 회의록에는 비둘기파적 내용과 매파적 내용이 함께 있긴 했지만, 투자자들이 가장 주목한 것은 "대부분 참가자는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장기 목표를 훨씬 상회하고 노동시장이 빡빡한 상황에서 상당한(Significant) 인플레이션 상승 위험을 계속해서 확인했으며 이는 통화 정책의 추가 긴축을 필요로 할 수 있다"라는 문구였습니다.
Fed 부의장이었던 리처드 클라리다 핌코 고문은 어제 회의록 공개 직후 "나는 올해 Fed의 파이프라인에 한 번의 추가 금리 인상이 있다는 방향으로 기울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도이치뱅크의 짐 리드 전략가는 "시장은 Fed의 또 다른 금리 인상 전망을 점점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투자자들은 금리가 한동안 더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에 적응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실제 시카고 상품거래소의 Fed 워치 시장을 보면 오는 11월까지 추가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보는 베팅은 여전히 30% 중후반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내년 5월에 첫 금리 인하가 이뤄질 것이란 베팅 확률은 한 달 전 95.8%→일주일 전 87.6%→오늘 72.4%로 계속 떨어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오늘 발표된 경제 데이터도 금리 상승세를 뒷받침했습니다.
▶지난 12일로 끝난 한 주간 신규 실업급여 청구 건수는 전주보다 1만1000건 줄어든 23만9000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월가 추정치 24만 건을 밑도는 것입니다. 직전 주 수치는 24만8000건에서 25만 건으로 수정됐습니다. 오하이오주에서 전체의 10%가 넘는 2만3887건이 청구됐는데, 오하이오주는 최근 지속해서 대량 사기 청구가 적발되고 있는 곳입니다. 일주일 이상 연속으로 청구한 계속 청구 건수는 전주보다 3만2000건 증가한 171만6000건으로 집계됐습니다. 많이 늘어나긴 했지만, 여전히 5월 수준인 180만 건보다 적습니다. ▶콘퍼런스보드가 발표한 7월 경기선행지수는 전월보다 0.4% 하락한 105.8을 기록했습니다. 예상과 같았습니다. 경기선행지수는 16개월 연속으로 하락했는데, 과거 이런 수준에서는 경기 침체가 나타났었습니다. 콘퍼런스보드 측은 "선행지수는 경제 활동이 둔화하고, 향후 수개월 내에 약한 경기 침체가 올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콘퍼런스보드가 예상하는 침체 시기는 계속 늦춰지고 있습니다. 야데니 리서치는 "경기선행지수는 제조업 측면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어서 서비스의 중요성 증가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소비자가 상품에서 서비스로 더 많은 지출을 선회한 2022년 중반 이후 약세를 보여온 이유"라면서 "경기동행지수가 현재 성장 추세를 더 잘 반영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7월 경기동행지수는 전월보다 0.4% 오른 110.5로 집계됐습니다. 0.4% 증가는 2021년 10월 이후 가장 큰 월간 상승 폭입니다. 지난 5개월 중 3개월 동안 올랐는데, 이는 선행지수와 대조적으로 성장이 개선되는 추세라는 걸 시사합니다. ▶필라델피아 연방은행이 발표한 8월 제조업 지수는 전월보다 25.5포인트 급상승한 12.0을 기록했습니다. 컨센서스 -10.0을 훨씬 상회했습니다. 2022년 8월 이후 처음으로 확장 영역(0 이상)에 진입했습니다. 신규수주가 31.9포인트나 급증한 게 큰 요인이었습니다. 다만 지역 지수는 변동성이 워낙 큽니다. 이번 주 발표된 뉴욕 연은의 8월 엠파이어 스테이트 제조업 지수는 -19.0으로 7월 1.1에서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하지만 이들 지수에서 공통되는 점이 발견됐습니다. 지불물가가 반등했다는 것입니다. 엠파이어 지수에서는 지불가격이 16.7에서 25.2로 높아졌고, 필라델피아 지수에서는 11포인트 상승한 20.8을 기록했습니다.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는 "지불가격 상승은 인플레이션 기대가 높아지고 있음을 나타낸다. Fed는 금리 인상은 종료하더라도 더 오랫동안 더 높은 금리를 유지할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ING는 "금리 상승세는 미국 경제의 탄탄함을 반영한다. '노랜딩'(NO landing) 주장까지 다시 나오고 있다. 이런 경제의 힘이 극적으로 기울지 않는 한 10년물 금리는 4.5%에 도달할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단기에 너무 올라서 금리 상승세가 잠시 쉬어갈만 한데, 전 세계 시장을 둘러보면 금리가 오를만한 요인 외에는 찾기가 어렵다. 그래서 자꾸 상승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밤새 일본 재무성이 실시한 20년 만기 국채 입찰에서는 수요가 저조해 일본 국채 금리가 상승했습니다. 응찰률은 2.80배로 작년 9월 이후 최저를 기록했지요. 일본의 금리가 오르면 미 국채 시장의 '큰손'인 일본 투자자들이 미 국채에서 일본 국채로 이동할 인센티브를 얻게 됩니다. ▶중국에서는 부동산 위기가 그림자금융 분야로 번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역외 시장에서 달러-위안(CNH) 환율이 장중 7.3496위안까지 올라 연고점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중국 인민은행은 "위안화의 과도한 조정을 단호히 방지할 것"이라고 밝혔고, 블룸버그는 "중국 당국은 국영은행들에 위안화 변동성 급등을 막기 위해 외환시장 개입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이는 중국이 환 시장 개입을 위해 미 국채를 팔아 달러를 마련할 것이라는 시장 관측을 키웠습니다. ▶영국을 중심으로 한 유럽 금리도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영국의 7월 소비자물가(CPI)는 6.8% 상승해 6월 7.9%에서 크게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에너지와 음식료를 제외한 근원 물가는 6.9% 상승해 전월과 변동이 없었습니다. 물가가 높은 수준인데도 끈적끈적하게 버티는 것이죠. 영국은행은 9월에 25bp를 추가로 올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50bp 인상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영국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오늘 10bp 이상 뛰어 4.75%까지 올라 1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독일 수익률은 2011년 이후 최고치에 근접했습니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오늘 "미국과 유로존에서 2분기에 헤드라인 물가의 디스인플레이션이 속도를 냈음에 불구하고 근원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경직적이며 중앙은행 목표치를 훨씬 상회하고 있다"라면서 "글로벌 회사채 시장에 있어 인플레이션과 금리가 여전히 가장 중요하게 지켜보는 항목"이라고 밝혔습니다. 뉴욕 채권 시장에서 오후 5시께 10년물 수익률은 2.6bp 오른 4.284%에 거래됐습니다. 한때 4.33%까지 올랐습니다. 장기물은 6일 연속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장 막판 상승 폭 일부를 반납했습니다. 2년물은 4.4bp 내린 4.936%를 기록했습니다. 10년물은 오르고, 2년물은 내리면서 채권 수익률 곡선의 역전 폭은 60bp대까지 감소했습니다.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아침에는 0.2~0.4% 수준의 상승세로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금리가 상승세를 유지하자 힘을 잃었습니다. 결국, 다우는 0.84%, S&P500 0.77% 내렸고 나스닥은 1.17%나 하락했습니다. 3대 지수는 3거래일 연속 내림세를 보였고, 다우 지수도 S&P500 지수와 나스닥에 이어 오늘로 50일 이동평균선 밑에서 거래를 마쳤습니다. 애플은 1.46%나 내렸습니다. 이달 들어 11% 내리면서 조정에 들어갔습니다. 메타는 3.13%, 테슬라는 2.83%, 마이크로소프트는 1.10% 떨어지는 등 빅테크 하락 폭이 컸습니다. RBC 자산운용은 "지난 3년 동안 실질 수익률이 비슷하게 상승한 기간을 따져보면 기술주는 약 7%에서 15%까지 후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밝혔습니다. 예상을 넘어선 2분기 실적을 발표한 시스코는 콘퍼런스콜에서 수십 차례 "AI"를 외친 뒤 4% 이상 올랐습니다.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어제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현재 수준의 장기 금리를 정점으로 보지 않는다”라며 10년물 금리 상승이 더 진행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는 ▲ 인플레이션 추세가 과거보다 더 높을 것(아마도 2.5%)이고 ▲미 연방정부의 증가하는 차입 요구를 고려할 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실질 수익률은 1.5~2%가 될 수 있다. ▲투자자가 단기물 대신 장기물을 구매함으로써 얻는 보상인 기간 프리미엄이 통상 0.75~1%포인트였다는 세 가지 포인트를 고려할 때 투자자들은 "10년물에 대해 4.75% 수익률을 예상할 것이며 그건 분명히 더 높아질 수 있다"라고 전망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서머스는 중요한 순간에 중대한 발언을 해온 사람인데, 어제의 인터뷰는 시장 심리에 매우 중요했다. 서머스는 향후 10년간 장기 평균으로 10년물 금리가 4.75%에 갈 수 있다고 했는데 그 말은 아래위로 1%포인트 정도는 더 움직일 수 있다는 뜻이다. 즉 10년물 금리가 5%도 넘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월가에는 장기 금리가 4.3~4.4% 수준이라면 매력적이란 분석이 많습니다. JP모건 자산운용은 "개선된 성장 전망과 Fed의 '오랫동안 높은 금리를 유지하겠다'는 자세가 금리 상승에 이바지했다. △국채 공급 증가 △외국인 투자자의 잠재적 수요 약화 △밸류에이션이 금리에 추가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위험은 수익률 하락에 치우쳐 있다고 본다. 금리는 현 수준에서 안정될 가능성이 크며, 냉각되는 인플레이션 및 경제 성장으로 인해 수익률은 낮아질 것이다. 현재 금리를 고려할 때 투자자들은 4% 이상의 수익률로 듀레이션을 늘리는 게 유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투자자들은 실제 그렇게 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8월 9일까지 지난 한 주 동안 채권 펀드에 69억 달러가 유입되는 등 올해 미국 국채로 유입된 자금이 1270억 달러에 달하는데 이를 연율로 환산하면 2060억 달러로 신기록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미 재무부가 지난 15일 발표한 6월 미 국채 데이터를 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3~6월 모두 2893억 달러 규모의 미 국채를 순매수했습니다. 금리가 높아졌기 때문이겠지요. 문제는 이렇게 채권 수요가 많았는데도, 계속해서 금리가 올랐다는 겁니다. 월가 관계자는 "최근 10년물 금리가 4%가 넘자 뮤추얼펀드에서 채권을 많이 매입했다. 그런데도 계속 금리가 올라 오늘 4.3%를 넘어서면서 이들은 단기에 큰 손실을 보았다. 이렇게 되면 더는 이들 펀드로 자금이 들어오지 않거나 순유출될 수 있고, 이에 따라 이들이 손절매한다면 채권 금리는 더 오를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월가는 이제 오는 24~26일 열리는 잭슨홀 회의를 쳐다보고 있습니다. 회의 주제는 '글로벌 경제에서의 구조적 변화'입니다. 저금리, 저물가에서 고금리, 고물가 시대로의 변화를 말하는 것일까요? 제롬 파월 의장의 발언은 흔들리는 국채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야데니 리서치는 "우리는 파월 의장이 다음주 말 잭슨홀 연설에서 채권 시장을 진정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계속 완화되면 내년에 기준금리를 낮출 것이라고 말함으로써 그렇게 할 수 있다. 그것은 또한 정부의 순이자 비용과 함께 팽창하고 있는 재정 적자에 대한 압력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이것은 우리의 희망 사항일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역사적으로 금리는 잭슨홀 회의를 앞두고 올랐고, 잭슨홀 회의가 지나면 보합세를 유지한 뒤 9월로 들어가면서 추가 상승했다고 밝혔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잭슨홀 회의가 다음주로 다가왔다. Fed는 인플레이션 목표 2%를 다시 강조할 것이며, 인플레이션을 목표로 낮추려면 여전히 할 일이 남았다고 밝힐 것이다. 이는 매파적으로 들릴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파월 의장은 미국 동부 시간으로 25일 아침 10시 5분에 연설을 하는 것으로 확정되었습니다.
이렇게 금리가 오르면 경제 곳곳을 압박하게 될 것입니다. 이번 주 모기지 금리는 2002년 이후 최고인 7.09%까지 올랐습니다. 이는 반등하던 주택 시장에 다시 하향 압력을 넣고 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소비도 영향을 받게 될 것입니다. 오늘 월마트는 월가 콘센서스를 훨씬 웃도는 실적을 공개했습니다. 2분기 매출은 1616억 달러로 예상치 1597억 달러를 웃돌았고, 주당순이익(EPS)은 1.84달러로 예상치 1.70달러를 넘어섰습니다. 휘발유를 제외한 동일 점포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6.4% 늘어나 추정치 4.29%를 넘어섰고, 전자상거래 매출이 24%나 급증했습니다. 월마트 측은 매출 성장이 "식료품 분야의 강력한 시장 점유율 증가"에 힘입었다고 보고했습니다. 월마트는 향후 실적 가이던스도 높였습니다. 이번 회계연도 매출 증가율을 기존 3.5%에서 4.0~4.5%로 높였고, EPS는 기존 6.1~6.2달러에서 6.36~6.46달러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이는 월가 추정치 6.28달러보다 높습니다. 월마트 주가는 장 초반 상승했지만 금세 하락세로 돌아섰습니다. 좋은 실적을 내놓았지만 2.22%나 떨어진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콘퍼런스 콜에서 존 데이비드 레이니 CFO가 "소비자는 여전히 지출하고 있지만, 분별력을 발휘하고 있다. 의류와 가정용품, 스포츠용품 등 임의소비재에서 약해지는 걸 보고 있다. 올해 남은 기간에 경제의 불확실성이 있다"라고 밝힌 탓입니다. 이 멘트의 영향이 컸던 것은 어제 발표된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의 연구 보고서 탓입니다. 샌프란시스코 연은은 "팬데믹 때인 2021년 8월 2조1000억 달러로 정점을 찍었던 소비자들의 잉여저축이 올해 6월 1900억 달러를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라며 "현 추세가 이어진다면 초과저축액은 올해 3분기 고갈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밝혔습니다. 이 보고서도 어제와 오늘 서머스 장관의 발언과 함께 월가에서 가장 많이 회자됐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