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폭등 무시한 엔비디아의 질주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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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1일 월요일>
◆미국 주식 : 다우 -0.11%, S&P500 0.69%, 나스닥 1.56%
◆미국 채권 : 국채 10년물 4.344%(9.3bp), 2년물 5.005%(6.9bp)
미 국채 금리의 상승세가 21일(미 동부시간) 이어졌습니다. 꺾이지 않는 미국 경제, 인플레이션이 끈적끈적하게 버틸 수 있다는 불안감과 오랫동안 높은 금리를 유지하겠다(higher for longer)라고 밝히고 있는 미 중앙은행(Fed), 장기물 국채 공급 증가, 일본과 중국 투자자의 미 국채 시장 이탈 가능성 등이 그 원인으로 꼽히는데요.
오늘은 이번 주 금요일 아침 10시 5분에 시작될 잭슨홀 연설에서 미 중앙은행(Fed)의 제롬 파월 의장이 어떤 얘기를 할지 불안감도 작용했습니다. 블룸버그가 지난 14~18일 실시한 최근 MLIV(Markets Live Pulse survey)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 602명 중 3분의 2가 여전히 Fed가 인플레를 관리해야 한다고 답했고, 80% 이상은 파월 의장이 잭슨홀에서 매파적 입장을 강화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특히 'Fed의 비공식 대변인'이라고 불리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닉 티미라오스 기자는 주말 사이 '역사적 저금리 시대가 끝났을 수 있는 이유'(Why the Era of Historically Low Interest Rates Could Be Over)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높아진 생산성과 재정 적자 증가로 인해 중립금리(성장과 물가를 자극하지 않는 수준의 금리)가 높아졌을 수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동안 중립금리 추정치는 2.5%이고, 여기서 인플레이션(목표 2%)을 빼면 실질 중립금리는 0.5%였는데, 최근 Fed 일부 위원들의 추정치가 살금살금 올라가고 있다는 겁니다. 이렇게 중립금리 추정치가 높아졌을 수 있는 이유는 ① 경제성장이 장기 추정치 2%를 훨씬 웃돌고 있다. 이는 현재 기준금리가 그다지 제약적이지 않다는 걸 시사한다 ② 급증하는 미 연방 적자와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투자는 저축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켜 중립금리를 높일 수 있다 ③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면서 그동안 쌓아온 저축을 쓰고 있을 수 있다 ④ 인공지능(AI) 투자를 통한 생산성 향상이 중립금리를 높일 수 있다 등을 들었습니다. 중립금리가 높다면 Fed는 인플레이션을 잡기위해 기존 예상보다 더 금리를 높여야 합니다. 마침 24~26일 열리는 이번 잭슨홀 회의의 주제는 '세계 경제의 구조적 변화'입니다. 회의를 주관하는 캔자스시티 연방은행은 "팬데믹의 영향으로 무역 네트워크가 이동하고 세계 금융 흐름이 반응하면서 미국 및 글로벌 경제 구조에 대한 후유증이 오래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또 팬데믹 관련 정책 대응은 경제가 통화정책의 급격한 변화와 국가 부채의 상당한 증가에 적응함에 따라 지속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회의는 이러한 발전이 향후 10년 동안 성장 및 통화정책의 맥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공유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오늘 금리는 계속 올랐습니다. 사실 WSJ 기사 외에는 별다른 이유는 없었습니다. 밤새 독일에서 발표된 공급자 물가(PPI)는 예상보다 더 많이 떨어졌습니다. 금리 하락 요인이지요. 채권 시장 관계자는 "장기 국채 금리가 4%를 넘으면서 매수에 나섰던 투자자들은 모두 큰 손실을 보았다. 다들 겁을 먹어 뚜렷하게 사겠다는 사람이 사라졌다. 매수 세력이 없다 보니 별 이유 없이 금리가 계속 상승하고 있다. 상황을 지켜보면서 포지션을 줄이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수급이 문제라는 뜻입니다. 블룸버그는 다음주 미 재무부가 20년물 국채와 30년물 인플레이션 연동 국채(TIPS)를 입찰에 부치는데 시장에 긴장감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20년물도 그렇고 TIPS도 인기가 많지 않은 채권이어서 투자자를 유인하려면 더 높은 금리가 필요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DWS 아메리카스의 조지 캐크램번 채권 헤드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아무도 이어지는 국채 발행 열차 앞에 나서고 싶어 하지 않는다. 매파적 Fed, 국채 추가 공급 및 매우 탄력적인 미국 경제 데이터를 앞에 놓고 선행할 큰 이유는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금리가 큰 폭으로 상승하자 월가에서는 채권을 매수할 때란 주장도 많이 나옵니다. JP모건 자산운용의 밥 미셸 최고투자책임자는 이제 자신의 전략은 채권 가격이 하락할 때마다 매수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 경제가 이미 경기 침체에 빠졌거나 곧 경기 침체에 들어갈 때만 볼 수 있을 수준에 해당하는 경제 지표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경기가 둔화하고 침체가 발생한다면 Fed가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시장 금리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논리죠.
시장에서는 잭슨홀 회의가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란 관측도 많습니다. 잭슨홀 회의가 열리고 난 뒤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9월 19~20일) 이전까지 8월 소비자물가(9월 13일)와 8월 고용보고서(9월 1일)가 발표되기 때문입니다. JP모건의 마이클 페롤리 이코노미스트는 "파월 의장이 잭슨홀 회의에서 정책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많은 방향을 제시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아마도 파월이 말할 수 있는 한 가지는 과도한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추는 동안에는 기준금리가 계속해서 제약적일 것이라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찰스 슈왑은 "파월의 잭슨홀 연설에서 메시지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겠지만 아직 해야 할 일이 더 많다고 말할 것이다. 우리는 또 다른 금리 인상을 예상하지 않지만 대신 Fed는 장기간 높은 금리를 유지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내놓을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블룸버그는 2000년 이후 잭슨홀 회의 연설 이후 이어지는 한 주 동안 S&P500 지수는 0.4% 상승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는 통상적으로 그랬다는 얘기입니다. 지난해 파월 의장의 짧은 연설은 S&P500 지수를 3% 넘게 떨어뜨렸습니다. 채권 시장은 잭슨홀 회의와 수급 등을 반영해 종일 불안했습니다. 오후 4시 7분께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9.3bp나 급등한 4.344%에 거래됐습니다. 2007년 11월 이후 최고 수준입니다. 10년물 TIPS 수익률도 2%대를 넘어섰는데, 2009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죠. 2년물은 6.9bp를 상승해 5.005%를 기록했습니다. 지난 7월 6일 이후 처음으로 다시 5%를 넘었습니다. 하지만 오늘 주식 시장은 지난 한 달과는 달랐습니다. 아침에 0.1~0.4%의 상승세로 출발한 주요 지수는 오전에는 채권 시장의 눈치를 보는 듯했습니다. 오전 11시께 다우와 S&P500 지수는 마이너스를 전환되기도 했죠. 하지만 오후 장 들어선 지속해서 랠리 했습니다. 결국, S&P500 지수는 0.69% 올랐고 나스닥은 1.56%나 치솟았습니다. 다우만이 0.11% 하락했습니다. 다우는 하락했지만, 나스닥은 급등했다는 건 기술주만이 치솟았다는 뜻입니다. 오늘 시장의 주인공은 엔비디아, 그리고 테슬라였습니다.
수요일 장 마감 뒤 2분기 실적을 공개하는 엔비디아엔 지난주부터 거의 매일 월가의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HSBC는 오늘 "엔비디아와 AI 공급망에 대한 시장 기대치가 분명히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AI 서버 강세 모멘텀이 계속해서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한다"라며 목표주가를 기존 600달러에서 780달러로 올렸습니다. 지난 금요일 종가(432.99달러)보다 80% 상승 여력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올해 이미 200% 오른 상태인데도 말이죠. 또 BMO는 450달러에서 550달러로, 키뱅크는 550달러에서 620달러로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했습니다. 지난주에는 로젠블랫이 목표주가를 기존 주당 600달러에서 800달러로 상향했죠. 이처럼 현재 10개가 넘는 월가 금융사가 목표주가 500달러 이상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엔비디아는 지난 5월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 2분기 매출 가이던스를 110억 달러로 제시했습니다. 월가 추정치가 71억 달러였는데 말이죠.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월가 콘센서스는 125억 달러에 이릅니다. 일부에선 140억 달러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엔비디아의 매출이 콘센서스보다 낮았던 적은 지난 2년간 딱 한 번밖에 없었습니다.
월가의 기대가 큰 것은 H100 칩의 수요가 공급량의 두 배에 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원래 가격(2만 달러)의 두 배 수준에 팔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수요 초과는 앞으로 몇 분기 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게 월가의 분석입니다. 이런 수요에는 중국계 기업의 사재기도 가세하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가 판매를 틀어막을까 봐 미리 웃돈을 주고 사고 있는 것이죠. 이런 수요는 어느 순간 사라질 수 있습니다. 당장은 아니겠지만 말이죠. 멜리우스 리서치의 밥 레치스 애널리스트는 "수요일 엔비디아의 실적이 올해 모든 어닝시즌에서 가장 중요한 발표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엔비디아가 만약 2분기 140억 달러를 넘는 매출을 내놓는다면 주가가 폭등하면서 다시 한번 AI 붐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금리 상승에 힘을 잃었던 나스닥을 포함한 증시도 다시 살아날 수 있습니다.
실제 오늘 엔비디아가 8.06% 뛰자 그동안 큰 폭의 내림세를 겪었던 빅테크에 다시 매수세가 몰렸습니다. 대표적인 게 6.87% 폭등한 테슬라입니다.
에버코어 ISI의 줄리언 에마뉘엘 전략가는 시장이 힘을 되찾는 방법은 엔비디아 주식이 새로운 행진을 시작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투자자들이 최근 몇 주 동안 도전적인 계절성을 맞아 주식을 매도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엔비디아가 500달러를 향한 결정적 돌파를 하지 못하면 시장에 중립적이거나 부정적인 것으로 간주하며 불확실성을 유지할 것으로 본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미국은 더 높은 금리와 중국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계속 랠리 할 수 있다. 중국의 약해진 데이터가 미국 증시에 변동성을 유발하는 효과는 매우 일시적이었다. 미국은 (중국과 관계없이) 미국 자체가 성장엔진"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렇게 낙관적으로 생각하는 이유로 AI를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AI가 진짜라고 생각한다. AI는 다가오는 미국 경제의 침체를 없애지는 못하지만, 연기시킬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에마뉘엘은 국채 금리 상승이 주가 상승을 막지 못할 것으로 봤습니다. 그는 "국채 금리가 5~6%였던 1990년대에도 주식으로 돈을 벌 수 있었고 앞으로 24개월 동안 같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제러미 시걸 와튼스쿨 교수도 비슷한 생각입니다. 시걸 교수는 마켓워치 인터뷰에서 "역사적으로 주식의 장기 이익은 수익률이 오늘날보다 훨씬 높았던 동안에도 채권의 이익을 훨씬 앞질렀다"라면서 "확실히 채권과 주식 간의 수익률 격차는 몇 년 전보다 좁혀졌지만, 여전히 주식을 갖는 데 결정적 이점이 있다. 더 높은 생산성과 금리가 미국 경제의 영구적 특성이 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채권 대비 주식의 전망은 더 매력적이 되고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금리 2%짜리 10년물 TIPS를 사면 투자한 돈이 두 배가 되는 데 36년이 걸리지만, 주가수익비율(P/E) 20배인 S&P500 지수를 사면 이는 실물자산을 보유하면서 5% 수익률을 얻는 것이고 이는 14년 만에 투자금이 두 배가 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이길 두 가지 자산은 부동산과 주식이다. 둘 다 실물자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두 자산 모두 호의적으로 보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헤지펀드 익스포져, 외국인 투자자 수요, 자금흐름 등 9개 시장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드는 골드만삭스의 증시 심리 지표는 작년 12월 이후 꾸준히 상승해왔는데, 지난주 하락했습니다. 이에 대해 데이비드 코스틴 전략가는 "시장 환경이 계속 개선될 경우 조정은 단기적일 것이며, 헤지펀드와 뮤추얼펀드, 개인투자자들 모두 강세 베팅을 늘릴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오늘은 이런 희망적 내러티브가 뉴욕 증시를 지배했습니다. 상승하는 금리에도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강하게 반등하는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엔비디아에 대한 강한 매수세가 나타났지만, 이는 헤지펀드들이 실적 발표를 앞두고 단기 베팅에 나선 때문일 수도 있다. 실적이 예상보다 훨씬 좋게 나오지 않으면 '뉴스에 팔아라' 이벤트가 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또 "나스닥의 오늘 반등은 지난 3주간 하락했던 걸 감안하면 가능성이 컸던 일이다. 하지만 금리가 계속 오르는 한 반등이 이어지리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라고 덧붙였습니다. UBS 트레이딩 데스크는 "오늘 메가테크 강세에도 불구하고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외하고) 계속 빠져나가는 자금흐름을 보고 있다. 이들 주식이 전반적으로 비싸다고 걱정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수요일 실적이 예상보다 훨씬 좋을 것이란 기대에 큰 폭으로 올랐다. 포지션은 최대한 매수로 기울어져 있고 아직 투자자들이 이를 줄이는 걸 보지 못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야데니 리서치의 조 페시바흐 전략가는 "트레이딩 관점에서 반등은 언제든 가능하지만 계속해서 신중할 것이다. 저는 많은 개별 주식 차트에 감격하지 않으며 증시에 대한 비관론이 막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는 확실히 더 증가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중국 인민은행은 오늘 기준금리에 해당하는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연 3.55%에서 3.45%로 10bp 인하했습니다. 시장은 15bp 인하를 기대했지만 이보다 덜 내린 것이죠. 5년 만기 대출우대금리는 내리지도 않았습니다. 인민은행의 조치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중국 증시는 1% 이상 하락했습니다. 월가에서는 돈에 대한 수요가 없는 상황에서 통화정책보다는 재정 정책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중국 경제가 더 어려워지면 (시간은 걸리겠지만) 중국 정부가 대규모 부양책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래서 오늘 미국 증시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미국 주식 : 다우 -0.11%, S&P500 0.69%, 나스닥 1.56%
◆미국 채권 : 국채 10년물 4.344%(9.3bp), 2년물 5.005%(6.9bp)
미 국채 금리의 상승세가 21일(미 동부시간) 이어졌습니다. 꺾이지 않는 미국 경제, 인플레이션이 끈적끈적하게 버틸 수 있다는 불안감과 오랫동안 높은 금리를 유지하겠다(higher for longer)라고 밝히고 있는 미 중앙은행(Fed), 장기물 국채 공급 증가, 일본과 중국 투자자의 미 국채 시장 이탈 가능성 등이 그 원인으로 꼽히는데요.
오늘은 이번 주 금요일 아침 10시 5분에 시작될 잭슨홀 연설에서 미 중앙은행(Fed)의 제롬 파월 의장이 어떤 얘기를 할지 불안감도 작용했습니다. 블룸버그가 지난 14~18일 실시한 최근 MLIV(Markets Live Pulse survey)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 602명 중 3분의 2가 여전히 Fed가 인플레를 관리해야 한다고 답했고, 80% 이상은 파월 의장이 잭슨홀에서 매파적 입장을 강화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특히 'Fed의 비공식 대변인'이라고 불리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닉 티미라오스 기자는 주말 사이 '역사적 저금리 시대가 끝났을 수 있는 이유'(Why the Era of Historically Low Interest Rates Could Be Over)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높아진 생산성과 재정 적자 증가로 인해 중립금리(성장과 물가를 자극하지 않는 수준의 금리)가 높아졌을 수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동안 중립금리 추정치는 2.5%이고, 여기서 인플레이션(목표 2%)을 빼면 실질 중립금리는 0.5%였는데, 최근 Fed 일부 위원들의 추정치가 살금살금 올라가고 있다는 겁니다. 이렇게 중립금리 추정치가 높아졌을 수 있는 이유는 ① 경제성장이 장기 추정치 2%를 훨씬 웃돌고 있다. 이는 현재 기준금리가 그다지 제약적이지 않다는 걸 시사한다 ② 급증하는 미 연방 적자와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투자는 저축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켜 중립금리를 높일 수 있다 ③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면서 그동안 쌓아온 저축을 쓰고 있을 수 있다 ④ 인공지능(AI) 투자를 통한 생산성 향상이 중립금리를 높일 수 있다 등을 들었습니다. 중립금리가 높다면 Fed는 인플레이션을 잡기위해 기존 예상보다 더 금리를 높여야 합니다. 마침 24~26일 열리는 이번 잭슨홀 회의의 주제는 '세계 경제의 구조적 변화'입니다. 회의를 주관하는 캔자스시티 연방은행은 "팬데믹의 영향으로 무역 네트워크가 이동하고 세계 금융 흐름이 반응하면서 미국 및 글로벌 경제 구조에 대한 후유증이 오래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또 팬데믹 관련 정책 대응은 경제가 통화정책의 급격한 변화와 국가 부채의 상당한 증가에 적응함에 따라 지속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회의는 이러한 발전이 향후 10년 동안 성장 및 통화정책의 맥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공유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오늘 금리는 계속 올랐습니다. 사실 WSJ 기사 외에는 별다른 이유는 없었습니다. 밤새 독일에서 발표된 공급자 물가(PPI)는 예상보다 더 많이 떨어졌습니다. 금리 하락 요인이지요. 채권 시장 관계자는 "장기 국채 금리가 4%를 넘으면서 매수에 나섰던 투자자들은 모두 큰 손실을 보았다. 다들 겁을 먹어 뚜렷하게 사겠다는 사람이 사라졌다. 매수 세력이 없다 보니 별 이유 없이 금리가 계속 상승하고 있다. 상황을 지켜보면서 포지션을 줄이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수급이 문제라는 뜻입니다. 블룸버그는 다음주 미 재무부가 20년물 국채와 30년물 인플레이션 연동 국채(TIPS)를 입찰에 부치는데 시장에 긴장감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20년물도 그렇고 TIPS도 인기가 많지 않은 채권이어서 투자자를 유인하려면 더 높은 금리가 필요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DWS 아메리카스의 조지 캐크램번 채권 헤드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아무도 이어지는 국채 발행 열차 앞에 나서고 싶어 하지 않는다. 매파적 Fed, 국채 추가 공급 및 매우 탄력적인 미국 경제 데이터를 앞에 놓고 선행할 큰 이유는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금리가 큰 폭으로 상승하자 월가에서는 채권을 매수할 때란 주장도 많이 나옵니다. JP모건 자산운용의 밥 미셸 최고투자책임자는 이제 자신의 전략은 채권 가격이 하락할 때마다 매수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 경제가 이미 경기 침체에 빠졌거나 곧 경기 침체에 들어갈 때만 볼 수 있을 수준에 해당하는 경제 지표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경기가 둔화하고 침체가 발생한다면 Fed가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시장 금리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논리죠.
시장에서는 잭슨홀 회의가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란 관측도 많습니다. 잭슨홀 회의가 열리고 난 뒤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9월 19~20일) 이전까지 8월 소비자물가(9월 13일)와 8월 고용보고서(9월 1일)가 발표되기 때문입니다. JP모건의 마이클 페롤리 이코노미스트는 "파월 의장이 잭슨홀 회의에서 정책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많은 방향을 제시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아마도 파월이 말할 수 있는 한 가지는 과도한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추는 동안에는 기준금리가 계속해서 제약적일 것이라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찰스 슈왑은 "파월의 잭슨홀 연설에서 메시지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겠지만 아직 해야 할 일이 더 많다고 말할 것이다. 우리는 또 다른 금리 인상을 예상하지 않지만 대신 Fed는 장기간 높은 금리를 유지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내놓을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블룸버그는 2000년 이후 잭슨홀 회의 연설 이후 이어지는 한 주 동안 S&P500 지수는 0.4% 상승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는 통상적으로 그랬다는 얘기입니다. 지난해 파월 의장의 짧은 연설은 S&P500 지수를 3% 넘게 떨어뜨렸습니다. 채권 시장은 잭슨홀 회의와 수급 등을 반영해 종일 불안했습니다. 오후 4시 7분께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9.3bp나 급등한 4.344%에 거래됐습니다. 2007년 11월 이후 최고 수준입니다. 10년물 TIPS 수익률도 2%대를 넘어섰는데, 2009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죠. 2년물은 6.9bp를 상승해 5.005%를 기록했습니다. 지난 7월 6일 이후 처음으로 다시 5%를 넘었습니다. 하지만 오늘 주식 시장은 지난 한 달과는 달랐습니다. 아침에 0.1~0.4%의 상승세로 출발한 주요 지수는 오전에는 채권 시장의 눈치를 보는 듯했습니다. 오전 11시께 다우와 S&P500 지수는 마이너스를 전환되기도 했죠. 하지만 오후 장 들어선 지속해서 랠리 했습니다. 결국, S&P500 지수는 0.69% 올랐고 나스닥은 1.56%나 치솟았습니다. 다우만이 0.11% 하락했습니다. 다우는 하락했지만, 나스닥은 급등했다는 건 기술주만이 치솟았다는 뜻입니다. 오늘 시장의 주인공은 엔비디아, 그리고 테슬라였습니다.
수요일 장 마감 뒤 2분기 실적을 공개하는 엔비디아엔 지난주부터 거의 매일 월가의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HSBC는 오늘 "엔비디아와 AI 공급망에 대한 시장 기대치가 분명히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AI 서버 강세 모멘텀이 계속해서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한다"라며 목표주가를 기존 600달러에서 780달러로 올렸습니다. 지난 금요일 종가(432.99달러)보다 80% 상승 여력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올해 이미 200% 오른 상태인데도 말이죠. 또 BMO는 450달러에서 550달러로, 키뱅크는 550달러에서 620달러로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했습니다. 지난주에는 로젠블랫이 목표주가를 기존 주당 600달러에서 800달러로 상향했죠. 이처럼 현재 10개가 넘는 월가 금융사가 목표주가 500달러 이상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엔비디아는 지난 5월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 2분기 매출 가이던스를 110억 달러로 제시했습니다. 월가 추정치가 71억 달러였는데 말이죠.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월가 콘센서스는 125억 달러에 이릅니다. 일부에선 140억 달러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엔비디아의 매출이 콘센서스보다 낮았던 적은 지난 2년간 딱 한 번밖에 없었습니다.
월가의 기대가 큰 것은 H100 칩의 수요가 공급량의 두 배에 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원래 가격(2만 달러)의 두 배 수준에 팔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수요 초과는 앞으로 몇 분기 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게 월가의 분석입니다. 이런 수요에는 중국계 기업의 사재기도 가세하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가 판매를 틀어막을까 봐 미리 웃돈을 주고 사고 있는 것이죠. 이런 수요는 어느 순간 사라질 수 있습니다. 당장은 아니겠지만 말이죠. 멜리우스 리서치의 밥 레치스 애널리스트는 "수요일 엔비디아의 실적이 올해 모든 어닝시즌에서 가장 중요한 발표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엔비디아가 만약 2분기 140억 달러를 넘는 매출을 내놓는다면 주가가 폭등하면서 다시 한번 AI 붐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금리 상승에 힘을 잃었던 나스닥을 포함한 증시도 다시 살아날 수 있습니다.
실제 오늘 엔비디아가 8.06% 뛰자 그동안 큰 폭의 내림세를 겪었던 빅테크에 다시 매수세가 몰렸습니다. 대표적인 게 6.87% 폭등한 테슬라입니다.
에버코어 ISI의 줄리언 에마뉘엘 전략가는 시장이 힘을 되찾는 방법은 엔비디아 주식이 새로운 행진을 시작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투자자들이 최근 몇 주 동안 도전적인 계절성을 맞아 주식을 매도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엔비디아가 500달러를 향한 결정적 돌파를 하지 못하면 시장에 중립적이거나 부정적인 것으로 간주하며 불확실성을 유지할 것으로 본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미국은 더 높은 금리와 중국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계속 랠리 할 수 있다. 중국의 약해진 데이터가 미국 증시에 변동성을 유발하는 효과는 매우 일시적이었다. 미국은 (중국과 관계없이) 미국 자체가 성장엔진"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렇게 낙관적으로 생각하는 이유로 AI를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AI가 진짜라고 생각한다. AI는 다가오는 미국 경제의 침체를 없애지는 못하지만, 연기시킬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에마뉘엘은 국채 금리 상승이 주가 상승을 막지 못할 것으로 봤습니다. 그는 "국채 금리가 5~6%였던 1990년대에도 주식으로 돈을 벌 수 있었고 앞으로 24개월 동안 같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제러미 시걸 와튼스쿨 교수도 비슷한 생각입니다. 시걸 교수는 마켓워치 인터뷰에서 "역사적으로 주식의 장기 이익은 수익률이 오늘날보다 훨씬 높았던 동안에도 채권의 이익을 훨씬 앞질렀다"라면서 "확실히 채권과 주식 간의 수익률 격차는 몇 년 전보다 좁혀졌지만, 여전히 주식을 갖는 데 결정적 이점이 있다. 더 높은 생산성과 금리가 미국 경제의 영구적 특성이 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채권 대비 주식의 전망은 더 매력적이 되고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금리 2%짜리 10년물 TIPS를 사면 투자한 돈이 두 배가 되는 데 36년이 걸리지만, 주가수익비율(P/E) 20배인 S&P500 지수를 사면 이는 실물자산을 보유하면서 5% 수익률을 얻는 것이고 이는 14년 만에 투자금이 두 배가 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이길 두 가지 자산은 부동산과 주식이다. 둘 다 실물자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두 자산 모두 호의적으로 보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헤지펀드 익스포져, 외국인 투자자 수요, 자금흐름 등 9개 시장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드는 골드만삭스의 증시 심리 지표는 작년 12월 이후 꾸준히 상승해왔는데, 지난주 하락했습니다. 이에 대해 데이비드 코스틴 전략가는 "시장 환경이 계속 개선될 경우 조정은 단기적일 것이며, 헤지펀드와 뮤추얼펀드, 개인투자자들 모두 강세 베팅을 늘릴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오늘은 이런 희망적 내러티브가 뉴욕 증시를 지배했습니다. 상승하는 금리에도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강하게 반등하는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엔비디아에 대한 강한 매수세가 나타났지만, 이는 헤지펀드들이 실적 발표를 앞두고 단기 베팅에 나선 때문일 수도 있다. 실적이 예상보다 훨씬 좋게 나오지 않으면 '뉴스에 팔아라' 이벤트가 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또 "나스닥의 오늘 반등은 지난 3주간 하락했던 걸 감안하면 가능성이 컸던 일이다. 하지만 금리가 계속 오르는 한 반등이 이어지리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라고 덧붙였습니다. UBS 트레이딩 데스크는 "오늘 메가테크 강세에도 불구하고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외하고) 계속 빠져나가는 자금흐름을 보고 있다. 이들 주식이 전반적으로 비싸다고 걱정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수요일 실적이 예상보다 훨씬 좋을 것이란 기대에 큰 폭으로 올랐다. 포지션은 최대한 매수로 기울어져 있고 아직 투자자들이 이를 줄이는 걸 보지 못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야데니 리서치의 조 페시바흐 전략가는 "트레이딩 관점에서 반등은 언제든 가능하지만 계속해서 신중할 것이다. 저는 많은 개별 주식 차트에 감격하지 않으며 증시에 대한 비관론이 막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는 확실히 더 증가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중국 인민은행은 오늘 기준금리에 해당하는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연 3.55%에서 3.45%로 10bp 인하했습니다. 시장은 15bp 인하를 기대했지만 이보다 덜 내린 것이죠. 5년 만기 대출우대금리는 내리지도 않았습니다. 인민은행의 조치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중국 증시는 1% 이상 하락했습니다. 월가에서는 돈에 대한 수요가 없는 상황에서 통화정책보다는 재정 정책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중국 경제가 더 어려워지면 (시간은 걸리겠지만) 중국 정부가 대규모 부양책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래서 오늘 미국 증시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