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미친' 실적 발표…톰리 "잭슨홀, 랠리 시작"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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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3일 수요일>
◆미국 주식 : 다우 0.54%, S&P500 1.10%, 나스닥 1.59%
◆미국 채권 : 국채 10년물 4.194%(-13.2bp), 2년물 4.973%(-6.4bp)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일인 22일(미 동부시간) 아침 미국 증시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오늘은 S&P 글로벌에서 8월 세계 각국의 구매관리자지수(PMI)를 발표하는 날인데요. 특히 유로존 PMI가 좋지 않게 나타났습니다.
8월 유로존 합성 구매관리자지수(PMI) 예비치는 47.0으로 예상치(48.8)와 전월 치(48.6)를 모두 밑돌았습니다. 33개월 만에 최저치입니다. 제조업 PMI는 43.7로 예상(43.0)과 7월(42.7) 수치를 소폭 웃돌았지만, 여전히 상당한 위축 국면(50 미만)임을 보여줬습니다. 서비스업 PMI는 7월 50.9에서 8월 48.3으로 하락해 위축 국면에 진입했습니다. 시장 예상치 50.5에 크게 미치지 못했습니다. S&P 글로벌은 "유로존의 기업활동 위축 속도가 더 가팔라졌으며, 부진이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퍼졌다. 유로존 경제는 8월에 더 깊은 하락세로 접어들었고 3분기 GDP는 0.2% 감소할 가능성이 커졌다"라고 분석했습니다. 독일 프랑스 영국 등 각국에서 나온 지수도 나빴습니다. 특히 유로존 최대 경제국인 독일에서 가장 가파른 내림세가 나타났습니다. 제조업 PMI는 39.1로 6월 38.8보다 높아졌지만 굉장한 위축이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줬고 서비스업은 7월 52.3에서 47.3으로 대폭 하락해 위축 국면에 빠졌습니다. 이 둘을 더한 합성 PMI 44.7은 팬데믹 초기인 2020년 5월 이후(팬데믹 때를 빼면 2009년 6월 이후) 최악의 수준입니다. ING는 "유로존 PMI 데이터에는 좋아할 만한 것이 거의 없다. 한동안 유지되던 서비스 활동도 위축되고 있으며, 침체한 경제의 추가적 하방 위험을 확인시켜 줬다. 그런데도 임금 상승 압력 증가로 인해 인플레이션 우려는 끝나지 않았다. 이는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우리 예상을 뒷받침한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오안다는 "PMI가 얼마나 끔찍했는지를 고려할 때 인플레이션이 크게 떨어지지 않은 것은 놀라운 일이다. 유로존은 여전히 높은 인플레이션과 싸우고 있으며 중국의 경제 부진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서비스 PMI가 좋지 않게 나온 뒤 일부 트레이더들은 ECB가 9월 긴축을 멈출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런 우울한 데이터에 유로존의 국채 금리는 10bp 안팎 떨어졌습니다. 이는 미국 국채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유로존 PMI 발표 직후부터 5~8bp 하락했습니다.
미국에서 나온 데이터들도 오늘 금리 하락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S&P 글로벌이 발표한 미국의 PMI도 좋지 않았습니다. 제조업 PMI는 47.0으로 전달이나 예상치 49.0보다 낮게 나왔습니다. 서비스업도 51.0에 그쳐 전달 52.3, 예상치 52.2보다 떨어졌습니다. 제조업 경기는 위축 국면에 머물렀고 서비스 업황은 6개월 만에 가장 부진한 것으로 드러난 것입니다. S&P 글로벌의 크리스 윌리엄스 이코노미스트는 "8월 기업활동이 거의 정체되면서 3분기 성장 강세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기업들은 높은 물가와 상승하는 금리에 직면해 수요가 점점 더 무기력해 보인다고 밝히고 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모기지은행협회(MBA)가 공개한 지난주 모기지 신청 건수는 거의 30년 만에 최저로 떨어졌습니다. 모기지 신청 지수는 전주보다 5% 하락해 142를 기록했습니다. 1995년 이후 최저치입니다. 금리가 치솟다 보니 신청 건수가 많이 감소한 것이죠. 이번 주 30년 고정 모기지 금리는 전주보다 15bp 오른 7.31%에 달하고 있습니다. 2000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것이죠. ▶7월 신규주택 판매 수치는 전달보다 4.4% 증가한 연율 71만4000채로 집계됐습니다. 월가 예상치 1.0% 증가를 웃돌았습니다. 모기지 금리가 치솟자 주택 소유자들이 매물을 내놓지 않고 있어서 기존주택 판매는 감소(7월 2.2% 감소)하고 있지만, 신규주택으로 수요가 몰리고 있는 것이죠. 주택 건축업체는 자체적으로 시장보다 낮은 금리의 모기지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는 "모기지 금리의 지속적 상승은 신규주택 및 기존주택 판매 모두를 더 압박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노동통계청(BLS)은 오늘 올해 3월을 기준으로 모든 고용주의 실업급여(UI) 납부 기록을 기준으로 비농업 신규고용을 다시 계산한 결과, 발표한 것보다 30만6000개 일자리가 덜 증가한 것으로 추정됐다고 발표했습니다. 다만 이는 매년 연례적으로 발생하는 일이고, 월가 예상 50만 개 감소보다는 적었습니다. RSM은 "30만 개 일자리는 전체 고용의 0.2%에 불과하다. 이는 큰 변화로 보이지 않으며, 올해 상반기 노동시장이 탄탄했다는 우리 견해를 바꾸지 않을 것이다. 어쨌든 하향 수정은 노동시장이 예상보다 덜 뜨거웠기 때문에 Fed가 더 금리를 인상해서는 안 된다는 우리 주장을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신발 유통업체 풋락커는 개장 전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9.9% 감소했다고 보고한 뒤 28.28% 폭락했습니다. 이 회사는 올해 매출이 8~9% 하락할 것 같다고 보고했습니다. 기존 가이던스 -6.5~-8%를 하향 수정한 것이죠. 주당순이익 전망치도 기존 2~2.25달러에서 1.3~1.5달러로 대폭 낮췄습니다. 메리 딜런 최고경영자(CEO)는 ”7월에 판매 추세가 둔화되는 것을 보았고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를 반영해 2023년 가이던스를 조정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주 실적을 발표한 메이시스, 콜스, 딕스 스포팅 굿스 등은 모두 암울한 전망을 하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비자 저축이 고갈되고 있으며 유통업체들도 흔들리고 있다. 최근 유통 실적 발표에서 나타난 골칫거리는 소비자 건강이 눈에 띄게 악화하고 있고, 수백만 명의 미국인이 학자금 대출 상환을 재개하는 올해 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우려했던 미 국채 20년물 입찰(160억 달러)도 금리 하향 안정세에 도움을 줬습니다. 응찰률은 2.56배로 지난 6번 평균 2.64배보다는 낮았고 발행 금리는 4.499%로 발행 당시의 시장 금리(WI) 4.490%보다 0.9bp 높게 형성됐습니다. 이는 예상했던 것보다는 괜찮은 결과입니다. 이런 요인들은 국채 금리를 더 끌어내렸습니다. 국채 금리가 급락하자 숏스퀴즈까지 나타났습니다. 추가 금리 상승을 노리고 헤지펀드 등 국채(선물)를 공매도해온 투자자들이 손실을 줄이기 위해 다시 국채를 사서 갚는 것을 말합니다. 오후 4시 40분께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전날보다 13.2bp 떨어져서 4.194%를 기록했습니다. 월요일 4.339%를 기록한 후 이틀 연속 하락했습니다. 2년물은 6.4bp 내린 4.973%에 거래됐습니다. 최근 금리 상승이 과했을 수 있고, 이는 Fed를 안심하게 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습니다. 잭슨홀 연설을 통해 시장을 놀라게 할 매파적 메시지를 내놓을 이유는 없다는 겁니다. JP모건의 트레이딩 데스크에서는 오늘 아침 "국채 수익률이 너무 뛰었을 가능성이 있다. 금요일 잭슨홀 회의는 단기 랠리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 중국을 둘러싼 시장 혼란을 고려할 때 제롬 파월 의장 등 Fed 지도부는 최근 수익률 급등을 그들의 책무(긴축)를 도와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예상보다 비둘기파적일 수 있다는 예상이죠. 에버코어 ISI도 "최근 금리 급등으로 모기지와 기업 대출 금리가 상승했다. 이는 주가 하락에 이바지했으며 달러에 상승 압력을 가했다. Fed는 9월을 포함해 향후 몇 개월 동안 금리를 결정할 때 이런 금융여건의 긴축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런 긴축은 25bp를 추가로 올려야 한다는 압력을 낮출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의 Fed워치 시장에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금리를 동결할 확률은 89%까지 높아졌습니다. 게다가 클리블랜드 연방은행은 '최근 임금 상승률 증가는 인플레이션 상승의 영향을 크게 반영하며 노동시장의 불균형을 반영하지 않음을 발견했다. 우리 모델은 2025년까지 임금 상승률이 연 3%로 둔화할 것으로 예측한다'라는 내용의 연구 보고서를 내놓았습니다. 파월 의장은 그동안 노동시장 불균형으로 인해 임금이 지속해서 상승하면서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릴 것을 걱정해왔습니다. 연구를 믿는다면 추가로 금리를 올리거나 매파적으로 나설 이유가 없습니다. 펀드스트랫의 톰리 설립자는 "오늘부터 주식을 사겠다. 2003년 이후 잭슨홀 회의 이전 2주 동안 주가가 하락한 사례가 7번 있었는데, 이 중 6번은 이후 주가가 상승했다"라고 밝혔습니다. 회의 이후 일주일 동안은 평균 0.5%, 한 달간 평균 0.5%, 두 달간 평균 2.7% 상승했습니다. 리 설립자는 "1번의 예외는 작년으로 연설 이후 한 주간 S&P500 지수가 7% 하락했었다. 작년의 파월 의장의 연설은 매우 매파적이었다. 하지만 지금 인플레이션 압력은 더 빨리 줄어드는 등 1년 전과 상황이 다르다. 고용 증가는 둔화하고 중고차 가격은 지금보다 30% 더 하락할 것 같다. 게다가 주식은 높은 금리에서 벗어나려는 초기 신호를 보인다. 이것이 금리가 하락 전환할 것이란 징후를 감지한 것이라면 시장의 전환점은 다음주나 그 다음주에 발생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잭슨홀 회의에 대한 기대까지 겹쳐지면서 금리가 하락하자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0.1~0.3% 상승세로 출발했습니다. 숏스퀴즈 등으로 금리 내림 폭이 커지자 주가는 상승 폭을 확대했습니다.
엔비디아의 실적에 대한 희망도 다시 살아나 시장을 부양했습니다. 장 마감 뒤 실적 발표를 앞두고 엔비디아의 주가는 정규장에서 3.17% 올랐습니다. 결국, 다우는 0.54%, S&P500 지수는 1.10% 올랐습니다. 나스닥은 1.59%나 뛰었습니다.
그리고 오후 4시 20분 엔비디아의 실적이 발표됐습니다.
▶조정 주당순이익(EPS) : 2.70달러 vs 예상 2.07달러
▶매출 : 135억1000만 달러 vs 예상 110억4000만 달러
▶조정 총마진 : 71.2% vs 예상 70.1%
▶게임 매출 24억9000만 달러 vs 예상 23억8000만 달러
▶데이터센터 매출 103억2000만 달러 vs 79억8000만 달러
▶3분기 매출 가이던스 160억 달러±2% vs 125억 달러
▶자사주 250억 달러 규모 추가 매입 엔비디아의 2분기(5~7월) 실적은 그야말로 완벽했습니다. 매출이 135억 달러로 예상을 크게 넘었을 뿐 아니라 작년 동기(67억 달러)의 두 배에 달했습니다. 주당순이익도 예상보다 30%나 많은 2.7달러로 발표됐습니다. 젠슨 황 CEO는 "새로운 컴퓨팅 시대가 시작되었다. 전 세계 기업들은 범용에서 가속 컴퓨팅 및 생성 AI로 전환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월가는 엔비디아의 실적을 기다리면서 특히 두 가지를 주목했습니다. AI 수혜를 입는 분야인 데이터센터의 매출, 그리고 3분기 매출 가이던스입니다.
월가는 데이터센터 매출을 전분기보다 80% 이상 증가한 80억 달러 수준으로 봤습니다. 그런데 이게 103억 달러가 나왔습니다. 1년 전(38억1000만 달러)과 비교하면 171% 증가한 것입니다. 진 먼스터 딥워터 매니지먼트 분석가는 "데이터센터 매출이 90억 달러에 가까워지면 AI에 대한 낙관론이 이어질 것이고 더 넓은 기술주가 랠리를 펼칠 것"이라고 예상했었습니다. 그런데 그것보다 훨씬 더 좋은 성적이 나온 것이죠.
3분기 매출 가이던스는 160억 달러로 제시됐습니다. 시장 예상치 125억 달러를 30% 가까이 상회하는 것입니다. 지속해서 AI 관련 매출 증가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한 것입니다. 이 수치가 달성된다면 엔비디아의 분기 매출 신기록이 될 것이며, 작년 동기의 두 배 이상이 될 것입니다.
시간 외 거래에서 주가는 8% 안팎 오르고 있습니다. 사상 처음 510달러대까지 치솟았습니다. 지난 5월 엔비디아는 2분기 매출이 110억 달러로 당시 월가가 예상했던 것보다 거의 40억 달러 더 많을 것으로 예상했죠. 그리고 다음 날 주가는 24% 상승했었습니다. 내일 시장에서도 그런 일이 발생할까요? 올해 엔비디아의 주가는 이미 3배 이상 뛴 상황입니다. 엔비디아의 실적은 AI에 노출된 마이크로소프트와 알파벳, 메타 등의 주가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입니다. 웨드 부시의 댄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는 “우리는 엔비디아의 2분기 실적과 가이던스가 현재 지평선에 있는 AI 투자 붐의 파도를 가리키는 기술 부문의 역사적 순간으로 본다.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디지털 미디어, 빅테크 등은 이번 AI 투자 붐의 주요 수혜자가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엔비디아에 대한 경계론도 나오고 있습니다. 삭소 뱅크는 "엔비디아에 대한 장기 전망은 의심할 여지 없이 긍정적이지만 단기적인 위험은 있다"며 네 가지를 지적했습니다.
① 빅테크 기술 회사의 사내 GPU 설계
=애플이 아이폰을 위한 자체 AP인 M1칩을 만든 것처럼 다른 기술 회사도 AI 칩을 자체 설계할 수 있다. 구글은 이미 그러한 노력을 하고 있으며 테슬라는 자율주행차를 위한 자체 AI 칩도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② 대규모 언어 모델(LLM)에 대한 흥분은 곧 사라질 수 있다
=데이터는 이미 챗GPT의 사용자 수가 감소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또 오픈AI가 챗GPT를 실행하는 데는 비용이 많이 든다. 많은 기업이 LLM을 통한 기본 모델 머신러닝을 끝내면 더 많은 AI 칩에 대한 필요성이 미지근해질 수 있다.
③ 공급망 문제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2024년 말까지 공급 병목 현상이 완전히 해결되지 않으면 AI 칩의 예상 수요를 맞추기 어려울 수 있다. 이는 투자자가 책정한 실적 기대치를 충족하는 데 제약이 될 수 있다.
④ AMD의 부상
=유력한 경쟁사인 AMD가 점점 더 엔비디아의 수준에 가까워지고 있다.
채권 시장의 변동성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많습니다. 그동안 금리 상승을 유발했던 미국 경제의 강한 힘, 미 재정 적자 확대 및 국채 공급 증가, 일본과 중국의 미 국채시장 이탈 가능성 등은 해결된 게 없기 때문입니다. 뉴욕생명 자산운용의 윤제성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채권 시장을 불안하게 한 요인들은 여전하다. 앞으로도 채권 시장의 변동성은 이어질 것이다. 오늘 금리가 하락(채권 가격 상승)으로 보유 중이던 TLT를 일부 매도했다. 하지만 금리가 또 올라간다면 다시 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 채권 트레이더는 "최근 금리 움직임은 펀더멘탈에 의한 것이라기보단 그런 단기 수급요인으로 봐야 할 것이다. 잭슨홀에 대한 (비둘기파적) 기대로 설명하기에는 오늘 금리 움직임이 과했다. 상승세가 꺾였다고 보진 않는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트레이더는 "딜러들은 중립포지션, 펀드들은 롱(매수)포지션이다. 최근 패스트머니(헤지펀드 등)가잭슨홀이 매파적일 것이라고 예상해 숏(공매도)을 쌓아놓았었는데 그게 오늘 커버된 것 같다. 은행권의 채권 재고가 감소해서 호가 범위가 넓어졌고 시장 변동성이 과거보다 커졌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미국 주식 : 다우 0.54%, S&P500 1.10%, 나스닥 1.59%
◆미국 채권 : 국채 10년물 4.194%(-13.2bp), 2년물 4.973%(-6.4bp)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일인 22일(미 동부시간) 아침 미국 증시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오늘은 S&P 글로벌에서 8월 세계 각국의 구매관리자지수(PMI)를 발표하는 날인데요. 특히 유로존 PMI가 좋지 않게 나타났습니다.
8월 유로존 합성 구매관리자지수(PMI) 예비치는 47.0으로 예상치(48.8)와 전월 치(48.6)를 모두 밑돌았습니다. 33개월 만에 최저치입니다. 제조업 PMI는 43.7로 예상(43.0)과 7월(42.7) 수치를 소폭 웃돌았지만, 여전히 상당한 위축 국면(50 미만)임을 보여줬습니다. 서비스업 PMI는 7월 50.9에서 8월 48.3으로 하락해 위축 국면에 진입했습니다. 시장 예상치 50.5에 크게 미치지 못했습니다. S&P 글로벌은 "유로존의 기업활동 위축 속도가 더 가팔라졌으며, 부진이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퍼졌다. 유로존 경제는 8월에 더 깊은 하락세로 접어들었고 3분기 GDP는 0.2% 감소할 가능성이 커졌다"라고 분석했습니다. 독일 프랑스 영국 등 각국에서 나온 지수도 나빴습니다. 특히 유로존 최대 경제국인 독일에서 가장 가파른 내림세가 나타났습니다. 제조업 PMI는 39.1로 6월 38.8보다 높아졌지만 굉장한 위축이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줬고 서비스업은 7월 52.3에서 47.3으로 대폭 하락해 위축 국면에 빠졌습니다. 이 둘을 더한 합성 PMI 44.7은 팬데믹 초기인 2020년 5월 이후(팬데믹 때를 빼면 2009년 6월 이후) 최악의 수준입니다. ING는 "유로존 PMI 데이터에는 좋아할 만한 것이 거의 없다. 한동안 유지되던 서비스 활동도 위축되고 있으며, 침체한 경제의 추가적 하방 위험을 확인시켜 줬다. 그런데도 임금 상승 압력 증가로 인해 인플레이션 우려는 끝나지 않았다. 이는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우리 예상을 뒷받침한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오안다는 "PMI가 얼마나 끔찍했는지를 고려할 때 인플레이션이 크게 떨어지지 않은 것은 놀라운 일이다. 유로존은 여전히 높은 인플레이션과 싸우고 있으며 중국의 경제 부진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서비스 PMI가 좋지 않게 나온 뒤 일부 트레이더들은 ECB가 9월 긴축을 멈출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런 우울한 데이터에 유로존의 국채 금리는 10bp 안팎 떨어졌습니다. 이는 미국 국채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유로존 PMI 발표 직후부터 5~8bp 하락했습니다.
미국에서 나온 데이터들도 오늘 금리 하락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S&P 글로벌이 발표한 미국의 PMI도 좋지 않았습니다. 제조업 PMI는 47.0으로 전달이나 예상치 49.0보다 낮게 나왔습니다. 서비스업도 51.0에 그쳐 전달 52.3, 예상치 52.2보다 떨어졌습니다. 제조업 경기는 위축 국면에 머물렀고 서비스 업황은 6개월 만에 가장 부진한 것으로 드러난 것입니다. S&P 글로벌의 크리스 윌리엄스 이코노미스트는 "8월 기업활동이 거의 정체되면서 3분기 성장 강세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기업들은 높은 물가와 상승하는 금리에 직면해 수요가 점점 더 무기력해 보인다고 밝히고 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모기지은행협회(MBA)가 공개한 지난주 모기지 신청 건수는 거의 30년 만에 최저로 떨어졌습니다. 모기지 신청 지수는 전주보다 5% 하락해 142를 기록했습니다. 1995년 이후 최저치입니다. 금리가 치솟다 보니 신청 건수가 많이 감소한 것이죠. 이번 주 30년 고정 모기지 금리는 전주보다 15bp 오른 7.31%에 달하고 있습니다. 2000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것이죠. ▶7월 신규주택 판매 수치는 전달보다 4.4% 증가한 연율 71만4000채로 집계됐습니다. 월가 예상치 1.0% 증가를 웃돌았습니다. 모기지 금리가 치솟자 주택 소유자들이 매물을 내놓지 않고 있어서 기존주택 판매는 감소(7월 2.2% 감소)하고 있지만, 신규주택으로 수요가 몰리고 있는 것이죠. 주택 건축업체는 자체적으로 시장보다 낮은 금리의 모기지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는 "모기지 금리의 지속적 상승은 신규주택 및 기존주택 판매 모두를 더 압박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노동통계청(BLS)은 오늘 올해 3월을 기준으로 모든 고용주의 실업급여(UI) 납부 기록을 기준으로 비농업 신규고용을 다시 계산한 결과, 발표한 것보다 30만6000개 일자리가 덜 증가한 것으로 추정됐다고 발표했습니다. 다만 이는 매년 연례적으로 발생하는 일이고, 월가 예상 50만 개 감소보다는 적었습니다. RSM은 "30만 개 일자리는 전체 고용의 0.2%에 불과하다. 이는 큰 변화로 보이지 않으며, 올해 상반기 노동시장이 탄탄했다는 우리 견해를 바꾸지 않을 것이다. 어쨌든 하향 수정은 노동시장이 예상보다 덜 뜨거웠기 때문에 Fed가 더 금리를 인상해서는 안 된다는 우리 주장을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신발 유통업체 풋락커는 개장 전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9.9% 감소했다고 보고한 뒤 28.28% 폭락했습니다. 이 회사는 올해 매출이 8~9% 하락할 것 같다고 보고했습니다. 기존 가이던스 -6.5~-8%를 하향 수정한 것이죠. 주당순이익 전망치도 기존 2~2.25달러에서 1.3~1.5달러로 대폭 낮췄습니다. 메리 딜런 최고경영자(CEO)는 ”7월에 판매 추세가 둔화되는 것을 보았고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를 반영해 2023년 가이던스를 조정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주 실적을 발표한 메이시스, 콜스, 딕스 스포팅 굿스 등은 모두 암울한 전망을 하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비자 저축이 고갈되고 있으며 유통업체들도 흔들리고 있다. 최근 유통 실적 발표에서 나타난 골칫거리는 소비자 건강이 눈에 띄게 악화하고 있고, 수백만 명의 미국인이 학자금 대출 상환을 재개하는 올해 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우려했던 미 국채 20년물 입찰(160억 달러)도 금리 하향 안정세에 도움을 줬습니다. 응찰률은 2.56배로 지난 6번 평균 2.64배보다는 낮았고 발행 금리는 4.499%로 발행 당시의 시장 금리(WI) 4.490%보다 0.9bp 높게 형성됐습니다. 이는 예상했던 것보다는 괜찮은 결과입니다. 이런 요인들은 국채 금리를 더 끌어내렸습니다. 국채 금리가 급락하자 숏스퀴즈까지 나타났습니다. 추가 금리 상승을 노리고 헤지펀드 등 국채(선물)를 공매도해온 투자자들이 손실을 줄이기 위해 다시 국채를 사서 갚는 것을 말합니다. 오후 4시 40분께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전날보다 13.2bp 떨어져서 4.194%를 기록했습니다. 월요일 4.339%를 기록한 후 이틀 연속 하락했습니다. 2년물은 6.4bp 내린 4.973%에 거래됐습니다. 최근 금리 상승이 과했을 수 있고, 이는 Fed를 안심하게 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습니다. 잭슨홀 연설을 통해 시장을 놀라게 할 매파적 메시지를 내놓을 이유는 없다는 겁니다. JP모건의 트레이딩 데스크에서는 오늘 아침 "국채 수익률이 너무 뛰었을 가능성이 있다. 금요일 잭슨홀 회의는 단기 랠리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 중국을 둘러싼 시장 혼란을 고려할 때 제롬 파월 의장 등 Fed 지도부는 최근 수익률 급등을 그들의 책무(긴축)를 도와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예상보다 비둘기파적일 수 있다는 예상이죠. 에버코어 ISI도 "최근 금리 급등으로 모기지와 기업 대출 금리가 상승했다. 이는 주가 하락에 이바지했으며 달러에 상승 압력을 가했다. Fed는 9월을 포함해 향후 몇 개월 동안 금리를 결정할 때 이런 금융여건의 긴축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런 긴축은 25bp를 추가로 올려야 한다는 압력을 낮출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의 Fed워치 시장에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금리를 동결할 확률은 89%까지 높아졌습니다. 게다가 클리블랜드 연방은행은 '최근 임금 상승률 증가는 인플레이션 상승의 영향을 크게 반영하며 노동시장의 불균형을 반영하지 않음을 발견했다. 우리 모델은 2025년까지 임금 상승률이 연 3%로 둔화할 것으로 예측한다'라는 내용의 연구 보고서를 내놓았습니다. 파월 의장은 그동안 노동시장 불균형으로 인해 임금이 지속해서 상승하면서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릴 것을 걱정해왔습니다. 연구를 믿는다면 추가로 금리를 올리거나 매파적으로 나설 이유가 없습니다. 펀드스트랫의 톰리 설립자는 "오늘부터 주식을 사겠다. 2003년 이후 잭슨홀 회의 이전 2주 동안 주가가 하락한 사례가 7번 있었는데, 이 중 6번은 이후 주가가 상승했다"라고 밝혔습니다. 회의 이후 일주일 동안은 평균 0.5%, 한 달간 평균 0.5%, 두 달간 평균 2.7% 상승했습니다. 리 설립자는 "1번의 예외는 작년으로 연설 이후 한 주간 S&P500 지수가 7% 하락했었다. 작년의 파월 의장의 연설은 매우 매파적이었다. 하지만 지금 인플레이션 압력은 더 빨리 줄어드는 등 1년 전과 상황이 다르다. 고용 증가는 둔화하고 중고차 가격은 지금보다 30% 더 하락할 것 같다. 게다가 주식은 높은 금리에서 벗어나려는 초기 신호를 보인다. 이것이 금리가 하락 전환할 것이란 징후를 감지한 것이라면 시장의 전환점은 다음주나 그 다음주에 발생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잭슨홀 회의에 대한 기대까지 겹쳐지면서 금리가 하락하자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0.1~0.3% 상승세로 출발했습니다. 숏스퀴즈 등으로 금리 내림 폭이 커지자 주가는 상승 폭을 확대했습니다.
엔비디아의 실적에 대한 희망도 다시 살아나 시장을 부양했습니다. 장 마감 뒤 실적 발표를 앞두고 엔비디아의 주가는 정규장에서 3.17% 올랐습니다. 결국, 다우는 0.54%, S&P500 지수는 1.10% 올랐습니다. 나스닥은 1.59%나 뛰었습니다.
그리고 오후 4시 20분 엔비디아의 실적이 발표됐습니다.
▶조정 주당순이익(EPS) : 2.70달러 vs 예상 2.07달러
▶매출 : 135억1000만 달러 vs 예상 110억4000만 달러
▶조정 총마진 : 71.2% vs 예상 70.1%
▶게임 매출 24억9000만 달러 vs 예상 23억8000만 달러
▶데이터센터 매출 103억2000만 달러 vs 79억8000만 달러
▶3분기 매출 가이던스 160억 달러±2% vs 125억 달러
▶자사주 250억 달러 규모 추가 매입 엔비디아의 2분기(5~7월) 실적은 그야말로 완벽했습니다. 매출이 135억 달러로 예상을 크게 넘었을 뿐 아니라 작년 동기(67억 달러)의 두 배에 달했습니다. 주당순이익도 예상보다 30%나 많은 2.7달러로 발표됐습니다. 젠슨 황 CEO는 "새로운 컴퓨팅 시대가 시작되었다. 전 세계 기업들은 범용에서 가속 컴퓨팅 및 생성 AI로 전환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월가는 엔비디아의 실적을 기다리면서 특히 두 가지를 주목했습니다. AI 수혜를 입는 분야인 데이터센터의 매출, 그리고 3분기 매출 가이던스입니다.
월가는 데이터센터 매출을 전분기보다 80% 이상 증가한 80억 달러 수준으로 봤습니다. 그런데 이게 103억 달러가 나왔습니다. 1년 전(38억1000만 달러)과 비교하면 171% 증가한 것입니다. 진 먼스터 딥워터 매니지먼트 분석가는 "데이터센터 매출이 90억 달러에 가까워지면 AI에 대한 낙관론이 이어질 것이고 더 넓은 기술주가 랠리를 펼칠 것"이라고 예상했었습니다. 그런데 그것보다 훨씬 더 좋은 성적이 나온 것이죠.
3분기 매출 가이던스는 160억 달러로 제시됐습니다. 시장 예상치 125억 달러를 30% 가까이 상회하는 것입니다. 지속해서 AI 관련 매출 증가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한 것입니다. 이 수치가 달성된다면 엔비디아의 분기 매출 신기록이 될 것이며, 작년 동기의 두 배 이상이 될 것입니다.
시간 외 거래에서 주가는 8% 안팎 오르고 있습니다. 사상 처음 510달러대까지 치솟았습니다. 지난 5월 엔비디아는 2분기 매출이 110억 달러로 당시 월가가 예상했던 것보다 거의 40억 달러 더 많을 것으로 예상했죠. 그리고 다음 날 주가는 24% 상승했었습니다. 내일 시장에서도 그런 일이 발생할까요? 올해 엔비디아의 주가는 이미 3배 이상 뛴 상황입니다. 엔비디아의 실적은 AI에 노출된 마이크로소프트와 알파벳, 메타 등의 주가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입니다. 웨드 부시의 댄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는 “우리는 엔비디아의 2분기 실적과 가이던스가 현재 지평선에 있는 AI 투자 붐의 파도를 가리키는 기술 부문의 역사적 순간으로 본다.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디지털 미디어, 빅테크 등은 이번 AI 투자 붐의 주요 수혜자가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엔비디아에 대한 경계론도 나오고 있습니다. 삭소 뱅크는 "엔비디아에 대한 장기 전망은 의심할 여지 없이 긍정적이지만 단기적인 위험은 있다"며 네 가지를 지적했습니다.
① 빅테크 기술 회사의 사내 GPU 설계
=애플이 아이폰을 위한 자체 AP인 M1칩을 만든 것처럼 다른 기술 회사도 AI 칩을 자체 설계할 수 있다. 구글은 이미 그러한 노력을 하고 있으며 테슬라는 자율주행차를 위한 자체 AI 칩도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② 대규모 언어 모델(LLM)에 대한 흥분은 곧 사라질 수 있다
=데이터는 이미 챗GPT의 사용자 수가 감소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또 오픈AI가 챗GPT를 실행하는 데는 비용이 많이 든다. 많은 기업이 LLM을 통한 기본 모델 머신러닝을 끝내면 더 많은 AI 칩에 대한 필요성이 미지근해질 수 있다.
③ 공급망 문제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2024년 말까지 공급 병목 현상이 완전히 해결되지 않으면 AI 칩의 예상 수요를 맞추기 어려울 수 있다. 이는 투자자가 책정한 실적 기대치를 충족하는 데 제약이 될 수 있다.
④ AMD의 부상
=유력한 경쟁사인 AMD가 점점 더 엔비디아의 수준에 가까워지고 있다.
채권 시장의 변동성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많습니다. 그동안 금리 상승을 유발했던 미국 경제의 강한 힘, 미 재정 적자 확대 및 국채 공급 증가, 일본과 중국의 미 국채시장 이탈 가능성 등은 해결된 게 없기 때문입니다. 뉴욕생명 자산운용의 윤제성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채권 시장을 불안하게 한 요인들은 여전하다. 앞으로도 채권 시장의 변동성은 이어질 것이다. 오늘 금리가 하락(채권 가격 상승)으로 보유 중이던 TLT를 일부 매도했다. 하지만 금리가 또 올라간다면 다시 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 채권 트레이더는 "최근 금리 움직임은 펀더멘탈에 의한 것이라기보단 그런 단기 수급요인으로 봐야 할 것이다. 잭슨홀에 대한 (비둘기파적) 기대로 설명하기에는 오늘 금리 움직임이 과했다. 상승세가 꺾였다고 보진 않는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트레이더는 "딜러들은 중립포지션, 펀드들은 롱(매수)포지션이다. 최근 패스트머니(헤지펀드 등)가잭슨홀이 매파적일 것이라고 예상해 숏(공매도)을 쌓아놓았었는데 그게 오늘 커버된 것 같다. 은행권의 채권 재고가 감소해서 호가 범위가 넓어졌고 시장 변동성이 과거보다 커졌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