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지가 쏘아올린 '100만불짜리 홀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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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지(29)가 100만달러(약 13억3200만원)짜리 홀인원을 쏘아올렸다.
전인지는 23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우드랜즈의 더클럽앳칼튼우즈(파72)에서 열린 LPGA투어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셰브론챔피언십(총상금 510만 달러) 3라운드에서 홀인원 1개를 포함해 버디 4개, 보기 3개로 3언더파 69타를 쳤다. 중간합계 3언더파 213타로 공동 18위로 경기를 마쳤다. 1라운드에서 6오버파를 쳐 하위권으로 대회를 시작했던 그는 이틀 연속 맹타를 휘두르며 순위를 크게 끌어올렸다.
이날 10번홀(파4)에서 경기를 시작한 전인지는 17번홀(파4)까지 1타를 잃으며 답답한 흐름을 이어갔다. 반전의 발판이 된 것은 17번홀(파3)였다. 핀까지 164야드. 전인지가 5번 아이언으로 친 공은 홀 앞에 떨어진 뒤 그대로 굴러 홀로 빨려들어갔다. 단숨에 2타를 줄인 그는 이후 다음홀에서 버디를 이어갔고 후반에 1타를 더 줄이며 기분좋게 경기를 마쳤다.
홀인원에 벤틀리 등 고급 자동차가 상품으로 걸려있는 다른 홀과 달리, 전인지가 홀인원을 기록한 17번홀은 선수에게 주어지는 상품이 없다. 다양성과 포용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준비된 '셰브론 챌린지'홀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버디를 하면 10만달러, 홀인원을 하면 100만달러가 기부된다. 주최측인 셰브런이 100만 달러를 내고 이를 LPGA 재단과 걸스 골프 휴스턴 등 여러 재단에 기부하게 된다.
전인지는 "이 홀에서 홀인원을 하면 언더파로 갈 수 있어서 욕심나긴 했지만 내일을 위해 일단은 세이브하자는 마음이었다"며 "거리를 보고 샷을 했는데 내가 원한 위치에 정확히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홀인원 상품에 대해서는 "아쉽긴 하지만 내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는 홀인원"이라며 환히 웃었다. 그는 "홀인원에 성공한 뒤 '아, 여기는 차가 없는데'하며 아쉬웠지만 그 홀의 의미를 듣고 더 값지다고 생각했다"며 "골프를 하고 원하는 물건을 사면 2~3일만 지나도 행복한 마음이 사라진다. 하지만 기부 활동은 한 달이 지나도, 일년이 지나도 계속 행복하다"고 말했다.
전인지는 2015년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뒤 대회 지역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제공하는 장학재단을 만든 바 있다. 지속적인 선행으로 지난 3월 LPGA가 주는 벨로시티 글로벌 임팩트 어워드를 수상했고, 여기서 받은 상금 역시 기부했다.
이날 경기에서는 앨리슨 코퍼즈(미국)와 에인절 인(미국)이 중간합계 10언더파로 공동선두에 올라섰고 양희영이 이날만 7타를 줄여 1타차 공동 2위(9언더파 207타)에 이름을 올렸다. 최혜진과 김효주, 김아림은 나란히 8언더파 208타로 넬리 코다(미국) 등과 공동 6위 그룹을 이뤘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