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장 직접 빌리고… 통역도 없고…
비인기 카약·마장마술 단독참가


2008 베이징올림픽에 출전했으나 철저한 무관심 속에서 나홀로 고군분투하는 '설움 종목'이 있다. 핸드볼 사격 역도 등은 평소 비인기종목으로 분류되다가도 올림픽 시즌이 되면 '효자 종목'으로 각광을 받지만 메달권에도 근접하지 못하는 이들 종목은 오직 자신과의 사투를 벌여야 한다.

혈혈단신으로 여자 카약 1인승(K-1)에 출전하는 카누 국가대표 이순자(30·전북체육회·사진)는 동료가 없는 데다 동행한 코치(야노스 겅야시)도 통역없인 깊은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헝가리인이라 대회 기간 모든 걸 혼자 해결해야 한다. 그는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카약 2인승(K-2) 500m에서 동메달을 딴데 이어 지난해 9월 강원도 화천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 K-2 1000m에서 2위에 오른 한국 여자카누의 간판.하지만 한국선수단 몫의 AD카드(경기장·선수촌 출입허가증)가 카누종목 지원 인력에는 배정되지 않은 탓에 이순자는 대회 내내 외로운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정한신 대한카누연맹 사무국장이 베이징에 와 있지만 그 역시 AD카드가 없어서 지원에 한계가 있고 KOC에서 나온 한국선수단 관계자들 또한 메달권에 가까이 있는 선수들에게만 주로 관심을 기울이게 마련이다. 이순자는 경기정을 스스로 빌려와야 하고 시간에 맞춰 스스로 훈련하고 행정적인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자신의 힘으로 딴 출전 쿼터로 처음 올림픽에 나서는 이순자는 "행정적인 부분까지 홀로 처리해야하다 보니 훈련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순자는 한국 카누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결승(9강) 진출에 도전한다.

승마에서도 최준상(30·삼성전자승마단)이 유일하게 마장마술에 나갔다. 최준상은 지난 14일 홍콩 샤틴 승마경기장에서 열린 마장마술 개인전 1차 예선 첫날 경기에 출전,57.333점의 점수를 얻어 최하위에 머물렀지만 한국 승마계에서는 그의 출전 자체를 '경사'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국 마장마술에서 올림픽 무대를 밟은 것은 개최국 자격으로 자동 출전한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20년 만이며 자력으로 나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요트 남자 470급의 윤철,김형태(이상 보령시청)와 남자 RS:X급의 이태훈(경원대),레이저급의 하지민(한국해양대1) 등도 힘겨운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이들은 지금까지 올림픽 요트에서 한국 선수가 가장 좋은 성적을 낸 2000년 시드니 여자 미스트랄급 주순안의 13위 기록을 깨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한국 선수로 20년 만에 처음으로 사이클 남자 개인도로에 출전한 박성백은 순위권 안에는 들지 못했지만 7시간이 넘는 사투 끝에 전체 90명 가운데 88위로 완주하는 의미있는 성적을 거뒀다.

이들 외에 근대5종에 나가는 이춘헌(대한주택공사),남동훈(국군체육부대),윤초롱(한국체대)과 조정대표 김홍균,장강은(남자 경량더블) 신영은(여자 싱글스컬),고영은 지유진(여자 경량더블)도 '그들만의 리그'를 펼치고 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