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 매니지먼트] 디즈니의 충고…"애플, 슈퍼CEO 그늘서 벗어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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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결정 때마다 前CEO 타령…월트 없는 디즈니 혼란만 커져
리더십 공백 극복할 혁신 없인 애플 미래도 장담하기 어려워
리더십 공백 극복할 혁신 없인 애플 미래도 장담하기 어려워
스티브 잡스는 전설이 됐다. 그는 변화를 따라가기보다 새로운 흐름을 만들기 위해 내달렸고,결국 시장판도를 송두리째 바꿔 놨다. 숱한 좌절 속에서도 포기를 모르는 그의 집념이 일궈낸 애플 성공 스토리는 모든 글로벌 기업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24일 전 세계에 동시 출간된 자서전 《스티브 잡스》는 개인 스티브 잡스의 생각과 열정에서부터 애플 최고경영자(CEO)로서의 내면의 이야기를 읽으려는 이들로 곧바로 지구촌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하지만 잡스 없는 애플에 대해선 말들이 많다. 스마트폰 시장을 휩쓸었던 애플이 지난 3분기 판매에서 처음으로 삼성전자에 밀렸기 때문만은 아니다. 안팎의 시선은 "과연 잡스라는 특출난 리더 없이도 잘해 나갈 수 있을까"라는 근원적인 물음을 내놓고 있다. 비즈니스스쿨(MBA)의 교수들은 55년 전 월트디즈니컴퍼니 시절을 거론하며 '잡스 없는 애플'을 우려한다. 월트디즈니컴퍼니는 걸출한 창업주 월트 디즈니가 1955년 갑작스레 타계한 후 리더십 공백이 생겨 큰 위기를 맞았다.
◆최악의 질문…"잡스라면 어떻게 했을까"
비즈니스스쿨 교수들은 앞으로 애플이 크고 작은 의사결정 때마다 '잡스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면 기업의 미래는 어두울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잡스와 같은 메시아적 리더의 후계자들은 직원들과 주주,그리고 소비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이런 질문에 받게 되는 데,여기에 휘둘려 중심을 잡지 못하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지적이다.
거대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월트디즈니컴퍼니는 창업자 월트디즈니가 타계한 뒤 1984년 마이클 아이즈너가 CEO를 맡을 때까지 무려 20년가량이나 '월트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질문에 시달렸다. 심지어 월트디즈니 격언집이라는 소책자를 어떻게 서점에 배포할지에 대해서도 격론이 벌어질 만큼 의사결정 메커니즘이 혼란스러웠다. 자연히 시장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려웠고 뒤처질 수밖에 없었다.
애플과 월트디즈니의 차이점은 애플은 과거 디즈니와 달리 새로운 리더를 준비할 시간을 가졌다는 데 있다. 스티브 잡스는 애플 이사회 의장으로 있을 때,후임자 팀 쿡을 후계자로 지명해 회사를 이끌게 했다. 또 치밀한 잡스의 성격을 고려할 때 앞으로 상당 기간 애플이 가져갈 비즈니스 전략을 미리 마련해 놨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럼에도 '과연 잡스라면 이렇게 했을까'라는 회사 안팎의 의구심이 쿡 CEO의 의사결정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데는 전문가들 사이에 이견이 없다.
◆최선의 질문…"혁신 이어가려면 어떻게"
그렇다면 후임 CEO는 걸출한 창업주를 어떻게 넘어설 수 있을까.
프랑스 경영대학원 INSEAD의 할 그레거슨 교수는 질문을 '혁신을 이어가려면 무엇을,어떻게 해야 할까'로 바꿀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잡스라면 어떻게 할까'가 아니라 '(잡스의) 이노베이션을 이어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로 바꿔야 새로운 리더십을 창출할 수 있다는 얘기다.
같은 맥락에서 에드 로우러 USC 비즈니스스쿨 교수는 "잡스나 월트디즈니를 똑같이 답습하려는 방식은 최악의 길이자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잡스가 자서전에서 밝혔듯이 '영속성 있는 회사'는 모든 창업자들의 소망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오랜 기간에 걸쳐 후계 경영자를 교육하고 길러낸 기업들 가운데서도 실패하는 사례가 심심찮게 나온다. 기술과 시장 트렌드 변화가 심한 정보기술(IT) 분야는 특히 그렇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빌 게이츠 창업주가 스티브 발머 CEO에게 경영을 맡긴 이후부터 조금씩 사세가 위축됐고,스타벅스는 2000년 하워드 슐츠 회장이 물러난 뒤 회사가 어려워지자 8년 만에 다시 경영에 복귀하기도 했다. 일본 소니도 공동 창업주인 이부카 마사루와 모리타 아키오 회장에 이어 사령탑에 오른 이데이 노부유키 전 회장 무렵부터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래도 '영속성 있는 회사'를 만들려면 후계자 준비가 필요하다. 스티브 잡스는 "IBM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기업들이 쇠퇴하는 것은 제품의 품질을 경시하고 훌륭한 세일즈맨에게 가치를 두기 때문"이라고 비판했지만,정답은 없다는 게 정설이다.
100년 기업 GE는 그 어느 기업보다 앞장서 경영 승계 프로그램을 마련했고,다소 간의 부침이 있긴 했지만 한 세기 넘게 살아남았다. 잭 웰치 전 GE 회장은 "리더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차기 후계자를 양성하는 것"이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GE는 다양한 부서와 직급에서 20~25명의 CEO 후보를 지속적으로 뽑아 수년 동안 리더십과 위기관리 능력,판단능력 등을 교육한 뒤 최종적으로 1명을 선발해 경영을 맡긴다. 제프리 이멜트 회장도 그렇게 잭 웰치 회장으로 부터 경영 대권을 물려받았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
하지만 잡스 없는 애플에 대해선 말들이 많다. 스마트폰 시장을 휩쓸었던 애플이 지난 3분기 판매에서 처음으로 삼성전자에 밀렸기 때문만은 아니다. 안팎의 시선은 "과연 잡스라는 특출난 리더 없이도 잘해 나갈 수 있을까"라는 근원적인 물음을 내놓고 있다. 비즈니스스쿨(MBA)의 교수들은 55년 전 월트디즈니컴퍼니 시절을 거론하며 '잡스 없는 애플'을 우려한다. 월트디즈니컴퍼니는 걸출한 창업주 월트 디즈니가 1955년 갑작스레 타계한 후 리더십 공백이 생겨 큰 위기를 맞았다.
◆최악의 질문…"잡스라면 어떻게 했을까"
비즈니스스쿨 교수들은 앞으로 애플이 크고 작은 의사결정 때마다 '잡스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면 기업의 미래는 어두울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잡스와 같은 메시아적 리더의 후계자들은 직원들과 주주,그리고 소비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이런 질문에 받게 되는 데,여기에 휘둘려 중심을 잡지 못하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지적이다.
거대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월트디즈니컴퍼니는 창업자 월트디즈니가 타계한 뒤 1984년 마이클 아이즈너가 CEO를 맡을 때까지 무려 20년가량이나 '월트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질문에 시달렸다. 심지어 월트디즈니 격언집이라는 소책자를 어떻게 서점에 배포할지에 대해서도 격론이 벌어질 만큼 의사결정 메커니즘이 혼란스러웠다. 자연히 시장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려웠고 뒤처질 수밖에 없었다.
애플과 월트디즈니의 차이점은 애플은 과거 디즈니와 달리 새로운 리더를 준비할 시간을 가졌다는 데 있다. 스티브 잡스는 애플 이사회 의장으로 있을 때,후임자 팀 쿡을 후계자로 지명해 회사를 이끌게 했다. 또 치밀한 잡스의 성격을 고려할 때 앞으로 상당 기간 애플이 가져갈 비즈니스 전략을 미리 마련해 놨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럼에도 '과연 잡스라면 이렇게 했을까'라는 회사 안팎의 의구심이 쿡 CEO의 의사결정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데는 전문가들 사이에 이견이 없다.
◆최선의 질문…"혁신 이어가려면 어떻게"
그렇다면 후임 CEO는 걸출한 창업주를 어떻게 넘어설 수 있을까.
프랑스 경영대학원 INSEAD의 할 그레거슨 교수는 질문을 '혁신을 이어가려면 무엇을,어떻게 해야 할까'로 바꿀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잡스라면 어떻게 할까'가 아니라 '(잡스의) 이노베이션을 이어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로 바꿔야 새로운 리더십을 창출할 수 있다는 얘기다.
같은 맥락에서 에드 로우러 USC 비즈니스스쿨 교수는 "잡스나 월트디즈니를 똑같이 답습하려는 방식은 최악의 길이자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잡스가 자서전에서 밝혔듯이 '영속성 있는 회사'는 모든 창업자들의 소망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오랜 기간에 걸쳐 후계 경영자를 교육하고 길러낸 기업들 가운데서도 실패하는 사례가 심심찮게 나온다. 기술과 시장 트렌드 변화가 심한 정보기술(IT) 분야는 특히 그렇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빌 게이츠 창업주가 스티브 발머 CEO에게 경영을 맡긴 이후부터 조금씩 사세가 위축됐고,스타벅스는 2000년 하워드 슐츠 회장이 물러난 뒤 회사가 어려워지자 8년 만에 다시 경영에 복귀하기도 했다. 일본 소니도 공동 창업주인 이부카 마사루와 모리타 아키오 회장에 이어 사령탑에 오른 이데이 노부유키 전 회장 무렵부터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래도 '영속성 있는 회사'를 만들려면 후계자 준비가 필요하다. 스티브 잡스는 "IBM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기업들이 쇠퇴하는 것은 제품의 품질을 경시하고 훌륭한 세일즈맨에게 가치를 두기 때문"이라고 비판했지만,정답은 없다는 게 정설이다.
100년 기업 GE는 그 어느 기업보다 앞장서 경영 승계 프로그램을 마련했고,다소 간의 부침이 있긴 했지만 한 세기 넘게 살아남았다. 잭 웰치 전 GE 회장은 "리더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차기 후계자를 양성하는 것"이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GE는 다양한 부서와 직급에서 20~25명의 CEO 후보를 지속적으로 뽑아 수년 동안 리더십과 위기관리 능력,판단능력 등을 교육한 뒤 최종적으로 1명을 선발해 경영을 맡긴다. 제프리 이멜트 회장도 그렇게 잭 웰치 회장으로 부터 경영 대권을 물려받았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