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표 노려 기업 때리기…英, 성장 위해 법인세 인하
영국이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6%에서 2014년까지 22%로 내린다. 감세론자인 조지 오즈번 영국 재무장관의 결단이다. 긴축 재정 속에서도 기업의 투자 의욕을 살려 경제성장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오즈번 장관은 21일(현지시간) 영국 의회에서 “법인세율을 다음달부터 24%로 낮추고 앞으로 2년간 단계적으로 22%까지 떨어뜨리겠다”는 내용의 세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재무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 영국의 법인세율이 주요 20개국(G20) 중 터키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에 이어 네 번째로 낮은 수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무부는 연소득 15만파운드(2억7000만원) 이상인 사람들에게 적용하는 소득세 최고세율도 현행 50%에서 내년 4월부터 45%로 낮추기로 했다.

영국은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국가부채 규모는 1조파운드(1800조원)를 넘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영국이 부채 때문에 2년 내에 최고 신용등급(AAA)을 잃을 가능성이 50% 이상이라고 밝혔다.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 이탈리아 등은 부채를 줄이기 위해 세금을 더 걷고 있지만 오즈번 장관은 그 반대를 택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오즈번 장관은 세율을 높이면 탈세가 늘고 투자가 줄어 오히려 세수가 감소한다는 경제학 이론(증세의 역설)의 신봉자”라고 소개했다. 오즈번 장관은 “이번 세제 개편안은 투자와 일자리를 늘리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리스 등이 세율을 높였다가 실업자가 늘고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는 ‘긴축의 함정’에 빠졌는데, 그는 이런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뜻이다.

세금을 낮춰 경기부양에 나선 것은 영국뿐만이 아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법인세율을 35%에서 28%로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2009년과 2010년 총 2조3000억달러어치의 채권을 매입해 시중에 돈을 푸는 양적완화를 시행했다. 하지만 경기가 예상만큼 살아나지 않자 감세라는 카드를 꺼낸 것이다. 대만은 2010년 법인세율을 기존 25%에서 17%로, 싱가포르는 지난해 법인세율을 기존 20%에서 17%로 각각 낮췄다.

한국의 법인세율은 22%이지만 민주통합당은 이를 25%로, 통합진보당은 30%로 각각 올리겠다며 기업을 옥죄는 총선 공약을 내놨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