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대사관 설치, 이란과의 우호관계 등 경계

아르헨티나 정부가 브라질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전 대통령 정부(2003~2010년)의 핵무기 개발 가능성을 우려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브라질 일간지 에스타도 데 상파울루는 23일(현지시간) 폭로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를 인용, "아르헨티나는 룰라 전 대통령 정부가 브라질의 국제적 위상 강화에 맞춰 핵무기 개발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간주했었다"고 보도했다.

룰라 전 대통령 정부가 핵 비확산 약속을 재고해 핵무기 개발이라는 위험한 길을 갈 수 있다는 의구심을 가졌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아르헨티나 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지난 2009년 크리스마스 날 미국 대사관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브라질리아에 북한 대사관이 설치되고 브라질이 이란과 관계를 강화하는 사실을 경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 외교부의 핵 문제 관련 부서 책임자인 구스타보 아인칠은 미국 대사에게 "룰라 대통령이 국내외의 높은 지명도와 인기를 이용해 '위험한' 대외정책을 택할 수 있다"는 뜻을 전달했다.

아인칠은 북한 및 이란과의 관계 강화 외에도 브라질이 브릭스(BRICS)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국가라는 사실도 핵무기 개발에 눈을 돌리게 할 수 있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당시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이 브릭스에 가세하기 전이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이미 고인이 된 조제 알렌카르 전 브라질 부통령이 공개적으로 핵무기 보유 필요성을 제기한 데 대해서도 우려를 표시했다.

알렌카르 전 부통령의 발언 이후 아르헨티나 정부는 브라질이 양국 간 핵에너지 감시 체제를 무시하고 핵무기 개발에 뛰어들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위키리크스의 문건 내용에 대해 아르헨티나와 미국, 브라질 정부는 공식적인 반응을 나타내지 않았다.

아르헨티나 산 안드레스 대학의 페데리코 메르케 교수는 "위키리크스 문건은 브라질의 핵 정책에 대해 아르헨티나가 여전히 의문을 갖고 있다는 점을 잘 묘사한 것"이라면서 "브라질이 가까운 시일 안에 핵무기를 개발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으나 핵 프로그램의 투명성이 미흡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26~27일 개최되는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에서 브라질 정부가 어떤 입장을 밝힐지도 주목된다.

브라질에서는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을 대신해 미셸 테메르 부통령이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한다.

테메르 부통령은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각국 대표단 가운데 처음으로 23일 오후 4시30분 인천공항을 통해 한국 땅을 밟았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fidelis21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