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이 뭐기에
직원 13명 사진 공유 앱 회사
26세 CEO 창업 16개월 만에 갑부로
경쟁사 싹 자르기?
무섭게 크는 모바일 SNS 시장 장악
구글·MS 손에 넘어가기 전에 인수
인스타그램 지분의 40%를 갖고 있는 케빈 시스트롬 최고경영자(CEO)는 하루아침에 4억달러의 돈방석에 앉게 됐다. 시스트롬은 2004년 스탠퍼드대 경영공학과 재학 시절 페이스북 창업자 겸 CEO 마크 저커버그(28)로부터 페이스북에서 함께 일하자고 제안받았던 인물이다.
◆인스타그램은 어떤 회사
시스트롬이 2010년 10월 애플 앱스토어에 내놓은 인스타그램은 최근까지 3000만건이 넘는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지난 3일 안드로이드용 앱을 출시한 뒤 1주일 새 사용자(1000만건 추정)까지 합치면 4000만여건에 이른다. 인스타그램의 특징은 ‘사진’과 ‘모바일’로 요약할 수 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으로 찍은 사진을 공유하는 것이 기본이다. 사진은 방향을 바꾸거나 예쁘게 보이도록 다양한 효과를 낼 수 있다. 모바일 앱만 있고 웹 서비스는 없다.
인스타그램 이용자끼리는 물론 트위터, 페이스북 등 다른 SNS를 통해서도 사진을 나눠 볼 수 있다. ‘단순하고 멋진(simple and cool)’ 것이 매력이다. 미국의 정보기술(IT) 전문매체 기가옴은 “잘 꾸며진 사진을 간단하게 많은 사람과 나눌 수 있는 것이 강점”이라고 평가했다.
실리콘밸리 투자 고수들은 미리 인스타그램의 가치를 알아봤다. 벤치마크캐피털은 지난해 가입자가 170만명 수준일 때 이 회사의 지분 4분의 1가량을 인수했다. 트위터 창업자인 잭 도시도 엔젤펀드를 통해 투자했다.
◆왜 샀을까
인스타그램의 가치는 1주일 전만 해도 5억달러(업계 추정) 정도였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갑자기 두 배 값에 인수를 결정했다. 왜일까. 인스타그램이 페이스북의 미래 전략과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페이스북은 웹 중심의 SNS다. 모바일 앱도 있지만 “복잡하고 느리다”는 혹평을 받아 모바일SNS부문 사업 강화를 노려왔다. 모바일 중심이면서 단순하고 감각적인 서비스로 인기를 끈 인스타그램은 최적의 인수 대상이었다. 인스타그램 이용자가 빠른 속도로 늘면서 페이스북의 영역을 침범하자 “더 커지기 전에 인수하자”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제전문지 포천은 “구글은 2006년 유튜브를 인수하면서 웹 동영상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며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을 사들인 것도 비슷한 이유”라고 해석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의 레이 발데스 연구원은 “10억달러는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등) 다른 경쟁자의 손에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한 비용”이라고 설명했다.
저커버그는 “인스타그램 인수를 통해 최적의 모바일 사진 공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며 “페이스북의 서비스 중 하나로 흡수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했다.
앞으로 페이스북이 M&A시장의 강자로 부상할지도 관심거리다. 페이스북은 오는 5월 예정된 나스닥 기업공개(IPO)를 통해 1000억달러(110조원)의 자금을 모을 것으로 예상된다. 테크크런치는 “페이스북이 스타트업(창업 초기기업) 인재를 영입할 목적이 아니라 기업 자체의 특성을 보고 인수를 결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번 인수가 앞으로 이어질 대형 M&A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