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불탄 中진출 1호기업, 보험금 못받아 '생사기로'
“불이 난 지 1년이 지났는데도 보험금을 받지 못해 피해가 이만저만 아닙니다.”

지난 11일 중국 샤먼(厦門)시 지메이(集美)구에 있는 침대용품 생산업체 지누스의 중국법인 공장. 오석간 지누스 중국법인 사장은 불에 타 무너져 내린 공장 건물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사무동을 제외한 3개 공장 건물은 아직도 처참한 모습이었다. 일부는 벽과 천장이 내려앉았고, 공장 외벽은 아직도 시커먼 그을음으로 덮여 있었다. 화재 원인은 발포고무 숙성과정에서 발생한 과열로 추정된다.

중국 진출 1호 한국 기업인 지누스가 화재보험 분쟁으로 생사의 기로에 섰다. 지난해 4월 발생한 화재로 200억원에 달하는 큰 피해를 입었지만 중국 보험사는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회사는 부랴부랴 외부에 공장을 임차해 3주 만에 생산을 정상화시켰지만, 은행 신용한도가 줄고 생산성이 떨어지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내년 목표인 화의(대주주의 경영권을 유지하면서 채무를 조정하는 기업회생절차) 졸업도 불투명해졌다.

지누스는 중국 국영보험사인 런민보험에 최대 2851만달러의 보상금을 받을 수 있는 화재보험에 가입했다. 손해사정 기관은 작년 말 “화재는 자연 발화였지만 불이 옮겨붙어 발생한 화재손실 평가금액 9000만위안(160억원)은 보험사가 지급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보험사 측에 제출했다. 그러나 보험사 측은 “자연 발화는 보험금 지급 대상이 아니다”며 버티고 있다. 지누스에 따르면 런민보험이 손해사정 기관에 압력을 넣어 보고서를 재작성토록 했으며 내용도 “보험금은 당사자 간 협의에 따라 결정하라”는 것으로 바뀌었다.

한때 세계 텐트 시장의 65%를 점유했던 진웅은 1988년 한국 기업으로는 처음 중국에 현지법인을 세웠다. 그러나 경쟁에서 밀리면서 1999년 텐트사업 부문을 매각한 뒤 회사 이름도 진웅에서 ‘지누스’로 바꿨다. 2004년 화의에 들어간 뒤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통해 회생의 길을 걷고 있었다.

이 회사 샤먼 공장은 매트리스 베개 등 침대용품을 북미지역에 수출해 2010년 725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했고,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매트리스 부피를 4분의 1로 줄이는 압축포장 기술을 독자 개발, 해외 온라인 판매 시장을 개척하는 등 기술 개발에 힘쓴 결과다.

그렇지만 생산라인은 물론 자재창고까지 날려버린 작년 4월 화재로 지누스는 다시 큰 시련의 계절을 맞고 있다. 중국 당국의 ‘만만디’(천천히) 행정과 무성의가 임직원의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것이다.

오 사장을 비롯한 직원들이 중국 보험감독관리위원회와 샤먼시 등에 민원을 제기하고, 거리 시위까지 준비하자 최근 런민보험은 보험금 일부를 지급하겠다며 회사 측에 협상을 제시했다. 오 사장은 “지난해 수출 주문이 늘어 사상 최대인 855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결국 화재로 적자를 봤다”며 “반드시 보험 문제를 해결해 회사를 정상화시키겠다”고 말했다.

샤먼=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