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창조경제 설계 좌담회] "실리콘밸리가 해답 아니다…한국식 기업혁신 모델 발전시켜야"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사회=김원준·장순흥 KAIST 교수
中·日 전문가들은…
"내수시장 작은 국가선 벤처 등 독자 성장 어려워…대기업이 이끌고 中企가 뒷받침하는 구조 바람직"
미국 전문가들은…
"새로운 먹거리 창출 위한 '실험적' 분위기 조성…기업가 정신 독려하는 투자 늘려 中企 활성화를"
中·日 전문가들은…
"내수시장 작은 국가선 벤처 등 독자 성장 어려워…대기업이 이끌고 中企가 뒷받침하는 구조 바람직"
미국 전문가들은…
"새로운 먹거리 창출 위한 '실험적' 분위기 조성…기업가 정신 독려하는 투자 늘려 中企 활성화를"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지 반년이 다 돼 가지만 주요 국정 목표로 내세운 ‘창조경제’의 개념과 방향성은 여전히 모호하다. 최근에는 증세와 복지 논쟁에 밀려 주요 이슈에서 사라졌다. 미국 등 선진국은 혁신에 속도를 붙이고 있고, 중국은 무서운 기세로 한국을 추격하는 상황이다. 창조경제를 통해 장기적인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미래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 당위는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은 19일 경제·경영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들에게 한국이 어떻게 창조경제를 설계해야 하는지를 물었다. 석학들의 의견은 갈렸다. “실패를 독려하고 기업가 정신을 고양하는 실리콘밸리식 모델을 배워야 한다”는 충고와 “한국 특유의 대기업 중심 혁신 문화를 계승, 발전해야 한다”는 조언이 팽팽했다. 이들은 아시아혁신 및 기업가정신학회(AIEA·회장 김원준 KAIST 교수)와 전미경제연구소(NBER)가 주최한 ‘혁신과 기업가 정신 콘퍼런스’ 참석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김 교수와 박근혜 정부 인수위원회 교육과학분과 인수위원이었던 장순흥 KAIST 교수가 토론회를 진행했다.
▷김 교수: 경제는 크게 두 개 층위로 구성돼 발전한다. 대기업 중심의 기술 혁신과 중소기업 중심의 기업가 정신이다. 둘을 어떻게 독려하고 같이 발전하게 하느냐가 문제다. 한국과 일본은 기업가 정신이 부족하다는 문제점에 직면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스턴 교수: 한국은 오랜 기간 투자를 통해 세계적인 대기업을 만들어냈다. 휴대폰, 선박 등 분야도 다양하다. 놀라운 성공이다. 이제는 한국이 정책적으로 중소기업의 기업가 정신 고양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책이나 자본 투자 등을 보면 이를 위한 투자는 여전히 부족하다. 여전히 국가 투자가 대기업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고 젊은이들의 목표도 대기업에 집중돼 있다. 한국이 지금보다 더 성장하려면 산업의 더 많은 부분을 실리콘밸리처럼 만들어야 한다. 지금의 대기업 중심의 혁신을 유지하면서도 기업가 정신을 부양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기업가 정신을 고양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는 ‘실험’을 용인하는 사회 분위기다. 실패가 가능해야 한다. MIT나 스탠퍼드대 같은 곳에서 실패는 일종의 훈장 같은 것이다. 실패를 받아들이고 공부해 다음 단계로 가야 한다. 한국도 사회를 좀 더 ‘실험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브레스나한 교수: 동의한다. 국가의 새로운 방향, 새로운 먹거리가 뭔지 알아내려면 실험을 해야 한다. 기업가 정신을 통해 이런저런 산업을 시도해 보는 것이다. 그런 것이 국가의 힘을 결정한다.
▷김 교수: 일본의 상황은 어떤가.
▷모토하시 교수: 일본은 역사적으로 따라잡기에 능했다. 1960~1970년대 선진국을 모방하고 추격하는 데 집중했다. 이 단계에선 정부나 기업이나 분명한 목표가 있었다. 목표가 있으면 시스템을 갖추는 데 매우 효율적이다. 1980년대 후반에 이 목표를 거의 달성했다. 1990년대 들어서는 따라잡기 이후의 시대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지난 20년간은 새로운 방향성을 찾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하는 과정이었다. 일정 부분 성과도 거뒀다. 구글 같은 대기업은 없어도 작고 강한 기업이 적잖이 생겨났다. 내 생각에 한국도 비슷한 시도를 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한국뿐 아니라 동아시아 전체가 이런 시도를 해야 한다. 한국, 중국, 일본뿐만 아니라 대만 등이 비슷한 목표로 비슷한 산업군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이런 구조로는 동반 성장할 수 없다. 이제는 각자의 목표를 설정할 때다. 이른바 ‘스마트 스페셜라이제이션(똑똑한 전문화)’이다.
▷김 교수: 미국과 유럽은 다 선진국이지만 좀 다른 것 같다. 미국은 대기업 중심의 기술 혁신과 중소기업 중심의 기업가 정신 둘 다 공존하고 있다. 하지만 유럽은 복지를 강조해서 그런지 전반적인 활기는 느껴지지 않는다.
▷스턴 교수: 미국은 각 지역을 나눠서 봐야 한다. 혁신이 잘 이루어지는 지역이 있고 안되는 지역이 있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를 비롯한 보스턴, 샌디에이고 등이 잘하는 지역이다. 이런 지역은 공통된 특징이 있다. 수준 높은 대학, 적극적인 기술의 상업화 노력, 고급 인력 등이다. 이런 요소들이 정보기술(IT) 등 신사업 발달을 가능케 한다. 유럽에서도 스칸디나비아반도 국가들은 잘하고 있다. 최근엔 영국도 기업가 정신 육성을 위한 사회적 기반에 많은 투자를 했다. 유럽은 전반적으로 기반이 튼튼하다. 다만 거시경제적 관리가 잘못됐을 뿐이다.
▷브레스나한 교수: 미국은 IBM(대기업 중심의 혁신)과 실리콘밸리(중소기업 중심의 기업가 정신)를 둘 다 갖고 있다. 유럽은 내부적인 갈등을 겪으면서 미래 먹거리를 탐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성장모델을 하나로 고정시킬 필요는 없다. 실리콘밸리는 하나의 예일 뿐이다. 다만 꼭 갖춰야 하는 것은 있다. 교육, 기업 인프라, 친기업 정서, 실패와 다양함을 포용할 수 있는 문화 등이다. ‘망나니’도 이해할 수 있는 문화는 정말 중요하다.
▷가오 교수: 나는 한국이 실리콘밸리를 따라가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회의적이다. 국가마다 사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중국을 보자. 중국은 매우 크다. 크기 면에선 미국과 비슷하다. 글로벌 기업들도, 중국 대기업들도 있지만 그래도 중소기업이 활동할 공간이 충분하다. 하지만 한국은 다르다. 벤처기업들이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하며 자리 잡기가 쉽지 않다. 나는 한국의 대기업 중심 모델을 과소평가하지 않는다. 몇몇 분야에서 한국 기업이 세계적 리더가 됐다는 건 놀라운 성과다. 나는 그걸 다 무시하고 중소기업의 기업가 정신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 한국은 선진국이지만 나라 크기 자체는 작다. 미국은 여러 개를 다할 수 있다. 한국은 아니다. 너무 벌이려고 하면 안 된다. 중소기업의 기업가 정신을 강조하는 건 결국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함이다. 대기업과 소규모 기업을 동시에 만족시키면서 경제성장하기는 어렵다. 특히 미래 먹거리로 유망한 IT나 유전 공학 등은 돈이 많이 든다. 오히려 대기업들이 작은 기업에 기회를 주는 구조가 바람직할지도 모른다.
▷모토하시 교수: 한국과 일본 같은 작은 나라들은 새 먹거리를 찾는 데 조심스러워야 한다. 방향성을 갖고 가야 한다. 미국 시스템을 무조건 따라 할 필요는 없다. 무조건적인 실험이 바람직할 순 없다. 실리콘밸리는 미국의 시스템일 뿐이다.
▷가오 교수: 중국만 해도 각 성(省)별로 경제개발모델이 다르다. 하물며 한국 규모의 국가는 더더욱 독자적인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장 교수: 사실 1980년대 미국에선 에즈라 보겔 하버드대 교수 등을 중심으로 일본의 혁신을 대대적으로 칭송했다. 하지만 그 뒤 미국은 추가적인 혁신을 이뤘지만 일본은 뒤처진 모습이다.
▷모토하시 교수: 한국도 일본의 역사에서 교훈을 얻을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일본은 미국 등 선진국을 따라잡은 뒤에 “다음엔 뭘 해야 하지”라는 딜레마에 빠졌다. 일본 정부는 실리콘밸리를 모방하기 위해 2004년 도쿄 시부야에 대규모 게임 산업 클러스터를 만들려고 했다. 구글처럼 파티 장소도 만들고 실리콘밸리처럼 꾸몄다. 결과는 실패였다. 창의성은 그렇게 발현되는 게 아니더라. 한국은 대통령의 임기가 한 번이다. 그만큼 많은 걸 이루려고 하고 중앙 집권적으로 정책을 움직인다. 하지만 정부의 직접적인 간섭은 오히려 창의성을 억누를 가능성이 있다.
참석자는 누구
▶티머시 브레스나한 스탠퍼드대 경영학과 교수=미시경제학의 경쟁과 반독점 분야의 세계적 대가다. 미국 법무부에서 반독점 분야를 담당하는 수석이코노미스트를 역임했다. 경제학 분야의 세계적 학술지인 아메리칸이코노믹리뷰, 쿼털리저널오브이코노믹스 등에 혁신 경제, 경쟁 분야의 논문을 정기적으로 기고하고 있다.
▶스콧 스턴 MIT 슬론 경영대학원 교수=미국경제조사국(NBER) 혁신과 기업가 정신 그룹의 책임자다. 2005년 카프만재단이 기업가 정신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연구 결과에 주는 ‘기업가 정신 특별연구상’을 받았다. 미국 정부의 혁신 관련 정책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학자로 알려졌다.
▶가오수둥 칭화대 경영학과 교수=중국 칭화대 경영대학원(MBA)에서 기업과 정신 및 전략과 관련된 프로그램 책임을 맡고 있다. 중국 최고의 싱크탱크로 꼽히는 중국사회과학원에서 산업경제 분야 연구원을 지냈다. 2005년부터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혁신과 관련된 15개 국가과제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모토하시 가즈유키 도쿄대 기술경영학과 교수=일본 상무성과 중소기업청 등에서 기업가 정신과 혁신 고양을 위한 기획 책임자를 역임한 일본 경영학계의 대표적인 석학이다.
대전=남윤선 기자/오춘호 논설위원 inklings@hankyung.com
▷김 교수: 경제는 크게 두 개 층위로 구성돼 발전한다. 대기업 중심의 기술 혁신과 중소기업 중심의 기업가 정신이다. 둘을 어떻게 독려하고 같이 발전하게 하느냐가 문제다. 한국과 일본은 기업가 정신이 부족하다는 문제점에 직면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스턴 교수: 한국은 오랜 기간 투자를 통해 세계적인 대기업을 만들어냈다. 휴대폰, 선박 등 분야도 다양하다. 놀라운 성공이다. 이제는 한국이 정책적으로 중소기업의 기업가 정신 고양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책이나 자본 투자 등을 보면 이를 위한 투자는 여전히 부족하다. 여전히 국가 투자가 대기업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고 젊은이들의 목표도 대기업에 집중돼 있다. 한국이 지금보다 더 성장하려면 산업의 더 많은 부분을 실리콘밸리처럼 만들어야 한다. 지금의 대기업 중심의 혁신을 유지하면서도 기업가 정신을 부양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기업가 정신을 고양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는 ‘실험’을 용인하는 사회 분위기다. 실패가 가능해야 한다. MIT나 스탠퍼드대 같은 곳에서 실패는 일종의 훈장 같은 것이다. 실패를 받아들이고 공부해 다음 단계로 가야 한다. 한국도 사회를 좀 더 ‘실험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브레스나한 교수: 동의한다. 국가의 새로운 방향, 새로운 먹거리가 뭔지 알아내려면 실험을 해야 한다. 기업가 정신을 통해 이런저런 산업을 시도해 보는 것이다. 그런 것이 국가의 힘을 결정한다.
▷김 교수: 일본의 상황은 어떤가.
▷모토하시 교수: 일본은 역사적으로 따라잡기에 능했다. 1960~1970년대 선진국을 모방하고 추격하는 데 집중했다. 이 단계에선 정부나 기업이나 분명한 목표가 있었다. 목표가 있으면 시스템을 갖추는 데 매우 효율적이다. 1980년대 후반에 이 목표를 거의 달성했다. 1990년대 들어서는 따라잡기 이후의 시대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지난 20년간은 새로운 방향성을 찾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하는 과정이었다. 일정 부분 성과도 거뒀다. 구글 같은 대기업은 없어도 작고 강한 기업이 적잖이 생겨났다. 내 생각에 한국도 비슷한 시도를 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한국뿐 아니라 동아시아 전체가 이런 시도를 해야 한다. 한국, 중국, 일본뿐만 아니라 대만 등이 비슷한 목표로 비슷한 산업군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이런 구조로는 동반 성장할 수 없다. 이제는 각자의 목표를 설정할 때다. 이른바 ‘스마트 스페셜라이제이션(똑똑한 전문화)’이다.
▷김 교수: 미국과 유럽은 다 선진국이지만 좀 다른 것 같다. 미국은 대기업 중심의 기술 혁신과 중소기업 중심의 기업가 정신 둘 다 공존하고 있다. 하지만 유럽은 복지를 강조해서 그런지 전반적인 활기는 느껴지지 않는다.
▷스턴 교수: 미국은 각 지역을 나눠서 봐야 한다. 혁신이 잘 이루어지는 지역이 있고 안되는 지역이 있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를 비롯한 보스턴, 샌디에이고 등이 잘하는 지역이다. 이런 지역은 공통된 특징이 있다. 수준 높은 대학, 적극적인 기술의 상업화 노력, 고급 인력 등이다. 이런 요소들이 정보기술(IT) 등 신사업 발달을 가능케 한다. 유럽에서도 스칸디나비아반도 국가들은 잘하고 있다. 최근엔 영국도 기업가 정신 육성을 위한 사회적 기반에 많은 투자를 했다. 유럽은 전반적으로 기반이 튼튼하다. 다만 거시경제적 관리가 잘못됐을 뿐이다.
▷브레스나한 교수: 미국은 IBM(대기업 중심의 혁신)과 실리콘밸리(중소기업 중심의 기업가 정신)를 둘 다 갖고 있다. 유럽은 내부적인 갈등을 겪으면서 미래 먹거리를 탐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성장모델을 하나로 고정시킬 필요는 없다. 실리콘밸리는 하나의 예일 뿐이다. 다만 꼭 갖춰야 하는 것은 있다. 교육, 기업 인프라, 친기업 정서, 실패와 다양함을 포용할 수 있는 문화 등이다. ‘망나니’도 이해할 수 있는 문화는 정말 중요하다.
▷가오 교수: 나는 한국이 실리콘밸리를 따라가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회의적이다. 국가마다 사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중국을 보자. 중국은 매우 크다. 크기 면에선 미국과 비슷하다. 글로벌 기업들도, 중국 대기업들도 있지만 그래도 중소기업이 활동할 공간이 충분하다. 하지만 한국은 다르다. 벤처기업들이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하며 자리 잡기가 쉽지 않다. 나는 한국의 대기업 중심 모델을 과소평가하지 않는다. 몇몇 분야에서 한국 기업이 세계적 리더가 됐다는 건 놀라운 성과다. 나는 그걸 다 무시하고 중소기업의 기업가 정신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 한국은 선진국이지만 나라 크기 자체는 작다. 미국은 여러 개를 다할 수 있다. 한국은 아니다. 너무 벌이려고 하면 안 된다. 중소기업의 기업가 정신을 강조하는 건 결국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함이다. 대기업과 소규모 기업을 동시에 만족시키면서 경제성장하기는 어렵다. 특히 미래 먹거리로 유망한 IT나 유전 공학 등은 돈이 많이 든다. 오히려 대기업들이 작은 기업에 기회를 주는 구조가 바람직할지도 모른다.
▷모토하시 교수: 한국과 일본 같은 작은 나라들은 새 먹거리를 찾는 데 조심스러워야 한다. 방향성을 갖고 가야 한다. 미국 시스템을 무조건 따라 할 필요는 없다. 무조건적인 실험이 바람직할 순 없다. 실리콘밸리는 미국의 시스템일 뿐이다.
▷가오 교수: 중국만 해도 각 성(省)별로 경제개발모델이 다르다. 하물며 한국 규모의 국가는 더더욱 독자적인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장 교수: 사실 1980년대 미국에선 에즈라 보겔 하버드대 교수 등을 중심으로 일본의 혁신을 대대적으로 칭송했다. 하지만 그 뒤 미국은 추가적인 혁신을 이뤘지만 일본은 뒤처진 모습이다.
▷모토하시 교수: 한국도 일본의 역사에서 교훈을 얻을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일본은 미국 등 선진국을 따라잡은 뒤에 “다음엔 뭘 해야 하지”라는 딜레마에 빠졌다. 일본 정부는 실리콘밸리를 모방하기 위해 2004년 도쿄 시부야에 대규모 게임 산업 클러스터를 만들려고 했다. 구글처럼 파티 장소도 만들고 실리콘밸리처럼 꾸몄다. 결과는 실패였다. 창의성은 그렇게 발현되는 게 아니더라. 한국은 대통령의 임기가 한 번이다. 그만큼 많은 걸 이루려고 하고 중앙 집권적으로 정책을 움직인다. 하지만 정부의 직접적인 간섭은 오히려 창의성을 억누를 가능성이 있다.
참석자는 누구
▶티머시 브레스나한 스탠퍼드대 경영학과 교수=미시경제학의 경쟁과 반독점 분야의 세계적 대가다. 미국 법무부에서 반독점 분야를 담당하는 수석이코노미스트를 역임했다. 경제학 분야의 세계적 학술지인 아메리칸이코노믹리뷰, 쿼털리저널오브이코노믹스 등에 혁신 경제, 경쟁 분야의 논문을 정기적으로 기고하고 있다.
▶스콧 스턴 MIT 슬론 경영대학원 교수=미국경제조사국(NBER) 혁신과 기업가 정신 그룹의 책임자다. 2005년 카프만재단이 기업가 정신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연구 결과에 주는 ‘기업가 정신 특별연구상’을 받았다. 미국 정부의 혁신 관련 정책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학자로 알려졌다.
▶가오수둥 칭화대 경영학과 교수=중국 칭화대 경영대학원(MBA)에서 기업과 정신 및 전략과 관련된 프로그램 책임을 맡고 있다. 중국 최고의 싱크탱크로 꼽히는 중국사회과학원에서 산업경제 분야 연구원을 지냈다. 2005년부터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혁신과 관련된 15개 국가과제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모토하시 가즈유키 도쿄대 기술경영학과 교수=일본 상무성과 중소기업청 등에서 기업가 정신과 혁신 고양을 위한 기획 책임자를 역임한 일본 경영학계의 대표적인 석학이다.
대전=남윤선 기자/오춘호 논설위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