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특별기획] 땅 파면 전기가 솟는다…여기가 아프리카 發電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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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는 시장, 아프리카를 가다 (5) 펑펑 솟는 석유, 모자라는 전기
풍부한 지열과 일사량·일정한 바람…검은 대륙은 신재생에너지 최적지
사하라 이남 전력 보급률 32%…각국서 발전소 증설 박차
풍부한 지열과 일사량·일정한 바람…검은 대륙은 신재생에너지 최적지
사하라 이남 전력 보급률 32%…각국서 발전소 증설 박차
지표면을 뚫고 곳곳에서 수증기가 솟구친다. 케냐 수도 나이로비에서 북서쪽으로 140㎞가량을 달려 도착한 국립공원 ‘헬스게이트(hell’s gate)’. 치솟는 수증기가 마치 악마가 지옥에서 올라오는 것 같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이곳에 280㎿ 규모의 지열발전소를 짓고 있다. 완공되면 케냐 전력의 20% 이상을 책임지게 된다. 현장소장 진병태 상무는 “이름은 무시무시하지만 케냐엔 축복의 땅”이라고 말했다.
인구가 늘고 경제성장률이 치솟다 보니 전기 수요가 급증했고, 전력 부족은 아프리카의 심각한 문제가 됐다. 남아공 투자은행 RMB에 따르면 인구 8억명인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 48개국이 생산하는 전체 전력량은 인구 4500만명의 스페인과 비슷한 수준이다. 자연히 전력 보급률은 32%에 그친다. 아프리카의 1인당 전기사용량도 연 153㎾h로 인도의 4분의 1, 세계 평균의 6%에 불과하다.
전기가 부족하다 보니 산업을 키우기도 힘들다. 공장을 돌리려면 자체 발전을 해야 하는데, 여기에 돈이 너무 많이 들어 가격경쟁력이 떨어져서다. 케냐, 나이지리아, 에티오피아 등 많은 아프리카 국가들이 전력 생산량 증대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는 이유다. BMI(Business Monitor International)보고서에 따르면 아프리카에서 2012년 초부터 2013년 2월까지 추진된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는 총 800여건인데, 분야별로 교통·물류(41%)와 전력(37%)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다행히 아프리카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의 최적지로 꼽힌다. 대부분 지역에 일사량이 풍부해 태양광·태양열 발전 여건이 뛰어나다. 아프리카개발은행(AfDB)은 대륙 내 태양발전 잠재력을 연간 15만5000~17만TWh로 추정하고 있다. 한국의 전력소비량이 연 500TWh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양이다. 나미비아 등 남부 지역은 풍향이 일정해 풍력발전 효율이 높다. 수력도 잠재 발전량은 1800TWh지만 현재 5% 정도만 활용되고 있다.
또 동부의 에티오피아, 케냐, 탄자니아를 잇는 ‘리프트 밸리’는 지열발전 유망지로 꼽힌다. 지열발전은 지하에서 지질 활동이 있고 지표면이 단단하지 않아야 가능하다. 그래야 땅속 열로 지하수가 덥혀져 수증기가 되고, 땅에 구멍을 뚫어 수증기를 빼내면서 터빈을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리프트밸리는 ‘아프리카-누비아 판’과 ‘아프리카-소말리아 판’이 맞닿은 곳이어서 지질 활동이 활발하고, 지표면에 모래 성분이 많다. 진 상무는 “이곳은 구멍만 뚫으면 발전소가 된다”며 “케냐의 지열 발전 잠재력만 7000㎿에 이른다”고 말했다. 케냐 정부는 올해부터 2016년까지 지열발전을 통해 1646㎿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게다가 땅은 넓고, 인구는 분산돼 있어 대형 수력·화력 발전소를 짓는 것보다는 곳곳에 소규모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하는 게 적합하다는 평가다. ‘자금줄’인 세계은행, AfDB 등도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화석연료 발전보다는 신재생에너지에 돈을 대는 것을 선호한다. AfDB는 앞으로 아프리카 신재생에너지 발전에만 8억9200만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다만 한국 건설·엔지니어링 업체들의 아프리카 발전시장 진출엔 철저한 사전조사가 필요하다. 김준오 에너지관리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과장은 “아프리카 국가들이 발표하는 계획 중에는 부풀려진 부분이 많다”며 “자체 자금보다는 국제기구 등이 돈을 대는 사업 위주로 입찰을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올카리아(케냐)=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
특별취재팀=김현석 팀장(산업부 차장), 남윤선·김보라(국제부), 전설리(IT과학부), 배석준(산업부) 기자, 조학희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전략시장연구실장, 홍정화 수석연구원
현대엔지니어링은 이곳에 280㎿ 규모의 지열발전소를 짓고 있다. 완공되면 케냐 전력의 20% 이상을 책임지게 된다. 현장소장 진병태 상무는 “이름은 무시무시하지만 케냐엔 축복의 땅”이라고 말했다.
인구가 늘고 경제성장률이 치솟다 보니 전기 수요가 급증했고, 전력 부족은 아프리카의 심각한 문제가 됐다. 남아공 투자은행 RMB에 따르면 인구 8억명인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 48개국이 생산하는 전체 전력량은 인구 4500만명의 스페인과 비슷한 수준이다. 자연히 전력 보급률은 32%에 그친다. 아프리카의 1인당 전기사용량도 연 153㎾h로 인도의 4분의 1, 세계 평균의 6%에 불과하다.
전기가 부족하다 보니 산업을 키우기도 힘들다. 공장을 돌리려면 자체 발전을 해야 하는데, 여기에 돈이 너무 많이 들어 가격경쟁력이 떨어져서다. 케냐, 나이지리아, 에티오피아 등 많은 아프리카 국가들이 전력 생산량 증대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는 이유다. BMI(Business Monitor International)보고서에 따르면 아프리카에서 2012년 초부터 2013년 2월까지 추진된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는 총 800여건인데, 분야별로 교통·물류(41%)와 전력(37%)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다행히 아프리카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의 최적지로 꼽힌다. 대부분 지역에 일사량이 풍부해 태양광·태양열 발전 여건이 뛰어나다. 아프리카개발은행(AfDB)은 대륙 내 태양발전 잠재력을 연간 15만5000~17만TWh로 추정하고 있다. 한국의 전력소비량이 연 500TWh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양이다. 나미비아 등 남부 지역은 풍향이 일정해 풍력발전 효율이 높다. 수력도 잠재 발전량은 1800TWh지만 현재 5% 정도만 활용되고 있다.
또 동부의 에티오피아, 케냐, 탄자니아를 잇는 ‘리프트 밸리’는 지열발전 유망지로 꼽힌다. 지열발전은 지하에서 지질 활동이 있고 지표면이 단단하지 않아야 가능하다. 그래야 땅속 열로 지하수가 덥혀져 수증기가 되고, 땅에 구멍을 뚫어 수증기를 빼내면서 터빈을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리프트밸리는 ‘아프리카-누비아 판’과 ‘아프리카-소말리아 판’이 맞닿은 곳이어서 지질 활동이 활발하고, 지표면에 모래 성분이 많다. 진 상무는 “이곳은 구멍만 뚫으면 발전소가 된다”며 “케냐의 지열 발전 잠재력만 7000㎿에 이른다”고 말했다. 케냐 정부는 올해부터 2016년까지 지열발전을 통해 1646㎿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게다가 땅은 넓고, 인구는 분산돼 있어 대형 수력·화력 발전소를 짓는 것보다는 곳곳에 소규모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하는 게 적합하다는 평가다. ‘자금줄’인 세계은행, AfDB 등도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화석연료 발전보다는 신재생에너지에 돈을 대는 것을 선호한다. AfDB는 앞으로 아프리카 신재생에너지 발전에만 8억9200만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다만 한국 건설·엔지니어링 업체들의 아프리카 발전시장 진출엔 철저한 사전조사가 필요하다. 김준오 에너지관리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과장은 “아프리카 국가들이 발표하는 계획 중에는 부풀려진 부분이 많다”며 “자체 자금보다는 국제기구 등이 돈을 대는 사업 위주로 입찰을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올카리아(케냐)=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
특별취재팀=김현석 팀장(산업부 차장), 남윤선·김보라(국제부), 전설리(IT과학부), 배석준(산업부) 기자, 조학희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전략시장연구실장, 홍정화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