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의회가 1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내 무력사용 요청을 승인하면서 크림반도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러시아군은 현재 크림자치공화국 수도인 심페로폴을 장악한 것으로 알려졌고 우크라이나군은 전면 경계 태세에 들어갔다.

美·러, 크림반도 첨예대립…'新냉전' 오나
러시아는 이날 우크라이나 남동부 크림자치공화국에 6000명 이상의 자국군 병력을 대규모 이동시키는 등 군사개입을 본격화하고 있다. 러시아와 유럽연합(EU)의 줄다리기에서 시작된 우크라이나 사태가 러시아와 서방의 정면 대립으로 번지면서 ‘신냉전 시대’가 도래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드미트리 트레닌 카네기모스크바센터 소장은 “러시아와 서방이 2008년 조지아(그루지야)를 두고 대결했던 것보다 더 위험한 극한의 대립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는 크림반도에서의 군사 행동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협정에 따른 것이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우크라이나 과도 정부는 사실상 ‘침공’으로 규정하며 반발하고 나섰다.

크림반도는 우크라이나 영토지만 러시아계 주민이 60%에 달해 ‘우크라이나의 작은 러시아’로 불린다. 러시아는 크림반도를 발판으로 유럽, 미국과 손잡으려는 우크라이나 야권을 압박하고 있다. 크림자치공화국 청사와 의회는 이미 러시아계 무장 세력이 장악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비공식 회동을 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헤르만 반롬푀이 EU정상회의 상임의장 등 유럽 지도자들도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잇단 전화통화를 통해 우크라이나 사태를 악화시키지 말라고 촉구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푸틴 대통령과 가진 90분간의 긴급 전화 회담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를 명백히 침해하는 것은 국제법위반으로 깊은 우려를 표시한다”며 러시아의 철군을 요구했다. 미국은 오는 6월 소치에서 열릴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 불참도 검토 중이다.

러시아는 디폴트 위기에 처한 우크라이나에 가스공급가 할인 혜택 중단을 경고하고 나섰다. 세르게이 쿠르니야노프 가즈프롬 대변인은 “현재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물어야 할 가스대금 체납액이 15억4000만달러가 넘는다”며 “더 이상 할인 혜택을 유지할 수 없다”고 밝혔다.

러시아 통화가치는 연일 급락세다.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루블화 가치는 올 들어서만 9.6% 하락, 지난달 말에는 5년 만의 최저치인 36.045루블에 마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