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머런의 '親기업' 효과…英 '세기의 침체'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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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철폐·법인세 인하로 6분기 연속 성장
집값 5%로 내집 마련…부동산 1년새 10%↑
"금리 상승 땐 신용불량자 급증" 과열 우려도
집값 5%로 내집 마련…부동산 1년새 10%↑
"금리 상승 땐 신용불량자 급증" 과열 우려도
‘영국 경제가 100년 만에 가장 긴 침체의 터널을 벗어났다.’
영국의 2분기 성장률이 6년여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하면서 영국 경제가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난 25일 이같이 보도했다. 영국 통계청(ONS)은 이날 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 대비 0.8%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2008년 금융위기 발생 전 최고치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금융위기 이후 장기간 침체를 겪던 영국 경제는 이로써 6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을 이어갔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올해 영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9%에서 3.2%로 상향 조정하면서 영국 경제의 회생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00년 만에 최장 기간 침체
영국은 지난 한 세기 동안 총 여섯 차례의 경기 침체를 경험했다. 1920년 대공황에 이어 1930년, 1973년, 1979년, 1990년과 2008년 각각 위기가 찾아왔다. 그동안 실질 GDP가 위기 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최소 30개월에서 50개월 미만. 그러나 2008년 위기는 달랐다. 2012년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위기가 덮치면서 영국도 타격을 입었다.
본격적인 회복세는 지난해부터 나타났다. 유로존 주요국의 실질 GDP 증가율이 -1.9~0.4% 성장한 것에 비해 영국은 상대적으로 높은 1.7%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 같은 경기 개선 움직임은 현재 보수·자민 연립정부가 고강도 재정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과감한 통화 완화와 일관성 있는 친기업 정책을 펼쳤기 때문이라고 FT는 분석했다.
◆규제 철폐·세금 개혁 ‘일등 공신’
경기 회복의 일등 공신은 영국 정부의 ‘친기업 정책’이다. 2010년 총선에서 40대 초반 나이로 총리가 된 데이비드 캐머런(48)과 조지 오스본 재무장관(43)은 과감한 친기업 정책을 통해 경제 회복을 주도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영국 정부는 올 2월부터 규제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규제리스트 3095개를 없애기 위한 ‘레드 테이프 챌린지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규제 철폐 진행 상황은 매일 인터넷 사이트에 공개됐고, 현재까지 800여개의 규제가 사라졌다. 영국 정부는 앞으로 기업의 비용 부담을 매년 8억5000만파운드(약 1조4700억원) 줄여주겠다고 약속했다.
법인세 개혁도 이어졌다. 현재 선진국 최저 수준(23%)인 법인세를 내년부터 20%로 더 낮춘다. 또 영국에 본사를 두면 해외에서 발생한 매출에 세금을 매기지 않는 법을 통과시켰다. 언스트앤영 관계자는 “앞으로 18개월간 60여개 다국적 기업이 본사를 영국으로 옮길 것”이라며 “5000개 일자리, 10억파운드의 추가 세수를 일으킬 것”이라고 전했다.
규제 완화는 투자로 직결됐다. 올 1분기 영국 기업의 설비 투자는 334억파운드로 전 분기 대비 5% 늘었다. 2010년 5만개이던 런던의 벤처기업은 현재 약 9만개로 2배 가까이 늘었다.
◆부동산 정책은 ‘양날의 칼’
FT는 과감한 건설·부동산 부양 정책이 내수 경기를 살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4월 시행한 ‘헬프 투 바이(help to buy)’라는 주택 구입 지원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집값의 5%만 갖고 있으면 60만파운드(약 10억원) 이하 주택을 살 수 있는 제도다. 집값의 나머지 20%는 정부가, 75%는 금융회사가 대출해준 뒤 구입 후 첫 5년은 이자를 면제하는 정책이다. 이 제도 시행 이후 올 4월 말까지 1년간 영국 부동산 가격은 평균 9.9% 올랐다. 올 1분기 가계 지출은 0.8% 늘었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가 주택 버블로 이어지면서 경제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영국 싱크탱크 레솔루션파운데이션은 영국 중앙은행(BOE)이 5년간 지속해온 초저금리(0.5%)가 2018년 약 3%까지 오르면 주택 대출 원금을 상환하지 못하는 사람이 약 80만명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경우 소득의 절반 이상을 대출금 상환에 쓰는 이들은 현재 60만명에서 2018년 110만명으로 급증한다.
매튜 휘태커 이코노미스트는 “금융위기 이전 만연했던 부채 문제가 경기 회복에 따라 사라지는 건 절대 아니다”고 강조했다. 마크 카니 BOE 총재도 최근 “부동산 과열은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을 막는 최대 위협”이라고 경고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영국의 2분기 성장률이 6년여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하면서 영국 경제가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난 25일 이같이 보도했다. 영국 통계청(ONS)은 이날 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 대비 0.8%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2008년 금융위기 발생 전 최고치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금융위기 이후 장기간 침체를 겪던 영국 경제는 이로써 6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을 이어갔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올해 영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9%에서 3.2%로 상향 조정하면서 영국 경제의 회생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00년 만에 최장 기간 침체
영국은 지난 한 세기 동안 총 여섯 차례의 경기 침체를 경험했다. 1920년 대공황에 이어 1930년, 1973년, 1979년, 1990년과 2008년 각각 위기가 찾아왔다. 그동안 실질 GDP가 위기 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최소 30개월에서 50개월 미만. 그러나 2008년 위기는 달랐다. 2012년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위기가 덮치면서 영국도 타격을 입었다.
본격적인 회복세는 지난해부터 나타났다. 유로존 주요국의 실질 GDP 증가율이 -1.9~0.4% 성장한 것에 비해 영국은 상대적으로 높은 1.7%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 같은 경기 개선 움직임은 현재 보수·자민 연립정부가 고강도 재정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과감한 통화 완화와 일관성 있는 친기업 정책을 펼쳤기 때문이라고 FT는 분석했다.
◆규제 철폐·세금 개혁 ‘일등 공신’
경기 회복의 일등 공신은 영국 정부의 ‘친기업 정책’이다. 2010년 총선에서 40대 초반 나이로 총리가 된 데이비드 캐머런(48)과 조지 오스본 재무장관(43)은 과감한 친기업 정책을 통해 경제 회복을 주도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영국 정부는 올 2월부터 규제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규제리스트 3095개를 없애기 위한 ‘레드 테이프 챌린지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규제 철폐 진행 상황은 매일 인터넷 사이트에 공개됐고, 현재까지 800여개의 규제가 사라졌다. 영국 정부는 앞으로 기업의 비용 부담을 매년 8억5000만파운드(약 1조4700억원) 줄여주겠다고 약속했다.
법인세 개혁도 이어졌다. 현재 선진국 최저 수준(23%)인 법인세를 내년부터 20%로 더 낮춘다. 또 영국에 본사를 두면 해외에서 발생한 매출에 세금을 매기지 않는 법을 통과시켰다. 언스트앤영 관계자는 “앞으로 18개월간 60여개 다국적 기업이 본사를 영국으로 옮길 것”이라며 “5000개 일자리, 10억파운드의 추가 세수를 일으킬 것”이라고 전했다.
규제 완화는 투자로 직결됐다. 올 1분기 영국 기업의 설비 투자는 334억파운드로 전 분기 대비 5% 늘었다. 2010년 5만개이던 런던의 벤처기업은 현재 약 9만개로 2배 가까이 늘었다.
◆부동산 정책은 ‘양날의 칼’
FT는 과감한 건설·부동산 부양 정책이 내수 경기를 살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4월 시행한 ‘헬프 투 바이(help to buy)’라는 주택 구입 지원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집값의 5%만 갖고 있으면 60만파운드(약 10억원) 이하 주택을 살 수 있는 제도다. 집값의 나머지 20%는 정부가, 75%는 금융회사가 대출해준 뒤 구입 후 첫 5년은 이자를 면제하는 정책이다. 이 제도 시행 이후 올 4월 말까지 1년간 영국 부동산 가격은 평균 9.9% 올랐다. 올 1분기 가계 지출은 0.8% 늘었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가 주택 버블로 이어지면서 경제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영국 싱크탱크 레솔루션파운데이션은 영국 중앙은행(BOE)이 5년간 지속해온 초저금리(0.5%)가 2018년 약 3%까지 오르면 주택 대출 원금을 상환하지 못하는 사람이 약 80만명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경우 소득의 절반 이상을 대출금 상환에 쓰는 이들은 현재 60만명에서 2018년 110만명으로 급증한다.
매튜 휘태커 이코노미스트는 “금융위기 이전 만연했던 부채 문제가 경기 회복에 따라 사라지는 건 절대 아니다”고 강조했다. 마크 카니 BOE 총재도 최근 “부동산 과열은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을 막는 최대 위협”이라고 경고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