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가 ‘소셜커머스 원조기업’ 그루폰의 4대 주주로 등극하면서 성장 정체에 빠진 그루폰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알리바바는 그루폰 주식 3300만주(지분율 5.6%)를 인수했다고 17일(현지시간) 공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알리바바가 그루폰 지분 인수를 의미있는 투자가 되게 하려면 그루폰의 시행착오를 철저히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그루폰 주가 5년 만에 10분의 1 토막

2010년 그루폰의 콧대는 하늘을 찔렀다. 그루폰은 공동구매 방식을 이용해 음식점, 공연, 스파 등의 이용권을 50% 가까이 할인 판매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루폰은 구글이 60억달러(약 7조3600억원)에 인수하겠다는 제안을 단번에 거절했다. 야후가 제시한 20억달러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2008년 미국 시카고에서 시작해 2년 만에 세계 44개국 500여개 도시에 진출하며 승승장구하던 시절이었다. 그루폰은 2011년 기업공개(IPO)로 시가총액 160억달러의 회사가 됐다.

하지만 영광은 오래가지 않았다. 상장 첫날 공모가 20달러를 40% 웃도는 28달러에 거래되기도 했지만 지난 3일엔 주가가 2.47달러까지 추락했다. 기업가치는 13억달러로 쪼그라들었다. 알리바바의 그루폰 지분 인수 소식이 공시 전부터 시장에 돌면서 주가는 최근 며칠간 상승해 17일 3.79달러로 반등했지만 여전히 공모가를 크게 밑돈다.

지난해에는 전체 직원 1만2000여명 가운데 1100여명을 내보냈고, 그리스 등 7개국에서 철수를 진행 중이다.

◆상인들 그루폰 외면, SNS로 자체 홍보

그루폰의 추락은 사업 모델을 현실에 정교하게 적용하지 못한 데다 새로운 형태의 상품판매 경쟁자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 주원인으로 꼽힌다.

WSJ는 “그루폰의 성장세가 워낙 가팔라 사업모델을 안정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분석했다. 여러 나라에서 동시에 사업을 확장하면서 현지화가 부족했다는 설명이다. 할인쿠폰 판매 방식에 대해선 “구두쇠를 유인하는 데는 좋지만 충성도 높은 소비자 확보에는 성공적이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확산 등으로 지역상인이 그루폰에 50% 가까운 할인율을 제공하지 않고도 자신의 상점을 알릴 기회가 크게 늘었는데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분석도 있다. 정보기술(IT) 전문매체 더버즈는 “아마존 리빙소셜 등 그루폰과 비슷한 서비스를 하는 회사가 줄줄이 관련 사업을 축소했다”며 “그루폰도 이 같은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고 전했다.

다만 최근 들어선 그루폰의 사정이 나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상품 정보를 이메일로 보내는 데 그치지 않고 소비자의 사이트 방문을 유도하는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며 “한동안 지지부진했던 그루폰이 다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포브스는 그루폰이 평판 좋은 상인을 끌어들이거나, 모바일을 통한 영업을 강화하는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WSJ는 “알리바바는 그루폰 주가가 올라 투자 하루 만에 3300만달러의 장부상 이익을 챙길 수 있었지만 그루폰을 통해 제대로 된 교훈을 얻는다면 훨씬 더 많은 돈을 벌 것”이라고 보도했다.

박종서 기자/박주형 인턴기자(성균관대 2년)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