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형은행 '상업-투자은행 분리' 탄력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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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만삭스 출신 트럼프 참모도 나서서 찬성
월가 족쇄 풀어주던 트럼프 정부
이번엔 업무 규제하는 법안 지지
세제개편 등 정책 잇단 제동에
민주당 협조 얻어내려는 의도인 듯
백악관 장악한 '골드만삭스 사단'
경쟁사 JP모간 견제 분석도
월가 족쇄 풀어주던 트럼프 정부
이번엔 업무 규제하는 법안 지지
세제개편 등 정책 잇단 제동에
민주당 협조 얻어내려는 의도인 듯
백악관 장악한 '골드만삭스 사단'
경쟁사 JP모간 견제 분석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대마불사(大馬不死)’로 불리는 월가의 초대형 은행들을 쪼개는 데 야당인 민주당과 협력할 수 있다고 밝혔다. 월가 지지를 받는 트럼프 정부가 의외의 태도를 보였다는 평가 속에 민주당과의 ‘빅딜’을 위한 제스처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백악관·재무부 한목소리로 찬성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6일(현지시간) 비공개로 열린 상원 은행위원회 회의에 출석해 야당인 민주당이 추진 중인 글래스-스티걸법 복원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글래스-스티걸법은 1929년 발생한 대공황 원인이 은행의 방만 경영과 무분별한 투기거래에 있다고 보고 이를 막기 위해 1933년 제정됐다. 이 법을 근거로 은행을 예금과 대출 등 소비자 금융을 맡는 상업은행과 유가증권 인수 등 기업금융을 담당하는 투자은행(IB)으로 완전히 분리했다. 투자은행 부문의 투기거래로 인한 위기가 상업은행 부문으로 전이되는 것을 예방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글래스-스티걸법은 1999년 업종 간 칸막이를 허물어 경쟁을 촉진해야 한다는 업계 여론에 밀려 폐지됐다. 무분별한 파생상품 개발과 투자로 2008년 월가발(發)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상황은 반전했다. 은행이 위험성 큰 파생상품을 개발해 판매하는 투자금융 업무에 치중하지 못하도록 이 법을 부활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민주당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2013년 이른바 ‘21세기 글래스-스티걸법안’을 발의했다.
이날 위원회 회의에서 워런 의원의 질의를 받은 콘 위원장은 대형 은행의 분리를 지지하며 민주당과 법안 처리를 위해 논의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콘 위원장이 “골드만삭스는 유가증권 인수 등에 집중하고, 씨티는 대출 등 상업은행 업무를 주로 하던 때로 돌아가는 것을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회의에 참석한 의원과 보좌관들은 콘 위원장의 예상외 발언에 깜짝 놀랐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정부가 월가 개혁의 총대를 멘 워런 의원과 보조를 맞추는 극히 이례적인 모습이 연출됐다고 보도했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일자리 창출과 비즈니스 활성화를 위해 은행시스템을 단순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며 콘 위원장의 발언에 힘을 보탰다. 이날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과 토머스 호닉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부의장도 은행 분리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민주당과 ‘빅딜’용 포석일 수도
파이낸셜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글래스-스티걸법 복원 지지로 민주당과 거래할 의사가 있음을 시사했다고 전했다. 자신의 건강보험 개혁법안 ‘트럼프케어’가 여당인 공화당 강경파의 반대로 의회 상정조차 하지 못하고 철회되면서 상처를 입은 트럼프 대통령이 경기부양 법안 처리를 위해 민주당의 협조를 필요로 한다는 분석이다.
의회전문지 힐은 트럼프 정부가 1조달러 규모의 인프라(사회간접자본) 개선 투자법안에 감세안이 포함된 조세개혁안과 트럼프케어(미국건강보험법) 수정안을 한데 묶어 의회에 제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백악관을 사실상 장악한 ‘골드만삭스 사단’이 IB 부문 경쟁상대인 JP모간을 견제하려는 포석이 깔려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은 민주당의 글래스-스티걸법안이 골드만삭스처럼 소매금융 비중이 작은 투자은행에 미치는 타격이 미미하다고 전했다. 법안대로라면 골드만삭스가 스트레스 테스트(건전성 평가)와 같은 미국 중앙은행(Fed)의 규제를 받지 않을 수도 있다. 콘 위원장은 골드만삭스에서 2인자인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지냈으며, 므누신 장관도 골드만삭스 매니저 출신이다.
반면 JP모간처럼 예금과 대출부문 비중이 큰 대형 은행은 막대한 수익을 내는 IB 부문이 분리되면 타격을 받는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회장은 지난해 투자설명회에서 “대형 은행을 쪼개는 것은 미국에 좋지 않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지난 4일 주주들에게 보낸 연례서한을 통해서는 “대마불사의 위험은 해소됐다”며 규제 완화를 촉구했다.
WSJ는 콘 위원장의 발언이 큰 위협이 되지 않는다며 전문가들도 글래스-스티걸법안은 정치적 선명성을 드러내는 데 목적이 있다고 전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
◆백악관·재무부 한목소리로 찬성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6일(현지시간) 비공개로 열린 상원 은행위원회 회의에 출석해 야당인 민주당이 추진 중인 글래스-스티걸법 복원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글래스-스티걸법은 1929년 발생한 대공황 원인이 은행의 방만 경영과 무분별한 투기거래에 있다고 보고 이를 막기 위해 1933년 제정됐다. 이 법을 근거로 은행을 예금과 대출 등 소비자 금융을 맡는 상업은행과 유가증권 인수 등 기업금융을 담당하는 투자은행(IB)으로 완전히 분리했다. 투자은행 부문의 투기거래로 인한 위기가 상업은행 부문으로 전이되는 것을 예방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글래스-스티걸법은 1999년 업종 간 칸막이를 허물어 경쟁을 촉진해야 한다는 업계 여론에 밀려 폐지됐다. 무분별한 파생상품 개발과 투자로 2008년 월가발(發)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상황은 반전했다. 은행이 위험성 큰 파생상품을 개발해 판매하는 투자금융 업무에 치중하지 못하도록 이 법을 부활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민주당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2013년 이른바 ‘21세기 글래스-스티걸법안’을 발의했다.
이날 위원회 회의에서 워런 의원의 질의를 받은 콘 위원장은 대형 은행의 분리를 지지하며 민주당과 법안 처리를 위해 논의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콘 위원장이 “골드만삭스는 유가증권 인수 등에 집중하고, 씨티는 대출 등 상업은행 업무를 주로 하던 때로 돌아가는 것을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회의에 참석한 의원과 보좌관들은 콘 위원장의 예상외 발언에 깜짝 놀랐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정부가 월가 개혁의 총대를 멘 워런 의원과 보조를 맞추는 극히 이례적인 모습이 연출됐다고 보도했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일자리 창출과 비즈니스 활성화를 위해 은행시스템을 단순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며 콘 위원장의 발언에 힘을 보탰다. 이날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과 토머스 호닉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부의장도 은행 분리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민주당과 ‘빅딜’용 포석일 수도
파이낸셜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글래스-스티걸법 복원 지지로 민주당과 거래할 의사가 있음을 시사했다고 전했다. 자신의 건강보험 개혁법안 ‘트럼프케어’가 여당인 공화당 강경파의 반대로 의회 상정조차 하지 못하고 철회되면서 상처를 입은 트럼프 대통령이 경기부양 법안 처리를 위해 민주당의 협조를 필요로 한다는 분석이다.
의회전문지 힐은 트럼프 정부가 1조달러 규모의 인프라(사회간접자본) 개선 투자법안에 감세안이 포함된 조세개혁안과 트럼프케어(미국건강보험법) 수정안을 한데 묶어 의회에 제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백악관을 사실상 장악한 ‘골드만삭스 사단’이 IB 부문 경쟁상대인 JP모간을 견제하려는 포석이 깔려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은 민주당의 글래스-스티걸법안이 골드만삭스처럼 소매금융 비중이 작은 투자은행에 미치는 타격이 미미하다고 전했다. 법안대로라면 골드만삭스가 스트레스 테스트(건전성 평가)와 같은 미국 중앙은행(Fed)의 규제를 받지 않을 수도 있다. 콘 위원장은 골드만삭스에서 2인자인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지냈으며, 므누신 장관도 골드만삭스 매니저 출신이다.
반면 JP모간처럼 예금과 대출부문 비중이 큰 대형 은행은 막대한 수익을 내는 IB 부문이 분리되면 타격을 받는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회장은 지난해 투자설명회에서 “대형 은행을 쪼개는 것은 미국에 좋지 않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지난 4일 주주들에게 보낸 연례서한을 통해서는 “대마불사의 위험은 해소됐다”며 규제 완화를 촉구했다.
WSJ는 콘 위원장의 발언이 큰 위협이 되지 않는다며 전문가들도 글래스-스티걸법안은 정치적 선명성을 드러내는 데 목적이 있다고 전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