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의 정전 겪은 영국…"탈원전·풍력 의존이 화 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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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리포트
9일 런던 등서 대규모 정전 발생
지하철 멈추고 신호등 작동 안 해
세계 최대 英 풍력발전소 고장 탓
강경민 런던 특파원
9일 런던 등서 대규모 정전 발생
지하철 멈추고 신호등 작동 안 해
세계 최대 英 풍력발전소 고장 탓
강경민 런던 특파원
‘정전 대혼란(Power cut chaos).’ 지난 10일 영국 주요 일간지 헤드라인을 차지한 문구다. 주말을 앞둔 지난 9일 오후 5시께 수도인 런던 등 잉글랜드 남동부와 웨일스 지역에 대규모 정전이 발생했다. 잉글랜드 북부 요크셔 앞바다에 세워진 세계 최대 규모의 혼시풍력발전소가 고장으로 멈춰섰기 때문이다. 이날 정전으로 런던 지하철을 비롯한 각지의 열차 운행이 중단되거나 지연됐다. 런던에선 일부 지역의 신호등이 작동하지 않아 저녁 퇴근길에 심각한 교통체증이 빚어졌다. 정부에 따르면 사상 최악의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으로 영국 전역에서 최소 100만여 명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블랙아웃을 계기로 영국에서 200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한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정책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전력 수급이 상대적으로 불안정한 풍력 등 재생에너지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우려에서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현지 언론은 블랙아웃 사태를 계기로 안정적인 전력 수급을 위한 긴급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영국 정부는 2000년대 후반부터 ‘탄소 제로’를 목표로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지난 6월엔 화력발전소를 2025년까지 완전히 퇴출하겠다는 목표도 수립했다.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에는 영국 국민도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문제는 재생에너지 의존도가 급속도로 높아졌다는 점이다. 전체 에너지 대비 재생에너지 비중은 2000년대 후반 한 자릿수에 불과했다. 영국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영국의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전체 에너지의 37.1%에 달했다. 비중이 가장 높은 가스(37.9%)와 거의 차이가 없다. 원자력(16.5%), 석탄(5.7%), 석유(2.8%) 등을 크게 웃돈다. 재생에너지 비중은 화석연료 비중을 이미 넘어섰다.
재생에너지 중에선 풍력 발전이 51.4%로 비중이 가장 높다. 바람이 잦은 영국 날씨를 활용해 북해 연안에 대규모 풍력단지를 잇따라 세웠다. 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다른 에너지원과 달리 날씨에 의존한다. 전력 수급이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텔레그래프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영국 전력공기업인 내셔널그리드는 블랙아웃이 발생하기 한 시간 전인 9일 오후 4시께 공식 트위터를 통해 홍보자료를 냈다. 이날 오전 기준 풍력으로 얻는 전력 비중이 영국 전체 전력 공급량의 47.6%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로부터 불과 한 시간 후인 오후 5시께 블랙아웃이 발생했다. 재생에너지에 지나치게 의존한 불안정한 전력 수급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것이 현지 언론의 분석이다.
일간 가디언은 영국 정부가 탄소 제로와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라는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선 원전 발전량을 크게 확대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영국 정부도 안정적인 전력 수급을 위해 신규 원전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20년간 원전 건설이 중단되면서 산업 기반이 무너진 탓에 원전 발전량을 늘리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영국은 1956년 세계 최초의 상업용 원전을 세운 원전 종주국이다. 1986년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1990년대 중반부터 이른바 ‘탈원전’에 나서며 원전 건설을 중단했다. 2000년대 후반부터는 탄소 제로를 앞세운 에너지 정책을 시행하면서 탈원전 정책을 폐기했다.
kkm1026@hankyung.com
이번 블랙아웃을 계기로 영국에서 200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한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정책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전력 수급이 상대적으로 불안정한 풍력 등 재생에너지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우려에서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현지 언론은 블랙아웃 사태를 계기로 안정적인 전력 수급을 위한 긴급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영국 정부는 2000년대 후반부터 ‘탄소 제로’를 목표로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지난 6월엔 화력발전소를 2025년까지 완전히 퇴출하겠다는 목표도 수립했다.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에는 영국 국민도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문제는 재생에너지 의존도가 급속도로 높아졌다는 점이다. 전체 에너지 대비 재생에너지 비중은 2000년대 후반 한 자릿수에 불과했다. 영국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영국의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전체 에너지의 37.1%에 달했다. 비중이 가장 높은 가스(37.9%)와 거의 차이가 없다. 원자력(16.5%), 석탄(5.7%), 석유(2.8%) 등을 크게 웃돈다. 재생에너지 비중은 화석연료 비중을 이미 넘어섰다.
재생에너지 중에선 풍력 발전이 51.4%로 비중이 가장 높다. 바람이 잦은 영국 날씨를 활용해 북해 연안에 대규모 풍력단지를 잇따라 세웠다. 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다른 에너지원과 달리 날씨에 의존한다. 전력 수급이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텔레그래프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영국 전력공기업인 내셔널그리드는 블랙아웃이 발생하기 한 시간 전인 9일 오후 4시께 공식 트위터를 통해 홍보자료를 냈다. 이날 오전 기준 풍력으로 얻는 전력 비중이 영국 전체 전력 공급량의 47.6%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로부터 불과 한 시간 후인 오후 5시께 블랙아웃이 발생했다. 재생에너지에 지나치게 의존한 불안정한 전력 수급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것이 현지 언론의 분석이다.
일간 가디언은 영국 정부가 탄소 제로와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라는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선 원전 발전량을 크게 확대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영국 정부도 안정적인 전력 수급을 위해 신규 원전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20년간 원전 건설이 중단되면서 산업 기반이 무너진 탓에 원전 발전량을 늘리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영국은 1956년 세계 최초의 상업용 원전을 세운 원전 종주국이다. 1986년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1990년대 중반부터 이른바 ‘탈원전’에 나서며 원전 건설을 중단했다. 2000년대 후반부터는 탄소 제로를 앞세운 에너지 정책을 시행하면서 탈원전 정책을 폐기했다.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