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톡톡] 인니의 '40조 천도', 뜨거운 인프라 수주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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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6일 인도네시아 조코위(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수도를 지금의 자카르타에서 보르네오섬으로 알려진 칼리만탄섬 동부로 옮기는 조치를 발표했다. 자카르타 지역의 과밀을 해소하고 국토균형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결단으로 평가된다.
자카르타는 순다 끌라빠라고 하는 어촌으로 시작하여 35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확장을 거듭하여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으나, 이제는 한계에 부딪혀 난개발로 인한 문제점들이 나타나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자카르타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새로운 수도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이다. 처음부터 도시기능에 대한 중장기 수요를 예측하고 이를 바탕으로 마스터 플랜을 세워서 계획도시를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백지 위에 그려가는 프로젝트인 만큼 여러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행정부와 입법부, 사법부의 축이 모두 옮겨가고, 20여만명의 중앙공무원들과 그 가족이 이주해야 하는 메가 프로젝트 수행 과정에서 건설과 인프라 부문을 중심으로 여러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기존 인프라는 최대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칼리만탄의 인구밀도는 자바지역보다 낮지만 석탄, 석유, 천연가스, 팜 플랜테이션 등의 산업이 발달한 곳이다. 신수도 입지와 인접한 발릭빠빤과 사마린다는 천연자원을 활용한 산업을 바탕으로 성장해 지금은 칼리만탄의 대표적 도시로 꼽힌다. 이 두 도시에 인접한 기존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새로운 수도 입지 선정에서 중요한 고려요소로 작용했다. 공항이 대표적이다. 발릭빠빤과 사마린다에는 이미 국제공항이 있다. 새로운 수도는 신공항 없이 이 두 공항을 복수 공항 체제로 사용한다는 구상이다.
신수도에는 먼저 대통령궁을 위치시키고 국회, 대법원, 헌법재판소를 비롯해 각종 행정부처 청사를 지을 계획이다. 말레이시아의 행정수도 푸트라자야의 사례가 참고 가능한 모델로 거론된다. 공무원들과 그 가족에게는 관사를 제공한다는 방침인데 토지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아파트 형태의 건설을 추진 중이다. 민간업자가 공급하는 주택, 상업시설 등 부동산 개발시장도 활성화될 전망이다.
교통망 확충도 이어진다. 기존 철도와 도로가 있지만 새로운 수도가 기능을 하기 위해선 대규모 증설이 불가피하다. 국가개발계획부는 철도 노선 신설을 추진 중이다. 시기는 알 수 없지만 이미 발릭빠빤을 중심으로 한 2개 노선의 철도 건설에 관한 타당성조사(F/S) 결과가 나와 있다. 추가 노선 건설계획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공공사업부에서는 해당 지역에 유료도로 건설 수요가 1,120km 있다고 추산하고 있으나, 현재 추진 중인 사업은 발릭빠빤-사마린다 구간 99km에 불과하다. 국영전기공사(PLN)는 발전소 신규건설 여부는 칼리만탄 동부와 남부 발전량과 전력수요 예측량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추후 결정할 계획임을 밝혔다.
백지 위에 그리는 그림인 만큼 신수도는 신에너지 구상 등 인도네시아 미래발전계획과 비젼의 시험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인지 새로운 도시는 스마트도시(smart city), 녹색도시(green city)를 표방하고 있다. 부지 주변의 녹지를 보전하겠다는 원칙도 최대한 자연과의 조화를 이루겠다는 노력의 일환이다. 발전소도 마찬가지다. 발전소 추가 건설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오더라도 전력원으로는 바이오매스 등 대체에너지원들이 거론된다. 화력이 선택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칼리만탄이 석탄산업이 발달한 곳임을 생각하면 역설적이다.
전선은 모두 땅에 묻어 전신주 없는 도시를 지향한다는 방침이다. 도시가스 활용안도 나오고 있다. 자카르타만 해도 도시가스가 없어 고급주택에서도 3kg짜리 LPG 통을 사용하고 있다. 새 도시는 도시가스 공급망을 갖춰 LPG통 없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게 인도네시아 정부의 구상이다. 요즘 부쩍 관심이 높아진 전기차 활용도를 극대화하는데 신수도가 최적이라는 평가도 눈에 띈다. 처음부터 버스와 택시 등 대중교통차량을 전기차 위주로 구매하고, 충전 인프라를 충분히 구비하면 가능한 일이다.
호텔 건설 붐을 예측하는 시각도 있다. 행정, 입법, 사법의 중심 기능이 모두 집중해 있는 만큼 업무차 신수도를 찾는 사람들의 수는 계속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인프라 확충과 함께 주변의 관광지 개발이 가속화될 가능성도 크다. 칼리만탄은 자연이 비교적 잘 보존된 곳으로 관광자원의 잠재력이 충분하다. 참고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찾는 관광지 코나키나발루는 신수도와 같은 섬인 말레이시아령 북부 보르네오에 위치해 있다.
신수도 건설에는 약 330억 달러(한화 약 40조원)에 달하는 비용이 들 것으로 추산된다. 이 중 정부예산으로는 약 20% 정도만을 조달해 토지매입, 기초 인프라, 공무원 관사, 군경 시설 건설에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전체 비용의 20%라고는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재정에 미치는 부담은 상당해 계획 완료시까지 매년 재정적자 폭을 0.7%씩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부는 재정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자카르타에 위치한 정부 소유 자산의 일부를 매각하거나 임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총비용의 55%는 민관협력투자개발사업(PPP) 형태로 마련한다. 국내외 기업에 모두 문호를 개방하되 현지 기업과 국영기업에 가점을 준다는 방침이어서 컨소시엄 등 현지기업과의 제휴도 검토해 볼 만 하다. 나머지는 민간부문에서 마련하여 관사 이외의 공공주택, 대학 등 교육시설, 공항·항만·유료도로 건설과 개선, 의료시설 건설, 쇼핑몰 등 상업시설 건설 등에 충당한다. 아시아 인프라투자은행(AIIB)은 발빠르게 신수도 건설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는데 참여할 용의가 있음을 밝혔다. 대규모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인도네시아 정부는 재원마련을 위해 모든 가능성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이어서, 계획이 구체화됨에 따라 개발금융기관들의 참여도 줄을 이을 전망이다.
양동철 crosus@koreaexim.go.kr/정리=박동휘 하노이 특파원 donghuip@hankyung.com
* 위 내용은 필자 소속기관의 견해를 반영하지 않습니다.
◆양동철은 누구 = 수출입은행에서 남아시아를 담당하고 있다. 동네에서 우연히 한국에 와 있던 인도네시아 근로자들을 만나면서 23년 전부터 인도네시아와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언어를 공부하고 친구들과 이야기하고 책과 신문을 읽으며 인도네시아를 알아갔다. 말레이시아에서 이슬람금융 석사학위를 받았다. 2015년 여름부터 3년간 자카르타 현지법인에서 근무했다.
자카르타는 순다 끌라빠라고 하는 어촌으로 시작하여 35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확장을 거듭하여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으나, 이제는 한계에 부딪혀 난개발로 인한 문제점들이 나타나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자카르타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새로운 수도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이다. 처음부터 도시기능에 대한 중장기 수요를 예측하고 이를 바탕으로 마스터 플랜을 세워서 계획도시를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백지 위에 그려가는 프로젝트인 만큼 여러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행정부와 입법부, 사법부의 축이 모두 옮겨가고, 20여만명의 중앙공무원들과 그 가족이 이주해야 하는 메가 프로젝트 수행 과정에서 건설과 인프라 부문을 중심으로 여러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기존 인프라는 최대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칼리만탄의 인구밀도는 자바지역보다 낮지만 석탄, 석유, 천연가스, 팜 플랜테이션 등의 산업이 발달한 곳이다. 신수도 입지와 인접한 발릭빠빤과 사마린다는 천연자원을 활용한 산업을 바탕으로 성장해 지금은 칼리만탄의 대표적 도시로 꼽힌다. 이 두 도시에 인접한 기존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새로운 수도 입지 선정에서 중요한 고려요소로 작용했다. 공항이 대표적이다. 발릭빠빤과 사마린다에는 이미 국제공항이 있다. 새로운 수도는 신공항 없이 이 두 공항을 복수 공항 체제로 사용한다는 구상이다.
신수도에는 먼저 대통령궁을 위치시키고 국회, 대법원, 헌법재판소를 비롯해 각종 행정부처 청사를 지을 계획이다. 말레이시아의 행정수도 푸트라자야의 사례가 참고 가능한 모델로 거론된다. 공무원들과 그 가족에게는 관사를 제공한다는 방침인데 토지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아파트 형태의 건설을 추진 중이다. 민간업자가 공급하는 주택, 상업시설 등 부동산 개발시장도 활성화될 전망이다.
교통망 확충도 이어진다. 기존 철도와 도로가 있지만 새로운 수도가 기능을 하기 위해선 대규모 증설이 불가피하다. 국가개발계획부는 철도 노선 신설을 추진 중이다. 시기는 알 수 없지만 이미 발릭빠빤을 중심으로 한 2개 노선의 철도 건설에 관한 타당성조사(F/S) 결과가 나와 있다. 추가 노선 건설계획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공공사업부에서는 해당 지역에 유료도로 건설 수요가 1,120km 있다고 추산하고 있으나, 현재 추진 중인 사업은 발릭빠빤-사마린다 구간 99km에 불과하다. 국영전기공사(PLN)는 발전소 신규건설 여부는 칼리만탄 동부와 남부 발전량과 전력수요 예측량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추후 결정할 계획임을 밝혔다.
백지 위에 그리는 그림인 만큼 신수도는 신에너지 구상 등 인도네시아 미래발전계획과 비젼의 시험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인지 새로운 도시는 스마트도시(smart city), 녹색도시(green city)를 표방하고 있다. 부지 주변의 녹지를 보전하겠다는 원칙도 최대한 자연과의 조화를 이루겠다는 노력의 일환이다. 발전소도 마찬가지다. 발전소 추가 건설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오더라도 전력원으로는 바이오매스 등 대체에너지원들이 거론된다. 화력이 선택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칼리만탄이 석탄산업이 발달한 곳임을 생각하면 역설적이다.
전선은 모두 땅에 묻어 전신주 없는 도시를 지향한다는 방침이다. 도시가스 활용안도 나오고 있다. 자카르타만 해도 도시가스가 없어 고급주택에서도 3kg짜리 LPG 통을 사용하고 있다. 새 도시는 도시가스 공급망을 갖춰 LPG통 없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게 인도네시아 정부의 구상이다. 요즘 부쩍 관심이 높아진 전기차 활용도를 극대화하는데 신수도가 최적이라는 평가도 눈에 띈다. 처음부터 버스와 택시 등 대중교통차량을 전기차 위주로 구매하고, 충전 인프라를 충분히 구비하면 가능한 일이다.
호텔 건설 붐을 예측하는 시각도 있다. 행정, 입법, 사법의 중심 기능이 모두 집중해 있는 만큼 업무차 신수도를 찾는 사람들의 수는 계속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인프라 확충과 함께 주변의 관광지 개발이 가속화될 가능성도 크다. 칼리만탄은 자연이 비교적 잘 보존된 곳으로 관광자원의 잠재력이 충분하다. 참고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찾는 관광지 코나키나발루는 신수도와 같은 섬인 말레이시아령 북부 보르네오에 위치해 있다.
신수도 건설에는 약 330억 달러(한화 약 40조원)에 달하는 비용이 들 것으로 추산된다. 이 중 정부예산으로는 약 20% 정도만을 조달해 토지매입, 기초 인프라, 공무원 관사, 군경 시설 건설에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전체 비용의 20%라고는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재정에 미치는 부담은 상당해 계획 완료시까지 매년 재정적자 폭을 0.7%씩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부는 재정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자카르타에 위치한 정부 소유 자산의 일부를 매각하거나 임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총비용의 55%는 민관협력투자개발사업(PPP) 형태로 마련한다. 국내외 기업에 모두 문호를 개방하되 현지 기업과 국영기업에 가점을 준다는 방침이어서 컨소시엄 등 현지기업과의 제휴도 검토해 볼 만 하다. 나머지는 민간부문에서 마련하여 관사 이외의 공공주택, 대학 등 교육시설, 공항·항만·유료도로 건설과 개선, 의료시설 건설, 쇼핑몰 등 상업시설 건설 등에 충당한다. 아시아 인프라투자은행(AIIB)은 발빠르게 신수도 건설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는데 참여할 용의가 있음을 밝혔다. 대규모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인도네시아 정부는 재원마련을 위해 모든 가능성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이어서, 계획이 구체화됨에 따라 개발금융기관들의 참여도 줄을 이을 전망이다.
양동철 crosus@koreaexim.go.kr/정리=박동휘 하노이 특파원 donghuip@hankyung.com
* 위 내용은 필자 소속기관의 견해를 반영하지 않습니다.
◆양동철은 누구 = 수출입은행에서 남아시아를 담당하고 있다. 동네에서 우연히 한국에 와 있던 인도네시아 근로자들을 만나면서 23년 전부터 인도네시아와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언어를 공부하고 친구들과 이야기하고 책과 신문을 읽으며 인도네시아를 알아갔다. 말레이시아에서 이슬람금융 석사학위를 받았다. 2015년 여름부터 3년간 자카르타 현지법인에서 근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