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英 존슨의 '최종 협상안' 거절할 듯…브렉시트 석 달 연기 유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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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슨 '두 개의 국경' 제안
EU "일부 문제 요소 있다"
19일까지 英·EU 합의 실패땐
존슨, EU에 '이혼 연기' 제안해야
EU "일부 문제 요소 있다"
19일까지 英·EU 합의 실패땐
존슨, EU에 '이혼 연기' 제안해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2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에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관련 최종 협상안을 전달했다. EU가 최종 협상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오는 31일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떠나는 ‘노딜 브렉시트’를 강행하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영국이 EU 관세동맹에서 탈퇴하되 아일랜드와 국경을 접한 영국령 북아일랜드는 2025년까지 EU 단일시장에 남겨두겠다는 게 핵심이다.
그러나 파이낸셜타임스(FT)와 가디언 등 현지 주요 언론들은 EU가 존슨 총리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때 유럽의 화약고로 불릴 정도로 ‘피의 갈등’이 극심했던 북아일랜드 평화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 때문에 31일로 예정된 브렉시트 기한이 내년 1월 말로 연기되는 것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아일랜드섬 ‘하드보더’가 쟁점
영국 영토는 크게 브리튼섬과 북아일랜드로 구성돼 있다. 북아일랜드가 있는 아일랜드섬은 아일랜드공화국과 영국령인 북아일랜드로 나뉘어 있다. 1948년 가톨릭계 중심으로 이뤄진 아일랜드가 영국에서 독립할 때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계 신교도가 많은 북아일랜드는 영국에 잔류했다.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는 신·구교 갈등 등으로 무장 테러 등 유혈 사태가 끊이지 않았다.
영국과 아일랜드는 1998년 북아일랜드 주도(主都)인 벨파스트에서 평화협정을 맺으면서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사이에 자유로운 통행과 통관이 보장됐고 유혈 분쟁도 일단락됐다. 이 협정을 통해 아일랜드는 북아일랜드에 대한 영유권을 포기하는 대신 영국은 ‘하드보더’(국경 통과 시 통행·통관 절차를 엄격히 적용)를 허물기로 합의했다.
문제는 브렉시트가 시행되면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비회원국인 영국 사이에 다시 장벽이 생긴다는 점이다. 또 하드보더가 부활되면 영국의 북아일랜드 영유권을 인정한 벨파스트협정을 사실상 위반하는 것이 된다. 특히 영국에 반대하는 북아일랜드 저항세력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 1960년대 후반부터 30여 년간 300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가며 영국과 북아일랜드를 불안에 떨게 한 무장세력인 북아일랜드공화국군(IRA)이 활개를 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EU가 가장 우려하는 점도 이 대목이다.
대안 제시한 존슨 총리
테리사 메이 전 영국 총리와 EU는 지난해 11월 브렉시트와 상관없이 영국 전체가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에 당분간 잔류하도록 하는 협정을 맺었다. 이른바 브렉시트 ‘백스톱(backstop·안전장치)’다. 영국을 EU 관세동맹에 잔류시키면서 영국령인 북아일랜드와 EU 회원국인 아일랜드를 하드보더 충격에서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브렉시트 강경론자들은 EU 관세동맹 잔류 시 영국이 제3국과 자유롭게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해왔다. EU 탈퇴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 때문에 올초 영국 하원에선 브렉시트 협상안이 세 차례 부결됐다.
존슨 총리는 자신의 제안이 안전장치를 없애면서도 하드보더 부활을 막는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제안에 따르면 브렉시트 이후에도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는 ‘하나의 규제 지역’으로 설정돼 양측을 오가는 상품에 대한 상품 규격 및 안전기준 확인 절차가 생략된다. 영국 영토 전체가 관세동맹에서 탈퇴하되 북아일랜드를 당분간 EU 규제를 적용받도록 유예기한을 두는 ‘두 개의 국경’ 방안이다.
EU의 거부 가능성 높아
EU는 이날 “영국 정부의 제안을 객관적으로 검토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EU는 “협상이 성사되려면 백스톱 목적을 충족시키는 운영상의 해결책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도 “긍정적인 진전은 있으나 일부 문제가 되는 요소가 있다”고 했다.
FT와 가디언, 텔레그래프 등은 EU 관계자들의 발언을 인용해 EU가 존슨 총리의 제안을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1998년 타결된 북아일랜드 평화협정을 흔들고, EU 단일시장 통합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영국 정부가 오는 19일까지 EU와의 협상에 실패하면 존슨 총리는 EU에 브렉시트 시한을 3개월 연장해 달라고 요구해야 한다. 지난달 초 영국 하원에서 제1야당인 노동당 주도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노딜 브렉시트 방지법’이 통과됐기 때문이다. 존슨 총리는 아직까지 31일 브렉시트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존슨 총리가 법을 어기면서까지 노딜을 강행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
그러나 파이낸셜타임스(FT)와 가디언 등 현지 주요 언론들은 EU가 존슨 총리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때 유럽의 화약고로 불릴 정도로 ‘피의 갈등’이 극심했던 북아일랜드 평화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 때문에 31일로 예정된 브렉시트 기한이 내년 1월 말로 연기되는 것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아일랜드섬 ‘하드보더’가 쟁점
영국 영토는 크게 브리튼섬과 북아일랜드로 구성돼 있다. 북아일랜드가 있는 아일랜드섬은 아일랜드공화국과 영국령인 북아일랜드로 나뉘어 있다. 1948년 가톨릭계 중심으로 이뤄진 아일랜드가 영국에서 독립할 때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계 신교도가 많은 북아일랜드는 영국에 잔류했다.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는 신·구교 갈등 등으로 무장 테러 등 유혈 사태가 끊이지 않았다.
영국과 아일랜드는 1998년 북아일랜드 주도(主都)인 벨파스트에서 평화협정을 맺으면서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사이에 자유로운 통행과 통관이 보장됐고 유혈 분쟁도 일단락됐다. 이 협정을 통해 아일랜드는 북아일랜드에 대한 영유권을 포기하는 대신 영국은 ‘하드보더’(국경 통과 시 통행·통관 절차를 엄격히 적용)를 허물기로 합의했다.
문제는 브렉시트가 시행되면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비회원국인 영국 사이에 다시 장벽이 생긴다는 점이다. 또 하드보더가 부활되면 영국의 북아일랜드 영유권을 인정한 벨파스트협정을 사실상 위반하는 것이 된다. 특히 영국에 반대하는 북아일랜드 저항세력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 1960년대 후반부터 30여 년간 300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가며 영국과 북아일랜드를 불안에 떨게 한 무장세력인 북아일랜드공화국군(IRA)이 활개를 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EU가 가장 우려하는 점도 이 대목이다.
대안 제시한 존슨 총리
테리사 메이 전 영국 총리와 EU는 지난해 11월 브렉시트와 상관없이 영국 전체가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에 당분간 잔류하도록 하는 협정을 맺었다. 이른바 브렉시트 ‘백스톱(backstop·안전장치)’다. 영국을 EU 관세동맹에 잔류시키면서 영국령인 북아일랜드와 EU 회원국인 아일랜드를 하드보더 충격에서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브렉시트 강경론자들은 EU 관세동맹 잔류 시 영국이 제3국과 자유롭게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해왔다. EU 탈퇴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 때문에 올초 영국 하원에선 브렉시트 협상안이 세 차례 부결됐다.
존슨 총리는 자신의 제안이 안전장치를 없애면서도 하드보더 부활을 막는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제안에 따르면 브렉시트 이후에도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는 ‘하나의 규제 지역’으로 설정돼 양측을 오가는 상품에 대한 상품 규격 및 안전기준 확인 절차가 생략된다. 영국 영토 전체가 관세동맹에서 탈퇴하되 북아일랜드를 당분간 EU 규제를 적용받도록 유예기한을 두는 ‘두 개의 국경’ 방안이다.
EU의 거부 가능성 높아
EU는 이날 “영국 정부의 제안을 객관적으로 검토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EU는 “협상이 성사되려면 백스톱 목적을 충족시키는 운영상의 해결책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도 “긍정적인 진전은 있으나 일부 문제가 되는 요소가 있다”고 했다.
FT와 가디언, 텔레그래프 등은 EU 관계자들의 발언을 인용해 EU가 존슨 총리의 제안을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1998년 타결된 북아일랜드 평화협정을 흔들고, EU 단일시장 통합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영국 정부가 오는 19일까지 EU와의 협상에 실패하면 존슨 총리는 EU에 브렉시트 시한을 3개월 연장해 달라고 요구해야 한다. 지난달 초 영국 하원에서 제1야당인 노동당 주도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노딜 브렉시트 방지법’이 통과됐기 때문이다. 존슨 총리는 아직까지 31일 브렉시트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존슨 총리가 법을 어기면서까지 노딜을 강행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