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를 유엔에 공식 통보했다. 2017년 6월 트럼프 대통령이 협약 탈퇴를 선언한 지 2년5개월 만이다. 규정에 따라 탈퇴 통보 1년 뒤 최종적으로 탈퇴가 이뤄진다. 전 세계적으로 중지를 모아 도출한 온실가스 감축 합의에 미국이 발을 빼면서 국제사회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4일(현지시간) “미국은 파리협약에서 탈퇴하기 위한 공식 절차를 오늘 개시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노동자와 기업, 납세자에게 지워지는 불공정한 경제 부담 탓에 파리협약 탈퇴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미국은 경제를 성장시키면서도 모든 종류의 오염물질 배출을 줄여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의 대기 오염물질 배출은 1970~2018년에 74% 줄었다”며 “온실가스 배출량도 2005년에서 2017년 사이 13% 감소했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하지만 오염물질과 온실가스 배출 감소의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미국이 파리협약 탈퇴를 공식화하면서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한 각국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최종 탈퇴가 이뤄지면 미국은 세계에서 파리협약을 지지하지 않는 유일한 국가가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파리협약은 2015년 11~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에서 최종 합의문이 채택됐다. 2020년 만료 예정인 교토의정서를 대체해 앞으로 각국의 기후변화 대응을 담은 국제협약이다. 선진국만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있었던 1997년 교토의정서와 달리 신흥국을 포함한 모든 참여국에 적용하는 첫 기후합의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파리협약은 2100년까지 지구 평균 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2도 이내로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각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자발적으로 제출한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인 2015년 파리협약에 서명했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대비 26∼28% 줄이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며 2017년 6월 협약 탈퇴를 선언했다. 파리협약은 발효(2016년 11월 4일) 이후 3년간 탈퇴를 금지한 규정에 따라 올 11월 3일까지는 탈퇴 통보를 할 수 없었다. 미국은 이 기간이 끝나자마자 4일 유엔에 통보한 것이다. 통보 이후 탈퇴까지 1년이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탈퇴는 내년 미국 대선(11월 3일) 다음날인 11월 4일에 이뤄진다. 민주당 대선 후보들은 당선될 경우 파리협약에 다시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어 미국이 파리협약에 재가입할 가능성도 있다.

폼페이오 장관의 발표 후 중국과 프랑스는 협약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6일 파리협약을 되돌릴 수 없다는 ‘불가역성(irreversibility)’이란 표현이 담긴 협약에 서명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중국과 프랑스는 지난 6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두 나라의 기여도를 가능한 한 최고 수준으로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안정락 기자/베이징=강동균 특파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