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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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을 이끄는 두 축인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와 유럽중앙은행(ECB)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분야 투자에 주력하는 ‘녹색금융’을 내년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기로 했다. 재생에너지 분야 기업에겐 대출 규제를 완화해주고, 화석연료 사업에 대한 투자는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양적완화 등 통화정책까지 활용하겠다는 파격적인 대책도 내놨다. 다만 EU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이 은행 건전성을 내세워 강력 반발하고 있어 향후 진통이 예상된다.

유럽의회는 27일(현지시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본회의를 열고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전 독일 국방부 장관을 차기 EU 집행위원장으로 최종 승인했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 수장을 여성이 맡는 건 EU 출범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내달 1일 공식 취임하는 폰데어라이엔 차기 위원장은 이날 연설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새 집행부의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지난 1일 여성 최초로 ECB 수장에 취임한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도 “기후변화 대응을 ECB의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며 “기후변화 대처를 위해 통화정책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ECB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통화정책을 활용하겠다고 밝힌 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ECB는 다량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화석연료 사업에 대한 대출 및 투자를 줄일 계획이다. 재생에너지 분야 기업에 대해선 각종 대출 규제를 완화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겠다는 방침이다. 대출을 내 줄 때 최소 자본금 요건을 완화해 주는 방안 등이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ECB는 재생에너지 분야 기업 채권을 대거 매입하는 이른바 ‘녹색 양적완화’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FT는 EU 집행위원회와 ECB가 공동으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구체적인 추진 계획을 내년 초 발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U 회원국들은 기후변화 대응의 취지에는 대부분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위해 통화정책까지 활용하겠다는 계획에 대해선 부정적인 의견을 가진 회원국들이 적지 않다. EU 최대 경제대국이자 ECB의 최대주주인 독일이 대표적이다. 옌스 바이트만 독일 연방은행(분데스방크) 총재는 “기후변화 대처를 위해 통화정책을 변경하려는 ECB의 어떤 시도도 아주 비판적으로 바라볼 것”이라고 말했다. 라가르드 총재가 검토하고 있는 ‘녹색 양적완화’ 프로그램도 거부하겠다고 했다. 은행의 최우선 과제는 건전성 확보이지, 기후변화 대응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유럽 금융계에서도 재생에너지 등 녹색산업에 대한 대출규제 완화 및 대규모 양적완화가 부실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FT는 라가드르 총재의 계획에 대해 ECB 내부에서도 반발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미국이 기후변화협약을 공식 탈퇴한 상황에서 유럽 기업들만 환경규제를 받으면 경쟁력을 급속히 상실할 수 있다고 우려도 나오고 있다. 미국은 이달 초 전 세계 국가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규제하기로 한 파리기후협약에서 공식 탈퇴했다. 파리기후협약이 미국 기업들에 큰 부담이 됐다는 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설명이다.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도 “기후변화는 중요한 문제”라면서도 “그것은 정치인이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 중앙은행 업무가 아니다”라고 했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